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EP - 국회의원 양일호의 기묘한 하루 (2)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내 몸뚱어리를 개조하기 시작한 건, 생체실험을 해야 하는데 사람으로 생체실험하기가 조금 꺼림칙해서였지…… 물론 서울로 도망친 이후에 말이야.”
갑작스럽고, 당황스럽고.
현실에 이런 표현을 쓰는 건 조금 부적절할지 모르겠으나, 개연성이 없는 것 같았다.
“근데 자꾸 내 몸뚱어리로 생체실험을 하다 보니까 몸이 무너지더라고. 종국에는 93퍼센트가량 인간성이, 그러니까, 신체적 인간성이 사라졌지. 게다가 입이 어깨까지 늘어지는 바람에 주둥아리를 안 나불대면 신경이 눌려서 두통이 생기기까지 했단 말이야!”
세상이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걸까.
멀쩡한 사람이. 아니, 멀쩡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반쯤 녹아내린 몰골로 초재생력을 가진 반괴수 기형인간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여자가 되어 나타난다니.
이걸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대략 하루 평균 0.012퍼센트씩 괴수화가 진행됐지. 피부는 하얘지고. 팔다리는 뭉개지고. 가끔 폭력적으로 변하고 말이야. 게다가 두통은 어찌나 심해지던지! 계속 입 근육을 움직이느라 잠도 못 잤어!”
이상하다? 아니, 이상하다는 말로는 표현 못 한다.
기괴하고, 기이하고, 오묘하고,
“그래서 결국 결론 내린 거지!”
“…….”
“인간을 그만두기로!”
기묘했다.
* * *
도 박사는 여자였다가, 남자였다가, 슬라임, 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기괴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변하며 미친놈처럼 설명을 이어갔다.
하얀 피부에 파란 혈관. 그리고 샛노란 눈빛만이 그대로였다.
“듣고 있나?”
“예?”
“잘 듣고 있는 모양이군.”
결국 장 소장이 도 박사를 제지했다.
“연구 성공하신 건 좋은데 습관 좀 고치십시오. 너무 산만하지 않습니까.”
“뭐 어떡해? 안면근육 안 움직이면 신경이 눌려서 두통이 생기고. 그렇게 몇 년 동안 혼자서도 나불대며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말을 줄이라고?”
“예.”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도 박사의 안면근육이 꿈틀대더니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얀 피부, 파란 혈관, 노란 눈만 빼면, 평범한 성인 남성이다. 조금 곱상하게 생겼다.
사실, 도 박사가 정부와 접촉한 시점은 이미 괴인화가 시작되던 시점이었으니. 양일호는 그의 멀쩡했던 시절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크흠……! 어쨌든 우리 양 의원님한테 보여줄 게 있는데.”
“예?”
“좋아. 가자고!”
* * *
“초인의 분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뉘지. 사실 딱히 정해진 분류는 없어. 일단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을 다루자고.”
“첫 번째. 육체계. 신체 내부의 마력을 조종하는 초인들이야. 그걸로 강체술도 쓰고, 검기도 내뿜고 그래.”
“두 번째. 정신계. 신체 외부의 마력을 조종하지. 보통 염동술사, 원소술사, 힐러로 나뉘는데, 사실 이쪽은 복합 능력자가 워낙 많아서 구분이 조금 힘들어. 애초에 염동술사끼리도 특성이 다 다르니까 말이야.”
“세 번째는…… 괴수화.”
도 박사의 설명을 듣던 양일호는 문득 반박할 거리가 생겼다. 한승문은 평소 자신이 세 번째 케이스의 능력자라고 설명했던 것이다.
자세히 설명은 못 하지만 육체계와 정신계로 분류할 수 없는 헌터들이 있다고 했다. 한승문이 매번 피채원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아마 그 소녀도 ‘그쪽’인 것 같고 말이다.
그러나, 도 박사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아니, 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제 과거를 회상했다.
“맨 처음 연인산 지하벙커에서 생체실험으로 개발했던 건 말이야. 사실 사람을 초인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의식이 있는 괴수로 만드는 거였지.”
“……그러다 탈출해서-”
“그래. 차재균이 좆되고. 나는 총 맞을까 무서워서 괴수투성이인 서울로 도망쳤지. 그리고 각성제와 괴수 연구를 계속했고.”
도 박사는 이제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얀 피부가 자꾸 꿈틀거리며 변하는 게 조금 징그러웠다.
“그런데 말이야? 괴수화라는 게 각성제로만 뜨는 건 아니더라고? 당장 홍콩 사태만 봐도. 가족을 잃은 시위대가 감염형 개체로 변이해서 미쳐 날뛰었지 않았나?”
“…….”
“헌터 아카데미에서도 천 명씩 각성제 투여하면 꾸준히 서너 명 정도 괴수화한 인재들이 나오는 거로 아는데. 애초에 내가 그쪽에서 보내주는 샘플로 연구를 하니까.”
사실이었다.
괴수화라기보다는, 괴수의 몸에 인간의 정신이 갇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누군가는 거대괴수로 변하고, 누군가는 극도로 위험한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제주도 어딘가에서는 그들을 위한 요양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물론, 헌터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중국, 유럽, 미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었고, 인도적인 절차를 통해 생체실험(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표본채취 활동)이 이뤄지는 중이었다.
육신이 괴수로 변한 이들을 전장으로 내보낸다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하는 법이었으니까.
실제로도 차재균 시절에 괴수화한 실험체들이 탈출해서 시민을 학살하지 않았던가?
바로 그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괴수화 헌터들은 한 명도 활동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심심찮게 보이는 유형이었으나, 아직 국민들은 차재균을 잊지 않고 있었으니까.
일종의 정치적 민감성 문제다.
그러나, 도 박사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런데 말이야. 괴수화라는 건, 마력이 신체와 융합해서, 신체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하는 거란 말이지.”
“그게 괴수 아닙니까?”
“그래. 모든 괴수가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하지. 그러다 보면 조금 겉모습은 무서워지고 그래. 그런데 이건 결국 현상일 뿐이라고!”
도 박사는 검고 길쭉한 손톱으로 이마를 톡 쳤다. 그리고 히죽 웃었다.
“본질을 봐야 하지 않겠나?”
“…….”
“살덩어리, 뼛조각, 그리고 쓸모없는 유기물 덩어리. 이게 인간의 본질이라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지. 인간은 철학과 지성의 총체야. 그렇기 때문에 육신의 틀을 조금만 벗어나도, 그 정신을 유지한다면…….”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도 박사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인간이기를 포기한 거야. 원래는 괴수화되는 속도를 늦추려고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포기하니까 편하더라구.”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손톱을 늘렸다가 줄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저 혼자 신나서 기묘한 포즈를 취했다.
“짜잔!”
“…….”
양일호는 슬슬 이 미친놈과 대화하는 것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슬슬 두통이 치민다. 자꾸 산만하게 구니까 솔직히 짜증 나기까지 했다.
그걸 알았는지, 장 소장이 도 박사를 째려보았고,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버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머쓱하게 웃으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괴수화한 인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몸뚱이를 자기도 잘 모른다는 거야.”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인간적 느낌으로다가 팔을 움직이니까 꼬리가 움직이고. 재채기를 하니까 좀비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다는 거지.”
도 박사는 ‘근데 감염형 개체라는 게 워낙 또 종류가 다양해서 좀비라는 말로 모두를 뭉뚱그려 표현할 수 없다’는 사족을 붙였지만, 양일호는 크게 괘념치 않았다.
중요한 건 이거였다.
“그러니까. 괴수화한 인재들이 자기 몸뚱어리를 인간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해.”
“인간적으로요?”
“망가진 하드웨어에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맞춰주는 거야.”
그녀는 삼각 플라스크에 담긴 약물을 가져왔다. 투명한 색깔이었으나, 뭔가 연기가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당장 나 같은 경우만 해도 입이 어깨까지 내려와서 안면신경을 자극했지. 그래서 주둥아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고통을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팠고 말이야. 이건 잘못된 설계야. 몸뚱어리의 진화를 자기가 통제하지 못하니까 그런 거라고.”
“…….”
“즉, 신경계를 인간 두뇌의 메커니즘에 맞춰 변형시켜야 한다는 거지. 그러면 괴수화한 인재들이 괴수들 특유의 신체변형을 사용할 수 있어.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몸뚱어리를 변화시키고 통제할 수 있다고. 적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종족값의 한계 내에서 말이야.”
양일호는 머리가 좋았고, 덕분에 한 번에 핵심을 짚었다.
“……신체를, 자기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겁니까?”
“그렇지! 바로 나처럼!”
그제야 양일호는 도 박사의 말을 이해했다.
헌터의 세 번째 유형이 나타났다는 말에 대해서 말이다.
도 박사는 히죽 웃으며 플라스크를 흔들었다.
“나는 이걸 변형계라고 이름 붙이겠어.”
* * *
“……말씀은 다 끝나셨습니까?”
“으, 으음. 아마도요.”
“하하, 도 박사가 말이 조금 많긴 합니다.”
텅 빈 청송교도소의 운동장. 밤바람을 맞던 장 소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양일호를 맞이했다.
외진 곳에 있다 보니, 밤공기가 참으로 맑았다.
휘영청 둥근 보름달은 참으로 밝았고 말이다.
“오늘은 밤공기가 참 맑습니다. 사실 항상 맑지요. 그래서 좋습니다.”
“……소장님도 많이 밝아지신 것 같네요.”
말이 많아졌다는 소리였다.
“하하……! 저도 모르게 말할 때마다 자꾸 사족이 붙습니다. 온종일 같이 붙어 다니는 저놈인지 년인지 모를 것이 하도 입이 성화라…….”
교도소에는 범죄자들이 있었다. 생체실험의 두 핵심 부역자. 장 소장과 도 박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평생을 교도소 안에서 연구만 하다가, 언젠가 정부의 필요에 따라 폐기될 수도 있는 운명이다.
“…….”
양일호는 생각한다. 그가 남긴 붉은 발자국을. 그리고 자신에게 남긴 질문을.
이에 묻는다.
왜 그러셨습니까.
왜 민간인을 죽여 생체실험을 진행한 주제에, 민간인을 살리고. 감염자들을 죽이지 말라 전하고.
대체 왜 악당이 착한 척을 할까. 대체 왜 자기가 악당으로 보이냐고 물어봤을까.
어쩌면, 양일호는 이미 그 답을 알지도 모른다.
“…….”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답을 찾아내기에는, 양일호는 용기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었다.
굳이 무언가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너무나도 많이 바뀌어버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동반자가 있고, 그가 책임져야 할 친구의 유산이 있으며, 그가 견뎌내야 할 가혹한 세상이 있다.
이제 와서 선이니 악이니, 그런 유치하고 복잡한 문제에 엮여 봐야, 답이 없다.
그리고 답 없는 문제에 미친놈처럼 들이박는 건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
그래서 양일호는 침묵했다. 장 소장에게 질문을 건네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장 소장에게 다가온 것 자체가, 양일호가 답을 얻어내려 한다는 것의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아까 저보고, 왜 그랬냐고 물어보셨었지요?”
“……예.”
반문인지 긍정인지 모를 목소리로 답했으나, 장 소장은 생긋 웃으며 양일호를 직시했다.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
“왜 사람을 죽여서 국가를 살리고. 대체 왜 악당 짓을 하면서 공무원을 해먹은 걸까요. 연봉도 쥐꼬리보다 못했는데 말입니다.”
장 소장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까끌까끌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침묵 속에 밤바람이 조용히 불어왔다. 머리칼과 옷자락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달빛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어둠 속이었기에 빛나는 불빛이었다.
“국가에 폭력적으로 헌신하는 개인이라. 전체주의는 오랫동안 다루어진 문제이지요. 어쩌면 나치에 충성하던 부역자와 제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하하, 저도 모르게 자꾸 도 박사처럼 말을 하게 되는데. 요지는 이겁니다. 국가가 저를 불렀고, 저는 가서 헌신했습니다.”
장 소장은 연인산 지하벙커에서 생체실험을 주도했다. 그곳에는 청송 교도소의 악질 범죄자들과, 거기에 휘말린 일부 민간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양 의원님이 제게 다소 관심이 있으신 것은 알지만,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저는 꽤나 범상한 인간군상입니다. 영화로 치면 대단한 악당 옆에 붙어 있는 삼류 악당이죠. 국가에 대해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졸개입니다.”
“…….”
“그런데 왜 저보고 국가에 충성하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관성이라는 말밖에 답할 수가 없습니다. 사는 방식을 바꾸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거든요.”
양일호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그 시선에 답했다.
“하지만. 굳이 답을 원하신다면야.”
양일호는, 가장 듣기 싫었던 답을 듣고야 말았다.
장 소장이 생긋 웃는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한 겁니다.”
* * *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들은 이미 그들이 단죄했던 악당들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제는 악당에게 공감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잘 가! 다음에는 빈손으로 오지 말고!”
“항상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 다음에 또 뵐 날이 있으면 좋겠군요.”
청송 연구소를 떠나는 양일호의 발걸음은 너무도 무거웠다.
물론,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있다. 뻔뻔한 권력자가 되어 세기말의 낭만을 향유하는 것이다.
사실, 차재균과 자신들을 같은 선상에 놓기도 조금 그렇지 않은가.
차재균은 군인으로서 자국민 수백을 죽인 것이고, 자신들은 국가를 위해 북한의 60만 시민을 희생시켰다.
서울 사태 당시 북쪽으로 밀어버린 괴수들. 남한으로 넘어온 것을 잡아 다시 북송시킨 탈북자들. 이것들 모두가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
권력자의 숙명이다.
그냥 그리 생각하고, 하드보일드하고, 세련되게 넘어가면 된다.
굳이 이렇게 좀생이처럼 가슴에 남겨두고 끙끙거려봐야, 결국 답이 없는 문제일 뿐이다. 자신만 괴로울 뿐이지.
그러나 양일호의 머릿속에는 도 박사의 말이 맴돈다.
‘살덩어리, 뼛조각, 그리고 쓸모없는 유기물 덩어리. 이게 인간의 본질이라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지. 인간은 철학과 지성의 총체야. 그렇기 때문에 육신의 틀을 조금만 벗어나도, 그 정신을 유지한다면…….’
사람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양심과 도덕을 포기한 채로, 그저 살가죽만 걸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하.”
신경증에 빠졌다.
끝내 무시하던 도덕의 족쇄가 인간을 옥죄일 때.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야 마땅한가.
마땅하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개인? 국가? 세계?
법도가 무너진 세상에서 도덕과 생존 중 어떤 것이 의미를 가지는가.
이성은 본성의 정제인가 속박인가.
사람의 본질은 육신인가 정신인가.
초인은 인간에 가까운가 괴수에 가까운가.
“……씨발.”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그리고 양일호는 길을 걷다 문득 멈추고 욕설을 짓씹었다.
차마 하늘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길바닥에 대고 화풀이를 시작하려던 그때였다.
끼이익-!
검은 에쿠스 한 대가 양일호의 곁에 멈췄다.
그리고,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며 성성한 백발의 중노년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 오랜만입니다! 양일호 의원님.”
“……어, 어? 아니, 여긴 대체 어쩐 일로……?”
“그야 의원님 뵈러 왔지요.”
양일호를 찾아온 이는 석재봉 비서실장.
국무총리와 더불어, 행정부의 2인자 중 한 명이었다.
“저, 이 근처에 오뎅탕 잘하는 집 하나 아는데. 일단 그리로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 * *
“초상관리부는 원래 한승문 장관님이 맡으시는 것을 전제로 짜인 부처입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강력하지요. 연립정권이라는 명분이 있으니까요.”
“…….”
“그런데, 한승문 장관님이 초상관리부로 못 돌아오시게 될 것 같습니다. 근시일에 UN 총회가 잡혀 가지고…….”
“예!?”
양일호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복 와이셔츠에 오뎅탕 국물이 튀었다. 그게 너무 뜨거워서 도로 자리에 앉았지만 마음이 편치는 못하다.
“…….”
UN 총회랑 한승문이 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승문이 초상관리부를 이끌지 못하게 된다는 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애초에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이 적을뿐더러, 그 커다란 권력이 이상한 양반에게 돌아가게 된다면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그러면, 다음 장관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청와대도 지금 비상입니다. 우선, 한승문과 국민당이라는 정치적인 상징성과, 초현상이라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인재가 드뭅니다.”
초상관리부 장관은 국민당의 한승문이여야만 한다. 그게 양판석의 핵심 공약이었고, 국민들 대다수가 바라는 정부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정부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에 석재봉 비서실장이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전문성과, 정치적인 상징성. 이 두 가지를 지닌 동량이 필요한데…… VIP께서 고심 끝에 결정하셨습니다.”
“…….”
“아무래도, 사태 초기부터 한승문재단을 운영하며 길드를 지원했고, 현재 국회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초상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
우리 양일호 의원님이 장관직에 오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
양일호는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고민했다. 물론 평소의 그였다면 가차 없이 거절했을 제안이다.
그는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은 사람이고, 결국 권력을 버리기로 결정한 사람이었으니까.
불과 아침에 국회의원을 그만두겠다고 선포하고 온 참이다. 그리고 그건 고작 하루 만에 뒤바뀔 정도로 가벼운 결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예.”
그는 신경증에 빠졌다.
사람으로 남고 싶은 이는, 선을 넘지 못해 고뇌하는 법이고,
고뇌하는 이는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하겠습니다.”
기묘한 이치다.
SIDE EP
국회의원 양일호의 기묘한 하루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