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5/172)

다가오는 결투 때문인지 벨리알은 최근 연무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 덕에 나도 연무장에 하루걸러 한 번씩 도장을 찍었고.

‘벨리알이 저렇게 열심히 해주는데.’

나도 뭐라도 해야겠어.

결투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주위 환경도 영향이 가니까.

‘바이칼로스가 수작부리지 못하게 막고!’

최대한 벨리알이 익숙하게 만들…….

그렇게 고민하다 옆에 앉아 있던 쥬테페를 바라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쥬테페.”

“왜.”

쥬테페는 마시던 홍차를 우아하게 내려놓으며 책에서 시선을 뗐다.

어느새 연무장에 자신의 전용 티 테이블까지 가져다 놓았다.

“왜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거야?”

“구경이라니, 이건 감시하고 하는 거야.”

쥬테페가 당당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원래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부리는 거지. 형 같은 사람이 결투를 해주니, 난 다른 분야를 발전시키는 게 시간을 아끼는 거야.”

“그래서 지금 무슨 분야를 발전시키고 있는 건데?”

“그건 비밀이야.”

“비밀이면 결국 노는 거잖아!”

쥬테페는 언제나 그렇듯 싱긋 웃더니 다시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할 말이 없을 때 나오는 쥬테페의 행동이다.

어휴. 내가 못 살아 정말.

“도토리. 왔어?”

“응. 벨리알. 이번엔 이렇게 준비했어. 시작하자.”

최근 벨리알하고 이렇게 사무적인 대화밖에 하지 않는다.

지금은 우애 넘치는 남매의 정 같은 건 없었다.

“벨리알! 에이든의 키는 그것보다 작아!”

“젠장!”

움직이지 않는 밀집 인형 대신 마정석으로 움직이는 인형과 싸우는 것도 며칠째.

난 허리에 손을 착 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이런 수련으로는 안 되는 거 같아 벨리알.”

“…….”

“에이든이 벨리알보다 강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에이든에게 훨씬 유리한 곳으로 결투가 진행될 지도 몰라. 벨리알이 원하는 100퍼센트 이기는 방법은-”

“아니야. 하나 더 있어.”

“응?’

벨리알이 굳은 얼굴로 쥬테페를 향해 다가갔다.

쥬테페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자 벨리알은 아무렇지 않게 쥬테페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

“너랑 나는 지금부터 마물이 있는 곳으로 수련하러 간다.”

“아니! 형만 수련하러 가면 되지 왜 나까지-!”

“조용히 해.”

“아니, 형. 뭔데!”

“다녀온다, 도토리.”

벨리알에게 쥬테페의 허락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느새 두 사람은 가벼운 호위단을 꾸려 슬라데이체를 떠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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