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163화 (163/296)

EP 26 - 필연적 존재 (5)

[한승문법 大 ‘역풍’. 초상개혁 밀어붙이던 한승문 장관 경질되나?]

: 최근 ‘군산분리법’을 둘러싼 논란에 한승문 장관이 코너에 몰렸다. 정재계의 주요 쟁점은 정부가 헌터 업계를 장악하려 든다는 것. 실제로 한승문법이 통과된다면 국내 PMC들의 목줄을 정부가 쥐게 된다.

이에 수많은 반발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 하나 한승문 장관은 아무런 의사표명 없이 자택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으로 알려진 이호정 원내대표는 ‘대국적 정책’이라며 날선 반발을 이어가고 있으나, 여론의 반응은 영 신통치 못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책임론마저 일고 있는 가운데, 개각을 앞둔 청와대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댓글 : 999+

* * *

「빅토리무니 : 미2친 새끼들이 이제 한승문을 짜른다고 하네」

「돌았습니까휴먼 : 나는…… 잘 모르겠다 이제. 뭔 소린지 모르겠음」

「정공빌런 : 검찰이 헌터 털기 시작한 거는 왜 기사 하나도 안 뜨냐. 개쫄리나 보네 ㅋㅋㅋ」

「정석관 : 한승문이 권력에 눈이 멀어 나라를 말아먹으려 드는구나. 젊은 나이에 출세한 놈들이 다 그렇다만. 실망에 실망을 금치 않을 수가 없다」

「피둘기 : 한승문 이 새끼 존1나 욕먹어놓고 검찰 움직이네 ㅋㅋㅋ 곧 봐라 뭐 하나 터지고 헌터들 줄줄이 잡혀 들어가면서 군산분리법 스무스하게 통과된다. 저 새끼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닌데 뭐 이리들 흥분하심?」

「바다나비 : 올 것이 왔습니다. 장관이라는 중임을 행정경험 없는 정치인이 담당하게 된 순간부터 우리는 이런 정치적인 파국을 예견했어야 합니다.

정부에서 운운하는 초상혁명은 결국 산업구조 개편입니다. 당연히 산업자본과의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경유착이라는 형태로 그런 갈등을 최소화시켰지요. 보통 그걸 상생이라고 합니다. 이번 경우는 전쟁이고요.

일반적인 대중들은 기득권층의 유착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실 기득권층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을 때만큼 심각한 경우가 없습니다.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마찰은 생산성이 없는 마찰입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지켜보셨다면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한승문 장관은 실수했습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며 진행시켜야 할 일을 온갖 협잡으로 밀어붙이다니요?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는 절차일뿐더러, 국력을 이상한 방향으로 소모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상적인 국정이 아닙니다.」

「명란비빔후룹짭 :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이 법 만들겠다는데 문제라도?」

「빅토리무니 : 그래도 난 한승문을 믿는다. 여론이 너무 혼란스럽긴 한데, 한승문은 지금까지 항상 옳았다.」

「판붕이 : 오이오이 재벌 새끼들 엿먹으니까 꼬시다고 왜 말을 못해 www」

「엑윽보수 : 충청도 반지하 원룸에서 4인 가족이 구글지도로 보급스팟 찾는 동안 재벌들은 책상 밑에 졸라 예쁜 헌터 비서 넣어둠 ㅅㄱ」

「냥이노비 : 댓글창 개빻았다 진짜……. 말 가려서 하는 사람이 없네」

「rain293 : 근데 한승문도 미성년자 여고생 비서로 데리고 다녔음. 그거 말하면 대깨한들한테 졸라 욕먹으니까 쉬쉬했던 거지」

「정공빌런 : 걔 이제 성인임. 고로 합법임. 그리고 한승문이 별 볼 일 없는 애를 데리고 다니겠냐? 졸라 쎈 초능력자라는 거 아니야. 빡대가린가 다들」

「rain293 : 예쁘잖음」

「정공빌런 : 그건 인정」

「rain293 : 강한 능력자 필요한 거면 감지윤 손잡고 다니지 굳이 여고생을……? 그것도 육체계 탑클로 불리는 자기 누나를 놔두고……? 이건 각이지」

「dormrwjstk : 정말 어처구니없는 나라가 됐구나! 독재하려고 경제 말아먹는 한승문 머릿속이 정상이냐? 새까맣게 어린것이 국민을 얼치기로 아는구나! 사이버 북괴들은 선동 수작 그만하고 공부나 더하고 오는 것이 옳을 것이다」

「we34t9i8 : 아니 할배요. 한승문이 짜고 친 거라고. 헌터들 장기매매한 거 지금 원옥분이 끄트머리에서부터 털고 있잖아. 이미 게임 끝났으니까 틀딱소리 내지 말고 거국적으로 세금이나 좀 절약하셈 (나가 죽으라는 뜻ㅎ)」

「판붕이 : 장기매맼ㅋㅋ 씨이빨ㅋㅋㅋㅋㅋㅋ 음모론 적당히 좀 제발. 김어준은 느그 선생님이 아니에요 등신샊갸」

「냥이노비 : ……진짜 랜선 뽑아버리던가 해야지. 요즘 인터넷에 정신병자들밖에 없어…….」

「우남정 : 세상이 미친 거다」

「dldn : 속보! 국군이 북한 장전읍 기습!」

「놉맨 : 놉」

「놉맨 : 아니 시발 진짜네」

* * *

국군이 북한 장전읍을 점령했다.

유재경 총리가 총대를 매기로 결정하자, 양판석이 망설임 없이 진행시킨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하룻밤이면 충분했다.

새벽 1시.

진즉부터 훈련을 핑계로 강원도에 결집해 있던 국군이 장전읍을 포위했다. 대다수 병사들은 훈련인지 실전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악전고투로 단련된 지휘관들은 순식간에 금강산 일대를 장악했다.

갑작스런 괴수의 습격으로 일부 사상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유의미한 피해는 아니었다.

새벽 2시.

바다에서도 포위망이 완성되었다. 항구도시 장전읍은 이제 완벽히 둘러싸였다. 군함 위에 있던 염동술사들은 은밀히 밤하늘을 날아 공수부대를 투하했다. 정확히는 그들 본인도 공수부대에 포함되었다.

새벽 2시 15분.

야심한 밤이었지만 장전읍은 그 여느 때보다도 밝았다. 모든 호텔은 시끌벅쩍 연회를 즐기고 있었고, 유흥가와 사창가에선 붉은 조명이 번쩍였다. 덕분에 붉은 피가 흘러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새벽 3시.

소규모 교전이 발발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국군의 습격이 알려졌고, 이에 총화기로 무장한 인민군과 미등록 초인들이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GS 그룹의 쉴드코어는 대인전에도 충분한 실전성이 있음이 증명되었다. 총알은 공수부대원들의 방어역장을 뚫지 못했다.

새벽 3시 35분.

장전읍에 파견된 공수부대는 전원이 초상능력자였다. 그리고 그 중 7명이 설진운과 함께했던 동대문파였다. 그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1년간 생존하면 누구나 인간백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새벽 4시.

장전읍의 모든 장기밀매 커넥션이 무력화되었다. 남은 건 사방으로 도망치는 수백 명의 도주자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국군의 총부리뿐이었다.

새벽 4시 15분.

제주도 일대에서 외국으로 도망치려는 일부 헬리콥터가 격추되거나 억류되었다.

새벽 5시.

A+랭크로 추정되는 염동술사가 난동을 시작했다. 국군에게 생포된 주요 증인들 대다수가 사망했다.

해당 염동술사는 다분히 장기거래의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활동했고, 백인 여성인 것으로 보아 해외 PMC 소속으로 추정되었다.

이에 현장 지휘부는 해당 염동술사에 대한 생포를 명령했다.

새벽 5시 5분.

염동술사(미상/A+랭크)가 치안관보 여다솔(8급/B-랭크)에게 저격당해 즉사했다.

치안관보 여다솔은 생포 명령을 거부한 이유가 민간인의 추가적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하나, 치안관 조정식이 생포 과정에서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 또한 고려했을 가능성이 컸다.

새벽 5시 55분.

‘박멸’ 작전이 종료되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는 국군에서 발생한 32인 뿐이었다. 장전읍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비공식 집계는 민간인 포함 732인이고, 이 중 519명가량의 피해는 A+랭크의 신원불명 염동술사에 의해 발생했다.

염동술사의 활동시간은 고작 5분이었다.

새벽 6시.

엠바고가 풀렸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정부 친화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그러나 검찰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아침 9시.

양판석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 *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젯밤. 국군이 북한 장전읍 일대를 소탕했습니다.』

『그곳은 범죄자들의 소굴이었습니다. 도박과 향락, 매춘의 도시였으며, 수만 명의 시신이 오가는 장기밀매의 온상이었습니다.』

『그러한 장기밀매 시장을 형성한 것은 북한 괴뢰정권이었고, 북한의 독재자 리용수의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북한 국민의 장기가 해외로 반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파악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우리 국민 또한 납치되어 살해되었습니다. 그들의 시신은 독재자의 비자금이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오늘 새벽 장전읍을 소탕함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였습니다.』

『현재는, 국내에서 장기밀매에 관여한 이들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 중에 있으며, 일부 내란세력이 우리 국민을 살해한 뒤 북한을 통해 해외에 장기를 판매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잃었으며, 이 나라의 수도마저도 잃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겼습니다. 이는 우리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정의라 말하고, 양심이라 말하고, 선이라고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바로 우리를 사람으로 있게 하는 가치라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저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록 놔두지 않았고, 이 망가진 땅에 새로운 희망을 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온 세상이 이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겨내고 이겨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양심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요, 정의를 바로 세웠기 때문이요,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를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으로 남기를 포기한 자들입니다. 괴수와 싸우다 끝내 괴수가 되어버린 사람들이며, 악을 필요가 아니라 목적으로 행하는 이들입니다』

『묻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묻겠습니다. 사람이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사람이라면 응당 맞서야 합니다. 사람으로서 응당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일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 한들, 인륜마저도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에 저는 이 순간 엄숙한 마음으로 헌법 제 76조 1항의 규정에 의거하여, ‘이북 5도 행정대집행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합니다. 아울러, 제 47조 3항의 규정에 따라 이를 심의, 승인하기 위한 임시국회 소집을 요청합니다.』

『본 조치는 북한이 정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시, 우리 정부가 대신 그 의무를 다한 이후 북한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일종의 행정대집행을 가능케 하는 조치입니다.』

『이로써, 적어도 행정법 상으로 북한은 대한민국의 행정기관으로 인정받습니다. 또한, 북한이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마다 우리는 이에 개입할 것입니다.』

『이는 현 시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며, 북한은 이제 ‘행정적 종속’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타협안으로 받아들일지, 선전포고로 받아들일지는, 북한의 선택입니다.』

『다만 어떤 선택이 이어지든, 대한민국과 그 선량한 국민들은 언제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헌신할 것이며.』

『정의는 아주 바르고, 공정하며,』

『단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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