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7화 (117/172)

“리, 리미에?”

바이칼로스 형제의 두 눈에 충격이 서렸다.

‘어째서 리미에의 얼굴이-’

깨진 거울 조각에 베인 것처럼 리미에의 얼굴은 피가 흐르고 엉망이 되어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달려갔을 피아르는 충격에 빠져 리미에에게 물었다.

“리미에가…… 맞아?”

바이칼로스의 성녀 리미에.

밤하늘처럼 흑단 같은 머리카락과 고운 흰 피부를 가진 고결한 소녀.

청순하던 리미에의 얼굴 한쪽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오, 오빠. 이건…….”

리미에가 놀란 듯 제 얼굴을 가렸다.

“보면 안 돼. 너무 추해!”

“도대체 갑자기 네 얼굴이 왜 그렇게…….”

“나를 미워할 거지?”

리미에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면 그녀가 건 세뇌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오빠들이 알던 그 모습이 아니니까 나를 끔찍해할 거지?”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잖아!”

“……아, 아빠를 지키다가.”

리미에가 가련하게 비틀거리듯 주저앉으며 얼굴이 보이지 않게 침대에 엎드렸다.

“주신님께 아빠의 무사귀환을 빌었어. 아빠가 무사할 수만 있다면, 무슨 대가든 치르겠다고.”

그리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이렇게…….”

잠자코 있던 에이든이 리미에에게 물었다. 어쩐지 차가운 목소리였다.

“저주라도 받았다는 거야?”

“나, 나도 잘 몰라. 너무 무섭고, 힘들고, 오빠들이 나를 경멸할까 봐 두려워.”

리미에는 여린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였다.

“미안해. 내 힘이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 그래도 날 멀리하지 말아줘.”

“……리미에.”

“난 오빠들이 아끼던 리미에야. 제발 부탁이니까 날 버리지 말아줘.”

리미에가 상처 입은 작은 동물처럼 흐느꼈다.

기묘한 정적이 지속됐다.

리미에의 우는 소리가 방을 빼곡하게 메웠다.

그때 에이든이 리미에에게 물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에이든!”

피아르가 에이든에게 소리쳤다.

“리미에가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너는…….”

“넌 믿고 끝도 없이 저 말이 믿기냐? 리미에, 네가 저주에 당했다면 어떤 저주에 당했는지, 갑자기 거울이 깨진 건지 다 설명해 봐.”

에이든이 얼굴을 숨기려는 리미에의 얼굴을 강제로 들게 했다.

“전부터 이상했어. 어느 순간부터 네가 말하는 걸 들을 때부터 짜증 났는데, 왠지 지금 증거를 잡은 거 같거든?”

에이든은 리미에의 손을 확 치웠다.

그러자 예전의 고운 얼굴에서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 리미에의 얼굴이 보였다.

“이게…… 저주다?”

에이든의 회색 눈동자가 맹렬하게 리미에를 뜯어봤다.

“그러면 신전 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네.”

“시, 신전은-”

에이든을 말리려던 피아르도 안도했다.

“그러게, 리미에. 신전에선 네 상처를 치료해 줄 거야. 하나뿐인 성녀를 외면하겠어?”

리미에의 어깨가 움찔 떨었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확인한 에이든이 리미에의 팔을 붙들고 사납게 물었다.

“리미에, 너 성녀인 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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