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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줄리엣-52화 (49/229)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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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마!”

"데이나!”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마그다였다.

에셀이 막 눈을 떴을 때, 마그다는 사라졌던 다섯 아이들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었다.

“다들 무사했구나!"

다행히 아이들은 다친 곳이 없이 무사해 보였다.

"애들은 괜찮습니까?”

“네, 마법사님! 모두 멀쩡한 것 같아요.”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며 마그다가 기뻐했다.

두통에 미간을 찌푸리며 에셀리 드가 죽은 듯 기절한 줄리엣을 등에 업었다.

“다행이군요. 그럼 모두 찾았으니 여기서 나갈 방도만”

"아, 아저씨!”

별안간 마그다에게 안겨 있던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쾅!

“꺄악!”

“마법사님!"

에셀은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해 바닥을 굴렀다.

“우, 움직이지 마!"

그의 머리를 후려치려고 했던 것은 삽과 곡괭이를 든 정체불명의 남자들이었다.

“이게, 무슨”

에셀리드는 인상을 구겼다.

“.….… 잠깐, 방금 마법사라고 했나?”

무기를 들고 에셀리드를 둘러싼남자들 틈에서 두려움 섞인 수군 거림이 흘러나왔다.

**

-그래서요?”

줄리엣이 설명을 끊고 끼어들었다.

“저 검은…… 길드는 왜 여기 있었대요?"

줄리엣과 에셀은 절벽의 벽을 더듬더듬 조사하고 있었다.

벽을 이루고 있는 석질이 무르지 않아 잘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줄리 엣이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놈들이 아이들을 여기로 끌어들인 주범입니다.”

“뭐라고요?”

줄리엣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네 아이들을 구슬려서 숲에서 신기한 돌을 주워 오면 돈을 주겠다고 했답니다.”

“신기한 돌이라니 그게 무슨-”

거기까지 말하던 줄리엣은 멈칫했다.

사방이 어두운 가운데, 커다란 돌 하나를 치워 내자 야광처럼 녹색 빛을 발하는 작은 조약돌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마력석이군요."

“네.”

에셀은 이어서 설명했다.

서 몸집이 큰 어른들 대신 좁은 마을 아이들은 그 꾐에 넘어가 절벽 아래로 내려가 마력석을 주워 줬다고 했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리다가 비 때문에 지반이 약해진 절벽이 내려앉으면서 이곳으로 추락했다는 거였다.

설명을 다 들은 줄리엣은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네요.”

산속 깊은 곳, 좁은 입구 그리고 마력석이 지천에 널려 있는 수상한 절벽 틈이라니.

"...… 서식지네.”

“마물서식지지요.”

동시에 말이 튀어나왔다.

무심코 중얼거린 줄리엣은 아차했고 에셀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일반인이 알 리 없는 지식이기 때문이었다.

줄리엣은 다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마력석 하니까 생각났는 데, 우리 추적기 있잖아요?"

“추적기? 그걸 가져왔습니까?”

줄리엣은 팔목을 걷어 올렸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에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걸 이제 말하면 어떡합니까!”

“아니, 그보다 에셀은 자기가 만들어 놓고 정작 본인은 하나도안 가져왔어요?”

“..… 빨리 작동시켜 보죠!"

줄리엣과 에셀리드가 툭탁거리는 와중에 잠들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서 몸을 일으켰다.

"어이! 마법사 양반!"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

그러나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게 켜지기만 하면 당장 이곳에서 나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

“…… 안 켜지는군요.”

“그럴 리가요!”

"마력을 충전하지 않은 걸 가져온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분명 에셀이 제대로 충전한 거라며 차고 가라고 줬단 말이에요.”

거기까지 말한 다음.

“......."

두 사람은 동시에 이게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차렸다.

추적기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은 한 명뿐이었으니까.

“테오 르바탄, 그 개-"

줄리엣은 여기서 나가면 결코 테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아직 멀었어?”

테오가 초조하게 외쳤다.

“연락을 취해 놨으니 곧 도착하실 겁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 이런, 젠장.”

테오는 욕설을 간신히 삼키며 급히 데려온 마법사들을 닦달했다.

“빨리 좀 찾아봐!"

“하, 하지만 추적 마법은 에셀리드의 전공이라~”

마법사들이 변명하느라 절절맸 맸다.

'쓸모없는 것들.' 그렇다고 해도 세 명이 에셀리 드 한 명분을 못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은 에셀리드의 파장이 아주 독특한 데다 마력을 분출하는 동부의 숲속에서 에셀리드의 마력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테오는 그들의 변명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됐으니까 당장 뭐든 방법을 생각해 내라고!”

“노, 노력하고 있습니다."

테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별다른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살짝 심술이 났던 것 뿐이다. 숲에서 좀 헤매고 나면 겁 좀 먹겠지 싶었다.

한편으로는 에셀리드가, 상단의 마법사가 붙어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방심했었다. 숲에서 길을 잃더라도 금방 빠져나올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멍청이!’

몇 번이고 수색대를 보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카나벨 마을 사람들을 불러다가 닦달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말 역시 가관이었다.

"이틀 전에 어린애 다섯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라고 그 애들을 찾으려고 별짓을 안 해봤을 것 같소?”

"소용 없소. 위대한 드래곤이 데려간 자들은 결코 못 찾아.”

“하지만 테오 도련님, 이건 시간 낭비입니다.”

발터 총관이 차분히 그를 설득했다.

“조금만 차분히 기다리심이-"

"알아!”

테오는 그제야 제가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 * *

마물 서식지라는 건 지하 감옥같은 구조였다.

아래로 갈수록 더욱 위험한 마물과 더 풍부한 마력석을 만나게 된다.

마력석을 가장 안정적으로 얻는 방법은 광산을 발굴하는 거지만, 동부에서는 이런 마물의 서식지에서 마력석을 더 많이 채굴했다.

때문에 동부에는 마력석을 채굴하기 위해 모인 길드도 발에 채 일만큼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진짜. 길드 이름이 왜 그래요?”

“불만 있나, 아가씨?”

검은갈드 길드의 길드장이란 남자가 음침하게 대꾸했다.

그러나 그는 명백히 에셀리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메리골드상단의 마법사라니. 겁내는 게 당연했다.

에셀리드는 줄리엣에게 속삭였다.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자들입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이렇게 욕심에 눈이 멀어서 애들을 꾀어다 위험한 곳에 밀어 넣질 않나, 그러다 공연히 상관없는 사람들한테 폐까지 끼치고 말이야.

줄리엣은 검은갈기 길드원들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위치한 서식지는 고대 마물의 둥지가 분명했다.

지금은 멸종한 거대한 마물들은 이렇게 깊은 산속에 둥지를 만들었는데, 보통 위험한 마물의 등 지일수록 마력석이 풍부했다.

보통 서식지의 구조는 역피라미드형이었다. 뾰족한 피라미드를 반대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아래층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

"어디까지 떨어진 걸까요?”

위를 올려다보며 줄리엣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에셀리드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같이 위를 보고는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족히 30미터는 되겠는데요. 이정도 지하면 우연히라도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발견되기는 무리겠군요. 소리쳐도 전혀 안 들릴테니까요.”

"음? 왜 그런 눈으로 봅니까?”

그것참, 희망적인 전망이었다.

서식지 근처에는 언제나 하급 마물이 들끓는 숲이 있기 마련이었다.

북부에도 잔뜩 있었다. 때문에 마물이 서식하는 숲을 소탕해서 영지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 역시,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들의 오래된 의무였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걸 기대할 수 없는 지역이니까요."

에셀리드가 한숨지었다.

카나벨 마을 같은 경우는 영주의 관리를 받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줄리엣은 그들이 카나벨 마을에 도착하기 며칠 전까지 큰 비가 내렸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오랜 비 때문에 지반이 약해져 있었고, 그 때문에 땅이 푹 꺼지면서 입구가 드러난 게 아닐까?'

줄리엣은 타당한 추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드문데요.”

에셀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남아 있었지?"

에셀이 중얼거렸다.

줄리엣도 그를 따라서 깎아지른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줄리엣 역시 고대 마물의 서식 지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의 손이 닿은 적 없는 서식 지가 발견되면 원칙상 길드 연합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어떤 속성인지만 알면 마물의 존재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비인가 길드인 검은갈기 길드가 그런 규정을 준수할 리 만무했다.

검은갈기길드가 정식으로 어떤 마물의 서식지인지를 보고하고 조사하는 대신 몰래 카나벨 벨마을로 잠입해 아이들을 동원해 가면서 마력석을 긁어모은 이유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정식으로 연합에 보고하면 그들 몫의 마력석의 양이 줄어들 테니까.

“카나벨은 고대어로 둥지란 뜻입니다.”

“뭐의 둥지인데요?”

에셀은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드래곤의 둥지죠.”

그러고 보니 마그다가 그런 말을 했었지.

드래곤이 애들을 잡아가느니 했던 전설 말이다.

줄리엣이 기억을 더듬으며 바닥의 마력석 하나를 골랐다.

밖에 나가면 비싼 돈 주고 사야 하는 마력석이 여기에는 이렇게, 나 많았다. 발에 차일 만큼.

"나갈 수 있느냐가 문제지.”

줄리엣은 자갈처럼 모양과 색이 예쁜 마력석을 집어 들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응?’

반쯤 불투명한 수정 같은 마력 석들 틈에서, 줄리엣은 까맣고 매끈한 완벽한 구체 모양의 돌을 하나 주웠다.

이게 뭐지?

잊혀진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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