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 사냥꾼들 (2)
“피채원 양. 압구정에 사람들이 많대요.”
그래서 내가 화염술사 캐스팅하려고
“그 사람들 도와주러 서울에 갔다오려고 해요.”
겸사겸사 인지도도 조금 쌓고.
“무사히 갔다올 수 있을 것 같나요?”
별 일 없겠지?
피채원은 병상에 누워 한참동안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작게 읊조렸다.
“제가 가지 말라고 해도, 안 가실 거 아니잖아요.”
* * *
“......압구정에 들어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차재균의 싸늘한 눈빛. 그리고 이어지는 추궁.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화염술사 니네한테 뺏기면 안될 것 같아서요.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양판석의 옆에서 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배웠다. 일단 ‘국민’만 붙여놓으면 뭐든지 절반은 먹고 들어갈 수가 있었다.
“국민들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수백만이 죽었습니다. 전국민이 지인 하나 이상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헌데 압구정에 수천 명이 살아있다. 국민들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차재균은 항상 그렇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나는 침통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흐렸다.
“전 국민이 그 수천명 중에 내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국가가 그들을 구출해주기를 염원할 것이고요. 제가 그곳에 가는 건 일종의 증표입니다. 국가가 당신들을 버리지 않았-”
“명분은 잘 들었습니다.”
“그 역사의 현장에 한승문이 있으면 어떻겠습니까?”
“역시......”
차재균이 진절머리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질린 눈빛으로 내게 감탄과 경의를 표했다.
“제 38년 공직인생에서 수많은 정치인들을 만났습니다만, 초선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물론 진짜 이유는 초능력자 포섭이었다. 그리고 그걸 감추기 위한 연막의 첫 번째가 정치적 욕심.
원래 국회의원의 병신짓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초선은 항상 관심에 배고픈 때이니까요.”
“그렇다고 목숨을 걸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허가할 수 없습니다. 구출작전은 군이 알아서 진행하지요.”
“......이러면 안 되는거 압니다! 저도!”
두 번째 연막, 의리.
“......거기 강석호라는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얼굴을 뉴스에서 확인했지요.”
“......”
“국회에서 의원들 시다바리 하던 시절부터 같이 술잔 기울인 친구입니다. 저처럼 조실부모한 녀석이고, 동생 네 명 먹여살리느라 별 짓을 다하면서 산 녀석이에요.”
나는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서울에서 도망칠 때, 제가 버렸습니다.”
“......”
“가서 미안하다는 말은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차관님.”
나는 휠체어에 앉아 힘없이 웃어보였다.
“제발, 절 거기로 보내 주십시오.”
해석 : 내가 이정도로 체면을 구겼는데 안 보내주면 나랑 일할 생각 없다는 걸로 받아들일게.
화염술사는 절대 못 뺏긴다 이놈아.
*
“니 미쳤냐?”
“요즘 왜 다들 나보고 미쳤다 그러냐.”
“서울? 서어울? 이이...! 개또라이 새끼가...!”
여도연이 내게 베개를 집어던졌다. 안그래도 험악하게 생겨선 잔뜩 뿔이 난 모양이다.
“아무튼 못 가!”
“아, 어차피 헬기로 갔다오는 거야. 그냥 좀 보내줘.”
“지금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어!? 괴수한테 잡혀 먹히기 전에 지금 내 손으로 끝내주랴?”
“아! 왜 이렇게 질척대!”
질척거린다기에는 운동에너지가 조금 강했지만, 나는 이 주장을 절대로 물릴 수 없었다.
양판석 꼭두각시 신세를 벗어나 한승문으로서의 정치적 존재감을 얻으려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전국민이 주목하는 압구정.
절대로 빼앗기면 안되는 화염술사.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나는 들이박아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그리고 내 판단이 말하기를 지금이 바로 '각'이었다.
“나는 항상 두드렸어. 그래서 금뱃지를 받았고.”
“뭐?”
당황스런 기색의 여도연에게 단호히 쏘아붙였다.
“기회가 오면, 놓치는 게 병신이야.”
“그래 병신아.”
으음. 이건 좀 노리고 한 멘트인데.
“......아무튼 내가 직접 서울로 들어가야 해."
"자꾸 객기부리다 정말 죽는다?"
"명찰 달고 정치하려면 어느 정도 모가지를 내놓고 게임을 뛰어야지, 자꾸 뒤에서 깔짝대면 개평도 못 줏어먹는다니까?”
“하! 이, 새끼가...!”
여도연이 내게 삿대질하며 경고했다.
“권력 잡겠다고 이제는 목숨까지 거냐?”
“누가 목숨 건데?”
나는 내 미간까지 다가온 그녀의 손가락을 손등으로 치워냈다. 그리고 침착하게 읊조렸다.
“수송헬기 열 대. 전투헬기 7대. 심지어 아파치.”
“......뭐?”
“50명 태우는 수송헬기 열 대랑, 혼자 어지간한 마을 하나 작살내는 전투헬기 일곱 대를 데려간다고.”
차재균이 수립한 압구정 구출작전 계획은 간단했다.
55명 수용가능한 헬기를 번갈아 투입시켜 시민을 구출한다. 그 현장을 전투헬기 7대가 지킨다.
돈지랄이다. 아랍에서 오는 석유도 끊긴 마당에 항공유가 썩어 넘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심지어 주한미군 헬기까지 빌렸다.
다만,
“돌아가신 우리 각하께서 공항을 전부 틀어막아놓으셨더라고.”
김포, 인천, 양양, 제주. 대구, 청주.
사태 초기에 대통령이 모든 공항을 일단 틀어막았다. 그 어떤 재벌들도 돈 들고 못 도망치게. 그런 다음 죽었다.
덕분에 공항은 군인들이 장악한 상태였고, 우리 차재균 국군 통수권자께서는 국내 모든 항공사들이 들고 있는 항공유를 전부 징발했다.
“뭐어, 우리나라가 원래 석유 정유해서 팔아먹는 나라라, 가지고 있는 기름이 조금 있기도 해서 망정이지...”
기름 없어서 탱크도 못 굴렸으면 지금쯤 큰일이 났을 것이었다. 다행히 대한민국이 그렇게까지 허술한 나라는 아니다. 전쟁용 비축유도 아주 많이 비축해둔 상태고.
“자원이 아깝긴 한데, 압구정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의미가 상당히 큰 상황이야. 그래서 차차관도 큰 결단을 내린 거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나는 초조한 심정으로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절호의 기회야. 진짜.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야.”
여도연이 지친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씨팔 뭐라는건지 다 모르겠는데. 그냥 좀 위험한 데는 안 가면 안되냐? 꼭 그렇게까지-”
“누나.”
내가 위험한 데 안 가고
입 다물고
평범하게 일해서
결혼하고 애낳고
늙어 죽을 거였으면.
“그럴거면 애초에 정치를 안했지.”
나, 이래봬도 야망 있는 사람이다.
*
“......저도 가면 안됩니까?”
“예? 어딜요?”
순간적으로 습관처럼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감기자는 둥근 안경을 치켜 올리며 살풋 미소지었다.
“압구정에 들어간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니, 그걸 어떻, 아무튼! 제정신입니까?”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됩니다.
“의원님!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위험한 일도 아니라지 않습니까!”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이러지. 참다참다 기자정신이 폭발하기라도 했나.
“어허,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기자가 현장에 가는 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둥글둥글하게 사는 줄 안 사람이 갑자기 터프하게 군다. 특종에 눈이 먼 건가, 그럴 거면 종군기자를 안 하는데.
아니 보통, 남수단 내전으로 241명 죽은 것보다 우리나라 사람 하나 죽은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쓸데없는 정의감이 넘치는 양반이었나보다. 어쩌면 압구정에서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았거나.
“이거 놓으세요!”
“의원님!”
쯧. 바로 옆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윤아.”
“이야압!”
- 퉁 !
허공에 튕긴 감기자가 어딘가로 슈욱 날아갔다. 침대에 그대로 쳐박혀 이불에 돌돌 말린 채 봉인되었다.
감기자를 순식간에 제압한 천화란과 감지윤은 위풍당당히 들어오며 내게 말했다.
“그이가 이제 살 만하니까 원래 성격이 돌아오는 모양이에요.”
“......원래 저러십니까?”
“무대뽀라니까......”
감지윤은 애벌레처럼 돌돌 말린 아빠 위에 올라타서, 까르륵 까르륵 방방 뛰며 지 아빠를 잘게 다지고 있었다.
아버지의 무게란 저런 거구나 싶다. 애가 7살이니까 대충 15kg 나가지 않으려나. 부모는 원래 15kg짜리가 몸 위에서 방방 뛰는 걸 견뎌야 한다.
천화란이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잡아두고 있을테니 다녀오세요. 그이가 의원님 큰일 하시려는 데 발목 붙잡을 뻔했네요.”
참. 나. 여도연은 나를 말리면서 가지 말라 그러고. 천화란은 감기자를 말리면서 나보고 가라 그러고.
아이러니다.
*
-아ㅡ. 참수리, 참수리 5008. 4호기 이륙대기. 어퍼메이티브. 강풍 조금 심합니다. 잠시만요.
헬기 이륙이 살짝 늦어지는 모양이다. 나는 살짝 헐거운 의족 접합부를 만지작거리며 불안을 달랬다.
막, 막, 하늘에서 괴물 튀어나오는 거 아닌가. 살짝 무섭기도 하다. 그렇다고 여도연을 데려오기엔 살짝 걱정되기도 하고.
내 욕심으로 가는 건데 가족까지 끌고 갈 수는 없다. 사실 이게 위험한 일인 건 알고 있다.
그래도 뭐, 해야지 어쩌겠는가. 사람이 자기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수리 5008. 대기양호. 라저. ......예? 어어.
이제 막 이륙하려던 헬기 엔진이 다시 얌전해졌다.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고 있다.
보통 사람의 속도가 아니-
- 퍼억 !
“아읔!”
“오케에이! 아저씨, 출발해주세요!”
멀리서부터 전력질주로 달려온 여도연이 나를 들이받으며 소리쳤다.
힐끗 뒤를 쳐다본 조종사가 손목 스냅으로 계기판 스위치 세 개를 착 착 착 올렸다. 멋있다.
“아, 씨...... 왜 왔어.”
“왜 왔겠냐?”
걱정되니까 같이 가자고 안한거고. 걱정하니까 나를 따라온 거겠지. 심지어 관제실 윗선까지 직접 찾아가 허락맡고서.
여도연은 속도 편한지 헬기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채우고 있었다. 나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짜 갈 거야?”
“뭐-!?”
“헤드폰 끼고 말해라.”
여도연이 군인에게 헤드폰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내게 시비를 걸었다.
“너 방금 내 욕했지.”
“헛소리하지 말고, 진짜 갈 거냐고.”
“니가 안전하대매.”
“그걸 믿어?”
그녀는 대답 대신 중지를 치켜세우며 씨익 웃었고, 대답은 그 정도면 차고 넘쳤다.
- 참수리. 참수리 5008. 4호기 이륙 대기중. 라저 윌코. 참수리 납니다. 오바.
헬기가 서울의 하늘을 향해 비상했다.
*
“자아, 일단 기본적으로다가. 수송헬기 10대가 번갈아가며 압구정에서 사람 50명씩 날라다 남양주에 나를 거야.”
“거기 몇 명이나 있는데-!”
“헤드폰에 볼륨조절 있으니까 목소리 크게 만들지 말고. 좀. 아무튼 자세한 인원은 아직 파악 불가.”
“그러면 이거 얼마나 걸리는데-!”
“그것도 모르지. 잘하면 하루 반, 늦으면 한참.”
“우리는 뭐하면 되는데-!”
“가서 시민들 모두 헬기로 탈출할 때까지 남아있으면 돼. 믿음을 주자고 믿음을. 겸사겸사 석호한테 사과도 좀 하고.”
그리고 우리 깜찍한 화염술사도 포섭하고.
전국에 생방송 타고 스타 노릇도 좀 해보고.
양판석 허수아비라고 욕 먹기 전에.
여도연이 찜찜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나는 그제서야 여유를 가지고 헬기 바깥에 관심을 가졌다.
도시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저어 멀리 어디 기업이 돈자랑할려고 세워놓은 고층 건물은, 불붙은 나무처럼 새까만 연기만을 뿜어내고 있다.
대로변에 보이는 사람 조각들. 붉게 퍼져 나갔을 피가 굳어 검은 색으로 보인다.
사실 사람 시체라는 게 그렇게 잔혹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차피 조각조각 흩어져 있으면 사람인 것도 잘 모른다.
그냥, 너무 초라하다.
가족, 권력, 돈, 꿈, 각자가 각자의 무언가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살아갔을 사람들인데. 길바닥에 드러누워 구더기들에게 몸을 대주고 있다니.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
아니.
세상은 원래 이랬다.
카슈미르. 중동. 남수단. 발칸. 남오세티야. 몰도바. 슬럼. 멕시코 카르텔. 북한.
그냥 원래 이 모양 이 꼴이었다.
근데.
“이걸 이제야 알게 되냐......”
-아ㅡ. 참수리. 5008. 무슨 일인가? 오버. ...뭐요 씨팔?
조종사가 얼탱이 없는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음과 동시에, 기체가 크게 한 번 흔들렸다.
강풍이다. 안전벨트가 없었으면 헬기 바닥에 넘어졌-
ㅡㅡㅡ !
소름끼치게 높은 괴성이 들려왔다. 대기를 찢어버리는 것 같은 비명소리다.
조종사가 헬기를 거의 추락시키듯 지상 방향으로 내렸다. 몸이 붕 뜨는 기분이다.
그때. 뒤쪽에서 무언가가 헬기 위쪽으로 지나갔다.
잠시 파공음이 일며 기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리고 추락할 것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런 니미-!”
조종사가 악을 쓰며 조종간을 조작했다. 간신히 기체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군인 하나가 조종사에게 물었다.
“박소령님! 어떻게 된 겁니까!”
“개씨빨......! 후장이 따였어!”
“무, 뭐요!?”
“꼬리날개 조졌다고 이 빡통 새끼야!”
자세히 보니 조종사는 운전을 하는 게 아니라 균형을 잡고 있었다.
즉, 조종대 놓으면 바로 추락할 정도로 헬기가 파손됐다는 소리다.
나는 방금 우리 위쪽을 치고 지나간 괴수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했다.
커다란 박쥐날개밖에 보이지 않지만, 녀석은 분명히 크게 선회하며 우리 쪽으로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조종사가 순식간에 헬기를 옆으로 틀었다. 몸이 한 쪽으로 쏠림과 동시에 우리는 빙글빙글 돌며 좌측 하단으로 향했다.
“뛰어내려어-!”
헬기가 허공에 정지했다. 물론 아직도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조종사가 신들린 솜씨로 조종간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지금 정지한 곳이 어디인가.
창문 바깥을 보니 고층 건물의 옥상이 바로 아래에 있었다. 다소 높긴 해도 떨어져서 뒤지지는 않을 높이다.
쌍소리를 내뱉은 군인 하나가 문을 열고 곧장 뛰어내렸다. 그리고 옥상에 뛰어내리지 못하고 건물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여도연이 나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힘껏 뛰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바람이 머리칼을 헤집는다. 온 세상에 헬기 엔진 소리만 들려온다.
강한 충격과 함께 우리는 널부러져 몇 바퀴 굴렀다.
귀가 먹먹하고 시야가 흐리다. 나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헬기에서 군인 몇 명이 옥상에 뛰어내리는 것을 확인했다.
한 명은 아까처럼 건물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대체로 건물 옥상에 잘 착지했다.
이제, 조종사의 운명은 뻔했다.
괴물이 다시 돌아와 헬기와 부딪혔다.
ㅡㅡ!!!
굉음과 화염이 허공을 매웠다. 프로펠러 조각 몇 개가 우리 근처를 스쳤지만, 다행히도 거기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나는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지나왔던 허공에 게이트가 생겨 있다.
허탈하게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도연이 내 뒤통수를 때리며 나를 질질 끌고갔다.
“......개, 씨이팔.”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만 굴러가지는 않는다.
도박이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