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99화 (99/296)

EP 17 - 장관이 너무 강함 (2)

남들 앞에서 남으라고 한 것 치고 썩 대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글쎄, 우리 의정부 적에 기억나는가? 내 그때 살아서 돌아가니까 고 앙칼맞은 것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대충 18분 정도 손녀를 실컷 자랑한 양판석은, 목이 마른지 수정과 물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으윽, 수정과를 그의 손이 안 닫는 거리까지 치워버리자,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그냥 물병을 잡았다.

“쩝...”

물먹은 양판석이 샐쭉 눈을 흘겼다.

“거, 사람 참, 쫌팽이도 아니구...”

“그나저나 어쩐 일로 남으라고 하신 겁니까?”

“중요헌가?”

가벼운 그의 질문에, 나는 곰곰히 생각하여 답했다.

“아뇨.”

* * *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나를 남겼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였다.

권력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고, 그 힘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생기는 오묘한 힘이었으니까.

내가 잠깐 상념에 빠진 사이, 양판석은 잽싸게 수정과를 잡아채서 따라 마셨고, 나는 대신 다른 질문을 하기로 했다.

양판석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내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는 왜 대통령이 되었고,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가?

“그, 지난번에 전남지사 출마하신다고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으음, 그랬지.”

“......대체 왜 서둘러 출마하신-”

“그리고 그날 저녁에 일이 터졌고 말이야.”

“아.”

서울 게이트 폭주.

그는 식당 벽에 걸려있는 고급스런 수묵화를 들여다보며 의뭉스레 말을 이어갔다.

“뭐어... 나든 우리 손녀든 당장 지금 죽을 수 있다는 게 실감났을 수도 있고... 그날 내 지인이 죽었을 수도 있는 거고... 내 나이가 좀 많다 생각했을 수도 있고... 원옥분이 정치한다고 국방 팔아먹는 거 보고서, 이러다 나라 망하겠다 싶었을 수도 있고......”

어느 하나 확실한 이유 없었으나,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

“생각해보니 아니네요.”

“그렇지.”

아무것도 중요치 않았다.

“이유 재가면서 정치하는 사람 있나?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

“올라갈 사람은 어떻게든 가게 되어 있어. 다른 건 다 핑계일 뿐이네.”

중요한 건 양판석이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 하나였다. 정치에서 이유는 필요없다. 오직 결과만 남을 따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가지고 어떻게든 뭘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생산적인 질문을 하기로 했다.

“제가 이제부터 뭘 해야 하겠습니까?”

“뭐어, 나도 대통령 노릇은 처음이고, 자네도 장관 노릇은 처음이니. 내가 자네한테 해줄 조언이 뭐가 있겠냐만은......”

원하던 질문이었는지, 양판석의 말문이 터져나왔다.

“나는 일단 나라를 뜯어고칠 생각이네.”

“어떻게요?”

“내 식으로.”

생존生存.

양판석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였다.

“그리고 개혁의 중심에는 초상관리부가 있을 게야. 그래서 내가 굳이 연립내각을 유도한 거고.”

“초상관리부를 막을 사람이 없군요?”

“국방당은 나 때문에. 국민당은 자네 때문에. 절대로 초상관리부의 행보에 몽니를 부릴 수 없네.”

이 다음 말이 가장 중요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야.”

나는 양판석의 말이 끝나자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출범할 초상관리부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여당-야당-민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건 민주사회에서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즉,

“......한 번 실수하면 끝장이겠군요.”

“그렇지.”

그 무적의 권력은, 빈틈을 보이는 순간 끝장나는 종류였다.

“초상관리부의 정책추진력은 그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사실에서 나오네. 국방당이고 국민당이고 물고 늘어질 건덕지가 없다 이 말이야.”

“실수하는 순간 물고 늘어질 명분이 생기는 거군요.”

“그렇지. 절대로 빈틈을 보여서는 안 돼.”

양판석은 껄껄 웃었다.

“자네는 귀가 밝아서 참 좋아. 귀먹은 놈이랑 일하면 어찌나 피곤한지...”

“아무튼 그래서요?”

“초인을 육성해서 마석을 얻고, 그 마석을 연구해서 사회를 발전시키고, 마석으로 내수경제와 국제무역을 활성화시키고, 각성제를 이용해서 국제기구를 주도해야 하네.”

“그게 5차 산업혁명입니까?”

“내가 생각한 우리의 마지막 생로이기도 하지.”

“흐음......”

“자네에게 모든 지원이 집중될 게야. 인력이든, 예산이든.”

“저는 엑셀도 못 다룹니다만.”

“누가 자네보고 일하랬나?”

양판석이 말에 맞추어 식탁을 툭 툭 두드렸다.

“사람을 골라. 그리고 써. 그게 정치고, 원옥분이가 그걸 못해서 망한 게야.”

“......예? 원 대행이 뭘-”

“아무튼, 행정 말고 정치를 하라, 이 말이네. 그리고 그 정치의 결과는 완벽해야 할 게야. 어차피 나야 임기 5년 마치고 손주 재롱이나 보면서 살면 그만이지만, 자네는 앞으로 5년동안 장관하고 정치 때려칠 거 아니잖나?”

“맘같아서는 때려치고 싶-”

“골병들기 전까지 사직은 꿈도 꾸지 말고. 여튼 손패나 좀 뽑아오게.”

나는 그렇게,

“인수위 초관부 창준특위 특별위원장 자리를 내줄 테니, 최대한 빨리 초상관리부의 대략적인 그림을 가져오게나.”

대통령의 백지수표를 받았다.

“차관이 몇 명이든, 실국청室局廳이 몇 개든 상관없네.”

*

“......우리 승문이 하고싶은 거 다 하라는 뜻 아니에요?”

“정권실세 미쳤다...”

차례대로 이호정과 양일호의 반응이었다.

“......뭐! 여튼 그렇게 됐다!”

“그, 나 정도니까 당연하다는 표정 너무 마음에 안 드는데요.”

“꼬우면 권력을 잡는 게 어떨까?”

“형, 제가 지난번에 인간성 반성하라고-”

“아무튼.”

나는 지역구 사무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등산용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건너편에 앉은 두 예비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정부부처 하나 째로 만드느라 사람 좀 구해야 할 것 같은데, 아는 법조인 있냐?”

이호정이 손가락으로 양일호를 가리켰다.

“걔 말고.”

쯧.

이호정이 작게 혀를 차며 양일호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리자, 양일호가 이호정과 나를 번갈아보며 울상을 지었다.

“무, 뭐에요? 뭔가 기분 나쁜데?”

“보좌관 겸업하는 야매 변호사는 쓸모가 없어서 그래.”

“너무하다 진짜.”

“농담이고.”

나는 양일호를 못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니들이 내 왼팔 오른팔이니까 원내에서 세력 단도리 좀 해야하지 않겠냐? 내각 일까지 어떻게 도와줘?”

“단속이요?”

“그럼. 내 입으로 말하니까 좀 민망하긴 한데, 니네들이 한승문계 국회의원 전부 관리해야 해.”

이호정은 곧장 설명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양일호는 아직 살짝 아리송하다는 표정이었다.

“그으, 내 밑에 국회의원 100명 정도 있는 거 알지?”

“네...”

“쪽수는 많은데 충성도가 약하다 이거야.”

나는 이면지를 펼치고 볼펜을 들었다.

그리고 종이에다 대뜸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그 안에 숫자 ‘154’를 적어넣었다.

“국민당 의원이 154명이야 일단?”

“넵...”

“그 중에 청중엽 지사 부하들이랑 신수광네 조직간부들 빼면 대충 113명 정도거든?”

나는 분명 국민당 내에서 113명 정도를 거느리는 계파수장이기는 했으나, 내 권력의 성격은 보스라기보다는 ‘연합장’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동그라미를 3등분하고서, ‘헌터’, ‘극빈층’, ‘부유층’이라는 단어를 적어넣었다.

“......이게 뭐에요?”

“우리 당 표밭.”

“네?”

보다 못한 이호정이 자꾸 얼을 타는 양일호에게 설명했다.

“국방당은 전라도 민주당이랑, 경상도 공화당한테 지지받지? 살 곳은 있는 중산층들.”

“어, 어어...”

“국민당은 집 없는 수도권 출신 난민들이랑, 제주도에 사는 부유층, 그리고 영호남 중산층 중에서 민주주의 좋아하는 강남좌파들한테 지지받는다고.”

“......국방당은 중산층, 국민당은 저소득층이랑 부유층?”

나는 거기에 말을 보탰다.

“거기에 헌터들까지.”

“그렇게 극빈층, 부유층, 그리고 헌터들이 국민당 표밭이야. 오케이?”

“오, 오케이...”

양일호의 대답이 썩 석연치는 않았지만 나는 일단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홍선아네랑 설진운네 퇴역헌터 15명씩 해서 총 30명.”

이쪽은 나와 안면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압구정파와 동대문파 소속이라고 봐야 했다.

압구정파는 비교적 나랑 인연이 많았고, 홍선아보다는 김춘식을 존경했으니 괜찮았지만, 동대문 쪽 양반들은 설진운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면이 있었으니 더더욱 세심히 관리해야 했다.

그래도 이쪽은 그나마 충성도가 높다.

문제는.

“충청방어선 인근 지역구 13명. 수도권 상실지역 비례대표 70명.”

이들의 공통점은 수도권 출신 피난민들의 표를 받아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거였다.

즉,

“수도권 난민대표인 신수광 쪽으로 빠져나가기가 쉽다고.”

“아...”

“그리고, 비례대표니까 다음 선거 때는 지역구로 옮겨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단단한 지역구를 가진 사람이 누구냐? 청중엽 아니냐? 제주도 인구 미칠듯이 늘어나서 국회의원만 열댓명을 뽑는데. 그러면 비례대표들이 청중엽한테 가겠냐? 안 가겠냐?”

가장 큰 문제가 이거였다.

“이 양반들, 지금이야 내가 대세니까 나한테 붙는데. 나중에 금방 떨어져 나갈 거라고.”

신수광은 수도권 난민, 청중엽은 제주도라는 뚜렷한 색깔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딱히 기반세력이 없었다. 끽해봐야 헌터들 정도? 그것도 연합군이지 상비군은 아니다.

나는 양일호에게 물었다.

“나는 장관노릇하느라 바쁠 예정인데, 그러면 니가 뭘 해야 쓰것냐?”

“으, 으음. 그 사람들 배신 못하게 붙들어두기...?”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이 새키야.

라고 말하면 진짜로 삐질 것 같아서 일단 칭찬해줬다.

“그렇지. 그러면 고걸 어떻게 해야 쓰것냐?”

“그, 그으...”

양일호는 6초 뒤에 답했다.

“버, 법을 잘 만들어서!”

“옳지.”

“장관님한테 꽃길을 깔아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형님 인기 빨아먹으려고 그 양반들이 붙어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호정에게 물었다.

“니는 어떻게 생각을 허냐?”

"신수광이고 청중엽이고 나발이고, 못 기어나오게 골통을 까부숴야죠."

“크으으으...!”

짝. 짝. 짝.

나는 박수치며 감탄했다.

“왼팔 오른팔이 참 똘똘해서 본 장관은 기분이가 참 좋습니다.”

“오른팔이 누군가요.”

“그걸 말해주면 왼팔이 슬퍼하지 않겠니?”

아무튼.

“일호 니는 국회에서 법을 잘 만들어서 나를 도와줘라. 내 생각에는 정책위의장 감투 걸치고서 초상관리위원회랑 예결특위까지 겸직하면 대충 와꾸가 잡힐 것 같다.”

“제, 제가요...?!”

“니가 내 수비수고, 서포터야.”

나는 양일호를 살살 구슬리고서 이호정을 돌아보았다.

“자 우리 호날두.”

“공격수라는 뜻 맞죠...?”

“니는 신수광이랑 청중엽 헛짓거리 못하게 겐세이를 좀 쳐라. 청중엽은 대선 후유증 때문에 당분간 잠수를 탄다 쳐도, 내가 보기에는 신수광이 비대위원장되는 건 막을 수 없을 것 같거든?”

비상대책위원회.

당대표 임기는 2년인데 원옥분한테 얻어맞고서 국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그럴 때 잔여 당대표 임기 끝날 때까지 구성되는 게 비상대책위원회다.

대충 비대위라고 하고, 비대위원장이 당의 1인자가 된다. 대체로 다선의원인 당대표와는 달리 조금 신선한 인물도 거리낌없이 등용되고는 한다.

그래서 신수광이 해먹기 딱 좋다.

국민여론상 차기 비대위원장은 신수광으로 반쯤 확정이 난 상태였다. 김조인 색깔을 걷어내고 수도권 난민 대표정당 이미지를 씌우려면 무조건 신수광이여야만 했다.

국민이 그걸 원하고 있었다.

다만,

“신수광이가 1인자를 해먹으면, 우리가 2인자를 해야 하지 않겠냐.”

“......원내대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입각하느라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지만, 내 자리는 이호정이 물려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이호정이 대번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건 좀-”

“차라리 대변인이 더 어울리는 스펙이기는 하지 니가.”

미모의 27세 여성 국회의원.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당의 얼굴마담이 되기에는 딱 좋은 스펙이다. 가끔 국회에서 판넬들고 깽판도 좀 치면 금상첨화였고. 게다가 본인의 공격력도 준수했다.

근데.

“어차피 공격수로 뛸 거면 원내대표도 상관없지 않겠냐?”

“아, 아니. 원내대표가 무슨 인터뷰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협상력이 부족하다라......”

원내대표의 역할은 크게 2개다.

첫째, 공격.

둘째, 협상.

사실 무슨 법안 통과시키고, 상임위 따먹기 파워게임에서 이기려면, 협상력이 공격력보다 훨씬 중요한 자리이기는 했다.

그러나,

“글쎄다. 협상은 나랑 양판석 의원, 아니. 각하 선에서 끝날 텐데. 네가 뭔 원구성한다고 뛸 일은 없을 거다.”

지금 상황은 공격만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같은 당 내부의 적을 말이다.

“......”

“그래서 할 겨 안할 겨?”

“할게요.”

“좋아.”

짝 !

나는 박수 한 번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서, 작은 회의의 결론을 정리했다.

“국회 안에서 호정이가 원내대표를 하면서 공격수 역할을 하고, 일호가 정책위의장 맡고 알짜 상임위 돌아다니면서 법안을 좀 만들어서 날 서포팅해라.”

“넵.”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초상관리부가 어떻게 되느냐야. 초상관리부가 잘 풀려야 우리 정치인생도 잘 풀리는 거라고. 알간?”

“옙!”

“자! 그러면 이제 초상관리부를 차근차근 설계를 해야 쓰겄으니까. 우리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자인 양일호 변호사님께서, 동기들 전화번호 싹 까봐라.”

“아니, 잠깐만요.”

“으응?”

이호정이 석연찮은 표정으로 내 말을 끊었다.

“하나 짚고 가야 할 게 있지 않나요?”

“으응?”

“각성자 협회요. 아직 업무소관 안 정해진 걸로 아는데. 업무 겹치면 괜히 또 골치아파지는 거 아니-”

딩 - 동 -

“짜장면 시켰냐?”

“아뇨.”

“쓰읍......”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다. 분명 1층에 경호원들이 꽤나 있을 터였는데, 누가 찾아온 걸까.

나는 문을 열ㅡ

“자기야!”

“으악!”

쾅 !

ㅡ자마자 닫았다.

현관문 너머에서 그녀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좀 열어주세요 장관니임...”

“아, 아앗...! 그, 그...!”

내가 빚쟁이한테 쫓기는 채무자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진짜로 다름이 아니었다.

“선거에 꼴은 돈이 186억인데 문도 못 열어주시나요...?”

내가 진짜 채무자였다.

선거철에 재벌 돈 뺏어다가 선거하고 이기면 갚는 게 한국정치의 유구한 전통이라지만, 한 명한테 186억을 빚지는 건 내가 생각해도 살짝 과했다.

심지어 같이 데려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목까지 걸지 않았었는가. 그래야 얘가 대관담당자 움직여서 표 끌어오리라고 판단하고 한 짓이었지만, 이제는 그 대금을 치를 때가 온 것 같았다.

"장관님...?"

그녀는 문 너머에서 나긋하게 속삭였다.

“선거법 위반도 그저껜가 무죄 떠가지구, 기념으로 치킨 피자 사왔어요...”

“들어오시죠.”

“헤헤... 아, 보좌관님들 오랜만이네요? 아니, 이제는 의원님들이신가?”

그녀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비닐봉다리 여러 개를 양손 가득 들고 의원실로 들어왔다. 나는 잽싸게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어, 채원아. 의원실에 치킨 먹으러 올래?”

[저 닭 안 먹는데요.]

“......피자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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