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104/172)

벨리알이 한순간에 에이든의 멱살을 잡았다.

“결투 시작했다. 말 돌리기 없다?”

살벌한 마기가 폭발할 것처럼 들끓었다. 에이든은 기운을 끌어모아 마기에 저항하려 했다.

‘제길, 너무 방심했어.’

벨리알이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마력을 끌어올려 봐야 애꿎은 반항에 불과했다.

“이렇게 갑자기 시작하는 건 비겁-”

“밀리니까 내빼는 척하긴.”

벨리알이 우득 주먹을 쥐고 에이든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눈앞에 쇄도한 주먹에 에이든이 피하지 못했다. 그가 눈을 깜빡이려던 찰나였다.

‘저걸 정통으로 맞으면-’

콰앙!

폭음과 함께 두 사람 주위로 강한 먼지 바람이 휘몰아쳤다.

먼지 바람에 휩싸인 귀족들이 콜록거렸다. 이윽고 시야가 트였을 즈음.

벨리알과 에이든이 있던 그 장소에 두 남자가 검을 들고 대치 중이었다.

‘스, 슬라데이체 대공과 바이칼로스 공작?’

슬라데이체 대공은 바이칼로스 공작의 목에, 바이칼로스 공작은 벨리알의 심장 부근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두 남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먼저 입을 뗀 건 바이칼로스 공작이었다.

“먼저 시작한 건 네놈 아들이다.”

“꼴사납게 아이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고서 둘러대는 핑계도 참 거창하군.”

슬라데이체 대공의 검 끝에 맺힌 마기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끝을 원한다면 여기서 네 명줄을 끊어주지.”

바이칼로스 공작의 눈썹이 짜증스럽게 올라갔다. 그가 막 검에 힘을 주던 순간이었다.

짝, 짝, 짝-

고요한 와중, 황제가 크게 폭소하며 박수 쳤다.

“하하, 건국제답게 아주 훌륭한 구경거리야.”

대공과 공작은 그런 황제의 반응에도 서로를 향한 검을 내리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했다간 누구 하나의 목숨이 끝나버릴 정도로 아슬아슬한 순간, 황제는 옥좌에서 일어나 두 남자의 사이로 걸어왔다.

“하나, 이 이상 싸움이 커지면 그다지 재미가 없어질 것 같네.”

싸늘하게 얼굴을 굳힌 황제가 대공과 공작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기왕 아이들 싸움에서 시작한 것, 정식으로 둘이 결투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

황제는 주위의 귀족들에게 턱짓했다.

“자네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제대로 황실에서 열어주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나?”

황제가 푸른 눈을 섬뜩하게 빛냈다. 얼어붙어 있던 귀족들이 서둘러 외쳤다.

“물론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제국 최고의 검술 천재들 아닙니까?”

“건국제에 초대된 이들에게 제국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슬라데이체 대공과 바이칼로스 공작은 동시에 검을 내렸다. 검집에 검을 넣은 바이칼로스 공작이 이죽거렸다.

“운 좋은 놈. 폐하의 배려로 살아남은 줄 알거라.”

슬라데이체 대공은 그 꼴이 우습다는 듯 픽 웃으며 벨리알의 어깨를 감쌌다.

“벨리알, 보거라. 저렇게 입 놀리는 놈들이 전장에서 제일 먼저 죽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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