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화가 나지?’
평소 쥬테페는 별로 화나는 법이 없었다. 대부분의 일은 쥬테페가 생각하는 대로 벌어졌으니까.
하지만 나나의 일만은, 이상할 정도로 쥬테페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어버리곤 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였다.
‘벨리알을 따라가는 게 아니었어.’
바이칼로스의 탕아라 불리는 피아르, 그의 맞은편에 있는 나나가 공포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저건 연기 같은 게 아니야.’
솔직히 쥬테페는 나나가 사람들에게 연기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는 했다.
심지어 그는 종종 나나에게 일부러 불쌍한 척, 무서운 척하면서 더 상대를 엿먹여 보라고 코치해 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쥬테페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나는 정말 겁에 질려 있어.’
차마 눈물도 나오지 않는 것처럼 굳어버린 눈가, 말도 못 하고 떨리는 입술, 경직된 온몸.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면-’
본래 나나는 저렇게 무서워하는 아이가 아니다.
웬만한 일들은 쥬테페가 황당해할 정도로 밝게 극복해 버리는 아이였다.
“어디를 받아가는 게 좋으려나.”
쥬테페는 뺀질뺀질 웃으며 옆으로 슬쩍 피하려던 피아르의 얼굴 옆에 검을 꽂았다.
쾅!
마기까지 실린 검은 너무도 쉽게 바닥을 파고들어 갔다.
잔해가 피아르의 얼굴에 튀었다.
“이, 이봐. 이건 간단한 대련 같은 거 아니었어?”
“우리가 언제 그런 걸 합의했지?”
쥬테페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피아르에게 물었다.
“원래 결투는 당사자 간의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연히 목숨을 받아야 적당하지 않을까?”
“그게 언제적 얘긴데-!”
결투로 목숨 거는 건 백 년 전에나 성행하던 거였다.
“내가 원래 구식이라.”
쥬테페가 미소 하나 없이 피아르의 손목을 밟았다. 그는 검을 다시 뽑아 든 다음 피아르의 눈을 응시했다.
“적당히 타협해서 눈 한쪽을 가져가는 걸로 하지.”
쥬테페의 천재적인 두뇌는 바이칼로스 공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해야 위협적이면서, 본인에게 피해가 없는지를 계산해 냈다.
그리고 아무리 결투였다고 해도 바이칼로스 공자의 신체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건 과한 행동이다.
‘분명 슬라데이체에 항의가 날아오거나, 내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쥬테페는 그 계산대로 움직일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발아래의 피아르가 반항하듯 꿈틀거리자 쥬테페가 친절하게 말하며 검에 힘을 줬다.
“가만히 있어, 그러다 눈 하나보다 더 크게 잃을 수도 있으니.”
쥬테페의 검이 잔인하게 상대의 얼굴을 꿰뚫으려던 순간이었다.
“쥬페!”
누군가가 쥬테페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쥬테페! 이제 됐어.”
두려움이 가득했던 나나의 눈에, 쥬테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여기서 그만해.”
그 순간 쥬테페는 탁 맥이 풀린 것처럼 몸이 느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서, 응?”
나나가 토끼처럼 올망졸망한 눈으로 올려다보자, 쥬테페는 장난인 것처럼 픽 웃었다.
“원래도 여기서 그만할 거였어.”
“……뭐?”
“일부러 해치려는 척 연기했던 거라고. 또 속았냐, 멍청아?”
물론 거짓말이다.
“걱정했더니 뭐야.”
“네가 속지 말았어야지.”
나나가 억울하다는 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자, 쥬테페는 거짓말처럼 긴장이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