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8/172)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블리체 다이아는 신성력을 감당하지 못해 쩌적 갈라졌고.

-……방금 원조라던 블리체 다이아는 망가졌고, 블레스 다이아는 신성력을 머금었습니다.

블레스 다이아는 당연하게도 오색으로 빛나며 신성력을 완전히 빨아들였다.

대신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진짜 희극인으로 나섰으면 제국을 뒤흔들 사람이 되었을 텐데.

사람들이 두 마력석을 번갈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의 안건이 두 다이아의 기술유용 및 탈취 시비와 블레스 다이아의 허위 및 과장 광고가 맞습니까. 재판장님?

-맞습니다.

-그렇다면 진짜는 블레스 다이아입니다. 이 블레스 다이아는 과장 되지 않았습니다.

-블레스 다이아 쪽이 진짜라는 이야깁니까?

-네.

대신관이 손을 들고 선서했다.

-제 이름과 신을 걸고 맹세합니다.

희비가 갈렸다.

진짜가 가려진 순간 모즈필드 남작과 고위 사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선결하겠습니다. 피고, 무죄.

재판장이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모즈필드 남작은 책상을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설전했다.

-잠시만요! 재판장님! 저와 더 이야기를 해보-

-재판은 끝났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잠깐! 날 끌어내지 마! 아직 안 끝났어! 잠깐만!

모즈필드 남작은 끝까지 자신을 돌아봐 달라며 울부짖었지만 재판장은 말없이 재판록을 정리했다.

검증해 줄 이로 나선 고위 사제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털썩 자리에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대, 대신관님. 제발 한 번만 자비를.

대신관은 한마디를 했다.

-자비는 신께서 이미 베푸셨습니다.

그의 금빛 눈이 시리게 빛났다.

-그리고 그 자비를 짓밟은 건 당신입니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대신관은 등을 돌렸고 고위 사제는 기어서라도 그의 다리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손은 대신관에게 닿기도 전에 근위병들에게 잡혀 끌려 나갔다.

-대신관님!

그가 애절하게 부르짖었지만 대신관은 뒷짐을 쥔 채로 무시했다.

그가 뒷짐 진 손이 브이라는 건 우리만 볼 수 있는 신호였다.

난 만족스러운 얼굴로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며 의회장에게 말했다.

“준비는 다 해놔찌?”

“네. 이제 모든 언론사가 블레스 다이아에 대한 기사를 퍼뜨릴 것입니다.”

그 말처럼 다음 날 신문에는 대문짝만하게 블레스 다이아의 재판 결과가 찍혀 있었다.

[블레스 다이아 무죄.]

[신성력을 빨아들이는 신성 마정석의 등장.]

모즈필드 남작의 상단은 규모가 큰 대형 상단이었다.

그런 대형 상단을 상대로 이긴 블레스 다이아 상단의 유명세는 슬라데이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거기에 신문에는 우리 카밀라가 찾아 놓은 모즈필드 상단의 비리 및 그가 매수한 고위 사제의 죄목도 낱낱이 공개되어 있었다.

난 신문을 접으며 휴- 한숨을 내뱉었다.

‘다들 틀림없이 대단하고 위험한 거물이 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으으. 역시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때까지는 꼭꼭 숨겨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난 배시시 웃으며 신문으로 입을 가렸다.

나 스스로 얻은 승리에 솔직히 조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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