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112화 (112/296)

EP 19 - 칼은 몸이 아니라 맴으로 쓰는겨 (6)

세종시 정부청사에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리로 출근하는 공무원들이라면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하리라. 그리고 공직사회의 정점이었던 유재경 총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관리대장 17호 가져와! 빨리!”

“박선종 서기관님 계십니까아-!”

“여보세요? 네! 네! 공문 받았습니다!”

검은색 에꾸스에서 내린 유재경은 그 게으르기 짝이없는 공무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부산에 게이트가 열렸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재경은 자기보다 훨씬 큰 보좌관을 째려보며 쏘아붙였다.

“야. 뭐야 이거?”

“저, 저도 잘......”

보좌관은 어리둥절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다. 유재경은 탐탁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총리 집무실로 향했다.

복도는 로비와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공무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유재경이 집무실에 들어선 순간.

“이, 이이...! 뭔...!”

아침나절부터 책상 위에 산처럼 쌓여있는 협조공문들을 확인하고서. 유재경은 잠이 싹 달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유재경이 성큼성큼 걸어가 서류더미를 헤집었다. 어떤 새끼가 아침부터 세종시를 뒤집어 놓았는가. 그 범인은 곧장 눈에 들어왔다.

모든 공문 밑에는 같은 서명이 적혀 있었다.

초상관리부 장관, 한승문.

* * *

“재밌네. 진행시키세요.”

“어어.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대로도 나쁘진 않네요. 진행하죠?”

“충분해요. 진행합시다.”

“괜찮네. 진행시켜.”

요즘 한승문이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이었다.

갓난아기가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일단 입에 집어넣고 보듯, 한승문은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을 일단 진행시키고 있었다.

살짝 눈이 돌아간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죽어나가는 건 아랫사람들이었고, 의원실 인턴비서 유재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가 유재석이야 뭐야...!”

쏘옥 - !

그녀는 침음성을 흘리며 책상 구석에 다섯 번째 종이컵을 쌓았다. 하루에 커피 다섯 잔을 마시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는 노동이다.

“끄아앙...!”

아버지를 닮아 149cm의 단신이었고, 어머니를 닮아 워낙 동안이었기에, 언뜻 아동노동착취로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다.

유독 어린 생김새만 빼면 그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실제로도 그런 취급을 받았고 말이다.

그러나,

인턴비서 유재영에게는 커다란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따르르릉 - !

“네! 한승문 의원실입니, 어? 아빠?”

[재, 재영아...! 일은 좀 괜찮니...?]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유재경 국무총리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 때문에. 의원실 인턴비서가 대한민국 국무총리에게 신경질을 내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진풍경이 펄쳐졌다.

“업무시간이야...! 끊어...!”

[어, 자, 잠깐. 재영아-]

아버지가 국무총리라는 것은 절대 밝힐 수 없는 금기사항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정확히는 어쩌다 보니 면접에 붙어버렸다.

괜히 떠벌리다가 들키면 유재경이 스파이를 넣었다는 오해를 사거나, 자식 인사청탁을 했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었고, 어쩌면 한승문과 정략혼을 시키기 위해 딸을 꽂아 넣었다는 추문도 생길 수 있었다.

적어도, 정권실세 사무실 인턴비서의 아버지가 국무총리라면, 보통 우연의 일치보다는 권력의 음습함과 폐쇄성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렇게 한승문이 피해를 입는다면 그 분노의 화살은 그녀의 아버지에게로 돌아갈 게 뻔했다.

그렇기에 유재영의 직장생활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어. 재영 씨?”

“넵!”

한승문의 가벼운 손짓에 유재영은 쏜살같이 달려나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신거렸다. 살짝 비굴한 모습이었다.

“총리님한테 괜찮은 시간에 연락 달라고 전해주세요.”

*

선거철에 종종 유재경과의 밀회가 있었던 으슥한 한정식집.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유재경에게 본론부터 들이밀었다.

“우리 대기업들 기술발전이 눈부시더군요.”

“......예?”

나는 칼잡이가 하나 필요했다.

재벌들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는 망나니가 말이다.

“헌데. 제주 연구단지에 기반기술이 부족합니다.”

뒷말은 생략했다. 상당히 위험한 소리였으니까.

다행히도 이 베테랑 고위공무원은 이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자신의 포지션까지 말이다.

“......하기야. 육상선수들 모아놓고 짚신부터 짜게 만들 수는 없겠죠.”

그러니 대기업을 조져서 기술을 토해내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 일의 적임자는 단 하나 뿐이다.

전직 기획재정부 장관,

공정위와 금융위의 명령권자.

게다가 원옥분 정권 출신 항장降將.

재벌 조지는 칼잡이로는 유재경만한 인사가 없었다.

유재경은 원래부터 대한민국 경제를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재벌들과의 마찰이 잦았다. 실제로 청문회 당시 낙마 소리 나올 정도로 폭행당했다.

주로 보좌관 갑질 논란, SNS 막말이 살짝 있었다. 문제는 그게 9시 뉴스에 나왔다는 거다. 유재경은 청문회장에서 고개까지 숙이면서 총리가 됐다.

이는 언론이 이제 원옥분 시절의 엄혹한 언론통제에서 벗어나, 모두가 힘을 모아 양판석을 당선시킴으로써 자유를 얻었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자유는 펜대를 놀려 입금을 받을 자유다.

즉. 유재경을 멍석에 말아버린 건 재벌들이었다. 총리를 불구자로 만들어놔야 정책 추진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기네가 편하게 사업을 하니까.

그러니.

상처입은 강아지를 충동질하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조금만 건드리면 독기품은 미친개로 변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한풀이도 좀 하셔야지요?”

“......아니, 뭐. 그러고야 싶긴 합니다만.”

“하기야 뭐. 우리 기업들이 오죽 대단합니까? 삼성 사이오닉, SK 이노베이션, 그리고, GS 마석사업부까지.”

GS란 말에 유재경이 움찔거렸다.

그의 역린이 바로 천금순이다. 대기업들 간 인수합병 전쟁을 촉발시켜서 우량기업들을 거진 불구자로 만들어놓은 게 누구였는가?

지 돈 벌려고 한국경제에 깽판을 쳐놨으니 좋게 보일 리가 있나.

물론 나나 이 양반이나 그때 암묵적(반쯤 적극적)으로 협조하긴 했으나, 정치인은 자기 나와바리 관련해서는 초 단위로 마음이 바뀌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유재경 입장에서 천금순은 대한민국 경제를 갉아먹고 다니는 미친 토끼였고, 당장 잡아 처넣어야 하는 경제사범이었다.

“아니, 뭐. 산업은행, 공정위, 금융위. 많지 않습니까? 눈치 없는 양반들은 아니니 시그널 좀 보내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보복이 두렵진 않으십니까?”

그래서 책임 분산시키려고 당신한테 맡기는 거다.

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그저 미소지었다.

때로는 이유가 아닌 핑계가 필요한 법이었으니.

“총리님께서 책임지실 리는 없을 겁니다.”

“......그 말씀은?”

“전부 VIP 지시니까요.”

책임 안 져도 된다는 소리에 이 베테랑 공무원의 입꼬리가 그제서야 씨익 올라갔다.

“......금융위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유재경이 고급스런 금테안경을 살짝 치켜 올렸다.

“유권해석 어떻게 하냐에 따라 지나가던 애새끼도 탈세로 잡아넣을 수 있으니까요.”

독기 품은 공무원의 눈동자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국세청 선에서 정리 가능합니다.”

*

[자네 미쳤나!?]

전화기 너머 양판석이 모처럼 언성을 높였다.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

나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사무실 구석 TV를 살폈다. 아나운서가 유명 연예인 이 모씨의 각성과 그 영웅적 행적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물론 뉴스 자막에는 연신 ‘세무조사’, ‘압수수색’ 같은 험악한 단어들이 재빨리 스쳐 지나가는 중이다.

“......거어. 혈압약 챙겨드시는 분이-”

[내가 초상개혁 추진하랬지 언제 대기업 조지라고 그랬나!?]

“대선 때 돈이라도 받으셨습니까? 왜 이리 예민하세요?”

[아침부터 전화받느라 난리도 아니야 지금!]

역시. 언론과 재벌의 빠방한 지원으로 당선된 대통령다운 행보였다. 나는 느물거리며 넘어갔다.

“......에이!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장사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나중에 돈으로 돌려주면 좋아라 하겠죠. 개혁 끝나면 마석수입 늘어날 텐데 그때 갚으면 될 겁니다.”

[그래. 아무튼 나는 충분히 말렸네!]

“누가 물어보면 대통령님이 저한테 화냈다고 그러겠습니다.”

양판석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았다.

[그렇지. 아무튼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째깍째깍 연락하고.]

“넵.”

[그나저나 기술 좀 받겠다고 모가지 쪼이는 건 너무 폭력적인 방식 아닌가? 적 만드는 방식으로 정치하면 나중에 곤란해져.]

“큰 고기 잡으려면 물을 흐리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호오......]

- 똑 ! 똑 !

역시 양반은 아닌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손님이 왔네요.”

[그래. 수고하게.]

양판석이 전화를 끊자, 나는 가볍게 손짓했다. 보좌관이 문을 열었고, 하얀 정장을 차려입은 여자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익숙하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처럼 나긋하지는 않았다.

“아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요...?”

“어어, 천 사장님. 세무조사 받으셨다면서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손짓으로 보좌관을 물리자, 사무실은 두 사람의 밀실이 되었다..

나는 구석에서 따뜻한 율무차를 타기 시작했고, 천금순은 잔뜩 심통난 표정으로 소파에 주저앉아 손톱을 뜯었다.

“저는 국민당 라인이었잖아요... 이건 아니지!”

“미안하다니까요. 글쎄.”

평소보다 더 울상이 된 천금순이 검은 자수가 수놓인 스카프를 거칠게 풀어 던지며 잉잉거렸다.

“선거 때 200억을 부었는데!”

“왜 뵐 때마다 숫자가 늘어나죠?”

“들켰네요. 아무튼!”

천금순이 나를 째려보며 팔짱을 꼈고,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그녀에게 율무차를 내밀었다.

“VIP께서 재벌들 기강 좀 잡아야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영감님은 이거 다 한 장관님 독단이라고 하시던데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거.”

“......”

“제가 뭔 힘이 있다고 재벌을 조집니까?”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지만 천금순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입술이 샐쭉 튀어나온 것을 보니 분명했다.

뭐. 그녀가 어찌 생각하든 딱히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GS 그룹을 지켜줄 수 있는 동아줄이 나 뿐이라는 거다.

나는 능청스레 미소지었다.

“아, 오신 김에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안 들을 건데요.”

“돈 되는 일입니다.”

“말씀하시죠.”

“GS 아이기스 관할지역이 지금 어디였지요?”

각 길드에게는 관할지역이 배당된다.

정확히는 그 지역 괴수들이 필요 이상으로 불어나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이다. 그 지역에 대한 방위책임도 살짝 부담하긴 한다.

즉, 그 지역에서만 사냥하며 마석을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마석이 돈이 되는 세상이니 관할구가 넓을수록 기업규모와 수익이 커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관할구 선정은 초상관리부 담당이다.

그리고 GS 같은 경우는.

“......영월, 삼척, 정선, 평창, 강릉이요.”

대충 강원도 남부 즈음이었다. 충청방어선 주력부대와 밀접하고, 괴수도 한산하지만 꾸준히 공급되는 노른자땅이다.

내가 그녀에게 준 가장 큰 혜택이기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관할구 좀 늘리실 생각 없습니까?”

“......너무 많으면 위험한데요. 헌터 수랑 딱 맞는 상황이라.”

“헌터야 새로 뽑으면 되죠.”

“......어디 주실 건데요?”

“글쎄요. 대충...”

내가 방긋 미소짓는 것을 본 천금순이 불길한 예감을 감지했는지 몸을 흠칫 떨었다.

허나. 도망치기엔 늦었다.

“프랑스?”

*

하얀 정장과 세련된 스카프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천금순이, 뭔가 되게 오글거리지만 멋있는 포즈로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장식했다.

그녀의 컨셉기사는 대략 이러했다.

[방위대행사 출범! GS 대규모 사업확장.]

[GS 방위대행사, 최초의 국제 PMC로 발돋움!]

[2세대 헌터 대규모 채용, 46조 9,600억 투자!]

차라락 - !

신문을 접어 테이블에 올리자, 건너편에 앉아있는 청중엽 제주도지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얼굴만은 참 잘생긴 미중년이다.

그는 내가 건넨 사업계획서를 들고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라...”

“어떻습니까?”

“.....하하하!”

청중엽이 부드럽게 웃었다. 아줌마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재촉했다.

“말이 첨단기술단지지. 동북아의 실리콘벨리를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기획해놓고. 결국 아파트만 짓고 있지 않습니까?”

“부끄럽습니다만 그렇지요.”

“차라리 이번에 일부 부지에다 초상연구본부 들여놓은 김에. 아파트 구역도 싹 헌터 연구소랑 아카데미로 개조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제주도 땅 구하는 게 여간 힘들던지요. 지사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청중엽은 내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그, 죄송합니다만, 첨단과학단지 사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라는 특수법인에서 추진 중입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인데......”

자기 소관 아니니까 옆 부서로 가보라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변명 겸 완곡표현이었으나-

“......하하하! 그런가요?”

“하하하...”

“그런데 말입니다. 지사님.”

나한테는 안 통했다.

“거기 이사장 임명하신 게 누굽니까?”

“......허허허허!”

“아하하하!”

청중엽은 잘생긴 미소로 느물거리며 넘어가려 들었지만, 나는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나는 그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도지사님께서 워낙 인망이 출중하셔서. 따르는 사람이 참 많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인망이 아니라 권력이 출중한 거다.

제주도는 기초단체장을 도지사가 임명하고, 자치경찰도 도지사 명령이 대통령령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다.

즉, 제주도는 완벽하게 도지사의 나와바리인 것이다. 도지사에서 시작해서 도지사로 끝나는 곳이 제주도다.

나는 은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사님 도움만 조금 있으면......, 일이 참 수월해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청중엽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완곡표현을 줄줄 읊었다.

“물론! 저야 우리 장관님 도와드리고 싶은 말씀은 굴뚝같습니다만......”

청중엽은 정말로 아쉬운 표정이었다. 적어도 표정은 그랬다.

“사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다보니. 저 혼자 이런 사안을 판단내리기가 힘든 면이 적잖게 있습니다.”

재벌들 눈치가 보인다는 소리였다. 이제는 대한민국 재벌 중에 제주도에 안 사는 사람이 드물어질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아랍이나 중국 쪽 재벌들도 제주도에 꽤 많이 들어왔다. 물론 적당한 ‘애국심’을 표하고서 말이다.

그러니 청중엽은 대한민국 최고 부유층들의 이권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애초에 이 사람 지지기반 중 하나가 전경련이다. 이쟤용이랑 매일 저녁밥 먹는 사람이 청중엽이었다.

그리고.

재벌들 입장에서는 옆동네에 왠 인간병기들 데려다놓는 것보다는, 아파트 무지하게 지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값으로 돈놀이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할 게 뻔했다.

그러니.

동북아의 실리콘벨리를 꿈꾸는 제주첨단산업단지의 방대한 땅덩이에다가 왠 아파트나 짓고 앉아있는 게 지금 현실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그게 내 알 바는 아니라는 거였다.

“요즘 세상에 아파트 철거야 쉽죠. 짓던 거 싹 스톱시키고, 헌터 시설 지읍시다.”

“......하하하!”

“제주 자치경찰 증설법안 계류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하하하.”

“......”

“......말씀해보시죠.”

다시 말하지만. 제주 자치경찰단은 도지사의 명령을 들었다. 한국은 경찰청장이 경찰권력을 틀어잡은 중앙집권형 체제였으나, 유일한 예외가 바로 제주도였던 것이다.

일종의 지방자치다.

원래는 관광객들이 하도 많아서 교통질서 잡으려다 그런 편성이 생기게 된 것이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 역할이 아주 달라지겠지.

애초에 제주도 인구가 3배 이상 폭등하고, 정부와 기업의 핵심시절이 제주도로 대거 이전된 이상, 경찰법의 개정은 꼭 필요한 사안이었다.

문제는.

“지금 두 달 동안 법안이 붕 떠버린 상태 아닙니까?”

“......그렇지요.”

국회에서 제주자치경찰을 경찰청장 밑으로 돌려놓느냐, 도지사 밑에 그대로 냅두느냐가 논의중이라는 거다.

청중엽이 아무리 용을 써도 국방당의 반대 때문에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제주도 경찰의 증설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단 두 명뿐이었다.

한 사람은 양판석 대통령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지사님은 아파트가 좋으십니까? 초인시설이 좋으십니까?”

누구겠는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