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86화 (86/296)

EP 14 - 아사리판은 원래 또라이가 먹는다니까 (5)

아버지는 사업가셨다.

가끔 세미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을 움직이는 게 두 가지가 있다고.

꿈. 그리고 책임.

* * *

설진운을 보호하고 있던 경찰들에게서 모든 사정을 청취할 수 있었다.

가해자는 50대 여성. 도움을 청한 뒤 답례로 물을 건넴. 유리병 안에 들어있던 건 염산.

설진운이 휘청이자 사전에 준비해둔 황산까지 투척함.

반사적 방어기제로 한 대 맞았고, 중상 후 이송중 사망함.

범행동기는,

“제가 아들을 죽였다고 하더라고요."

보복.

"정확히는 우리가 나중에 일어날 폭주 막는답시고 서울 게이트를 들쑤시는 바람에 괴수들이 뛰쳐나왔다고, 그래서 경기도 북부에 피난중이던 자기 자식이 죽었다고 막 그러시던데..."

“.......”

“뭐, 괜찮아요. 딱히 몸 상하지도 않았고, 쓰라린 건 포션 먹으니까 금방 낫더라고요.”

“......다행이네.”

“오히려 제가 팔 휘둘러서 다친 분이 더 걱정이죠. 얼굴을 때린 것 같았는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래요? 많이 시끄러워지겠네요.”

예상했던 바와 같이 설진운은 퍽 의연해보였다.

표정에도 별다를 바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이런 게 한두번이겠는가.

그래서 그런가, 설진운은 겉으로는 딱히 동요가 없었다. 어쩌면 괜찮은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미 무뎌졌을 수도 있겠지. 그만큼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근데. 이 놈 속내가 어떻든 간에.

“......진운, 학생?”

그렇다고 이게 내가 안 빡쳐도 되는 이유는 아니었다.

“학생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아, 네. 졸업은 안했으니까요.”

“뭐어, 요즘 세상에 학벌이 의미가 있을런지는, 아, 있겠구나. 아무튼...”

나는 녀석에게 손을 내밀며 방긋 미소지었다.

“핸드폰 좀 빌려줄래요?”

*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 네...”

김두식 사령관은 못미더운 표정으로 유재경 장관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의 문文과 무武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오히려 격이 맞았기 때문에 격의가 없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어찌됐든 유재경이 식탁에 머리를 박으면서 성사시킨 기묘한 협력관계는, 오늘 그 두 번째 회동을 성사시켰다.

물론 김두식은 아직 못미더운 눈치로 잡채를 깨작거렸고, 유재경 장관은 단골 한식당의 밀실에서 인상을 찌푸렸다.

불안에 떤다는 표현이 적합하리라.

“사령관께선 여도연이 누군지 아십니까?”

“한승문 대표가 친누나처럼 따르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 인물이 아닙니다.”

유재경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한국 각성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파벌로 나뉩니다.”

첫째. 사태 초기부터 정부 밑에서 일한 김춘식파.

둘째. 정부와 합류하지 않고 서울에서 생존한 설진운파.

“원래는 김춘식파에서 분열된 홍선아파를 비롯한 민간 PMC 헌터들이 강세였지만, 그 중 최정예인 아이기스 쪽 사람들이 김춘식파에 대부분 다시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두 세력이 지금의 헌터 협회를 이루는 주축입니다.”

“......흠.”

김두식이 반론했다.

“한국의 각성자들은 수천명을 상회합니다. 그런데 그쪽 세력들 전부 합쳐봐야 70명 남짓 아닙니까?”

“헌터의 강력함을 숫자로 재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유재경이 찌푸러진 미간을 꾹꾹 눌러피며 고개를 내저었다.

“헌터는 마석을 흡수할수록 무한정 강해집니다. 즉, 일당백이 가능한 인종입니다.”

“다른 헌터 수천명보다, 그 수십명에게 더 가치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수십명이 수천명을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그 수천명을 이끌 수는 있다고 봅니다.”

“......”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나중에 모든 각성자들이 충분한 마석을 공급받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50명이 각성자 업계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할 겁니다. 경험적으로든 무력적으로든 말입니다. 대부분이 사태 초기부터 활동했으니까요.”

유재경은 조심스레 턱을 매만졌다. 최고위 경제관료의 냉철함이 안경 사이로 비추어졌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들을 1세대 헌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여도연 씨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지요.”

“아, 네. 아무튼 그래서 여도연 씨가 중요한 겁니다.”

유재경이 차가운 녹차로 조심스레 목을 축이고, 사뭇 진중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헌터의 강력함 측면에서, 여도연 씨는 말 그대로 일당백입니다.”

“압니다.”

“그리고, 현 헌터업계를 양분하는 김춘식파와 설진운파를 아울러,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바로 여도연이라는 사람입니다.”

“......네?”

“여도연은 김춘식파와 설진운파 양쪽에 깊숙히 소속된 유일한 사람입니다. 신분당선과 고립된 서울에 둘 다 있던 사람은 그 사람뿐이니까요.”

유재경이 핵심을 짚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여도연을 한승문과의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꾸로 그 인물 때문에 한승문 대표가 헌터 협회를 배후에서 조종하다시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소 위험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장관님.”

“녹음기 들고 오셨습니까?”

“아뇨.”

“그러리라 믿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유재경의 말에 김두식은 조용히 안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내서, 식탁 위 물컵에다가 퐁당 빠뜨려버렸다.

유재경은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설명을 이어갔다.

“......아침에 여도연이 자살소동을 벌이고. 점심에 설진운이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걸 우연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공작이라는 겁니까?”

“한승문 대표의 공작이라고 봅니다.”

“이 무슨...!”

- 쾅 !

김두식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가볍게 내리쳤다. 그릇과 물잔이 흔들려 물방울이 튀겼다.

“그런 음모론이나 말씀하시려고 제게 고개까지 숙이셨던 겁니까?”

“들어보십쇼.”

“들을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한승문 대표가 왜 무섭습니까?”

“안 무섭습니다.”

“저는 무섭습니다. 무서운 이유가 뭐겠습니까?”

유재경은 김두식의 답변을 기다리지 않았다.

“국회의원 된 지 1년도 안 된 사람입니다. 사람이 많습니까, 지역구를 다질 줄 압니까, 당을 운영해본 적이 있습니까, 그도 아니면 법을 잘 만듭니까, 토론회나 청문회 스타 출신입니까? 다 아니거든요?”

“장관님.”

“아뇨, 들어보세요. 한 마디로, 한승문이란 사람은 아직 검증이 되지 못한 정치인입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항상 무언가의 해답을 제시하는 건 그 양반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김두식은 이어지는 유재경의 분석에 내심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지랄맞게 돌아갈수록 힘이 생기는 사람이라는 게 있다는 거에요.”

난세가 영웅을 부르는 법이었으니까.

"그러면 상황을 지랄맞게 만드는 사람은 누구겠습니까?"

*

“홍선아 협회장님.”

“아, 그 호칭 어색하다니까요!”

“익숙해 지셔야죠.”

협회는 대략 두 가지 파벌로 구성된다. 압구정파와 동대문파. 각각 김춘식과 설진운을 따르는 이들이다.

김춘식파는 김춘식 옆에 붙어있던 순혈들과, 홍선아를 따라 GS그룹으로 갔던 사람들로 나뉘는데, 둘 사이가 썩 좋지는 않다. 그냥저냥 대체로 끈끈하게 묶여있는 사이는 아니다.

반면 설진운파는 다르다.

“다들 병원에 몰려가더라고요. 사냥 중인데도. 참......”

“그래서 못 가게 하셨습니까?”

“당연히 다 보내줬죠. 우리 애들로 땜빵하고서요. 그게 도리지.”

강북에서 근 1년동안 유지됐던 동대문 캠프라는 폐쇄적인 공동체 안에서 뭉친 이들이었기에, 조직력이 매우 단단했다.

정확히는, 설진운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강력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해도 대체로 그랬다.

그러니.

“......일이 생겨도 단단히 났군요.”

“다들 술렁이고 있어요.”

헌터 업계 전체가 뒤집히는 것도 썩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홍선아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보복살인입니다.”

“그건 아는데요. 배후는 없나요?”

“국회의원이 그런 걸 어떻게 압니까? 경찰도 아니고.”

“에이... 능력없는 남자...”

살풋 미소짓고 있지만 홍선아는 일의 배후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섬뜩한 한기가 흘러내렸다. 물론 표정만은 밝았다.

그래서 나도 웃었다.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건, 따로 있죠.”

“뭔데요?”

“핸드폰 좀 빌려주십쇼.”

“여기요.”

“비밀번호 까고.”

"넹."

나는 설진운과 홍선아의 전화기를 모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모처럼 헌터들이 꼭지가 돌아버린 상태였기에 일은 고작 7시간만에 마무리되었다.

*

“......한승문 의원이 누이에게 자살소동을 일으키고. 설진운에게 염산을 부었다라.”

“저는 여도연 씨가 설진운에게 염산을 붓는 일에 반대하다가 생긴 실랑이라고 추측합니다. 어쩌면 청중엽을 시켜 원옥분 대행을 궁지에 몬 것도 한 대표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참으로 설득력 있는 말이로군요.”

유재경 장관은 필사적으로 김두식을 설득했다.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리고 최후의 승자는 한승문일 겁니다.”

“근거는요?”

“지금까지 다 그랬습니다.”

“그 또한 참으로 설득력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김두식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했다.

“장관님. 한승문 대표가 충분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저도 인정하고, 또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뇨.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평범하게 착하고, 때로는 이기적이고, 그런, 다소 특출나고 비범한-”

“그런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십만 명을 죽입니까?”

“장관님.”

김두식이 찌푸린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유재경에게 경고했다.

“사람 참 피곤하게 하시는군요. 선을 넘으시면 안 됩니다. 그게 왜 한승문 대표가 죽인 겁니까.”

“괴수를 북쪽으로 몰아내자고 한 사람이 누굽니까.”

“......”

한승문이었다.

“괴수들은 그래서 북쪽으로 갔지요? 북한 상황은 잘 주시하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가 그네들 후방에 괴수를 쏟아부었으니까요.”

“물론 확인하고 있습니다.”

“황해도랑 개성에서 몇 명이나 죽었습니까?”

“......대략 대피군구 7개 정도가 괴수들에게 파괴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측 피난민이 대부분 남쪽에 몰려 있던 상황이라.”

“그래서 몇 명 죽었습니까?”

“......70만명 이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이 무서운 겁니다.”

유재경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탓하는 건 아닙니다. 공직자로서 참 잘한 선택이에요. 그런데. 그런 방안이 머리에서 번뜩 튀어나온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가 않는다는 겁니다. 어떻게 아파트로 장벽을 세우고 불을 질러서 괴수를 밀어버릴 생각을 합니까.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전제로 삼아서요.”

“......”

“게다가 그때 유현종 사령관이 북부군 퇴각작전 실패했으면 우리나라 국군도 죽었습, 아니. 민간인이랑 국군이랑 합해서 그때 1000명 정도 죽은 걸로-”

“1급 기밀 함부로 누설하시면 안 됩니다. 장관님.”

“나 대통령 계승서열 3위입니다. 총리도 없어서 사실상 2위에요.”

“그럴수록 더더욱 입조심 하셔야지요.”

“......미안합니다. 그래요.”

유재경은 조심스레 헛기침을 하고서 깍지 낀 손으로 이마를 괴었다.

“......아무튼. 저는 한승문이라는 사람을 참 높게 평가합니다.”

“네. 그래서 원옥분 대행 라인에서 한승문 대표 라인으로 갈아타자는 말씀을-”

“결국 승자는 한승문입니다. 우리가 원 대행님을 직접 공격하지는 않더라도, 한승문 측에 충분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놓아야 후일을 기약할 수가 있을 겁니다.”

“......너무 기회주의적인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승문 의원을 그렇게까지 보고 있지는-”

"아니...! 거...!"

- 쾅 !

“우리가 책임지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진창에 머리라도 박을 생각을 해야지요!”

유재경 장관은 주먹 쥔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일갈했다.

“그리고 한승문은 지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상에 자기 미꾸라지들을 풀어서 흙탕물로 만들어놓은 다음에! 그, 아무튼! 무언가...! 뭔가가 있을 겁니다!”

“후우.......! 장관님, 제발. 이걸 요즘 인터넷에선 뇌피셜이라고-”

“숨겨놓은 묘수가 있을 겁니다. 아니, 있다니까요?!”

결국 5일간의 밤샘에 시달린 유재경 장관이 반쯤 이성을 잃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어느새 눈에서 총기는 사라지고 불안과 공포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제갈량이 어디 처음부터 나서는 거 봤습니까!? 이 대한민국이 죄다 한승문이 그놈 판이에요 지금! 그놈 바둑돌이 떨어지면 이거, 이, 이이...! 아사리판 난거 죄다...!”

- 드르륵 !

“자, 장관님 - !”

밀실 문이 열리고 보좌관 하나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뼛속까지 관료 스타일이었던 유재경이 버럭 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 그게...!”

“보고할 거면 빨리 해!”

“T, TV! TV 좀 보십쇼!”

보좌관은 잽싸게 스마트폰으로 TV를 틀어 공손하게 내밀었다. 유재경과 김두식이 작은 화면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바로,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 서울의 한 가운데에서는!

그 영웅과 열사들의 피가 흐르는!

바로 그 서울에서는!

비로소 신념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회견장의 한승문이 보기드문 노성怒聲을 지르고 있었다.

[세상을 구하겠다는 그 신념이! 바로 그 간절한 꿈과 소망이 세상을 사람에게 돌려줬습니다!]

그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힘 있게 허공을 삿대질하며 열띤 웅변을 이어갔다.

[헌데, 작금의 세태가 어떻습니까?!]

[저어 서울을 보십시오. 괴수가 도시에 삽니다.]

[저어 정치판을 보십시오. 괴수가 정치를 합니다.]

[저어 세상을 보십시오!]

[거기에 있는 건 사람입니까!?]

미묘하게 섞인 영남 사투리가 빠른 어조에 어우러져, 거칠게 요동치는 마이크 울림에 휘몰아치며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했다.

[법은 다시 만들면 됩니다.

덕은 다시 세우면 됩니다.

선은 다시 그으면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신념과 꿈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니!

저는 그 꿈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한승문의 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한승문의 뒤에 수많은 이들이 도열해 있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제게는 신념도, 꿈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다리가 없었고, 누군가는 얼굴이 허물어졌고, 누군가는 사지가 잘려 휠체어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제게는 꿈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그 신념을 지킬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가 국민께 고합니다.]

한승문의 노성이 가라앉고, 진중한 선언이 이어졌다.

[여기, 서른 명의 영웅들이 있습니다. 모두, 사람을 구하다 불구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싸울 수 없지만, 세상을 위하는 그 신념은 아직 꺾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면을 지켜보던 김두식은 비로소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을 느꼈다.

[정계에 오물이 가득합니다.]

[국민당 원내대표로서 공관위의 판단을 불신합니다.]

[이에, 이 30명에 대한 전략공천을 심사하실 것을 요청합니다.]

유재경은 비로소 광기에 찬 눈을 떨며 미소지었다.

[거부한다면 전원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유재경은 떨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미소를 참으려 입을 가렸지만, 그 주체할 수 없는 떨림을 숨기지는 못했다.

[제게는 꿈이 없습니다.]

[그러나 꿈을 지킬 책임은 있습니다.]

[여러분, 누구에게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

유재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보십쇼.”

EP 14

원래 아사리판은 또라이가 먹는다니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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