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181화 (181/296)

EP 28 - 초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6)

“다들 아시겠지만 기밀문건이 하나 폭로됐습니다. 미국이 각국의 괴수를 몰아내면서 내정간섭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범인은 중국입니다.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먹으면 동남아를 잃거든요. 중국 국가안전부를 털어서 확인한 사항이니 틀림없습니다.”

“덕분에 미국 민주당이 민주주의적 측면에서 이의를 제기했고, 의회랑 언론이 깽판을 치는 바람에 미군이 이제 못 움직여요.”

“그런데 미국 정부가 여기서 멈출 수가 없는 게, 걔네는 무조건 오스트레일리아를 먹어야 합니다. 딱 그 타이밍에 다음 대선이 열리고, 그래야 여당이 정권을 잡아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돈이 없으면 사람을 갈아야죠.”

* * *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 한 마디가 폭탄과도 같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내 말을 듣는 두 사람의 표정은 각자의 방식으로 침착함을 표하고 있었다.

천 사장은 미소 지었고, 감 기자는 신중했다.

그리고 어젯밤 내 요청으로 뉴욕에 끌려온 감 기자가 내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의원님 말씀대로라면요.”

“예.”

그는 돌연 안경을 벗고 얼굴을 쓸었다. 손가락 사이로 날카로운 눈빛이 빛을 발했다.

“미국이 일단 판은 벌려 놨는데, 정작 미군은 못 움직이고,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는 처 잡수셔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지켜보던 천금순이 나긋이 미소 지었다.

“으음……. 어쩔 수 없네요. 돈이 없으면 사람을 갈아야죠.”

“확실히, 미국 심보가 우리 천 사장님 경영철학이랑 똑같습니다.”

“아잇……! 저는 낙수효과를 위해 그러는 거구요…….”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적폐스러운 변명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그래서 결국 헌터를 갈아서 오스트레일리아를 점령하겠다는 건데, 마침 의원님이 WPO 평의회 부의장 자리를 따내셨네요?”

“뭐, 우연이라고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어둑한 밀실에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감 기자와 천 사장에게 화두를 던졌다.

“상황이 점점 지랄맞게 꼬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와 의회, 마석경제권과 석유경제권.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요.”

“…….”

“하지만 다행인 건, 제가 이 상황을 조금은 예측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어느정도 먹혀든 덕에 저는 WPO 부의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강대국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WPO가 모든 헌터들을 이끈다. 그리고 WPO는 평의회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평의회 부의장에게는 아무런 실권도 없다. 일반 평의원과 동등한 의결권을 가진다. 단지 반쪽짜리 대표성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해볼 만했다.

“권력은 원래 모호한 곳에서 나오는 법이죠. 그리고 저는 그런 걸 다루는 데에 상당한 경력이 있습니다.”

“…….”

“뛰어난 정치인 한 명을 속이는 건 어려워도, 다수의 대중을 속이는 건 쉬운 법이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정치가도, 대중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WPO 평의회 부의장의 발언은 자연스레 영향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아 뤼미에르가 의장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상황의 주도권은 내게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미소 짓고 있으니, 감 기자가 뚱한 표정으로 내 말을 요약했다.

“매스컴에 약을 쳐서 시민들을 선동하시겠다는 거군요.”

“그, 그렇죠…….”

“네. 잘 들었습니다.”

아무튼 논점은 지금 상황이 상당히 복잡미묘하다는 것이었고, 그게 내가 감 기자와 천 사장을 불러모은 이유였다.

“좌감석 우금순…….”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인텔리들.

거기에 피채원이 타이레놀을 씹어가며 긁어모은 정보들까지.

그야말로 앉은 자리에서 삼라만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합이 아니겠는가?

“그런 관계로 여러분의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 이 틈이 가장 좋은 기회예요.”

천 사장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감 기자가 가볍게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으음. 그러면 미국이랑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예?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이나 미국이나 한국의 도움이 절실할 텐데요.”

“그렇죠. 강대국 두 개가 붙었고, 한국이 도와주는 쪽이 이깁니다. 그래서 두 강대국이 우리를 못 건드리는 상황이죠.”

“…….”

“중요한 건, 미국이든 중국이든 지금 시점에선 우리를 못 건드린다는 겁니다.”

천 사장은 내 속내를 짐작했는지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국이랑 중국이 싸우는 동안, 판을 털어먹자 이건가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지만, 원래 어원은 고래가 싸우면 새우가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고래를 잡는다 그랬습니다.”

“속담이 참 근본없네요…….”

“조용히 하세요. 아무튼, 지금이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나는 탕! 하고 책상을 두드리며 열변을 토했다.

“미국이랑 중국이 싸우는 동안, 우리가 연합의 주도권을 잡읍시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 괴수들을 조지면서 뽕을 좀 뽑자 이거에요!”

“얼마 주실 건데요?”

“제가 돈을 드리지는 않겠지만, 대신 다른 나라 헌터들 주머니를 터는 걸 도와드리죠. GS 아이기스에서 헌팅 디바이스 죄다 챙겨와서 고속도로 뻥튀기처럼 팔아먹으세요.”

“하자 있는 거 팔아도 되나요?”

“그럼요! 대신 우리나라 헌터들한테는 좀 퍼주기도 하고……. 예? 아시겠습니까?”

“그럼요! 저도 상도덕은 알죠!”

이렇게 상도덕으로 똘똘 뭉친 건전한 사업가가 있을까. 아주 듬직했다.

그러나 감 기자의 표정은 영 꺼림칙했다.

“저어, 의원님. 다른 건 다 좋습니다만…….”

“아, 네.”

“아까, 좌감석 우금순이라고 하셨습니까?”

“좌금순 우감석으로 바꿔드릴 의향 있습니다.”

“……감 석은 지윤이 동생 이름입니다. 저는 감 철이고요.”

* * *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승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피채원이다. 그만큼 한승문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 또한 피채원이다.

사실, 한승문은 정치인으로서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다. 이는 피채원이 항상 무의식적으로 그의 심층심리에 공감하기 때문에 느끼는 판단이다.

우선, 그는 양심이 쓸데없이 민감하다. 그래서 종종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 조언이라도 좀 들어먹을 것이지, 의심병이 많아서 누구 말을 듣지도 않는다.

실제로 한승문이 완전히 신용하는 사람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결국 모든 일을 본인이 한다. 양판석은 이를 두고 ‘정치인이 아니라 구청장 같은 태도’라고 비판했고, 본인도 그 비판을 알지만 그놈의 의심병 때문에 사람을 잘 안 쓴다.

결국 이건 상당히 복합적인 문제였다.

단점이 새로운 단점을 만들고, 그 단점을 매꾸기 위해 새로운 단점이 생긴다. 그래서 한승문은 정치인으로서는 상당히 부적절한 인격자였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이 상쇄되는 때가 있다.

“아, 시발…….”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다.

“야! 채원아!”

“네.”

“우리가 오스트레일리아 털어먹으려는 거 미국이 눈치챘다. 국무부 선임비서관이 호텔로 처들어오고 있다니까, 니가 알아서 잘 돌려보내라.”

“네?”

“그냥 중국 막으려고 그런다고 둘러대. 자꾸 관용헌터 꽂아넣으니까 PMC 재량으로 작전권 일부 허용해준 거라고 하면 되잖아!”

“네.”

쓸데없이 민감한 양심과, 거기서 비롯된 우유부단함. 그 모든 단점들이 비상시국 속에서는 잠시 사라졌다.

이는 그가 기본적으로 개인보다 의무를 우선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는 것은 불도저 같은 추진력. 그리고 미꾸라지 같은 기민함뿐이다.

“다들 모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새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걱정이 많으시지요? 하하,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은 건, 다름이 아니라…….”

한승문은 가장 먼저 PMC들에게 일부 작전재량권을 줬다. 평의회가 가진 권한을 PMC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이는 연합의 수많은 PMC들을 포용하는 조치였고,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연합사령부에 대한 반항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안이 평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승문이 부의장 명찰을 달고 이빨을 까면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다만 UN 연합사령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건 상당히 우려되는 처사입니다! 분명히 연합사령부가 존재하는 상황이고, 평의회가 이에 협조해서 지휘하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미군을 주저앉혔고, 연합사령부의 신뢰성 또한 대폭 떨어졌지요. PMC들의 우려가 튀어나오는 건 당연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함이었고요.”

결국 모든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는 소리였다.

자존심이 상한 미국 군부는 얼마 안 되던 돈줄을 건드리며 한승문을 협박했다.

“부, 부의장님! 미군이 지원을 대폭 줄였습니다……! 아무래도 작전재량권 문제에 대한 항의 같습니다…….”

“미국은 헌터들 인기가 장난이 아니라면서요? 데려가서 광고 찍고 유튜브에 올리세요. 눈물 흘리면서 돈 좀 달라고 하고.”

묘수가 던져졌다.

WPO가 PMC들에게 작전재량권을 선물한 상황이다. PMC들이 한승문에게 굳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이유가 없었다.

수많은 헌터들이 모금활동에 나섰고, 이는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가져왔다.

우선, 수많은 자금이 모여들었고, 오스트레일리아 해방을 향한 국제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그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승문 부의장님. WPO가 민간인들 상대로 후원금을 받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듣기로는 아직 제대로 된 감찰국도 없는 상황이던데, 그 자본금은 어디로 가는 거죠? 설마 오스트레일리아로 진격하실 생각입니까?”

“UN이 기부금 받는 게 뭐가 이상합니까? 그냥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추진하는 모금일 뿐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저희를 의심한다면 감찰국을 세울 의향은 있습니다. 미국인들로요.”

협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중국은 감찰권을 달라고 주장하던 것을 즉각 중지했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한승문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감찰위원회를 신설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위원회였다. 이에 미국이 반발했다.

“WPO 감찰위원회에 한국인 인사를 종용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왜 우리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겁니까?”

“그쪽은 미국인들로 채우려고 할 거고, 중국은 중국인들로 채우려고 하겠죠. 저는 한국이 그나마 중립이라고 생각했는데, 정 불만이시면 유럽 쪽으로 넘기겠습니다.”

그렇게 나오니 미국도 할 말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떡을 먹은 뤼미에르만 싱글벙글 웃을 따름이었다.

“한 장관! 감찰위원회를 우리 측에 넘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체면이 서네요.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뤼미에르. 그나저나 미국이랑 중국이 싸우느라 헌터들이 사람을 못 구하고 있네요.”

“항상 정치는 정의의 장애물이었습니다. 나름 중재하려고 노력 중인데, 그리 쉽지만은 않네요.”

“……그냥 차라리 우리끼리 할까요?”

“글쎄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우선 각국 PMC들의 전폭적인 협조도 받아야 하고…….”

“받았습니다.”

“……돈 문제도 있고요.”

“저 돈 많습니다.”

“…….”

“사실, 이미 후원금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감찰위원회에 조금 유연성 있는 판단을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 * *

“이걸 지금 보고서라고 가져온 건가!?”

CIA 국장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 언뜻 처절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는 결코 무시할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국이 WPO를 장악하는 동안 우리 측 평의원이 그걸 보고만 있었다고!? 내가 이래서 대기업 뒷구멍 핥아주던 새끼를 써먹지 말자고 그렇게 말했건만!”

“…….”

“대통령께서는 지금 은퇴하고 감방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신 건가?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분이셨어!? 힐러리가 대통령 되면 우리 싹 다 뒈지는 거야!”

CIA 국장으로서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었으나, 결코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미국 정부는 지금 식물인간 상태였고, 이건 현 정권에게 아주 불리했다.

“중국은 바깥에서 공격하고, 민주당은 안에서 공격하고, 그 와중에 한국이 WPO를 홀랑 채갔군. 상황이 아주 예술적이야.”

“…….”

“그나마 다행인 건, 이보다 더 최악인 상황이 없을 거라는 것이겠지? 우리는 이미 좆됐으니까 말이야! 이 새끼들아!”

국장이 던진 서류뭉치가 요원들의 발치에 사정없이 떨어졌다. 국장은 허둥지둥 서류를 주워대는 요원들을 보며 숨을 골랐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그 생각을 떠올리기 무섭게 TV가 뉴스 속보로 바뀌었다.

[속보입니다! WPO에서 긴급 발표에 나섰습니다. 수많은 헌터들이 UN 본부에 모였는데요, 지금 바로 현장 연결하겠습니다.]

“……이런, 젠장.”

CIA 국장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국장은 이 지경이 된 세상에서 산전수전 다 거친 베테랑이었고, 당연히 그 통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리고 그 뛰어난 통찰력은 단상 위에 선 한승문과, 그 뒤를 장식하는 수많은 헌터들을 보자마자, 한 가지 추측을 가능케 했다.

“제대로 망했군…….”

[존경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저는 WPO의 부의장 한승문입니다. 우선, 그간의 정치적 혼란으로 생긴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의회에서 싸울 시간에 전장에서 싸울 수 있었고, 정치인들의 넋두리보다 고통받는 이들의 신음에 주목했어야…….]

사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적 사안에 쉽게 흥분하고, 깊게 공감하며, 종종 충성을 바치기도 하지만, 실은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복잡해서 그렇다.

그리고 어려운 거 싫어하는 건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이다.

[우선 밝히자면 저는 민주주의를 존경합니다. 저는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한국의 정치인이고, 공익의 대변자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러나 모든 절차는 사람을 위한 것이여야 하지, 사람이 절차를 위해 희생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중국과 미국의 대립. WPO와 다국적 거대길드의 유착관계. 연합사령부와 WPO 사이의 작전권 분쟁. CIA 내부 기밀문건 유출과 미국의 내정개입 의혹. 미국 대선. WPO 내부 감찰기관의 업무불이행. UN 연합사령부 내부 지휘권 분쟁.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

어렵다.

그래서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치인들이 싸우는 동안 지금도 사람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군대의 총부리는 괴수가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민주적 절차입니까? 이것이 여러분이 원하는 바입니까? 감히 말씀드리건대 아닙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건 확고한 정의입니다.]

중요한 건, 지금 한승문이 TV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헌터들이 있다. 하나하나가 세계에 이름을 떨친 유명인사들이다.

헌터의 최고봉들이 고작 한 앵글 안에 들어가 있었다. 찬란하게 휘날리는 UN 본부의 만국기 아래에서 말이다.

그리고 멋들어진 양복을 차려입은 정치가 겸 헌터는, 끝내주게 멋있는 말들을 화끈하게 읊조렸다.

사람은 그런 것에 열광한다.

정치 따위가 아니라.

[더는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헌터들이 오스트레일리아를 괴수에게서 해방시키겠습니다!

이미 노아 뤼미에르와 국경없는 기사회의 선봉대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출발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희망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희망이다.

그러니 가장 뛰어난 정치가는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줄 줄 아는 인물이었다.

[여러분, 희망을 가지십시오.]

역사가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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