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8 - 웰컴 투 코리아 (1)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나라가 파괴되었고, 각성자들이 등장해 괴수를 막았다.
그리고 정확히 1년이 지났다.
* * *
코드네임 청와대.
부산 지하의 거대벙커.
북한과의 전쟁을 대비한 이 충무시설에는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다.
응접실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라, 이곳은 지하 200m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안락하고 화사했다.
나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입을 열었다.
“초상관리부의 주요 업무는 아마 입법이 될 것 같습니다.”
“입법이라......”
내 말을 곱씹던 양판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국회에게 입법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
보통 국회를 입법부라 부르고, 정부를 행정부라 부른다. 그러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초상관리부라는 양판석 행정부 핵심부처의 주업무가 입법이라니. 그것도 삼권분립 국가에서 말이다.
그러나.
“뭐, 하던대로 하는 거죠.”
한국은 원래부터 정부가 법을 만들던 나라다. 정부입법이라는 제도도 있고, 청부입법이라는 편법도 있다.
투견장에서 고상한 클래식 문화생활을 기대하는 게 어렵듯, 국회에서 실정현안에 알맞고 합리적인 법안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사실 정부에서 제출한 법안도 국회에서 물고 씹고 맛보고 즐기면 초안 비스무리한 게 출력되긴 한다만. 뭐, 민주주의가 다 이런 거지.
어차피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었다.
중요한 건,
“초상관리부가 기틀 내부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기틀을 만들면서 일해야 하는 부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초상관리부의 주요 업무가 입법이라는 거다.
나는 그를 바탕으로 한 초상관리부의 초안을 내밀었다. 양판석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어디보자. 국제 1 차관. 국내 2 차관. 초인지원청장. 초상연구본부장?”
“4차관 체제입니다.”
국제 1 차관이 국제행정.
국내 2 차관이 국내행정.
초인지원청장이 현장실무.
초상연구본부장이 연구를 담당한다.
양판석이 보자마자 대충 와꾸를 짜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거의 본능적인 정치질이었다.
“국제 1 차관에는 외교부 장관 출신을 꽂으면 되겠군. 그리고 실국장은 산자부 통상교섭본부 엘리트들로 데려다 놓고.”
“예...? 전 장관을 차관으로 꽂아도 됩니까?”
“그래야 파워가 세지. 무역하고 국제협력 담당하는 거 보니 외무공무원들이랑 드잡이질 좀 할 것 같은데. 국제기구 창설 소리도 나오는 판에 인맥이랑 직위로 찍어 눌러야 하지 않겠나?”
“아, 예. 감사합니다.”
“......으음. 좀 애매하긴 한데. 국내 2 차관은 국내기업들 상대하니까 산자부 출신 장관 데려다 앉혀놓고. 과학기술부랑 중소기업부 출신 실국장들로 편성하면 적당할 것 같구만.”
"산자부 장관을요?"
"산피아라고 들어봤나? 산자부 출신 공무원들이 재계로 가는 경우가 많아. 인맥으로 잘 구슬리면서 처리하기에는-"
"아뇨, 산피아는 압니다만. 사태가 초기이고, 세상이 혼란할수록 기강을 좀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공정위원장 출신은 어떻겠습니까?"
"너무 기업에 적대적인 스탠스 아닌가?"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합니다. 재벌과 정부 관계를 이 기회에 역전시켜야 합니다."
“좋아. 그리 하지. 아무튼 초인지원청장은 생각해본 사람 있나?”
“순발력 있고, 판단력 좋고, 카리스마 있고, 사람 쓸 줄 알고, 애국심 있고,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변화에 유연한 사람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허어, 그런 사람이 누가 있는데?”
“딱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만. 이미 대통령을 하고 있는 바람에......”
“요, 요, 이 사람 보게.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능력있는 사람은 안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그냥 무난하게 치안정감 급 경찰공무원 하나 세우지.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이야. 눈치 좋고 빠릿빠릿하고. 대신 권력욕이 좀 있는데 초인, 검사, 군인, 경찰 섞어 놓으면, 파벌싸움 말리고 헌터협회랑 드잡이질하느라 아래에서 치이고. 그 와중에 자네가 위에서 또 갈구면 정신도 못 차릴 거고......”
“어, 으음......”
“원래 중요한 자리는 강단있는 사람이 아니라 살짝 만만한 사람을 세워놔야 편히 갈구는 게야. 그래야 자네가 조직을 장악할 수 있고 말이야."
"넵. 알겠습니다."
"어쨌든 뛰어난 중간관리자는 그 다음에 세우는 게 맞아. 처음부터 세워놓으면 조직 틀어잡고 개긴단 말이지...... 그래서 연구본부장은?”
“천화란 박사님으로 생각 중이었습니다만. 출산 직전에 몸살까지 난지라......”
“아니, 아니. 본부장은 연구진이 아니라 행정가야. 천 박사는 수석연구원으로 세워서 의학팀 지휘하게 하고. 본부장은 좀 무게감 있는 인물로 해야지.”
“어느 정도면 괜찮겠습니까?”
“예전에 보건복지부 장관 해먹었던 대선주자.”
“아.”
“어차피 국정원 초인청 사이에서 중간 관리자 노릇하느라 정신도 못 차릴 게야. 그 양반을 중간 관리자 겸 총알받이 겸 행정가로 두고. 천 박사한테는 편하게 연구원 노릇이나 시키게.”
“아, 그리고 도박사 말씀입니다만......”
“아, 그 인재. 청송교도소에 있다지?”
“네. 장소장이라고 전직 국정원 요원 하나랑 같이 있습니다.”
“어차피 양지에서 못 쓸 인재들이면. 기밀연구 맡기면서 어둠 속에서 굴리게. 국정원장에게는 내 말해두겠네.”
“감사합니다.”
그 후로도 신중한 태도의 양판석이 몇 가지 질문을 던져왔다.
“그런데 왜 1 차관 2 차관 밑에, 제 1 정책국, 제 2 정책국이 구분되어 있지?”
초현상이라는게 처음으로 등장한 분야니까 관련법안을 죽어라 뽑아내야 할 것 같은데, 실무진 의견 반영해서 법안 뽑으려면 하나로 부족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실무 진행하다 막히는 거 있으면 째깍째깍 법 만드는 게 수월하지 않겠는가. 괜히 옆 부서 가서 결제 받아올 시간에 법 만들어 올리는 게 낫다고.
이에 대한 양판석의 대답은 간단했다.
“둘 사이 컨트롤할 자신 있고?”
“장관 직속으로 초상법제자문관 하나 두고서 30인 정도 부서를 세울 겁니다. 엘리트 법조인들이 1, 2 정책국에서 올라오는 법안들 취합해서 정리하면, 제가 도장찍고 정부입법 쏠 생각입니다.”
“누구 세울 건데?”
“......대법원장님 임기 끝나셨다면서요?”
이건 사실 솔직히 반쯤 미친짓이긴 했다. 1급 공무원에 전직 사법부 수장을 세워놓는 거 말이다.
게다가 지금 대법원장은 양판석 동기다.
그래서 살짝 찔러보는 셈으로 말해본 건데.
“......미친놈이나 떠올릴 법한 발상이군.”
“역시 그렇습니까......”
“자네밖에 못할 생각이기는 해.”
“예?”
“조금만 더 그림을 소프트하게 그려보자고......”
양판석이 조심스레 턱을 쓰다듬었다.
“뭐, 어차피 그 양반이야 나랑 평생 본 인간이니까 직위 좀 낮춘다고 불평은 않겠지. 어차피 집 가서 안 팔리는 변호사 개업할 바에는......”
“......아뇨. 아뇨. 이거 무리수 아닙니까?”
“무리수 맞아. 사상 최초고. 그러니까 다들 주목하겠지. 그러니 거기서 관심 듬뿍 받으면서 실적 좀 쌓고 다음 총선 나가라고 하면 거절할 양반은 아니니 걱정 말게.”
“차라리 대통령 직속 초상법제자문위원회 설치하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꽂는 건 어떻겠습니까?”
“......뭐?”
“아니, 뭐. 옛날 MB 때도 국무위원 숫자 채운다고 특임장관 세우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헌법상 국무위원 숫자 15명 채워야 하는데. 초상법제자문위원회 같은 데 하나 만들어서, 초상관리부 입법에 도움 좀 주시면 어떨까......”
“......그림 나오는군!”
“감사합니다.”
양판석과 나는 그렇게 지하벙커에 오붓이 앉아 천천히 국가의 기틀을 하나하나 다듬었다. 커피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는데, 말 한 마디마다 짙은 권력이 배어나오는 시간이었다.
마침내.
양판석이 만족스레 웃으며 볼펜 범벅이 된 서류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그나저나 부서명에 초상이란 단어는 뭐 이리 많은가?”
그거야 뭐.
“원래 정권별로 미는 단어가 있지 않습니까?”
이 또한 일종의 프레임이다. 우리 정권 컨셉이 이거라는 홍보에 가깝다. 방법도 간단하다. 대충 부서명에다 단어를 막 쑤셔 박으면 된다.
내가 대충 기억하는 것만 보면, 박근혜 정권 때는 ‘창조’, 문재인 정권 때는 ‘혁신’, 유재광 정권 때는 ‘민생’이었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답했다.
“우리는 초상이죠.”
“하여튼 이쪽 대가리 굴리는 건 자네가 참 믿음직하단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각하.”
“각하라...”
“혹시 불편하십니까?”
“으음......”
양판석이 잠시 침음성을 내뱉었다.
원래 민주당계 정치인들은 각하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가지곤 했다. 역사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아는 양판석이란 사람이 그렇게 반권위주의적인 사람은 아닐 텐데.......
그는 내게 권고했다.
“사석에서야 어찌 부르든 자네 마음이지만, 공석에서는 내게 각하라고 부르지 말게. 적어도 자네만큼은 말이야. 오히려 가끔 나한테 들이받기도 했으면 좋겠어.”
“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양판석은 옅은 눈웃음과 함께 은밀히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나를 너무 깍듯하게 대하면 사람들이 허수아비인줄 안다고. 뭐어, 장관이란 자리가 원래 대통령 허수아비 노릇이긴 하다만, 자네는 조금 독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라. 이 말일세. 그러라고 있는 연립내각 아닌가?”
“......아.”
그 애매한 주문의 요지는 이러했다.
“자네의 정치적 성과를 나한테 돌리지 말라. 뭐. 이런 얘기지.”
“......”
“나야 뭐 대통령이 정치인생 마지막이라 인기 좋아봤자 아무 쓸 데 없어. 오히려 공을 자네가 먹고 과를 내가 먹어야 내 노후가 편해지는 게야.”
“......”
“무슨 소리인지 알겠나?”
*
세종시 정부청사가 제주도로 이전할 것이라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세종시 정부청사는 세종시에 남았다.
바로 위쪽이 평택이고, 그 위쪽이 괴수 점령지다. 그리고 정부의 대부분을 세종시에 박아놓는다는 건 호랑이 아가리에 얼굴을 내놓는 격이다.
그러나, 이는 배수진이었다.
서울에서 1km라도 멀수록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모든 국민들이 제주도로 도망치는 것을 일생의 소원으로 삼았다. 공항에는 밀항하려는 사람들이 넘쳐 항상 군인들이 총부리를 들이밀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세종청사를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으로 옮긴다면. 정부가 국민을 버리고 도망치는 거라고 비난받을 게 뻔했다.
물론 오히려 공공의 생존을 위해선 정부가 남쪽으로 가는 게 더 유리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민주주의라는 게 그렇게 이성적인 통치방식이 아니다.
그러니 결국, ‘진짜’ 중요한 기구는 전국에 있는 지하 충무시설에 박아두거나, 정부대전청사로 이전시키고, 나머지는 정부세종청사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참고로 제주도 지하에 새로운 정부청사 짓고 있다는 건 1급 국가기밀이다.
어쨌든.
그런 속사정 때문에 나는 정부 세종청사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영화관을 연상시키는 강당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문을 읽어내렸다.
“많은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겨냈습니다. 그래서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땅에서 살아갈 겁니다. 이는 군인들과, 초인들, 그리고 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믿어주신 국민 여러분의 덕입니다.
제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는 국민 여러분의 선택이었고, 이 초상관리부를 만들고 저를 세우신 것 또한 국민 여러분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에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초상관리부의 차관급 부서는 일단 4개로 결정됐다. 휘하 공무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전직 외교부 장관, 전직 공정위원장, 서울지방경장청장까지.
게다가 임기 막 끝난 대법원장이 장관급 초상법제자문위원회에서 서포팅하고 있으니 이 부처를 막을 조직은 없다고 봐야 했다.
게다가 기본적인 업무 스타일이, 법 안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법을 만들면서 일하는 식이었다. 오죽하면 초상정책국이 제 1국, 2국으로 나뉘어져서 차관 두 명 밑에 각각 있겠는가.
개발독재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 조직이었으나 정당성마저도 너무나 민주적이라 누구도 건드릴 수 없었다.
나는 연설을 이어갔다.
“우선, 경제부터 살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생활수준을 돌려놓겠습니다.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과, 마석사업을 주도하는 대한민국이, 오직 국민의 삶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국제 1 차관.
외교, 무역, 자원을 담당한다.
기획조정실, 초상국제협력TF, 전략자원관리실, 초상무역관제실, 제 1 초상정책국 등을 보유하고 있다.
외무공무원들이랑 드잡이질해야 한다고 무려 전직 외교부 장관을 앉혀놓은 데다가, 산자부 통상교섭본부 엘리트 공무원들이 포진한 국제행정 전문부처다.
“초상개혁의 신호탄을 터뜨리겠습니다. 새로운 분야로 뛰어드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사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일하겠습니다.”
국내 2 차관.
산업, 기업, 규제를 담당한다.
연구개발정책실, 초상산업지원실, 초상능력심의관, 초상기술심의관, 비상안전기획관, 제 2 초상정책국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 기강 잡는답시고 대기업 해체 경력까지 있는 공정위원장을 데려와 앉혀놓고, 과기부, 중기부, 산자부, 금융위 출신 기술관료들을 박아놓은 국내행정 전문부처다.
국제 1 차관과, 국내 2 차관으로 구분되는 차관부서는 행정만 전담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부입법을 통해 법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 하니 남는 여력이 없다.
그러니 진짜는 이 다음부터였다.
“초인지원청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초인들과 함께 괴수를 처단하고, 국군과 협조하여 국방을 지켜내겠습니다. 괴수는 이제 재앙이 아니라, 정복의 대상일 뿐입니다.”
3번째 차관급 기관.
모든 공권력을 때려박은 초법기관. 초인지원청.
헌터들의 사냥을 지원하고, 마석을 교환하며 국내 시세를 조절하고, 초인 범죄자를 때려잡고, 초인 무력조직을 보유하여 유사시 긴급투입까지 가능하다.
전직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청장을 맡고, 행안부 엘리트에 현역 군경 출신 인물들까지 뒤섞인 걸어다니는 공권력 덩어리다.
그리고 전략무기 감지윤이 소속되어 있는 기관이다. 여도연은 들어가라고 꼬시는 중이고 말이다.
“또한, 초상연구본부가 제주첨단과학기술연구단지에 설립되고 있으며, 기존 연구시설에서 수많은 연구진이 이미 괴수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올바른 연구윤리와, 신실한 헌신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미지의 위협에 떨지 않을 것입니다.”
4번째 차관급 기관.
모든 대한민국 연구진을 모아놓은 초상연구본부.
마력연구, 괴수연구, 초상능력연구, 초상기술연구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심지어 청송 교도소(인 척하는 연구소)에 도박사와 장소장까지 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일하겠지만 그들의 연구결과만은 세상에 널리 쓰일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연구를 총괄하는 수석 연구원은 천화란 박사. 로 예정 중이다. 지금은 출산 임박이라 병원에 있지만. 몇 달 있다가 몸조리 다 끝내면 다시 데려와야지.
그렇게.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과, 그 국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요식적인 청문회를 하루만에 패스하고서 초상관리부가 출범했다.
*
취임식은 취임식이 끝난 이후부터 시작이라는 외교부 장관 출신 국제 1 차관의 조언이 딱 들어 맞았다.
내가 아는 모든 정치인들이 이곳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 하나 나에게 무언가를 넌지시 흘리며 취임식장에서 떠나갔다.
그들이 남기고 간 수백개의 악수를 곱씹고, 거기서 비롯될 현안들만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노아 뤼미에르 EU 집행위원장이 김해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라는 피채원 비서관의 보고를 식사자리에서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한승문 국무장관?”
“아아, 합석하실 분이 하나 더 늘어나신 것 같군요.”
앞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리충빈 상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