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7화 (127/172)

정보 길드장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

깜빡, 정보 길드장은 답지 않게 무척 당황한 티를 내며 가면을 고쳐 썼다. 그러자 푸른 눈동자가 내가 알던 색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봐버렸다.

“아이구, 사귀던 사이가 아니었어?”

우리 둘 사이의 묘한 기류를 눈치챈 식당 아주머니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한테 괜한 주책을 부렸네. 미안해서 어째.”

“아니에요. 사귀는 사이 맞아요.”

나는 살짝 웃으며 식탁 위에 올려진 정보 길드장의 손을 잡았다.

“사실 제 남자 친구가 가면을 쓰고 있어서 이렇게 좋은 얘기를 해주신 분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감동받아서 놀랐어요.”

“어머, 도대체 무슨 안 좋은 소리를 들었길래?”

“아, 제 남자 친구의 가면을 다들 안 좋게 보았거든요. 그쵸, 릭?”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정보 길드장을 바라봤다.

“예, 맞습니다.”

정보 길드장의 드러난 귓불 부근이 붉어져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너무 열심히 했나?’

거래 조건이라고 하니까 왠지 모를 의무감이 들어서 열심히 해버렸다.

“아휴, 사람들이 참 못된 소리 많이 했네. 내가 보기엔 누구보다 두 사람 잘 어울려. 잘해봐.”

식당 아주머니가 웃으며 돌아가자마자 나는 정보 길드장에게 사과했다.

“멋대로 손잡아서 미안해. 연인인 척하고 있는데 어색해 보이면 좀 그렇잖아.”

“괜찮다.”

정보 길드장이 나와 맞닿은 손을 꿈틀거리며 얕게 헛기침했다.

‘전에는 자기가 먼저 내 손에 입술을 맞추더니.’

능숙한가 싶더니 지금은 수줍어 보인다.

왠지 나도 모르게 더 의식돼서 손을 빼려고 하니, 정보 길드장이 깍지에 힘을 주며 손을 더 꽉 붙들었다.

“-너.”

잠깐 의미 모를 눈으로 나를 보던 정보 길드장이 물었다.

“원래 이렇게 남자 손을 막 잡나?”

왠지 모르게 불퉁한 목소리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당신 정보력이면 알지 않아?”

“우리라도 세세하게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우리 가족들이 그렇게 내버려 둘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럴 일은 없었어. 이건 거래 조건이니까 열심히 한 거지.”

“……조건이면 이렇게까지 해준다고?”

“그래 봐야 손잡은 것뿐인데 뭐.”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정보 길드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 보였다.

“그런데 릭.”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곤소곤 물었다.

“방금 전 그 눈동자 색이 원래 네 눈동자 색이야?”

“……그래.”

정보 길드장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되게 신기하다.”

“왜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랑 눈동자 색이 매우 비슷해서.”

제국에서 푸른 눈은 매우 흔한 색이다. 하지만 칼릭스의 푸른색 눈동자는 특별했다.

바깥은 밝은 푸른색인데, 동공으로 갈수록 바다처럼 짙은 남색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명색이 파트너인데 이렇게 직접 마주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정보 길드장이 내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나에 대해 궁금해졌어?”

“응.”

“뭐가 그렇게 궁금한데?”

정보 길드장이 똑바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그래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소곤소곤 물었다.

“너 칼릭스 전하에 대해서 알아?”

“…….”

그러자 정보 길드장이 깍지 낀 손을 한 번 잡았다가 놓으며 나직이 말했다.

“어느 정도는.”

“얼마나 잘 아는데?”

“너보다 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불퉁하게 찡그렸다.

“거짓말. 폐태자 전하랑은 내가 가장 친했거든?”

“나는 그것보다 더 친밀한 사이였는데.”

“……뭐?”

정보 길드장과 폐태자가 아는 사이였다는 것도 놀라운데, 나보다 더 친한 사이라니!

그러자 정보 길드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너랑 다르게 어쩔 수 없이 더 친할 수밖에 없는 관계여서 그런 거겠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아무래도 나랑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 모르게 절친을 사귄 걸 알게 돼서 그런 걸까?

‘칼릭스도 자기 삶이 있었겠지. 그러니까 정보 길드장이랑 친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거였다!

‘나한텐 밖에 나간 적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일부러 축제에 데려가려고 노력하고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도 정보 길드장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칼릭스를 폐태자 궁에서 꺼냈지?’

새삼스러운 추억을 되새기다가 문득 깨달아 버렸다.

“헙!”

자꾸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느낌.

특이할 정도로 똑같은 색의 눈동자.

“그, 설마.”

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하 어머니에게 숨겨진 아들이라도 있어?”

“…….”

“정보 길드장이 바로 그 아들……?”

당연히 아니었다.

“나에 대해 한 가지 힌트를 주지.”

피식 웃은 정보 길드장이 비밀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우린 사실 아주 어린 시절에 한만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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