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임기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37화 (37/296)

EP 7 - 북풍北風 (8)

- 불법 생체실험으로 국가전복을 계획한 전 국방차관 차재균 씨가 오늘 오후 8시 경,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차재균이 죽었다.

- 영상 보시기 전에 구독이랑 추천 함 눌러주시고요. 아, 네, 여러분! 그거 들으셨죠? 생체실험? 와, 씨, 존나 미친새끼 아닙니까? 자기도 양심은 있으니까 머리에다 권총을...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 국회는, 차재균이 획책한 생체실험과 사조직 구성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괴대특위에 대한 권한 확대를 통해 이를 방지...

- 모든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이 시대에, 권력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내란 세력에는, 국민의 단호한 심판만이 기다릴 뿐...

위정자들은 손을 흔들며 승리를 만끽했다.

- 한승문 의원님! 한 말씀만 해주십쇼! 생체실험 대상자들이 흉악범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그러면 아직 체포되지 않은 실험체들은 지금...

- 특검에서 임용택 전 계엄사령관과 김도환 전 국정원장을 제외하고는 추가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김도환 전 국정원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되며...

- 압구정 탈출을 지휘하고 생체실험 관련 외압을 견뎌낸 한승문 의원에게, 보국훈장 통일장 서훈이 결정되었습니다. 기자회견 직후 원옥분 권한대행은 한승문 의원을 자택으로 초청해 한 차례 대담을 나눈 것으로...

* * *

“나 젊을 때 보는 것 같아.”

연근조림을 으적이던 원옥분이 어눌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녀는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툭 툭 던졌다.

“그치. 깡다구가 있으야지. 정치하는 사람은 그런 모습도 필요한 법이에요.”

“......감사합니다.”

“양판석이가 제자는 참 잘 키웠어. 아주. 화염병 던지면서 공무원한테 바락바락 대들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말이야. 나 공안 시절에 함 본 적도 있어요. 취조실에서.”

양판석은 노태우 때 화염병 던지다 김영삼 때 판사로 임용되었고, 원옥분은 노태우 때 이미 검사로서 조폭들을 조지고 있었다.

법조계든 정치권이든 대충 양판석이 4년 정도 후배였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4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뒤바뀌는 세월에 준했다.

보통 대선, 총선, 지선 중 두 개 이상이 일어나니 말이다. 그래서 원옥분은 격의없이 양판석을 호칭했다.

“양판석이가 별 말은 안 하덥니까?”

“......딱히, 별 말씀은 못 들었습니다.”

“한승문 의원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양의원이 한의원을 참 애지중지해요.”

양의원, 한의원, 어감이 좀 묘하네.

원옥분은 일그러진 얼굴로 웃음 비스무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물론 나도 그렇고. 요즘 국회의원이 참 귀하니까.”

“......”

“어디보자, 지금 27이면, 31, 35, 39. 이야아. 30대 후반 4선의원이라. 어찌보면 본인도 미래가 기대되겠어요. 인기도 좋잖아.”

“......과찬이십니다.”

차기로 키우기에는 내 캐릭터가 탐난다 이거지. 정치인들 노후연금으로 쓰기 참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그, 지하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였을 때, 양판석 의원이 우리 한의원 좀 키워보자고 그랬어요. 우리도 알게 모르게 언론이랑 검찰에 덕담 정도는 흘렸고.”

국회의원이 슬쩍 흘리는 말이 이 나라에서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피곤한 정신으로나마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근데 갑자기 훅 치고나오면 우리도 좀 놀라요. 나이가 있어서 그런가.”

원옥분은 자기 냉장고에서 꺼낸 연근조림을 다시금 으적였다. 그녀는 체면차릴 것도 없이 먹으면서 내게 말을 이어갔다.

그녀가 양복입고 기자회견에서 점잖게 하는 말보다는, 연근조림 씹으면서 대충 흘리는 말이 더 강력했다.

“살살 해요. 살살.”

나대지 말라는 뜻이다.

“정치권에 큰 싸움이 벌어질 필요가 없는 시대에요. 안전하게 가자고. 안전하게...”

TV에서 보이던 스트롱맨은 없었다.

“사냥개는 천천히 굶겨 죽일 수도 있잖아. 이렇게 갑자기 몽둥이를 드는 것도 완전히 나쁜 선택은 아닌데......”

전두환 때 군사정권 몰아내겠다고 화염병을 든 양판석이나, 노태우 때 깡패 잡아 족치면서 화려한 현대사를 장식한 원옥분이나.

“우리같은 늙은이들은 몽둥이 드는 것도 좀 무겁다. 이 말이야.”

부담과 책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무슨 말인지 알죠?”

*

차재균의 자살 이후 사흘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나는 멍한 정신으로 세월에 몸을 맡겼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피해자 합동 영결식을 끝냈다.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맨 앞줄에 앉아있던 내빈들이 후다닥 달려가 기자들 앞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톡톡 찍으며 국민에게 어필했다.

난 멍하니 앉아 수없이 늘어선 영정사진들을 보았다. 범죄자를 뺀 민간인들만 모아놨지만 액자가 참 많았다.

유가족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오열했다. 빨간 얼굴을 타고 내리는 투명한 눈물이 피눈물처럼 보였다.

굳이 기자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비상구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죄, 송합니다. 저는, 저는...!”

“......”

“저, 정말, 이렇게 될 줄은...!”

어둑한 비상계단 아래쪽에서 어떤 여자의 흐느낌을 들었다.

“......채원, 학생?”

귀를 막고 쪼그려 앉아있던 작은 덩치의 소녀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다.

소녀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처량하게 올려다보았다.

*

“......왜, 그러셨나요?”

피채원을 조수석에 태우고, 묵묵히 숙소로 돌아가던 길.

빌딩 사이로 스미는 저녁놀이 유독 붉다고 생각할 무렵.

작은 주먹으로 한참동안 치맛단을 움켜쥐고 침묵하던 피채원이 맥락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굳이 해석은 필요치 않았다.

나는 파란색 신호등에 맞춰 엑셀을 밟으며, 한참동안 침묵하다가 가까스로 대답했다.

“글쎄요.”

내가 왜 그 지랄을 했을까.

나는 민본주의자가 아니기에,

국민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국가는 가치가 없다 말하지 못했다.

나는 인본주의자가 아니기에,

생명의 훼손을 당연시하는 수단과 가치는 존중받을 수 없다 말하지 못했다.

나는 이타주의자가 아니기에.

소수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다수는 온당치 못하다 말하지 못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였다 말하기에는 이기주의자가 아니었고, 국민의 뜻을 대신했다 말하기에는 민주주의자가 아니었다.

나는 애매한 사람이었다.

다들 그렇다.

누군가 자기소개를 시키면 대부분은 횡설수설하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명함을 가지고 있고, 나같은 경우는 나를 국회의원이라 소개한다.

허나, 직위가 아닌 자신을 말하라 함에 곧장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사람이 자신을 어느 하나로 쉽사리 규정짓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참 복잡하게 사는 생물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뚜렷하고 철학적이며 내 신념에 합치하는 멋들어진 대답 따위를 차마 지껄일 수가 없었다.

“......그냥,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랬죠.”

“......”

피채원은 미묘한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중얼거리며 애매한 변명을 이어갔다.

“어렸을 때는 나쁜짓에 참 예민했어요.”

새빨간 눈으로 조금씩 눈물을 훔치던 피채원이 아이러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이라는 게 있잖아. 그. 뭐냐. 나는 거기 좀 예민한 사람이었다, 이거죠.”

“......선, 이요?”

“아니, 막 급식줄 새치기하면 안 된다고 뻗대다가 쌈박질하는 애 있잖아요. 그게 나였지.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지만.”

나는 시큰둥하게 핸들을 돌리며 부산 앞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에 들어섰다.

주홍색 노을이 넘실대는 바다에 반짝였다.

“내가 워낙 부모님 말 잘 듣는 순둥이었어서 그랬나. 룰을 어기는 애가 있으면 내가 어른이라도 된 것 마냥 훈계질을 했지요.

근데 엄마가 내 손 잡고 무단횡단 하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그때가 마트에 장보러 갔는데 마트 문이 닫혔었단 말야.

그때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러니까 전혀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무단횡단을 한 거라고요. 좀 충격이었던 일이라 똑똑히 기억하고 있죠.

남들은 엄마가 돈까스 사준다고 해놓고 주사 맞게 한 걸 기억하는데. 나는 유독 내 손 잡고 무단횡단하시던 그 모습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노란 원피스 입고 계셨지. 어머니가 참 고우셨어요. 무릎까지 내려오는 노오란 원피스를 소화하는 아줌마는 우리 어머니 뿐이었을 거야 아마.

젊었을 때는 배우 했었다고 그랬는데, 내가 키는 작아도 잘생긴 게 엄마 닮아서 그래요.”

실실거리며 말을 잇던 도중, 문득 피채원에게 못 할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

녀석이나 나나 고아 처지지만, 얘는 잃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오랜만에 남에게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너무 들떠 버렸다. 엄마 보고 싶다.

나는 시큰한 코 끝을 킁 삼켜내며, 금방 본론으로 돌아왔다.

“내가 뭔 얘기 하고 있었더라...

그래. 무단횡단.

어머니가 내 손 잡고 무단횡단했던 이후로 나도 무단횡단 종종 하고 살았어요.

그으, 학원 가는 길에 신호등은 없는데 2차선 도로가 하나 있어서. 거의 매일 했었나 아마? 아무튼 무단횡단 참 많이 했어.

정확히 말하면 편의를 위한 일상적인 범법? 그런 게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그런 걸 알았지.”

“......”

“근데, 그으, 구정에 할머니 보러가던 날, 무단횡단하러 튀어나온 애새끼 피하려고 아버지가 핸들을 팍 틀다가 중앙선을 넘었어. 그리고 달려오던 트럭이랑 부딪혔지.”

“......”

“사고 나니까 시간이 참 천천히 가대. 유리창 깨지고. 범퍼 으스러지고. 트럭이 마악 밀고 오면서 엄마아빠 으깨지고. 부서진 의자가 뒤로 밀리면서 내 다리가 끼는 걸, 내가 봤단 말이야? 슬로우 모션으로.”

“......”

“그때 생각한 거지.”

나는 피채원의 첫 물음에 대답했다.

“법이라는 게 씨발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

차량 안에 약 15분간 침묵이 감돌았다.

순간 감정에 북받혀 조금 과한 소리를 했다.

철없는 발상이지만 얘 때문에 개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쌤쌤이라고 치기로 했다.

애초에 얘가 도와달라 그래서 강북까지 갔던 거니까. 이 만악의 근원 같으니라고.

아무튼 피채원은 미래시가 아닌 모양이다.

뭔가 좀 더 있는 것 같긴 한데,

“......잘, 풀릴 줄 알았어요.”

피채원이 자기 허벅지를 꼬집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말없이 운전을 계속했다.

“철이 아저씨는, 정말 순수한 언론인이셨고, 차재균 차관님도 항상 서럽게 울고 계셨으니까...”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그, 그리고, 아저씨도, 조금 무섭긴 해도, 그때 그 옥상에서,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저한테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결벽증적인 운전습관 때문에 나는 피채원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허나, 내 모든 신경이 소녀가 간신히 읊조리는 말 하나 하나에 집중되고 있었다.

피채원은 살짝 늘어진 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야산에서 살고 싶다고 펑펑 울던 윤아 언니도. 멀찌감치서 흘긋 본 국정원장님도. 거기 계시던 연구원님들이랑, 요원님들도. 모두가. 생체실험 같은 거 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던 분들은 없었으니까...!”

소녀가 서럽게 고백했다.

“저, 저는 귀가 좋아요.”

피채원이 내게 말했다.

“사람의, 마음을 들어요.”

순식간에 머리가 하얘지고, 핸들을 쥔 손에 실핏줄이 설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다들, 원하지 않는 일이라서, 대체, 왜......”

“......”

“그, 그냥,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일단 모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

“하기 싫다고 울부짖던 사람들이, 어떻게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가 있나요...?”

“......”

“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

도道를 따라도 덕德이 생기지 않는다.

법法을 지켜도 정의正義가 생기지 않는다.

마음을 알아도 선善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나는 지금 차재균이 자살한 그 집무실에 와 있었다. 경찰들이 막아서지도 않았다. 나는 이미 권력의 중심에 가까웠다.

차재균은 정해진 집무실을 쓰지 않았다. 평범한 당직실을 하나 골라 집무실로 개조했다. 그래서 늘 방이 좁다 느꼈다.

왜 그랬을까.

차재균이란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의문이 생긴다. 왜 그랬을까.

나는, 이미 없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나는 차재균이 자살한 의자에 앉아보았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은은한 혈향血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왜 이 평범한 당직실을 집무실로 개조했는지 알게 되었다.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창문을 마주보게 되었다.

살짝 커다란 창문 너머. 무너지고 으깨지고 망가진 도시의 하늘에,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항상 문을 보고 있었다.

지금도 문에서 괴물이 툭 툭 떨어진다.

그게 보인다.

그것만 보인다.

나는 그제서야 차재균이 되었다. 문득, 살짝 열려있는 서랍 사이에 들어있는 물건들이 보였다.

담배다.

차재균은 수십년 전에 끊은 담배를 피웠다. 더 이상 담배연기를 맡고 죽을 가족이 없었으니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찾았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은 자주 붙여본 적 있어서 쉬웠다.

입에 담배를 물고, 차재균처럼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크게 숨을 삼킨다.

“콜록! 크윽...! 캑! 흐, 흐읍...!”

따가운 연기에 눈물이 난다. 나는 토할 것처럼 기침하며 눈을 비볐다. 그러는 와중에도 창문 너머 보이는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차재균이라면.

내가 차재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괴수를 없애기 위해선 헌터가 필요하다. 생체실험은 이미 성공했다.

그리고. 헌터를 중심으로 괴수를 몰아내려는 정치인이 있고.

그 정치인을 기자회견에 내보냈더니, 국민적 영웅이 되어 자신에게 모든 죄악을 덮어씌웠다.

이, 상황에서. 나 차재균은 무엇을 해야 하나.

짙게 늘러붙은 슬픔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다 이루었다.

이제,

“콜록...!”

나는 꼴사납게 기침하며 눈물을 흘렸다. 새빨갛게 부어오른 눈살을 찌푸렸다.

“헤윽...! 콜록! 크흡...!”

어쩌면, 차재균은 나를 일부러 기자회견에 내보냈을지도 모른다. 뒤를 이어받을 영웅을 만들고서 모든 짐을 덮어쓰고 죽은 걸 수도 있다.

어쩌면, 차재균은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냉혈한이었을 수도 있다. 그냥 권력에 눈이 멀었던 거다. 나를 속이려 들었다가 위기에 몰리니 자살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차재균은. 어쩌면.

나는 한참동안 차재균을 생각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생전 마셔본 적 없는 담배연기에 꼴사납게 기침하며, 끝없이 울었다.

그냥. 복잡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한 짓이, 옳은지 그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해야만 했다.

누구 때문일까. 이 씨발같은 상황이 누구 때문일까. 나는 뭘 해야 하나.

그리고.

창문 너머로 문이 보였다.

문에서는 괴수가 떨어진다,

나는 마침내 차재균을 이해했다.

그렇게 한참동안 울었다.

*

도道를 따라도 덕德이 생기지 않는다.

법法을 지켜도 정의正義가 생기지 않는다.

마음을 알아도 선善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따라야 하는가.

선線이 없는 세상에 무엇을 따라가야 하나.

애석하게도, 나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 지랄맞은 세상에서 지켜야 할 법을 만들어야 했다.

내가 선線을 그어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었다.

*

사고가 나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다.

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모두가 똑같은 눈물을 흘리며 일년같은 하루를 보내고, 끔찍한 고통을 감내했다.

서릿발같은 한기가 뼛속에 사무친다. 누군가의 죽음이 마음에 짙은 그림자를 남긴다. 책망할 길 없는 슬픔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슬픈 시대는 그럼에도 흘러갔고,

마침내 진정으로,

차가운 북풍北風이 부는 계절이 되었다.

EP 7

북풍北風

END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