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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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으셨답니다!”
레녹스와 공작가 기사들이 남부에서 보관을 되찾은 그 날 저녁.
먼저 수도로 돌아와 있던 줄리 엣이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은 모나드 백작 저에서였다.
줄리엣의 비밀스러운 외가 식구들이 방문 중이라, 그녀는 당분간 공작저가 아니라 백작저에 머물기로 했다.
“……다행이네요.”
“예. 곧장 수도로 귀환하시겠다는군요.”
엘리엇이 기쁜 표정으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의 손에는 조금 전 도착한 전서 매가 가져온 짧은 편지가 들려 있었다.
이 충직한 공작의 비서는 전서 매가 도착하기 무섭게 백작저까지 달려와 직접 기쁜 소식을 들려주었다.
“북부의 공작성에도 이 소식을 알려야겠습니다!”
장장 이십여 년 동안 실종되었던 가보를 되찾은 셈이니, 기뻐하는 것도 당연했다.
"저.. 엘리엇."
하지만 줄리엣은 기뻐하는 엘리 엇의 옆에서 조금 머뭇거렸다.
“소식은 그것뿐이었나요?"
"예?"
“그러니까…….”
줄리엣은 달리아에 대해 묻고 싶었다.
기네스 후작의 배후에 달리 아가 있었던 게 분명하고, 또 본래대로라면 그 티아라는 달리아가 들고 나타났어야 하는 물건이었으므로, 줄리엣은 보석관을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달리아 역시 함께 찾게 될 거로 생각했었다.
“혹시 어떤 여자를 찾았다던가, 그런 내용은 없었나요?”
“여자요?"
엘리엇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금 전 전서 매가 전달한 편지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아뇨, 일행이 늘어났다든지, 손님을 데려오신다는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그런가요…….”
줄리엣은 어쩐지 맥이 풀렸다.
'하긴, 달리아는 사람인데, 그 비밀 방에 갇혀있을 리 없지.'
설령 달리아가 정말로 기네스후작의 공범이거나 배후가 맞다고 해도 후작가가 무너진 순간 도망쳤다고 보는 게 자연스러운 사고 흐름일 터였다.
"저…… 그런데 아가씨.”
“네?”
“계속 백작가에 머무실 예정입니까?”
공작의 비서, 엘리엇이 잔뜩 목소리를 낮춰서 소곤소곤 물었다.
갑자기 왜 저러나 싶어 줄리엣은 눈을 깜빡였다.
“외할아버지랑 삼촌들이 아직 수도에 머물고 계시니까요?”
덩달아 목소리를 낮춰서 줄리엣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무래도 조카딸이자 외손녀가 이전 연인의 집에 머무는 건 상당히 어색한 그림이 되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하던 줄리엣은 엘리엇이 난처한 기색이었던 이유도 그녀의 가족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하.”
엘리엇은 울상으로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왜냐하면 응접실 저쪽에서 전설적인 외조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하여간……. 볼 때마다 칼라일족속이란 것들이 여기 와 있군.”
아니꼬운 눈초리로 리오넬 르바탄이 엘리엇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하하, 어르신. 저는 칼라일이 아니고 공작님을 모시고 있는 비서입니다.”
“비서든 부하든 그 한량 공작놈과 한통속인 건 매한가지 아닌가? 그러니 할 일 없이 남의 집에나 들락거리지."
"아, 아닙니다, 어르신! 저희 공작님께서는 무척이나 건실하시고 착실하게 일하시는.….…."
“떼잉!"
리오넬 르바탄을 비롯한 그녀의 친척들은 노골적으로 레녹스 칼라일을 싫어했다. 칼라일 공작가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인사는 흰 눈뜨고 노려보기 바빴다.
'로이한테는 이 정도는 아니셨는데.’
줄리엣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레녹스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것 같았다.
“할아버지.”
쩔쩔매는 공작의 비서를 구해주기 위해 줄리엣은 일부러 활짝웃으며 리오넬 르바탄의 팔짱을 꼈다.
줄리엣은 리오넬 르바탄이 결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했다.
“같이 엄마 보러 가요.”
묘지는 인적 하나 없이 고요했다.
“안녕, 엄마. 오늘은 할아버지랑 함께 왔어요.”
한참 걷다가 어느 묘비 앞에 멈춰선 줄리엣이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손질된 제단이었다.
“여기예요.”
줄리엣이 걸음을 멈추자 뒤따라 오던 리오넬 르바탄 역시 줄리엣이 가리킨 제단 앞에 멈춰섰다.
그는 품에서 뭔가를 조심히 꺼내 올려놓았다.
줄리엣은 그제야 외조부가 비밀스레 가져온 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이 계절에는 보기 힘든 흰백합과 푸른 수레국화를 가지런히 묶은 꽃다발이었다.
리오넬 르바탄이 겸연쩍은 듯 헛기침했다.
“릴리가 좋아하던 꽃이란다.”
"네, 알아요.”
줄리엣은 빙그레 웃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조손은 잠시 말없이 묘지를 내려다보고서 있었다.
“그래서…… 그 기네스 후작이란 작자가 릴리안을 죽인 진범이었던 게로구나.”
“네. 편지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리오넬 르바탄은 건조하게 물었고 그녀 역시 태연하게 대꾸했다.
얼마 전, 그러니까 기네스 후작을 붙잡은 직후 줄리엣은 동부로 편지를 한 통 보냈다.
리오넬 르바탄은 그 편지를 받자마자 당장 제도로 달려왔다.
줄리엣은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기네스 후작이 그녀에게 저주를 걸려고 했던 일 하며, 가스팔 남작을 시켜 열쇠를 훔쳐내려고 했던 배후였다는 사실까지.
“그때 알게 된 거예요.”
줄리엣은 편지로는 다 전하지 못했던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녀가 설명을 마쳤을 때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구나.”
리오넬 르바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한 상태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열쇠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물건이냐?”
"모르겠어요.”
줄리엣은 죄책감을 느끼며 목에 걸린 자그마한 은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기네스 후작이 이걸 노린 이유는 아마도 이 열쇠로 불러낼 수 있는 정령 또는 악령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나비들 말이냐?”
“죄송해요. 너무 허황된 이야기 죠?"
“상단 마법사들이 조사하고 있는 일과 관련 있는 게냐?"
"알고 계시네요.”
줄리엣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에셀리드에게 조사를 부탁했어요.”
아직 알아낸 건 별로 없었지만.
에셀리드가 해준 얘기라고는 그녀의 나비들이 악마에 가깝다는 말뿐이었다.
"할아버지."
"음?"
“할아버지는 악마를 믿으세요?”
“물론, 동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을게다.”
뜻밖에도 확신이 담긴 대답이었다.
“악마 붙은 보물에 대한 소문은 수없이 들었단다. 너무 많아서 뭐가 진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지.”
리오넬 르바탄은 의미심장하게 씩 웃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동부에는 그런 말이 있단다. 악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름을 들키는 일이라고.”
'……이름?' 순간 줄리엣은 얼핏 어떤 기억을 떠올렸다.
"스노우드롭은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진 아티팩트입니다.”
그런 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들었었다.
“그리고 또, 악마를 잡는 데 필요한 두 가지는 자만심과 속임수라는 속담도 있단다.”
줄리엣은 반짝 고개를 들었다.
“자만심과 속임수요?"
“그래. 그런 옛날이야기가 있단다. 옛말에 악마는 거만하지만 거짓말을 못한다는 말이 있어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어린애처럼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손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리오넬 르바탄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구나."
“아니에요. 재밌는걸요."
줄리엣은 싱긋 웃었다.
“실은, 말씀드려도 될지 망설였어요.”
줄리엣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어떻게 보면 고작 이 열쇠 하나 때문에 죄 없는 모나드 백작부부가 목숨을 잃었던 비극이었으니까.
그 배후에 기네스 후작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안 그래도 막 내딸을 잃고 시름에 빠진 외조부를 괴롭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줄리엣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아시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했지?"
“저는 할아버지를 닮았으니까, 저였다면 알고 싶었을 것 같았거든요.”
“훌륭하구나.”
빙그레 웃던 리오넬 르바탄이 불쑥 물었다.
“그래서, 네가 그 공작 놈의 곁에 남아있는 것도 그 악마 붙은 열쇠와 관련된 사정인 게냐?”
줄리엣은 흠칫했다.
“……알고 계셨어요?"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
리오넬 르바탄이 칼라일 공작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는 조금 무뚝뚝하게 들렸다.
"네 삼촌들은 모르게했다만…….”
줄리엣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졌다.
“..… 죄송해요."
“네가 왜?”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이었던 리오넬 르바탄이 처음으로 눈썹을 꿈틀했다.
“남의 집 귀한 손녀를 홀랑 납치해놓고, 사과는 그 도둑놈에게 받아내야지. 아니 그러하냐?"
줄리엣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릴리를 닮았어. 그래서 걱정이구나.”
리오넬 르바탄은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손녀를 다독였다.
“하지만, 줄리엣.”
그러나 웃는 것도 잠시, 리오넬르바탄은 진지하게 당부했다.
“언제든 그놈이 거슬리면 명치.
를 걷어차고 돌아오거라."
"네, 그럴게요.”
줄리엣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를끄덕였다.
---뉴톢이꺼★ 공금★ ㅅㅋㅌㄲ★
---뉴톢이꺼★ 공금★ ㅅㅋㅌㄲ★
잊혀진 줄리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