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3 - 국제적 헌터 시점 (6)
- 노아 뤼미에르 최고집행관은 한승문 의원의 수명을 복구시키겠다는, 즉, 각성 촉진제의 부작용을 제거하는데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
- 한국이 유럽연합에 들어간다? 이 제안 자체가 사실상 유럽연합이 UN과 NATO에 도전하는 거라 봐도 무방합니다. 즉, 미국과 척을 지겠다는 거죠. 지역연합이 아닌 범지구적 국제기구로 확장하겠다는 야욕을......
- 부산 지역정가에서는 중국 측 고위관계자가 비밀리에 방한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원옥분 대행체제가 대선을 27일 앞두고서, 모종의 국제협력을 통해 마지막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추측도 썩 이상하지는......
- EU 공동군 뤼미에르 최고집행관은 현재 롯데호텔 부산에 머물며 우리 정부와 장기 회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적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국민당 한승문 원내대표의 거취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이상 KBC 정선영 기자였습니다.
* * *
리충빈 중군위 부주석의 방한은 언론에 밝혀진 바가 없다. 그는 소리없이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사실 국제협력의 절반 정도는 이런 식이었다. 협력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기 전에 미리 협력하기로 입을 맞춰 둔다. 한 쪽이 손을 내밀었는데 반대쪽에서 안 잡아주면 얼마나 무안하겠는가.
그러면 나머지 절반은 어떤 케이스냐.
- 노아 뤼미에르 최고집행관이 지난밤 추가 인터뷰에서 엘릭서의 존재를 밝혔습니다.
바로 이렇게.
- 엘릭서는 EU 마도의학의 결정체 중 하나로, 수많은 마석을 응축시켜 정제한...
- 뤼미에르 집행관은 한승문 원내대표에 대해 존경이란 단어까지 언급하며...
- 프랑스 유력 정론지 르몽드는, 한국이 유럽연합에 가장 필요한 존재...
안 받아주면 무안할 정도로 손을 내미는 거다.
리충빈 상장이 카톡으로 간보다가 차여서 돌아갔다면, 뤼미에르는 압구정 한복판에서 장미꽃 꽃다발을 내민 격이다.
노아 뤼미에르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국뽕을 치사량으로 주입하고 있었다. 전국민이 저절로 일어나 박수치며 사귀라고 할 분위기다.
애석하게도. 민주국가의 국가정책은 효율이 아니라 여론에 따르는 편이 많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더 이상 여론이 달궈지기 전에 원옥분은 내게 뤼미에르 최고집행관과의 1대1 면담을 요청했고, 나는 곧장 달려갔다.
감기자에게.
“감기자님! 프랑스어 할 줄 아십니까!?”
“아, 아니...”
그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프리카 돌아다니는 종군기자가 프랑스 말을 모르면 안 되죠!”
*
본래는 외교부 통역사와 함께했어야 하나, 가급적이면 이 대화를 외부에 유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프랑스어는 아프리카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였고, 덕분에 감기자는 지금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차량이 롯데호텔로 향하는 가운데, 감기자가 안절부절 못하며 입을 열었다.
“와... 제가 뤼미에르 집행위원장을 볼 줄은 몰랐는데요...”
“잘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원래 애들 키우다 보면 드라마랑 뉴스밖에 볼 게 없는데, 요즘은 드라마도 안 하니까요.”
뉴스만 보고 살았다는 소리였다.
“요즘 종편에서 외국 이야기를 많이 다룹니다. 시청률도 되게 높아요? 우리집 불구경은 속만 썩는데 옆집 불구경은 재밌잖습니까. 우리가 쟤네보단 낫다며 위안도 되고.”
그는 기자 아니랄까봐 싱글벙글 웃으며 독설을 입에 담았다. 눈빛은 어느새 물 만난 고기처럼 초롱초롱하다.
나는 넥타이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그에게 물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외국 사정은 잘 모릅니다. 혹시 뤼미에르라는 양반이 무슨 사람인지-”
“유럽 전역에서 활약한 영웅이죠! 리버풀 북상작전, 도르트문트 방어전, 상트페테르부르크 후퇴작전, 그리고 파리 방어전! 에펠탑 꼭대기에서 도시 전체에 새하얀 빛을 뿌리는 모습은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그는 숫제 아이돌 팬처럼 열광했다.
“뤼미에르는 상징입니다! 미해군이 본토 지킨다고 후퇴하는 바람에 나토 개박살났을 때, 각국 초인들을 모아 EU 공동군을 조직시킨 일등 공신이지요. 조각난 군대를 기워붙인 사람입니다.”
“어, 으음. 잔다르크 포지션입니까?”
“프랑스 언론플레이에서는 그런 언급도 종종 있습니다. 조금 유치해서 잘 안쓰긴 하는데, 아무튼, 사태 초기부터 헌터조직들을 이끌면서 도시 여럿을 구한 사람인지라, 유럽에서는 그 위상이 어지간한 대통령 이상입니다.”
“국제적 저명인사라......”
그런 사람에게도 각성제가 그리 탐나는 물건이다 이거지. 상념에 빠진 사이 감기자는 싱글벙글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살려놓은 유럽인데 최근 추세를 보면 속 썩을만도 하죠. 아마 의원님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일 겁니다.”
“......최근 추세요?”
“PMC들끼리 분위기가 아주 험악합니다. 유럽은 마땅한 방어선이 없어서, 각 길드가 봉건영주처럼 각자 도시 하나씩 거점으로 삼고 쉘터 짓는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는데, 길드들끼리 유혈사태 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요.”
“아니, 왜요?”
*
“각성자가 부족합니다.”
보통 마력적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마력이 가진 특성이 신체적 형질로 드러난다. 그런 부류는 마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고는 했다.
홍선아의 머리카락이 은은한 붉은빛을 띈 게 대표적인 사례다.
노아 뤼미에르 또한 그런 부류였다. 그녀의 백금빛 단발머리는 유독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햇빛이나 형광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의 무언가였다. 언뜻 후광이 비치는 것 같기도 했고, 어두운 기도실 가운데의 촛불이 연상되기도 했다.
너무도 경건하고 따스한 빛이다.
“각성자가 부족해서 유럽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그를 막기 위해 각성제가 필요합니다.”
겉치레는 없었다. 그녀는 그녀의 용건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그 목가적인 태도에 나는 차분히 감기자를 통해 그녀의 사연을 청취했다.
“각 도시를 지키는 PMC들이 인력부족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다른 PMC의 도시에서 각성자를 데려가고, 그렇게 당한 PMC들은 붕괴해서 도시가 괴수에게 점령당합니다. 결국 물밑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입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정한 양복 차림이 차분한 사무원을 연상케 했지만, 한쪽 귀가 새살이 자란 듯 붉었다. 절단면은 누군가에게 물어뜯긴 것 같은 이빨자국이다.
여도연도 곤죽이 됐다가 회복된 적이 여럿이었기에, 나는 살가죽 색깔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사소한 단서들이 몸이 망가졌다가 재생된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도 몸이 걸레짝이 난 적이 한두번이 아닐 것이었다.
입도 한 번 크게 찢어진 적이 있었는지, 그녀는 살짝 굳은 안면근육으로 조심스레 읊조렸다.
“따라서 현 시점의 영입전쟁은 권력적 갈등이 아닌 생존적 갈등입니다. 문제는 그 마찰의 최대 피해자가 PMC 보호지역의 민간인들입니다. PMC들 사이의 갈등은 조만간 수면 위로 불거질 게 분명하고, 내전이 발생한다면 수많은 도시가 괴수에게 점령될 것이며, 최소 수백만의 사람들이 희생될 것입니다.”
단촐한 양복 차림의 그녀는 차분하다 못해 딱딱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각성제가 필요합니다.”
한 단계 통역을 거쳐 듣는 말이었지만, 그녀의 음성에는 사람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도저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녀의 눈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 공동군 중앙사령부에게는 지방 PMC 간의 갈등을 중재할 힘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태의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각성자의 결여를 속히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파란 눈 때문에.
차분히 가라앉았지만,
살짝 맛이 가 있는 그 눈빛 때문에.
반 쯤 미쳐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 불꽃 때문에.
너무도 익숙한,
그 파란색 눈 때문에.
나는 저절로 서양인 하나를 떠올렸다.
그녀는 김춘식처럼 호탕하지는 않았지만, 김춘식처럼 당당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은은하게 빛나는 머리카락이 그녀의 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여론몰이를 통해 무례를 저지른 점을 사과합니다. 그러나 이는 국익의 문제가 아닌 공익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한승문 의원에게 삼가 자비를 구합니다.”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녀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파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도저히 그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죽은 이의 눈빛이 나로 하여금 의문스런 부채감을 느끼게 했다. 김춘식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보다 더 많은 이들을 구하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호텔방을 나와 피채원에게 저 여자의 말에 거짓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심 거짓이 섞여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채원은 고개를 저었고, 나는 작게 탄식했다.
나 개인으로서는 각성제를 건네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국회의원으로서는 철저하게 국익을 고려해야만 했다.
내 마음고생이야 어찌 되었든, 노아 뤼미에르라는 사람이 화술인지 분위기인지 모를 무언가로 나를 압도했음은 분명했다.
나는 속절없이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다른 객실의 발코니로 달려가 한참동안 기침하며 한 개비를 피워댔다.
그리고 한승문이 발코니로 달려간 사이, 피채원은 오묘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한승문과 노아 뤼미에르.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경도驚濤되어 있었다.
*
노아 뤼미에르가 한승문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건, 고작 1주일 전 즈음이었다. 그녀가 외국에까지 관심을 가지기에는 너무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하루 휴식시간이 6시간 미만이었다. 하루종일 전장의 중심에서 머리 혈관이 터져나갈 정도로 수 킬로미터 범위에 치유력을 행사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참고로 6시간의 휴식에는 비행기 이동시간과 식사, 취침시간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 본인이 치유사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과로사를 대여섯번은 했을만한 일상이다.
피난하는 수백만 행렬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고, 몰려드는 적 사이에 고립된 이들을 일으켜 도시까지 탈출시키고, 거친 난전의 중심에서 일어나 빛을 밝히고.
그녀가 프랑스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EU 공동군 작전사령관, 그리고 연합의회 의장으로부터 약속된 종말의 수순을 전해들었을 때, 망설임없이 한국으로 향했던 건 그런 이유였다.
보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한 헌신.
사람이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정의감이 아니라 의무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녀는 한승문 의원에 대한 신상정보와 행적을 전해 들었을 때, 일이 쉽게 풀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행적만 본다면 동족이었다. 국적을 초월한 유대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마침 그녀보다 4살 어린 남동생과 동갑이었기에 살짝 기특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구수한 고향땅 와인이나 살짝 걸치면서 서로의 고생을 털어놓으며 친구를 하고 싶기도 했다.
사람이 워낙 무뎌져버려서 겉으로 티는 안 나긴 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고향 코트도르는 와인이고 뭐고 폐허가 되어버린 이후였다.
어쨌든 그녀가 한승문에게 미미한 친밀감을 품었음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첫 만남에서 무너져내렸다.
절름발이는 호텔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두 사람을 달고 있었다. 앳된 소녀 하나와 순박해보이는 안경잡이 아저씨. 둘 다 피곤한 기색은 역력했지만 썩 순해보이는 인상이었다.
그에 비해, 그녀는 한승문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미 죽은 러시아의 독재자.
망설임 없이 수백만을 죽여 수억을 구한 정치가.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Путин.
상트페테르부르크 후퇴작전에서 수백만 러시아 국민을 구출한 직후, 모스크바에 초청받아 딱 한번 홍차를 대접받으며 감사인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뉴스와 인터넷에서 온갖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은 자주 봤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그를 봤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모스크바의 지하벙커에서 딱 한번 독대했을 때의 그 실물은, 실로 그녀의 뇌리에 짙게 남아있었다.
그녀가 온갖 산전수전을 거쳐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괴수들과의 사투보다 한 인간과의 만남이 더 인상 깊었다는 말이었고, 고작 한 인간의 카리스마가 거대괴수와의 혈전보다 더욱 그녀를 긴장케 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당시에 꽁꽁 얼어붙은 채로 그가 따라주는 홍차를 받아 마시며, 묻는 질문에 딱딱하게 단답만 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급사急死 소식을 듣고도 한동한 그의 죽음을 믿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그가 그녀에게 남긴 인상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뤼미에르 집행관.”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온 몸의 근육이 수축하는 기분을 느꼈다.
동생과 동갑인 데다, 어딘가 병약하고 신사적인 청년일 것이라는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팡이는 고작 등산용 공산품工産品이었지만, 그것을 쥐고 있는 모습은 예전 흑백영화 속 마피아들의 권위를 연상케 했다.
어둑한 호텔방 불빛에 비친 희끗한 머리카락은, 스스로를 생체실험으로 혹사시킨 이의 광기를 상기시켰고, 그가 그녀보다 4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구두와 양복바지 사이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의족은 노병老兵이 거친 수많은 전장을 증명하는 듯했고, 낮게 갈라진 목소리는 정체모를 소름을 불러일으켰다.
짙은 다크써클과 마르고 수척한 몰골은 언뜻 피곤에 찌든 회사원의 것이었으나, 곧장 그 눈빛을 보고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검은 눈동자. 한 번도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은 집요하고 검은 눈빛.
익숙한 것이었다. 모스크바의 지하벙커에서 한 차례 들여다 본 경험이 있었지만, 결코 익숙해지지는 않을 그때의 그 눈빛이다.
그녀는 그의 눈빛 속에서, 지독한 독기毒氣를 엿보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의 눈빛이다. 그저 본능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젊다고 하기에는 노회하고, 죽기에는 아직 일러서. 수많은 사냥꾼들을 이끌며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하는,
늙은 숫사자.
그녀는 사냥꾼 앞의 사냥감처럼 딱딱하게 굳어, 어떤 화술과 인사를 건넬 생각조차 못하고, 모든 사실과 약점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그녀는 한승문과 그 일행이 자리를 비우고, 호텔방에 혼자 남았을 무렵에서야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 휴식은 길지 않았다. 길어야 5분이나 지났을까, 한승문은 두 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다시금 돌아왔고, 그에게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담배냄새에 다시금 긴장을 곤두세웠다.
사실확인을 하고 온 걸까. 그러고보니 한국에는 국가정보원이라는 첩보조직이 있다고 들었다.
악명높은 특수부대 ‘서비스 악시옹’을 거느린 프랑스 대외안보총국이 있다고 하나, 냉전이 끝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는 정권의 사찰기관이라며 조롱거리가 되고는 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악명높은 공산주의자들의 핵탄두를 목전에 두고 수십년을 대치중이지 않은가.
수십년간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아니. 수십년간 그림자 속에서 치열한 혈전을 벌였을 최강의 정보조직, 국정원이라면 진즉 EU의 속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뤼미에르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정치가의 입에서 선고가 떨어졌다.
“죄송합니다만.”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협력을 논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