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연일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우연일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대공비님이 남자를 만났다는 건 자그마치 십몇 년 전이다. 그리고 그때쯤 정보 길드장은 지금보다 어렸다. 외향은 비슷하지만 나이가 맞지 않았다.
‘물론 세상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정보 길드장이 내 눈을 빤히 보며 픽 웃었다.
“왜 그렇게 보지? 새삼 나한테 반했나?”
“아, 아니거든.”
나도 모르게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거기다 지금 그거 정보 길드장 얼굴도 아니잖아.”
아무래도 칼릭스의 얼굴로 있어서 내가 자꾸 착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정보 길드장은 왜 계속 칼릭스 전하의 모습으로 있는 거야?”
“한번 변하면 다시 이 모습으로 변하기 어렵거든.”
“진짜?”
그러고 보면 황궁의 마법사한테도 걸리지 않았던 변신 방법이다.
정보 길드장이 나른하게 입매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어차피 한동안은 이 모습으로 있는 게 너한테도 편하지 않아?”
“아, 그냥. 그 모습으로 있으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서.”
“이상해?”
정보 길드장의 푸른 눈동자가 은근히 빛났다.
“폐태자가 돌아오면 어떨 것 같은데?”
“그걸 들어서 뭐하게.”
“궁금하니까.”
잘생긴 얼굴이 가까워졌다.
“어차피 지금도 돌아올 거라 생각해서 자리를 찾아주려고 하는 거 아냐?”
“그건 그렇지.”
“언젠가 해야 한다면 지금 미리 생각해 두면 좋잖아.”
정보 길드장이라는 직업을 괜히 얻은 것은 아닌지 말이 제법 논리적이었다.
‘칼릭스를 직접 만난다면.’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자 진짜 칼릭스가 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데? 내가 칼릭스 전하라고 생각하고 말해봐.”
낮게 깔린 목소리도 내가 알던 폐태자의 목소리와 비슷한 것 같았다.
‘이상하네.’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칼릭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쉽게 말이 나왔다.
“칼릭스 전하.”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갑자기 헤어져야 했던 소년.
나 때문에 살고 싶어졌다고 담담히 고백하던 칼릭스.
하고 싶었던 무수히 많은 말 중 하나가 겨우 튀어나왔다.
“……많이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