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관은 교황님이 깨어나셨다는 소식에 멍하니 굳었다.
‘이렇게 얼이 빠진 대신관은 처음 봐.’
나는 대신관의 팔을 흔들며 그에게 말했다.
“대신관, 뭐 해. 교황님께서 깨어나셨다니까 빨리 뵈러 가야지.”
“……그렇지.”
몇 번 눈을 깜빡거린 대신관이 느릿하게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 누르며 나를 봤다.
“일단 난 교황님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보마. 급하게 필요한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알았으니까 빨리 가봐.”
나는 어기적거리는 대신관을 일으켜 세운 뒤 등을 떠밀었다.
“교황님께서 기다리시겠다. 오랜만에 만난 교황님과 좋은 얘기 많이 하고, 내 얘기도 많이 해줘!”
어차피 교황님께서 계시는 곳은 극비라 나도 들어갈 수 없다.
‘이번에 겨우 깨어나셨으니, 경계가 훨씬 심하겠지.’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책임자인 대신관이 가야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속 썩이는 애의 후견인이 되었다고 꼭 말하마.”
대신관은 픽 웃다가 문을 나서자마자 급하게 뛰어갔다.
저렇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대신관에게 교황님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실감 났다.
‘부디 좋은 일이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쓰러지듯 잠들어버리셨다는 교황님.
사실 아무도 이유를 몰랐던 만큼 언제 다시 쓰러지실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지금 일어난 건 우연일까?’
아무래도 교황님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다.
‘알아볼 게 참 많네.’
그래도 오랫동안 시간을 들인 덕분에 조금씩 일이 진전을 보여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정보 길드장이 뭔가를 또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불현듯 검은 가면을 쓰고 있던 정보 길드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랑 계약 연애할래?’
유혹하는 것처럼 달콤한 중저음.
‘내가 그 사람 잊게 해줄게.’
갑자기 확 얼굴에 열이 올라 손부채질을 했다.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뭘 잊게 해준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방문 앞에 쏟아질 듯이 가득 쌓여 있는 선물 보따리를 보고 기겁했다.
“이게 뭐야?!”
이러다 우리 가족들이 보고 난리나면 어쩌려고?!
그때 밖에서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도토리!”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벨리알이 달려오고 있었다.
‘……정보 길드 해체되는 건 아니겠지?’
나한테 청혼하겠답시고 나섰다가 멸문당할 뻔했던 몇몇 가문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