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72)

내 말에 대공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가 미라클 상단에 투자한 건 어떻게 알았지?”

알 수밖에.

전생에서 대부분의 귀족이 미라클 상단에 투자했다. 그곳에서 선보인 엘릭서 때문이었다.

그들은 엘릭서로 죽은 꽃을 살렸다.

‘슬라데이체뿐만 아니라 바이칼로스 공작가도 투자했지.’

그래서 안다.

내일, 그 상단은 파산 신청을 한다.

알고 보니 모든 게 거짓말인 종이 기업이거든!

사람들에게 선보였던 꽃도 엘릭서가 아닌 마법으로 시간을 되감은 것뿐이었다.

난 모든 걸 알고 있기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고기 마봅 써씀미다. 정부 고짓말(거기 마법 썼습니다. 전부 거짓말).”

나의 웅얼거리는 말을 알아들을까 싶었지만, 대공은 알아들었나 보다.

대공이 옆에 있는 잘생긴 미청년에게 눈짓하자,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사라졌다.

그리고 몇 분 뒤 돌아와서 말했다.

“……실제로 파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군.”

대공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식 싹 매도하도록 해.”

“네. 주군.”

현재 미라클 상단의 주식은 폭등하고 있으니, 지금 팔면 아주 큰 수익을 거둘 거다.

난 눈을 빛내며 그를 보았다.

“황실에서 보냈나?”

“네?”

“아니면 마탑?”

큰일 났다. 이 사람 다른 세력이 날 보낸 거라 의심하잖아?

“아녀!”

얼른 외쳤다.

“저눈 쓰모 있는 사제임미다(저는 쓸모 있는 사제입니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 건 뭐지? 사제여.”

대공님, 말이 잘 통하시는군요. 그러면 저희 어디 한번 딜을 해볼까요?

난 활짝 웃으며 말했다.

“곤국…… 파굔 사제 됭고요(공국…… 파견 사제 되는 거요)!”

파견 사제는 신전이 아닌 귀족 가문에 머무르는 사제다.

‘공국민이 되어 대공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벌써 공국민 이야기를 하면 큰일 나겠지.

하지만 이 말도 컸나 보다.

대공이 굳은 얼굴로 날 보더니 이를 꽉 깨물곤 말했다.

“이곳에 들어온 사제들은 다 목이 잘려서 나갔다. 그런데…… 파견 사제라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움찔해 버렸다.

대공의 눈동자가 더욱 어둡게 물들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울면 안 되는데.’

무섭다는 생각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릴 것 같았다.

‘그러다 대공이 내 말을 더 무시하면 어떻게 해.’

왈칵 나올 것 같은 눈물을 꾹 참으며 대공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려다가 내 사제복만 꼭 쥐었다.

“흐…….”

전생에서 사람들은 이러면 날 털어냈다.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건 쓸모없는 아이만 하는 행동이라고 하면서.

결국 난 두려움에 이성이 끊겨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완전 아기처럼.

미래의 기억이 있다 해도, 난 아직 4살이었다.

“나, 나나 유눙한 사제 될 수 이쏘요.”

“…….”

“피료하면 신선려뚜 주고, 바다또 일케 따끌 수 이쏘요(필요하면 신성력도 주고, 바닥도 이렇게 닦을 수 있어요).”

“…….”

“지, 징짠데…….”

대공을 보고 눈물을 흘릴 순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

“후아!”

“……털 뭉치가 아니라 솜털인가.”

놀라서 똥그래진 내 눈과 대공의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날 두 손으로 들어 올린 거다.

대공은 히끅 놀란 나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대공은 내 눈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안 거지? 금안의 능력인가.”

금안의 능력은 구약에서나 언급될 정도로 희귀한 능력이다.

예지나 직감처럼 신의 축복에 가까운 능력.

‘어떻게 알고 계시지?’

구약은 고위 사제가 외우는 성서였다. 대공이 구약에 대해 알고 있어 놀라웠다.

‘하지만 금안 능력은 없어.’

나중에 탄로날 거짓말을 하면 장기 계획에 오류가 생긴다.

난 시무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곤 아니지만 주신미 나나에게 몰래 마해줘써요(주신님 나나에게 몰래 말해줬어요).”

“뭘 또 알지?”

“대곤밈 발 쿠기(대공님 발 크기).”

“…….”

“칠쫌 오 루티(7.5 루티).”

다시 대공의 눈썹이 모였다.

‘죄, 죄송해요. 소설에 나왔었어요…….’

그래도 이건 바로 알 수 있는 진실일 텐데!

다행히 대공은 그런 나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천천히 바닥에 내려주었다.

냉정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대공이 나른하게 대답했다.

“알았으니 돌아가. 다시 오면 정말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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