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172)

저 사기꾼 놈은 리미에의 추종자 중 한 명이었다.

그 덕에 바이칼로스와도 연이 닿았고.

만들어내는 상품은 좋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지.’

그건 바로, 개발비를 줄인 탓에 물품마다 하나씩 하자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판매 당시엔 하자를 알려주지 않아, 나중에 사기꾼으로 잡혀 들어가게 되었다.

놀란 날 보고 남작은 입꼬리를 올려 인사를 했다.

“이런, 공녀님. 안녕하십니까. 필머트라고 합니다.”

그래, 필머트 남작. 이제야 이름이 생각났다.

대공님이 다가와서 나를 안아 들고 무릎에 앉혔다.

그 모습에 필머트 남작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지만, 금세 표정을 숨기고 웃었다.

“공녀님이 계시니 다음에 이야기를 드릴까요?”

“아니다. 마저 하지.”

그 말에 남작은 어깨를 으쓱거리고 ‘그러시다면야……’ 하며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냈다.

“제가 제안한 물건이 이겁니다.”

물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반질반질한 공 모양의 은색 마도구였다.

‘저건 마도구 실드(결계)잖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마왕과의 전쟁 후반에서 아주 중요하게 쓰이는 물건이니까.

‘필머트 남작은 리미에의 자금줄 중 하나였어.’

저 마도구 실드로 돈을 벌어다 준거였구나.

마도구 실드에 대공님의 눈썹이 살짝 까딱였다. 꽤나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결계는 신성력으로만 칠 수 있었죠. 하지만 이건 신성력 없이 결계를 칠 수 있는 마도구입니다.”

그 말과 함께 남작이 물건을 바닥에 던졌다.

마도구 실드가 공중에 튀어 오르며, 우웅- 하고 주위에 거대한 결계를 만들어냈다.

“가격은 1억 벨입니다. 물론 이 가격은 향후 저희 상단에서 마도구 실드를 개량할 투자비를 지원해 주실 때를 가정한 금액입니다. 그래도 남는 장사죠.”

그래. 진짜 남는 장사이긴 하지.

‘얼마 안 지나 리미에가 바이칼로스를 통해서 신성력 실드를 팔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마도구 실드는 신성력 실드에 비해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리미에가 보완한 신성력 실드에 몰려들었고, 마도구 실드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여기서 투자하면 대공님은 헛돈을 날리겠지. 그런데 1억 벨라니. 로자리오와 가격이 같잖아?’

로자리오에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하던 리미에의 단호한 얼굴이 떠올랐다.

‘리미에가 일부러 보낸 건 아니겠지?’

지금 리미에는 예전처럼 상황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리미에가 준비하던 타르말 암벽 사건이 완전히 실패했으니까.’

나는 이 일이 우연일 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 구매를 막을 순 있겠지만.’

리미에가 마도구 실드의 상위호환인 신성력 실드를 만들어낸다는 게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대공님을 말려야 하나.

‘문제는 나도 마도구 실드의 결함에 대해선 잘 몰라…….’

그때 리미에는.

‘어린 나나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울 거야.’

-하고 말해주지 않았으므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공님이 먼저 말했다.

“물건을 잘 보았다. 검토해 보도록 하지. 물론 투자도.”

그 말에 필머트 남작이 놀란 듯 눈을 홉떴다.

“1억 벨이면 제가 퍼주는 장사나 마찬가지입니다, 대공님.”

“안다. 그러니 검토한다 말하지 않았는가.”

필머트 남작은 대공의 말에 더 말하지 못했다.

결국 대공님의 나중에 다시 오라는 말에 필머트 남작은 탐탁지 않은 얼굴로 ‘이건 샘플입니다’ 하며 작은 마도구 실드를 놔두고 갔다.

‘저걸로 시험해 보면 결함을 찾아낼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만 꼼지락거리자 대공님이 내 품에 마도구 실드를 안겨주었다.

“골똘히 생각하더구나.”

“티 나여?”

“엄청나게.”

그 말에 살짝 부끄러워져서 마도구 실드를 꽉 쥐었다.

‘하지만…….’

이걸로 난 마도구 실드의 결함을 파헤쳐 볼 수 있게 됐다.

‘어쩌면 리미에에 대해 더 알아낼 수 있을지도?’

난 활짝 웃으면서 속으로는 제법 사악한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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