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172)

“시험은 1차부터 4차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다 의회에서 출제합니다. 문제는 고대어나 신어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부의회장은 조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그 어조에는 여전히 너 따위, 보육원에서 굴러다니던 애가 통과할 수 있겠냐는 말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리미에의 보조 배터리, 몸종으로 불렸지만, 난 그 리미에 옆에서 보고 듣고 교육받았다.

부의회장은 자기가 이겼다는 듯 오른손을 흔들며 말했다.

“1차는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이번 주-”

“지금 볼례!”

난 한쪽 팔을 뻗고 해맑게 외쳤다.

싸아아-

순식간에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부의회장은 흔들던 손을 멈추고 조용히 있다가 다시 말했다.

“이번 주-”

“지금 볼례!”

난 더 손을 뻗으며 더 해맑게 말했다.

결국 당황한 벨리알이 내 자그마한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도토리. 시험은 진짜 어려워. 장난이 아니야.”

“벨랼. 나나 몬 미더(벨리알, 나나 못 믿어)?”

나의 당당한 태도에 벨리알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지만, 부의회장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지금 보시죠. 저희야 편하고 좋습니다.”

저 거만한 얼굴이 익숙했다.

날 괴롭히던 페트릭이 자주 짓던 거만한 표정이다.

‘이 멍청한 고아 계집이’ 하는 얼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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