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고요해졌다.
가족들 모두 샤를린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중에서도 대공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샤를린 엘리샤라.”
대공님의 손에 들린 찻잔이 부서졌다. 붉은 눈동자가 섬뜩한 살기를 머금었다.
“무슨 의도로 내 딸에게 그랬지?”
“의도라니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샤를린이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며,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드레스 자락을 꾹 움켜쥐었다.
“나나가 신성력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요. 하지만 저도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요.”
드레스 자락 위에 눈물이 번졌다.
고개를 든 샤를린이 슬픈 미소로 나를 돌아봤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네 드레스가 젖지 않아서. 내가 닦아주지 않아도 되었는데, 괜히 나섰나 봐.”
어쩐지 내가 가해자라도 된 듯한 모양새다.
“그게 무슨-”
벨리알이 눈매를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그때 아벨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아벨은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는 대공님에게 말했다.
“고작 티파티에서 물 조금 쏟아진 일입니다. 가벼운 실수로 벌어진 일인데, 굳이 일을 키우실 필요 있겠습니까?”
“형, 그래도.”
“벨리알, 너도 곧 성인이 되어가는데 자중할 줄 알아야지.”
그렇게 아벨이 내 흰 원피스를 자상하게 살폈다. 그 눈동자는 전처럼 다정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했다.
“우리 레이디, 많이 놀랐겠다.”
“아, 나는…….”
“마법을 쓰다 보면 생각지 못하게 움직일 때가 있어. 신성력이 마법을 그녀의 의지로 오해했나 봐. 샤를린, 그렇지요?”
“아벨은 저를 이해해 주는군요.”
아벨의 턱짓에 샤를린이 가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사과했다.
“나 때문에 정말 미안하게 됐어, 나나. 다음엔 더 조심하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