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6화 (96/172)

한껏 해맑게 웃으며 피망을 그녀의 접시에 덜어주었다.

“여기 제 피망이에요!”

샤를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벨리알이 먼저 외쳤다.

“도토리, 치사하게 너만 피망을 안 먹겠다는 거냐!”

“무슨 소리야. 나는 피망을 좋아하는데 양보한 거고, 벨리알은 편식하는 거니까 다르지.”

나는 샤를린을 슬쩍 보며 의젓하게 말했다.

“그래도 괜찮으시지요?”

샤를린은 우아하게 웃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 된단다. 피망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

“그래도 샤를린 님은 대공가의 손님이시니까, 제가 계속 피망을 양보해 드릴게요.”

은근히 ‘손님’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샤를린의 표정을 살폈다.

‘일부러 그랬다면 티가 나겠지.’

내 피망을 먹은 샤를린은 슬프지만 나를 위해 웃는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음, 역시 멜의 피망과는 다르네. 그래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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