EP 28 - 초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9)
“돈을 못 주겠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6팀. 작전 도중에 후퇴하지 않았습니까? 그것 때문에 3팀 동선도 꼬이고, 1팀이 추가전투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 관련비용만 6팀 보수에서 제하겠다는 겁니다.”
폐허 외곽에 건설된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전진기지. 모래바람에 나풀대는 UN기 아래서 고성이 오갔다. 천막의 군수품을 트럭에 나르던 인부들은 시시덕거리며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했다.
먼저, 헌터가 직원에게 거칠게 따져 물었다.
“RP까지 이동하면서 작전 외 교전을 3번이나 치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팀장을 포함한 11명의 헌터를 잃었죠. 그러다가 4번째 전투에서 가까스로 후퇴한 건데,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 전술부 잘못이 아닙니까?”
“그게 왜 전술부 잘못입니까?”
“그쪽에서 지시한 경로로 갔는데 기습을 4번이나 당했으니까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믿습니까? 영상 있어요? 수거해온 부산물은요?”
영상? 찍어서 본사에 보냈다.
부산물? 본사에서 파견한 서포터가 수집했다.
그런데 본사는 아무것도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대충 각이 나온다.
본사가 작정하고 6팀을 묻으려고 하는 거였다.
이에 헌터 기동대 6팀 팀장이 입을 꾹 다물었다. 직원은 살기를 띈 눈빛에 순간 주춤했지만, 회사의 권위를 믿고 물러서지는 않았다.
“아, 아무튼 내규상 문제는 없습니다. 자율적으로 후퇴하셨으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셔야죠.”
“……이봐요. 실장님. 툭 까놓고 말합시다. 우리 굴러온 돌이니까 까내려고 드는 거 아닙니까?”
“그건 또 뭔 소리예요!”
“오스트레일리아 파견 따내려면 길드원들 마석 흡수량이 평균 20kg 이상이어야 하잖습니까. 그래서 파견 직전에 중소길드였던 우리들을 6팀이란 명목으로 채용한 거고요.”
확실히, 초상관리부는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할 PMC를 모집하며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전과 없음, 파견인원 80%가 5급 이상, 자산총액 기준 중견기업 이상, 이적단체(조선노동당, 한승문 안티카페) 활동 없음, 등등…….
그중 하나가 길드원의 마석 흡수량이 평균 20kg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정예인력을 원한 한승문의 주문에서 비롯된 기준이었는데, 문제는 편법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소형길드 단기계약으로 채용해서 기준치 맞춰놓고! 오스트레일리아 파견 따내셨잖아요! 그래놓고 돈주기 싫어서 개수작부리는 거 아닙니까?”
“이거 큰일 날 양반이네! 작전 실패해놓고 헛소리 마십쇼!”
“헛소리? 이 새끼가 사람 11명이 죽었는데 그딴 말이 나와?!”
“어……! 어어어!”
분노가 끝까지 치민 헌터가 직원의 멱살을 붙잡았고, 근처에 있던 나무박스 몇 개가 수류탄 터지듯 폭발했다.
그 나무파편이 인부들에게 꽂혀 작은 생채기를 냈고, 모래사막 위에 핏방울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 으흐아아아악-!”
“헌터가 폭주했다! 폭주야!”
“뭐해! 치안관 불러! 치안관 부르라고!”
멀쩡한 전진기지가 아비규환이 되어가던 그 순간.
누군가 걸어와 그들의 싸움을 제지했다.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그만들 하시죠.”
“다, 당신. 치안관입니까?”
“치안관은 아니고요.”
정갈한 양복차림의 사내 뒤로, 치안관 6명이 따라붙었다.
“한승문입니다.”
* * *
“현장 상황은 어떠셨나요?”
“……거지같던데요.”
“그죠?”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서 마련해준 호텔에서는 사단장이 온다니까 치약으로 바닥을 닦은 티가 역력했다.
뭔가 어설프게 고급스럽다는 뜻이다. 화장실은 삐까번쩍한데 물이 잘 안 내려가는 식으로 말이다.
아무튼 그런 곳에서, 나는 홍선아에게 말했다.
“헌터들 사이에서 개판이 났대서 왔는데. 어째 조금 상황이 버라이어티하게 개 같습니다.”
“저 혼자선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이해합니다.”
모든 일에는 법칙이라는 게 있다. 수학에는 공식이 있고, 사업에는 이해관계가 있다. 하다 못해 사랑에도 정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정치는 그렇지 않다. 세상만사가 나름의 룰을 가지고 돌아가는데, 정치는 그딴 거 없었다. 그래서 정치가 어려운 것이다.
“후우…….”
머리가 지끈거린다.
당장 고위헌터와 하위헌터 사이의 갈등만 해도 금전적, 감정적, 전술적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런데 상황 돌아가는 거 보니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서류로 전장을 들여다보던 내 예상과는 달리, 오스트레일리아의 한국인들에겐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일단 굵직굵직한 문제들만 좀 말해주십쇼. 뭐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네요.”
“문제야 많죠. 하위헌터랑 고위헌터가 같이 싸우기 싫다고 했고, PMC들이 자율작전권을 가진 바람에 온갖 병크가 터지고 있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괴수가 기어 나올 때마다 누구 죽어나가고, 그저께는 사막에서 총 든 깡패들이 오토바이 타고 설치고 다니면서-”
“오케이. 스톱.”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문제들이다.
솔직히 홍선아 협회장이 알아서 해결해 줬으면 여한이 없었겠지만, 고작 20대 중반의 베테랑 헌터에게 정치적 경륜까지 기대할 수야 없겠지.
“후우…….”
무엇보다, 홍선아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말한 건, 내가 아니었던가.
“협회장님.”
“네?”
“오랜만에 손이나 좀 잡아봅시다.”
* * *
불이라는 건 아주 위험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라면 끓여 먹을 때마다 불을 다뤄서 그렇다.
일종의 안전불감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불의 크기가 조금만 커져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불의 높이가 1m가 넘어가고. 그 일렁거리는 모습이 뱀 혓바닥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뜨거운 바람이 선풍기처럼 불어오는 게 느껴지고.
결국 불꽃이 사람보다도, 건물보다도 크게 치솟고.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온갖 만물을 잡아먹으며 으스러뜨리는 수준이 되면.
“……신기하네요.”
“글쎄요. 저는 맨날 보는 모습이라.”
불은 신비로워진다.
꽃잎처럼 흩날리는 불똥이 땅에 옮겨 붙고. 옮겨 붙은 불꽃이 사람보다 커지고. 끝없이 커진 불꽃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그 경이로운 두려움은 공포라기보다는 경외감에 가까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평선은 노을이 내린 것처럼 붉었다.
“선인장이나 잡초 따위만 듬성듬성하게 난 황야에. 무슨 산불이라도 난 것처럼 불이 타오르네요. 대체 마석을 얼마나 잡수셨길래 이렇게 강해졌습니까?”
“그런 식으로 표현하시니까 제가 돼지가 된 것 같은데요……?”
“아무튼 마석 다이어트 좀 하십쇼. 사람 하나가 폭격기 편대보다 강해지니까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거 아닙니까.”
“넹…….”
홍선아와 나는 평야를 잿더미로 만들며 전진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사용하는 그녀의 능력은 낯설었지만, 신분당선에서 목숨걸고 터널 뚫던 가락이 있는지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대신 출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점이 영 까다로웠다. 물론 지윤이 녀석보단 덜했기 때문에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량한 벌판에 들불이 번져나갔다. 장작 없이 타오르는 불꽃은 마법과도 같았다.
하지만 굳이 장작으로 칠 만한 것이 있다면, 듬성듬성 솟아난 잡초와 괴수였다. 피륙은 잿가루가 되었지만 반짝이는 마석이 남아 괴수의 존재를 증명했다.
그렇게 생긴 마석이 반짝반짝 빛나자, 이곳은 소금사막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마석 개수가 장난이 아니군요. 이렇게 얻은 마석은 혼자서 다 드십니까? 아니면 외제차 좀 뽑으세요?”
“생활비만 남기고 다 제가 먹어요. 요즘 헌터들이야 돈 쓰는 데 맛들린 감이 있지만, 저는 힘이 부족하면 친구가 죽는다는 걸 배웠으니까요.”
“……허어.”
가벼운 반코트 차림의 그녀는 허리춤에 기관단총을 꽂아놓고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군인처럼 각진 걸음걸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암사자의 살기가 느껴지는 듯한 기세였다.
문득 생각하지만, 헌터로서의 홍선아는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불꽃으로 주변을 한 차례 쓸었다.
“이렇게 괴수 조지고 있으니 옛날 생각나네요. 참 많이 변했습니다.”
“멘트가 너무 늙었는데요.”
“많은 일이 있었죠. 특히 홍선아 씨랑 저는 주로 어두운 시절을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선아 씨랑 제 사이라 말씀드리는 건데. 너무 많이 강해지시진 마십쇼. 지윤이 하나 고민하는 것도 버거운데. 너무 세지면 제가 무섭습니다.”
“……명심할게요.”
홍선아와의 대화는 항상 어려웠다.
김춘식이라는 망자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녀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나는 그녀에게 겁을 줘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대한민국 헌터들을 대표한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업계가 변동할수록 압구정파와 동대문파는 철저하게 단결하고 있으며, 이제는 두 계파가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합쳐졌다.
굳이 따지자면 압구정파는 괴물을 잘 썰고, 동대문파는 사람을 잘 썬다는 것 정도였으나, 독립운동가 수준의 명분을 가진 걸어 다니는 전략병기들이 세력을 이루었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위협적이다.
그게 바로 1세대 헌터다.
압구정파와 홍선아가 애증의 관계이고, 동대문파의 중심에 설진운이라는 인물이 있어서 망정이지,
“…….”
만약 홍선아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 1세대 헌터를 규합했다면.
나는 그녀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고. 잘 탄다. 괴수들.”
어쩌면 그래서 그녀가 정치에서 손을 뗀 건지도 모르겠다. 내게 경계를 사지 않으려고 말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실상 나는 헌터협회를 천금순 사장을 통해 신탁통치하고 있으며, 그건 홍선아 협회장의 적극적인 방조 하에 성립되는 행위였다.
그게 내가 홍선아를 협회장에 계속 앉혀두는 이유였다.
그녀는 똑똑해야 할 때 똑똑하고, 멍청해야 할 때 멍청했으며, 상황이 어떤지 파악할 정도로 영민했으나,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모를 정도로 아둔했다.
즉, 사리분별은 할 줄 아는 사람이긴 했다.
“홍선아 협회장님은 지금 헌터들의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문제요? 소년병? 2세대 헌터 포화? 도덕적 감수성 결여? 정치적 고립?”
“……한국 말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말입니다.”
“아. 그거는 당연히 괴수들 때문이죠.”
“어떤 의미에서 말입니까?”
“괴수가 생각보다 강해요.”
“글쎄요. 괴수가 정말 강했으면 이 사달이 안 났을 것 같은데요. 괴수랑 싸울 만하니까 자기들끼리 싸울 여력이 되는 거 아닙니까.”
“말을 정정하죠. 여기는 괴수 상대하기가 아주 까다로워요. 기존 방식이 안 통하는 곳이니까요. 그래서 경험과 요령으로 승부하는 중상위 헌터들이 무력해졌죠. 반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최고위 헌터들의 가치가 뛰었어요.”
홍선아는 생긋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니 하위헌터와 고위헌터 사이에 이런저런 일이 생기죠. 한국 가면 다 같은 고위헌터인데, 여기서는 계급이 생겨 버렸잖아요.”
“……내가 정예인력만 차출해서 데려온 게 문제라는 거군요.”
“자존심 높은 사람들이 졸병으로 뛰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한국이었으면 덫도 치고 지형지물도 쓰면서 활개 치는 베테랑들을 사막에 끌어들여서 희생시키고 계시죠.”
이건 정치적인 식견이 아니라 전략적인 식견이었다. 나는 그녀의 통찰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으음. 협회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잘못을 지적하는 말에 한 치의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홍선아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맙습니다. 대충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왜 이렇게 된지는 감이 잘 안 오더군요,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기분입니다.”
“……아니. 이유도 모르는데 해결책을 안다고요?”
“이게 제 스타일이니까요.”
“…….”
상황은 파악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그게 홍선아가 나를 부른 이유였다. 나는 그 질문에 답해주기로 했다.
“지금 우리가 불태우고 있는 데가, 삼성 수렵대행사랑 GS 방위대행사가 담당하는 지역입니다. 매연 때문에 난리가 나는 곳은 SK 헌터스 관할지역이죠.”
“3대 길드군요. 그 아저씨들 오늘 사냥은 공쳤겠는데요?”
“아뇨. 대기업은 그런 식으로 영업 안 합니다. 저한테 잘 보이기 위해 오늘 사냥을 포기해 놓고서는, 중소길드 관할구를 뺏어서 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여기서도 그런 갑질이 가능해요?”
“말씀드렸지만 대기업은 그런 식으로 장사 안 합니다. 중소기업 지도부 쪽에 로비를 했겠죠. 그러면 중소길드 운영하는 양반들은 뒷주머니로 오늘 수입의 5배 정도를 가져가는 겁니다.”
“……헌터들은요?”
“중소길드 헌터들은 오늘 사냥을 못 뛰었으니까 돈 못 받겠죠. 그러면 고위헌터고 하위헌터고 할 것 없이 기업들을 깔 겁니다. 그리고 홍선아 씨랑 저는 여기에 한 사나흘 동안 죽치고 있을 예정이고요.”
“…….”
“그러면 자기네끼리 싸우던 헌터들이 똘똘 뭉쳐서 노조를 세우든 뭐든 하겠죠. 그러면서 싸움은 자연스럽게 화해가 될 거고. 노조랑 기업이랑 쇼부치는 과정에서 관련 부조리도 헌터들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나는 설명을 마치고서 질문 있냐는 눈빛을 보냈고, 홍선아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으며 내게 말했다.
“너무 낙관적이신 것 같은데요. 세상 일이 그렇게 도미노처럼 굴러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굴러가게 만들면 됩니다.”
“……네?”
“이미 대기업 측에 중소길드 사냥터를 뺏으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헌터들 사이에서 노조를 세울 국정원 요원들도 뿌려놨고요.”
“아하.”
“…….”
“정치는 이렇게 하는 거군요?”
“……따라하진 마십쇼.”
* * *
“야! 진운아!”
“……누나?”
여도연이 히죽거리며 설진운에게 다가갔다. 설진운은 손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꾸벅였다.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설진운은 한국 헌터협회 부협회장이지만, 동시에 국경 없는 기사회 아시아 지부장이었다.
그래서 설진운은 아시아계 기사들을 이끌고 유럽 지역에 합류해 있었다. 그 대신 홍선아가 한국 지역에서 1세대 헌터들을 이끌고 말이다.
“반갑긴 한데 깜짝 놀랐네요. 대체 어떻게 오셨어요? 한국 담당구역은 여기서 북쪽으로 700㎞는 더 가야-”
“뛰어왔지.”
“으음.”
여도연은 당당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설진운은 금세 납득하고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면 왜 오신 건가요?”
“꼽냐?”
“그건 아닌데…….”
“아휴. 말도 마라. 한국 나와바리 지금 난리 났다. 헌터들 파업하고 노조 세우고, 장난 아니야. 며칠째 어수선해서 잠깐 나왔어.”
“한국적이네요.”
“……너무 뼈아픈 지적인데.”
“아.”
설진운은 문득 여도연의 인척이 한승문이라는 것을 되새겼다. 성별도 다르고 성도 달라서 가끔은 까먹는 사실이었다.
설진운이 그 사실을 토로하니, 여도연은 샐쭉 눈매를 기울였다.
“내가 걔랑 그렇게 안 닮았냐?”
“……예전에는 비슷했는데. 한승문 장관님이 장관 되신 이후로 조금 무게감이 있어지셨죠.”
“그러면 나는 무게감 없고?”
“몇 킬로그램이신데요?”
“플라이급 선수다 이 새키야. 맞을라고 진짜.”
“아, 아야……!”
그들은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자연스레 사냥터로 향했다.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자연스러운 발걸음이었다.
사냥꾼들이 만났으면 일단 몸부터 푸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사냥터에서 발생했다.
“쓰읍.”
“왜 그러세요?”
“……어째 이쪽 괴수가 더 쎈 것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