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9화 (109/172)

몇 시간 전.

“좋아.”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완성한 리본을 살폈다.

떨어지지 않게 블레스 다이아도 잘 붙였고, 몇 번이나 묶었다 풀며 연습한 덕분에 리본 모양도 완벽하다.

“공녀님. 이제 출발하시죠.”

“아, 응.”

날 데리러 온 기사의 목소리에 리본을 얼른 상자에 넣고 자리에 일어섰다.

‘대신관과 인사하지 못한 게 아쉽네.’

항상 갈 때는 인사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리본을 다 만들어서 이렇게 가게 됐다.

‘괜찮겠지. 어차피 다시 만날 거고.’

그런 생각을 하며 기사의 뒤를 따라 총총 걸었다.

그런데…….

“저기. 이 길이 맞아?”

내가 알기로 이쪽으로 가면 대신전의 후문이 나오는데-

‘아차.’

불길한 생각을 한 순간 기사 펠릭스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죄송합니다.”

펠릭스의 눈은 내가 알던 강직한 기사의 눈이 아니었다. 어디에 홀린 것처럼 풀려 있었다.

“모든 것은 성녀님의 뜻에 따라.”

힘이 빠진 내 손 사이로 상자와 리본이 툭 떨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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