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가 실종됐다.
늦은 자정, 온 대공저에 불이 잔뜩 켜졌다. 삼엄한 공포가 슬라데이체 대공가 전체를 휘감았다.
사람들은 모두 목이 졸린 듯한 표정으로 다급히 나나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어떤 흔적도 없었다.
“대공저 전체를 수색했지만, 공녀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공녀님의 방에서 저항한 흔적도 없었기에-”
쥬테페가 이를 꽉 깨물었다.
“나나가 가출했다는 건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방에서 낯선 마력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상당한 실력자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쥬테페는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텅 빈 방에는 여전히 나나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내가 잘못했어.’
나나는 쥬테페가 무슨 짓을 해도 웃으며 다가와 용서해 줬다.
이번에도, 그러려 했는데.
‘기회는 당연한 게 아닌데, 이 멍청아.’
왜 그리 조급하게 나나를 다그쳤던가.
‘이딴 게 무슨 오빠야.’
벨리알은 텅 빈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건국제 파트너 따위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어.’
그의 손이 검을 꽉 쥐었다.
“너를 지키는 검이 되겠다고 했는데…….”
가슴에 울분이 가득 찼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어머니를 놓쳤을 때와는 달리, 이번엔 마지막을 봐주지도 못했다.
“사실…….”
나나의 하녀들이 눈물을 흘리며 증언했다.
“전부터 나나 님께서 몇 번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가시려는 것을 말렸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처럼 가방을 싸서 나가신 것도 아니어서.”
상황에 대한 보고가 쌓일수록 공기가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대공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었다. 격렬한 고요가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
‘찾아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건 악몽의 재림이었다.
“이건 납치다.”
대공은 어질러진 나나의 침대 이불을 정리했다.
“나나는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갈 아이가 아니다.”
대공가의 일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무릎을 꿇고, 대공을 올려다봤다.
“비상 경계령을 내려라.”
대공의 붉은 눈동자가 광기로 번뜩였다.
“슬라데이체 기사단은 물론, 흑야 전부를 투입한다.”
흑야는 슬라데이체의 그림자 암습조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 하다못해 그 아이가 흘린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다 긁어와.”
대공이 열린 창문을 바라봤다.
“그 아이에게 손댄 자가 있다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내 손으로 직접 없애버리겠다.”
환한 보름달이 나나의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달빛 속에서 슬라데이체의 일원이 그림자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단 하나.
‘공녀님, 제발 무사히만 있어주세요.’
‘부디 다치신 곳 하나 없으시길.’
소중한 공녀님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