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테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 듯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공허한 눈으로 말했다.
“내가 왜 너랑 이러고 있지.”
그러곤 발을 굴리며 해맑게 웃고 있는 날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경고했는데 왜 또 날 붙잡은 거야.”
“쥬빼가 조으니까!”
당연한걸!
“……난 모르겠다.”
그래도 쥬테페는 가르치는 데 아주 충실했다.
물론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고 자신은 바쁘다며 할 일을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난 쥬테페가 지금까지 가르쳐 준 걸 슥슥 적어 나가며 방글방글 웃었다.
“쥬빼는 조은 선샌니미야!”
“헛소리.”
“아냐. 가르치면소 나나 때리지도 안코, 빤니 안 외운다고 굼기지도 안는 골(아냐. 가르치면서 나나 때리지도 않고, 빨리 안 외운다고 굶기지도 않는 걸)?”
쥬테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날 쳐다보았다.
“빨리 안 외우면 굶긴다고?”
“아무래도 가끔 잘 몬 아라들으니까 때료찌(아무래도 가끔 잘 못 알아들으니까 때렸지)!”
왜 저런 눈으로 날 보지? 신전에서는 허다한 일이었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쥬테페는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쥬테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다짐은 변하지 않기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나 곤부 잘해소 쥬빼 구해주께(나나 공부 잘해서 쥬테페 구해줄게).”
“그 말…… 진심이었어?”
“그롬.”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해.
‘말한 건 모두 지키는 착한 어른이라는 말씀.’
쥬테페는 이내 날 다시 쳐다보고 내가 쥔 주먹을 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주먹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쪼끄많네.”
그러면서 내 주먹을 조물조물 만졌다. 심각한 눈으로 보기까지 했다.
“이 손으로 펜을 잡을 수 있단 말이야? 쬐끄맣고 말랑말랑 해가지고.”
쥬테페는 시선을 올리더니 내 볼도 쭉쭉 잡아당겨 보았다.
담담한 얼굴로 툭 말했다.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유예 아야야(쥬빼 아파아)-”
내가 웅얼웅얼 칭얼대자 쥬테페는 헉하면서 나를 놓았다.
아야야.
난 아리는 볼을 문질문질 문댔다.
쥬테페는 자신의 행동이 여간 부끄러운지 큼큼 헛기침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쨌거나 나 바쁘니까 그거 다 외우기 전까지 부르지-”
“다 외워쏘.”
“뭐?”
쥬테페는 내가 공부한 걸 휙 가져가더니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난 쥬테페를 보며 활짝 웃었다.
‘봤지? 다 외웠다고.’
이게 바로 3회차 머리다, 이거야!
“형이 천재, 천재 하더니 진짜인가…….”
쥬테페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작게 말했다.
내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하지만 이거로는 절대 3차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껄.”
그러나 쥬테페는 단호하게 말했다.
“부의회장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로묜 오또케 할 곤데?”
“이상한 사람들도 붙을 거고, 나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어.”
나쁜 일이라니.
‘하긴 그 사람이라면 가능해.’
쥬테페는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3차 시험 직전인 주말을 노릴 거야. 조심해.”
쥬테페 이렇게나 날 걱정하더니.
“욕시 쥬빼. 날 조아하는구나?”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데.”
“그로묜소 부전 안 하네(그러면서 부정 안 하네).”
“야!”
쥬테페의 말에 난 호다닥 고개를 숙이며 다시 공부에 전념했다.
“됐다.”
쥬테페가 다시 자신의 할 일에 집중했다.
난 고개를 들었다.
‘봐봐. 좋아하면서.’
쥬테페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