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1 - 국경없는 기사회 (7)
1세대 헌터.
사태 초기의 자연각성자自然覺醒者.
대한민국 헌터 업계에서 가장 대우받는 건 1세대 헌터들이었다.
사태 초기부터 활동한 헌터들이니만큼 그 실전경험을 높게 사는 것이다. 대체로 경험과 능력이 비례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최강의 무력집단을 논하자면, 김춘식이 조직한 압구정파 헌터들.
그 중에서도 홍선아를 따라 길드에서 탈퇴하지 않은 강성 김춘식계 세력이었다.
그들은 지옥이 된 서울에서 최대 규모 생존자 조직을 꾸려나갔고, 신분당선을 돌파하며 대규모 전면전과 기동전을 경험했다.
또한. 길드 조직 이후에는 경기 남부에 퍼져나간 괴수를 사냥하는 기동타격대 역할을 수행했고, 서울 내부 원정을 병행하며 마석을 수급했다.
한승문의 공작으로 길드가 해체된 이후에도, 김춘식을 따르는 헌터들은 곧장 이어진 의정부 사태를 경험했다.
그들은 서울 포위망이 무너진 지점을 막아내며 국군의 후퇴를 도왔고, 서울을 관통해 북상하며 의정부 일대의 소요사태를 진압했다.
게다가 얼마 안가 이어진 서울 폭주까지.
그들은 전투의 스페셜리스트였다.
산전수전, 공중전, 지하철전, 유격전, 기동전, 방어전을 모두 경험한 이들이었다.
이런 악전고투를 거쳐온 이들이었으니 손발이 안 맞을래야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안 맞는 양반들은 때려치우고 나갔거나 이미 죽었으니까.
물론 팀워크를 따지자면 서울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은 동대문 캠프의 인원들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이쪽이 더 끈끈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동대문 캠프는 대부분의 전투경험을 캠프 ‘방어’로 쌓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식량을 조달하고,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내부 반동세력을 숙청하고, 약탈자를 사살하는데 특화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춘식계 헌터들의 정체성은,
‘공격대’였다.
그리고 그런 김춘식계 강성 헌터. 그 중에서도 압구정 캠프 초창기부터 정찰조를 맡았던 최고 베테랑 멤버.
조정식 정찰조장.
그리고 저격수 여다솔.
“끼야아아악-!”
“앞에 차! 앞에 차!”
그들은 미칠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 * *
고위 피지컬 각성자가 가지는 공통적인 문제는, 어느 시점부터 몸의 움직임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해결법은 다양했다.
김춘식 같은 경우는 이라크 전쟁 당시, 벙커 안으로 날아오던 수류탄을 개머리판으로 툭 쳐서 걷어낸 경험을 떠올리며, 세상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는 경지를 명상으로만 도달했고,
공격조장 홍선아의 왼팔 역할을 맡던 양반은, 사륜안을 개안하겠답시고 날아오는 야구공의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뚫는 수행을 거듭했다.
그러나 조정식의 해결법은 지극히 단순했다.
몸을 대가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이성이 아닌 본성으로 자신을 통제한다는 편이 더 적절하리라.
그러니까 이게 어떤 의미냐.
믿는 것이다.
자신의 반사신경을.
바로 지금처럼.
끼이이익-!
“흣차……!”
전력질주로 치달리던 조정식은 코너에서 튀어나온 자동차를 폴짝 뛰어넘었다.
생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냥 몸이 저절로 움직인 거다. 얼굴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아채듯이 말이다.
사실 굉장히 무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기 반사신경이 공을 잡을 것을 기대하고서, 야구공 날아오는 곳에 대가리를 들이미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조정식은 이런 습관 덕분에, 자신이 설진운의 검기劍氣를 조금이나마 따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법을 알기에, 칼을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법을 깨우친다고나 할까.
그러나 머리를 써야 할 때도 분명히 있었다.
“치잇……!”
조정식은 잽싸게 멈춰선 뒤, 방금 코너에서 튀어나온 자동차의 범퍼를 발로 힘껏 차버렸다.
서양인 운전자의 비명과 함께 차량이 몇 바퀴 굴러서 뒤로 밀려났다. 그 모습을 확인한 조정식은 다급히 가던 방향으로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쿠우우우웅-!
방금 전 차량이 있던 위치에,
거인의 발이 충격파를 일으키며 내리꽂혔다.
“조장! 괜찮아!?”
“존나 튀어!”
“아라써!”
그들은 거인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들이 콘크리트에 남긴 작은 발자국 위에, 커다란 발자국이 다시금 새겨지며, 그들이 지나간 도로는 반쯤 곤죽이 되어갔다.
여다솔이 문득 소리쳤다.
“갸아아아악-!”
“닥쳐 쫌!”
나란히 달리던 조정식이 소녀를 혼냈다.
“제대로 된 비명 없냐!?”
“하와와!”
“씨발 쫌!”
“꼬우면 조장님이 지르세요! 나도 목아파!”
중학생과 고등학생 헌터가 티격태격 일촉즉발 생사양단 목숨빵 추격전을 거듭하던 그때,
“엌……!”
거인의 발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추격을 포기하는 모양새였다.
놈은 아까 조정식이 걷어낸 차량 운전석에서 기어나온 사람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여다솔이 잽싸게 뒤돌아 소총을 견착했다.
그리고 뒷걸음질로 지금과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기행을 선보였다.
“그러다 자빠져 이년아!”
“잘 보셈!”
타다다당-! 타당-!
소총이 한 차례 거인의 얼굴을 긁었고, 이어지는 2점사가 명중했다.
총알은 거인의 인중에 수염모양 흉터를 남겼고, 여섯 눈알 중 하나를 터뜨려버렸다.
“이게 바로 눈뽕이지!”
“미친년아! 뒤! 뒤!”
“엌-”
해맑게 웃던 여다솔이 근처 카페에서 굴러 나온 와인병을 밟고 홀라당 자빠졌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뒤통수가 깨졌겠지만, 뒤통수가 아니라 아스팔트가 깨졌다.
소녀는 잽싸게 일어나 다시 달려 나가기 시작했으나, 이내 부모와 떨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단말마를 내뱉었다.
“아……!”
그녀의 소총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여다솔의 움직임이 순간 멈춰 버렸고,
조정식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썅……!”
저 K2 소총은 여다솔의 광적인 집착을 받는 물건이었다. 밥 먹을 때나 잠잘 때나 저 총을 껴안고 다닐 정도니 말 다했다.
저 총은 여동생을 구하려 탈영까지 감행했던 그녀의 오빠가 쓰던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유품이었다.
조정식은 여다솔의 눈빛이 허탈감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물론 지금 저런 총 따위를 챙길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조 조장는 고작 17세의 소년이었지만, 지금껏 살아남을만큼 충분히 영특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많이 아는 게 문제였다.
그는 항상 부모님의 피가 묻은 교복을 입고 다니는 기분을 알았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할 무렵, 조정식은 이미 뒤돌아 소총을 주우러 달려가고 있었다.
“썅……!”
인상을 한껏 찌푸린 소년이 소총을 들고서 재빨리 몸을 피했다.
거인이 불과 1초 전까지 소년이 있던 자리를 주먹으로 찍어버렸다.
조정식은 여다솔에게 총을 던져주었다.
그들은 다시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여다솔이 살짝 눈치를 보며 조정식에게 말했다.
“조, 조장.”
“뭐!”
소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다음부터는 안 주워줘도 돼.”
“뭐!?”
여다솔의 입에서 ‘총보다는 네가 더…….’ 라는 말이 튀어나온 순간.
쿠우우우우웅-!
거인이 커다란 보호막에 부딪혔다. 보호막은 곧장 깨져나갔지만 거인의 질주를 멈춰세우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Die-! Motherfucker!"
세상이 밝게 물들었다.
거대한 뇌전雷電이 거인을 한참동안 지져버렸다. 회색 거인은 비틀거리다 이내 털썩 쓰러졌다.
그리고 어벙벙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 조장과 여다솔의 앞에 뤼미에르와 다니엘이 도착했다.
다니엘은 핑크색 고무장갑을 벗어 던졌고, 뤼미에르가 다급히 그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으십니까!?”
조정식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저 새끼 전기 안 먹습니다!”
뤼미에르가 멈칫했다.
“네, 네?”
“아까 우리 팀 전격술사가 몇 번 지져봤는데. 저 새끼 피부가 두꺼워서 곧 일어날 겁니다!”
다니엘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여다솔이 영어로 설명했다.
“노 썬더! 노 노! 썬더 노! 위 캔트 킬!”
아니나 다를까. 거인이 다시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다니엘과 뤼미에르는 도망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뤼미에르의 후광이 빛을 발하며 거대한 보호막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다니엘의 양 손에서 위협적인 뇌격이 파지직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정식이 소리쳤다.
“여기서 싸우면 건물 다 깨집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전부 죽는다.
“일단 뛰어요! 절대 저놈 자극하지 말고!”
거인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네 명의 헌터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거인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금 천지에 진동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간격이 좁아진 지진이 그들의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러나 뤼미에르와 다니엘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피지컬들의 달리기를 따라오지 못했다.
여다솔의 판단은 기민했다.
“업혀요!”
“What……!"
“Abuba! 라이딩 미!"
결국 수염쟁이 서양인은 대한민국 여중생의 등에 업혔다. 육체계 헌터 두 명이 정신계 헌터 두 명을 업고서 한참 동안 도망쳤다.
퍽 우스운 풍경이었으나, 뒤따라오는 거인의 모습을 본다면 웃음이 싹 가실 게 분명했다.
조정식에게 업힌 뤼미에르가 안절부절 못하며 소년에게 물었다.
“혹시 계획 있습니까……?!”
“……70미터 정도 남았습니다!”
“예!?”
“50미터!”
* * *
그들은 계속해서 질주했고,
거인은 그들의 뒤를 따라왔으며,
그러다가 어떤 호텔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였다.
와장창-!
건물 5층의 유리창이 깨져나가며,
커다란 고드름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힘차게 거인의 외골격을 부숴버렸다.
카드득-!
고드름은 거인의 관자놀이에 박혔다.
누군가 못질하는 것처럼 쾅 쾅 쑤셔 박혔다.
매복해있던 염동술사들의 소행이었다.
거체巨體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거인의 눈알들이 초점을 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하나 있었다.
깨진 유리창 앞으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후우.”
배불뚝이 아저씨는 휘청거리는 거인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하나 꼬나물었다. 소싯적에 프랑스에서 영업 좀 뛰었다던 43세의 전직 샐러리맨이었다.
그는 거인의 머리를 향해 담배를 툭 집어던졌다. 담뱃불이 불덩이가 되어 날아가, 고드름을 한 차례 녹였다.
그는 황량한 머리카락을 한 차례 쓸어 넘기고서, 진중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지져.”
곧장 전격술사 두 명이 실력을 행사했다.
섬뜩한 뇌격雷擊이 고드름에 명중했다.
전기가 거인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거인은 쿵- 소리를 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어! 조 조장! 수고했으!”
벙찐 표정으로 거인의 시체를 바라보던 뤼미에르와 다니엘의 앞에, 소싯적에 프랑스에서 영업 좀 뛰었다던 43세 배불뚝이 아저씨가 나타났다.
그는 방긋 웃으며 조정식의 등을 두들겼다.
“욕 봤다!”
“……하아. 앞으로 이런 거 시키지 마십쇼.”
“다 믿으니까 이러는 거지! 어디보자. 요놈이 끝인가?”
뤼미에르가 아저씨에게 정보를 전했다.
“거인은 총 4마리입니다.”
“그럼 이제 두 마리만 더 잡으면 쓰겄네!”
“예?”
“지금 잡은 게 두 마리쨉니다! 하하!”
혹시 모를 육박전을 대비한 비상대기조였던 박 팀장이, 팀원들을 데리고 1층에서 걸어 나와 아저씨에게 핀잔을 주었다.
“떠들지 말고 빨리 이동하시죠. 인명피해 줄이겠다고 유인작전까지 써놓고서.”
“하하! 알았으! 알았으!”
박 팀장은 넉살좋게 웃는 아저씨를 보며 피식 미소 짓고서는, 뤼미에르에게 사무적인 말투로 질문했다.
“두 마리만 더 잡으면 되는 겁니까?”
대답은 뒤쪽에서 들려왔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도연이었다.
피투성이의 그녀는 무심히 툭 내뱉었다.
“우리도 오는 길에 두 마리 잡았거든요.”
* * *
“이야아, 씹새끼들, 저거 다 한통속이라니까?”
소싯적에 프랑스에서 영업 좀 뛰었다던 43세의 배불뚝이 아저씨가 소파에 퍼질러 누워 리모콘을 까딱거렸다.
“뭐시기, 뭐냐, 우리가 호텔 바꿔달라 했었지?”
“예.”
“근데 프랑스 정부에서 안 바꿔줬지?”
“예.”
“언론은 그거 가지고 우리만 욕했잖어!”
“예.”
“지금 보니까 다 짜고 쳤던 거구만!”
조정식은 무심한 표정으로 43세 배불뚝이 아저씨의 열변을 청취했다,
“저……! 저 봐라!”
잔뜩 흥분한 아저씨는 리모콘으로 TV를 삿대질했다.
TV에선 연신 헌터들의 영웅적인 활약을 보도하고 있었다.
물론 한국인 헌터는 아니었다.
[……노아 뤼미에르, 다니엘 웰링턴, 르윈 슈미트체바를 비롯한 헌터들의 분전 덕에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
[……게이트는 4기의 대형종을 배출하고 곧장 사라졌습니다. 조사국은 이번 인스턴트 게이트를 A급으로 분류한 상태이며-]
[……영국 남부에 예측된 대재앙의 전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대기중 마력의 응집과정에서 인근에 이상현상이 발생-]
아저씨는 성내며 TV를 삿대질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조정식은 뚱한 표정으로 답했다.
“전 프랑스어 모르는데요.”
“아니 임마! 그래. 저, 저, 화면 좀 봐라!”
화면에 나오는 자료화면들은 모호한 편집을 거친 상태였다.
프랑스군의 헬기가 거인들의 시체 위를 빙빙 돌았고, 뤼미에르의 거대한 보호막이 거인 앞에 세워졌다.
특히 다니엘의 뇌격이 거인을 지져 버리는 부분은 언뜻 그가 거인을 한 방에 제압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료화면이 끝나고, 인터뷰가 이어졌다.
아나운서가 산뜻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무려 거인 2기를 사냥한 웰링턴 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프랑스 시민 여러분. 다니엘 웰링턴입니다.]
화면 속 다니엘은 여전히 메탈밴드 프론트맨 같은 차림에,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그나마 방송용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며 치를 떨었다.
“저, 저……! 누가 잡은 걸 지들 공으로……!”
그러나 아저씨가 그러든 말든, 인터뷰는 퍽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아, 그리고 말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이거 다 헛소립니다. 한국인들이 4마리 다 잡았어요. 우리는 뭐 한 거 좆도 없습니다.]
[……네?]
[그러니까 이 역겨운 마이크 치우세요. 이 개 같은 새-]
뚜욱-!
화면이 암전됐다.
아저씨는 멍한 표정으로 리모콘을 떨어뜨렸고, 조정식은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을 깜빡였다.
“으, 으아아아! 다들 집중-!”
아저씨는 곧장 소파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치며 헌터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호텔 휴게실은 곧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피채원은 사뭇 진중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서,
입을 가렸다.
그러나 여도연은 분명히 보았다.
피채원의 손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그 입꼬리를.
차마 손으로 가리지 못한 미세한 눈웃음을.
"……."
그리고, 언뜻 동생을 연상시키는 음습한 그 미소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