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알 공자님. 말씀하신 곳에 도착했습니다.”
“도토리, 가자.”
벨리알은 퐁실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풍선이 잔뜩 매달린 커다란 저택이 있었다.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레비 저택?”
“도토리도 알고 있었어? 요즘 수도 어린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래. 예약하느라 고생 좀 했지.”
벨리알이 나를 힐끔 봤다.
“내가 준비한 게 마음에 드냐?”
레비 저택 주변엔 색색 화단이 깔려 있었다.
‘마음에 드냐고?’
레비 저택은 어린아이들에겐 완전 환상의 놀이공원이다.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들로 저택을 잔뜩 꾸며 구경하는 것만으로 며칠 걸리는 장소.
‘전에…… 멀리서 한 번 본 게 다였는데.’
그때 레비 저택 앞에선 또래의 여자애가 큰 인형을 안고 까르르 웃고 있었다.
여자애의 가족들이 여자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음에도 같이 레비 저택 데리고 올게. 곧 네가 좋아할 인형이 또 나온다더라.’
그 모습이 가슴에 박혀 몇 번이고 레비 저택 근처를 서성이다 결국 쫓겨났었다.
어느새 벨리알이 내 손을 잡고 흔들흔들했다.
“마,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
“아냐. 너무 조하.”
레비 저택을 다시 올려다봐도 그때처럼 먹먹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제 가족이 생겨서인가?’
벨리알과 나란히 손을 잡고 레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아!”
“오오!”
나는 물론 벨리알까지 감탄했다.
특히 동물 인형들을 잔뜩 모아놓은 숲 같은 꽃밭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토끼 쫑쫑이!”
그중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끼 쫑쫑이 인형도 있었다.
‘머리띠를 한 쫑쫑이도 있잖아!’
인기 시리즈답게 여러 토끼 쫑쫑이가 있었다.
난 그중 목도리 한 쫑쫑이가 마음에 들어 꼭 끌어안았다. 그때 벨리알이 인형 하나를 쓱 보여주었다.
“그 사이에 있으니 도토리랑 똑같이 생겼네. 특히 얘랑.”
입에 뭔가를 가득 집어넣고 있는 토끼 인형이었다.
‘쟨 귀가 안 크네.’
자세히 보니, 쫑쫑이가 아니라 다른 토끼 시리즈였다.
“구건 사도야!”
나는 벨리알을 삐죽 노려봤다.
“쫑쫑인 요로케 생겼다구.”
“아, 얜 다른 인기 시리즈 토끼 밍밍이네.”
“밍밍인 쫑쫑이 따라 한 가짜쟈나. 오또케 밍밍이랑 쫑쫑일 헷가료!”
그러자 벨리알이 둘을 번갈아 보며 ‘뭐가 다르지?’ 하다 밍밍이를 저 멀리 던졌다.
그리고 상큼하게 웃었다.
“자, 끝났지?”
“웅!”
“그러고 보니 곧 밍밍이 시리즈는 다 회수한다더라. 쫑쫑이의 특허권이 통과돼서.”
나도 기다리던 소식에 눈을 번쩍 떴다.
“지쨔?”
“그래. 너도 아는 쫑쫑이 친구들 있지?”
토끼 쫑쫑이는 다른 동물 친구들이 있었다. 물론 난 그 친구들을 다 외우고 있었다.
“그 친구들까지 묶어서 차별화시켰다더라.”
아주 좋은 전략이다.
제국의 특허는 다른 차별성을 묶어서 신청할수록 통과가 더 빠르게 되니까.
‘그래서 나도 차별성을 더 넣으려고 하고 있는 거고.’
골랐던 쫑쫑이 중에서 가장 예쁜 쫑쫑이 하나를 골랐다.
‘집에도 많으니까 하나만 가져야지.’
그리고 다시 차별성을 고민하며, 품에 있던 다른 쫑쫑이들을 제자리에 놓았다.
“너 그거 왜 바닥에 내려놔?”
“나나, 이고 하나묜 대.”
벨리알의 눈매가 치켜 올라갔다.
“무슨 소리야. 거기 있는 다 골라. 아니다.”
말하던 벨리알이 폭주했다.
“이 레비 저택에 있는 거 다 사.”
“구, 구게 몬 소리야!”
아직 5층 저택 중 2층까지밖에 안 다녔는데!
벨리알이 내가 내려놓은 인형을 주워 들며 말했다.
“내가 그 정도는 돈은 있어. 이 봐, 여기 있는 장난감 다 사서 슬라데이체로-”
“벨랼. 잠만.”
사용인을 부르려는 벨리알을 급히 말렸다.
“나나 갠차나. 안 본 거또 마는걸.”
“그러면 다 사서 집에서 보면 되겠네.”
아빠의 막무가내가 느껴졌다.
“요기소 보는 고랑 집에서 보는 곤 다르다구.”
벨리알도 그 사실을 반박하진 못하는지 말을 멈췄다.
‘휴, 진정시켰다.’
하지만 벨리알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러면 레비 저택째로 사서 우리 집까지 가지고 오라 해.”
“오또케 구래, 레비 저택은 집이쟈나. 못 움지겨.”
“레비 저택 밑에 바퀴 달아서 끌고 오면 되지.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
“그, 그게 가능하묜, 우리 집만이 아니라 다른 귀족들도-”
그 순간 뭔가가 번뜩 스쳤다.
‘그러고 보니 장소 때문에 손님들을 더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지.’
평민들은 일하느라 시간이 안 맞아서 마시멜로 카페에서 마시고 싶어도 마시지 못한다 했다.
거리의 제약 때문이다.
‘마차가 카페가 되면 되잖아!’
나는 벨리알의 손을 붙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벨랼, 천재야!”
“뭐, 야, 이런 거 가지고…….”
하지만 벨리알의 귓가가 기분 좋은 듯 달아올랐다.
벨리알이 사용인을 불러 말했다.
“여기 레비 저택 소유주 불러. 부르는 대로 줄 테니까.”
앗, 그거 아니야! 그거 때문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