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172)

‘오랜만이니까 간식도 싸가야지.’

아무리 식사가 개선되었다고 해도, 이런 비싼 디저트까진 주지 않을 테니까.

‘맛의 신세계를 보여주지.’

간식 배낭을 꼼꼼히 챙긴 뒤 마차에 올라타 소피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소퍄, 구롬 가따 오께(소피아, 그러면 갔다가 올게)!”

“예, 폐태자 궁에 갔다가 바로 오시는 것이지요?”

“응!”

그때 내가 탄 마차 안으로 대신관이 들어왔다.

대신관은 무척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벨루아 대사, 그날 협상으로 이뤄낸 거지?”

“웅. 당욘하지.”

대신관이 이렇게 놀라는 얼굴은 처음 봤다.

‘놀라게 하는 사람들 마음을 알겠는걸.’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정보 길쟝이랑 횹상해소 나나가 어더낸 고야(정보 길드장이랑 협상해서 나나가 얻어낸 거야).”

“벨루아 대사가 그 시각에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

“비밀.”

내 킬킬거리는 웃음에 대신관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얼른 말 안 해주냐?”

“구치만 비미 횹상이라 대신간에게도 말하면 안 대. 사라미 신의를 지쿄야지(그치만 비밀 협상이라 대신관에게도 말하면 안 돼. 사람이 신의를 지켜야지).”

“누가 그래?”

“우리 주신밈!”

사실 벨루아 대사를 활용할 수 있었던 건 우연이었다.

‘당신은 벨루아 대사가 제국에 온 목적을 알아?’

‘크게 아는 건 없어. 벨루아 왕이 즉위식에서 암살될 정도로 왕국이 난장판이란 것 빼고는.’

정보 길드장이 아무렇지 않게 흘린 정보에서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맞아! 전생에 벨루아 왕이 자기 어머니랑 전쟁을 치렀지?’

그걸 떠올린 순간, 일은 일사천리였다.

내 눈앞에 모든 수작에 능통한 정보 길드장 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해줘야 깎아 먹은 이미지를 회수할 수 있어! 그러니 다 공짜로 해주는 거다?’

‘우리 길드를 아주 탈탈 털어먹네. 기왕 해주는 것, 끝까지 잘 마무리해 주지. 벨루아 대사가 네 커피를 고마워할 수 있도록.’

그렇게 벨루아 대사가 알현실에서 내 카페의 가치를 한층 더 올려줬다.

‘황후 폐하께서 한 손 거두어주실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그 기세를 몰아 해명한 끝에 마시멜로 카페는 아주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아아, 비밀. 그렇지.”

대신관은 눈썹을 모으며 불만스러웠다.

“나처럼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듣긴 너무하지.”

“고럼고럼. 너무하지.”

“진짜 그럴 거냐?”

“웅!”

나는 골이 난 대신관의 표정이 재밌어서 계속 장난쳤다.

대신관은 내 장난스러움을 눈치채고, 검지로 내 머리를 통 치고서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

“잘 해결했으니 됐다. 폐태자 궁 가던 길인 것 같으니 잘 가라.”

“이대로 가두 대?”

“뭘 새삼.”

대신관은 마차가 출발할 때가 되자 쿨하게 떠났다.

나는 마차 창문을 열어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관을 불렀다.

“대신간!”

대신관이 날 돌아보자, 나는 대신관에 준비했던 선물을 던져줬다.

순발력 있게 선물을 받아 든 대신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뭐냐?”

나는 두 손을 입에 모으며 해맑게 외쳤다.

“그고또 비밀이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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