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172)

저무는 해가 길게 쥬테페의 얼굴에 음영을 드리웠다.

그래서 그런지 쥬테페의 얼굴이 더욱 씁쓸해 보였다.

“…….”

“딱 나 같이 생겼어. 똑같은 녹금안에.”

대공비.

벨리알 덕분에 두 번째로 듣게 된 그녀.

쥬테페는 내 얼굴을 보고 쓰게 웃었다.

“다들 날 보면 그 여자만 생각해. 천사 같은 얼굴에 녹금안이 똑같이 생겼다고 말하면서. 아무도 내가 무슨 사람인지, 어떤 생각하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아.”

티파티 때가 떠올랐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려 붙여 놓은 듯이 서 있던 쥬테페의 모습이.

쥬테페를 보고 다른 사람을 투영시키던 귀족들.

“오히려 내가 이런 성격인 걸 알면 날 멀리하겠지. 장점이라곤 이 얼굴뿐이니까.”

그리고 그저 천사처럼 웃고 있던 쥬테페. 그런데.

그게 다 뭐?

쥬테페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난 쥬빼 조하.”

“뭐?”

“쥬빼 웃는데 눈 안 웃는 거또 우껴소 조하. 쥬빼 나 내쪼츠려고 해소 벨랼하고 치내진 거또 조하. 그곤 대곤비님 안 달마쏘(쥬테페 웃는데 눈 안 웃는 것도 웃겨서 좋아. 쥬테페 나 내쫓으려고 해서 벨리알하고 친해진 것도 좋아. 그건 대공비님 안 닮았어).”

난 쥬테페를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잔점만 이써야 조은 거야? 쥬빼 잔점 업쏘. 쥬빼 모때쏘. 그래도 조하. 쥬빼 칭구 자나? 그래소 조은 고야(장점만 있어야 좋은 거야? 쥬테페 장점 없어. 쥬테페 못됐어. 그래도 좋아. 쥬테페 친구잖아? 그래서 좋은 거야).”

난 가슴에 손을 올리고 턱을 치켜들었다.

“이고 다 나나가 차케서 칭구 해주는 거지! 긍까 나나 쥬빼 조하(이거 다 나나가 착해서 친구 해주는 거지! 그니까 나나 쥬테페 좋아)!”

“……그게 뭐야.”

쥬테페는 어이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쥬테페가 어깨에서 힘이 풀린 듯 늘어뜨렸다.

“너랑 이야기하면 기운 빠져.”

“기운 빠지는 고 조은 고야. 쥬빼 너무 만날 기운 쎄.”

“매일 긴장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한테 접근하지 말라는 건 진심이야.”

쥬테페는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의회가 널 노리고 있어. 귀찮게 할 거야.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지.”

“그로묜 으회 치우면 대(그러면 의회 치우면 돼)?”

“뭐?”

“부으회잔 치우묜 쥬빼 핸복해죠(부의회장 치우면 쥬테페 행복해져)?”

로자리오는 나에게 부의장을 자리에서 내쫓으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쥬테페가 그래야지만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지 않을까.

쥬테페는 내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나나가 쥬빼 구해주께!”

“그니까 그게 말이 되냐-”

“약쏙!”

난 새끼손가락을 쭉 뻗어 쥬테페에게 내밀었다.

쥬테페는 움찔하고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내 새끼손가락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쥬빼 구해주께! 약쏙!”

한쪽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곤 다시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쏙!”

“……난 모르겠다. 그래. 약속.”

그제야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내 손가락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난 그 손가락을 최대한 꼭 쥐었다. 절대로, 꼭, 구해줄 거라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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