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지진이 난 것처럼 발아래가 흔들렸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절대 서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으리라.
아르파드가 잡아 주었기에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우리 주변을 오러가 만들어 낸 실드가 감싸고 있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다른 곳은 모조리 박살 나는 중이었으니까.
한눈에도 지금 아르타누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나와 아르파드가 가한 정신적인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 모양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정말로 드래곤이 완전히 미쳐 버릴 줄은…….”
내 중얼거림에 아르파드는 의외의 대꾸를 했다.
“나는 오히려 이해가 되는걸.”
“뭐?”
“당신을 잃고 혼자 남아 시신만 끌어안고 몇백 년쯤 이런 데 처박혀 있으면 미치고도 남겠지.”
하긴, 조금 전 한 발짝만 잘못 나갔으면 아르파드는 드래곤의 자리를 이어받았을지도 몰랐다.
그의 입장에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밖에 없었다.
아르파드의 악의 어린 말이 덧붙여졌지만 말이다.
“물론 저건 빌어먹을 도마뱀의 자업자득이지만.”
“그건 맞아.”
나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태평한 척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드래곤이 미쳐 날뛰면 나라 한두 개 날리는 걸로는 안 끝나겠지.”
“아마 대륙 절반은 박살 날걸.”
아르파드의 끔찍한 말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조금 전까지 드래곤의 힘과 지식을 많이 받아들였으니 아르파드의 예상은 미래를 읊어 주는 것에 가까울 거다.
“게다가 여기는 아르타누아 평원 지하야. 농한기이긴 하지만, 평원 전체를 불태우기라도 했다간 겨울 보리농사가 망가질 거야.”
새삼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걸 걱정하고 계산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아르파드였으니까.
드래곤화가 진행되고 있던 그였다면 ‘보리가 어쨌다고?’ 하는 식으로 반응했을 터였다.
그때 완전히 이성을 놓은 아르타누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천장을 향해 거대한 파괴의 숨결을 내뱉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이 충격에는 아르파드의 오러로 보호받고 있는 우리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아르파드가.
그는 나와 배 속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빛과 충격파가 사라진 뒤 나는 눈을 다 뜨기도 전에 아르파드부터 찾았다.
“아르파드!”
“…크, 쿨럭! 괜찮아.”
과도한 마력 고갈로 각혈하긴 했지만, 아르파드는 꽤 멀쩡해 보였다.
아르타누스의 브레스는 파괴력이 굉장했지만, 우리를 직접적으로 노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드득!
천장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구멍으로 빛이 새어 들어 구조를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아르타누스의 둥지 내부를 비췄다.
쓸쓸할 정도로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안에서 수백 년이나 살아간 생명체가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래곤에게는 생명 활동을 위한 행위가 필요 없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만, 중앙에 있는 이스트리드 공주의 관만은 달랐다.
수정 결정으로 만들어진 관과 그 주변에 바친 듯 쌓인 생생한 꽃들은 둥지 안의 공허함 속에서 홀로 슬플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 아르타누스가 이스트리드 공주의 유해를 방치한 채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는 매우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정말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증오하고, 부수려 들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머리 위로 드리워진 햇볕이 구름에 가려지듯 짙은 그림자가 어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 우리의 눈앞에 드러난 것은 살아 있는 모든 이를 경악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용의 일식!”
드높이 날아오른 아르타누스의 거체가 태양을 가렸다.
드래곤의 실루엣 위로 태양의 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내가 한 번 이용한 것과 같은 현상.
첫 번째는 아르타누스가 후계자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의식을 벌였던 증거다.
그리고 지금은…….
‘절망하고 미친 드래곤의 마지막 발버둥이지.’
* * *
곧 있을 대관식 준비로 황도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대관식 때 보게 될 새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기대했다.
특히나 백성들의 기대와 애정이 집중되는 사람은 황태자비, 곧 황후가 될 힐리아였다.
페니 테라스 등을 통해 여론이 좋게 조성된 영향도 컸지만, <운명의 서>로 힐리아가 이혼하고 사라진 것으로 현실을 바꿨다가 깨진 반동이 컸다.
<운명의 서>의 영향력이 유지되던 때에는 다들 자연스럽게 이혼한 황태자비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파드에 의해 현실 조작이 깨진 이후 그동안 잊혀 있던 만큼 그녀의 존재감이 더더욱 부각되었다.
만일 이대로 힐리아가 돌아오지 않은 채 대관식이 열리면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율켄을 비롯한 황태자궁의 신하들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제발, 제발 제때 비 전하를 데리고 오리라고 믿습니다. 전하! 안 그러면 진짜 사표 낼 겁니다!’
한창 머리를 쥐어뜯고 있던 율켄을 비롯한 궁인들이 이상을 눈치챈 건 바로 그때였다.
늘 제 위치에 있던 태양의 빛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린 이들은 모두 목격했다.
“용의 일식?”
모두를 경악하게 한 기적이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었다.
“오오! 대관식을 앞둔 상서로운 징조인가?”
“아르타누스께서 또 축복을 내리시는 걸지도 몰라.”
희망 어린 수런거림 속에서 율켄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이전에 있었던 용의 일식과는 뭔가가 좀 달랐다.
태양을 가린 드래곤의 형상에서 머리 부분에 짙붉은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건 마치…….’
율켄은 제가 떠올린 가능성을 고개를 흔들어 털어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황족의 조상이자 제국의 수호룡 아르타누스가 설마 그런 짓을 벌일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등 뒤가 식은땀으로 젖어 드는 걸 그는 부정하지 못했다.
하늘 가운데에서 드래곤이 머금은 붉은빛은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 * *
마력의 흐름에 무지해도 알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아르타누스의 입에 모이고 있었다.
두 개의 태양이 나타난 듯한 모양새였다.
“미쳤어!”
내 한탄에 아르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미쳐 버리긴 했지.”
“지금 한가하게 그렇게 말할 때가 아니잖아!”
아르파드의 힘으로 우리는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라 아르타누스를 쫓았다.
그리고 아르타누아 평원은 물론, 황도까지 쓸어 버릴 규모의 숨결을 몰아쉬고 있는 미쳐 버린 도마뱀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대로 그냥 놔뒀다간 미쳐 버린 드래곤은 정말로 대륙 전체를 뒤집어 놓을 거다.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내가 머리에 열이 날 정도로 고민하고 있자, 옆에서 아르파드가 물었다.
“지금이라도 기회는 있어.”
“무슨 기회?”
“내가 아르타누스로부터 드래곤의 힘을 모조리 빼앗으면 저 미친 짓은 멈출 거야.”
“말도 안 돼!”
그건 결국 아까 내가 막으려 그토록 노력한 결과가 다시 반복되는 것뿐이지 않은가.
“절대 안 돼!”
나는 아르파드의 어깨를 꽉 잡고 외쳤다.
그러자 아르파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기뻐. 당신은 그렇게 말해 줄 줄 알았어.”
“겨우 빼앗아 왔는데 내줄 줄 알아?”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정말 끝장일 거야.”
“…!”
“여유 시간은 겨우 몇 분 정도야. 빨아들이는 양이 큰 만큼 파괴력도 엄청날 거야. 아마 황도 정도는 한 방에 쓸어 버리겠지.”
머리가 아파 왔다.
미친 드래곤을 어떻게 막는다는 말인가?
드래곤은 유일하게 신에 비견되는 능력을 지닌 존재다.
<운명의 서>로 바꾼 현실마저, 드래곤 당사자가 아닌 힘을 일부 계승한 아르파드가 저항하는 게 가능했는데…….
“…!”
벼락처럼 깨달음이 왔다.
나는 외쳤다.
“<운명의 서>!”
아르파드 역시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 힘만이 지상에서 유일하게 드래곤에 대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지금 나는 <운명의 서>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르파드를 광기로부터 구해 낼 때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운명의 서>를 꺼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시도할 때마다 직감이 왔다.
‘다음 번엔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그게 아니면 절대 <운명의 서>를 꺼낼 수 없었다.
지금 나는 혼자만의 목숨이 아니었다.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시도는 절대 하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려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르파드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왼손의 다섯 손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왔다.
틈 없이 깍지를 끼며, 아르파드는 낮게 속삭였다.
“난 이미 비슷한 짓을 해 봤어. 나 혼자서지만 드래곤의 힘을 불완전하게나마 사용해 냈지. 꽤 큰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아르파드가 황도에서 하룻밤 만에 동쪽 끝까지 날아온 건 그 덕분에 가능했던 일인 거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는 그걸 함께하려는 것이다.
미친 아르타누스를 그냥 놔둘 순 없었다.
저건 말 그대로 몇 개의 나라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재앙이었으니까.
저걸 놔두고 외면한 채 우리만 살아남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나는 욕심이 많았다.
나와 아르파드, 그리고 우리 아이가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놓고 싶지 않았다.
제국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미친 드래곤의 숨결 아래 있는 이들 중에는 나와 아르파드에게 소중한 사람도 많으니까.
우리 두 사람이 부담을 나누는 게 최선이었다.
우리가 서로를 구하는 것.
‘미안해, 아가. 조금만 버텨 주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의 왼손과 아르파드의 오른손이 얽혔다.
왼손 약지의 스타틸리아의 별이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에 소환한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커다란 책이 우리의 발아래에 나타났다.
“!”
206화 (완결)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춰 페이지 사이, 존재할 리 없는 틈새로 끼어든 것처럼.
이 순간만은 아르타누스마저 멈춰 있었다.
<운명의 서>의 힘에 의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우리가 무사한 상태로 아르타누스를 막을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파라락―!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지금의 상황과 연관 있는 무수한 정보가 페이지 위에 글자의 형태로 내달렸다.
「드래곤은 세상을 유지하는 기둥 중 하나. 대를 이어 그 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세계 역시 온전하게 유지되지 못한다.」
「이스트리드가 아르타누스를 고독 속에 남긴 이유 역시 세계의 존속을 위함…….」
「천주신과 지모신의 힘으로 열린 세계에, 다섯 자매 신이 인간의 운명을 창조했다.」
나는 당황했다.
‘아니 왜 창조 신화까지 끌려 나오는 거야?’
곧 이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은 신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존재.
그 기원은 당연히 천지 창조와도 연관될 수밖에 없었다.
「갓 완성된 세계는 너무나도 얄팍하고 연약했다. 이를 누르고, 고정해 보완하기 위해 다섯 여신은 제 존재와 힘을 역행하여 새로운 힘과 존재를 창조했다.」
그러니까 드래곤은 문진 혹은 기둥이나 시금석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세상의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수한 정보가 페이지를 넘어 내 머릿속으로 쑤셔 박혔다.
나는 내가 아르파드의 신부인 것과 <운명의 서>의 주인이라는 게 별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어.’
애초에 드래곤과 <운명의 서>는 동전의 이면과 같은 존재.
이 세상의 유지를 위해 여신들이 만든 세상의 섭리와 같았다.
내가 <운명의 서>의 주인이기에 아르파드의 신부일 수 있었다.
반대로 내가 그의 신부이기에 <운명의 서>의 주인일 수밖에 없었다.
두 힘은 서로 붙은 채 반발하는 자석의 극과도 같았다.
나는 <운명의 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다면 굳이 따로 떨어진 채 존재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
아르파드를 빼앗아 가려던 도마뱀 놈에 대한 원한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짝을 잃고 미쳐 버린 비통함과 슬픔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르파드가 저렇게 되지 않길 바라고, 또… 미래에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건 싫어.’
아르타누스와 이스트리드가 그러했고, 우리 역시 반복할 뻔한 비극이 말이다.
나와 아르파드의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가 같은 생각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함께 손을 뻗었다.
<운명의 서> 위로 새로운 문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용이 제 신부의 곁에서 함께 잠드니, 세계의 운명을 써 나가는 힘도, 이를 막고 비틀 수 있는 힘은 함께 사라졌다.」
「이로써 신들이 남긴 마지막 유산은 세계 그 자체로 환원되고, 운명은 인간들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운명의 서>에서 눈이 멀어 버릴 정도로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으로 빚어진 페이지 위에 쓰인 글자는 위태롭게 흔들렸다.
당장에라도 사라져 버릴 듯.
하지만 아르파드의 손이 그 위에 더해진 순간, 글자들은 더욱 깊고 진해졌다.
나와 이어진 <운명의 서>처럼, 아르파드와 이어진 아르타누스의 힘이 함께 끌려왔다.
반발하면서 서로 끌리는 두 힘.
신성력과 마력.
이 세계의 유지를 위해 필요했고, 그로 인해 많은 희생자를 냈던 두 힘이 하나가 되었다.
쩡―!
스타틸리아의 별에 봉인해 두었던 다른 여신의 보석들이 함께 드러났고.
일시에 전부 부서지며 그 힘의 파편까지 <운명의 서>로 빨려들어 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운명의 서>를 중심으로 한 신성력의 결정체는 한 여자의 형태를 이루었다.
벚꽃빛 머리 색은 같았지만, 연둣빛 눈동자는 나와 달랐다.
저 모습을 나는 아르타누스의 둥지 안에서 이미 보았다.
“이스트리드 공주?”
그녀는 부드럽게 우리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리고 한 곳을 응시했다.
위협적으로 태양을 가린 채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려던 미친 드래곤을.
이스트리드 공주가 두 팔을 뻗자, 미쳐 버린 드래곤의 모습이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존재를 이루던 힘이 모조리 흩어진 자리에 남은 것은 한 남자였다.
내가 이미 본 적 있는 모습이다.
아르파드와 닮은 남자의 모습. 아마 아르타누스가 인간이었을 때의 모습인 것이리라.
우리와 닮았지만, 또 전혀 다른 두 남녀가 수백 년의 시간을 돌아,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 마침내 서로 재회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스트리드 공주는 시간의 흐름에 갇혀 미쳐 버렸던 제 연인을 끌어안았다.
-나의 아르타누스.
-너무 길었어… 너무. 이스트리드.
시간에 마모된 끝에 세상을 증오하고 미쳐 버렸던 한 남자는 연인의 품속에서 비로소 평온하게 잠들었다.
남자를 되찾은 여자는 마지막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마치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두 힘이 서로 반발하고 끌어당기는 혼돈의 가운데에서 두 사람은 천천히 빛이 되어 흩어졌다.
나와 아르파드는 그 모습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운명의 서>도, 드래곤도, 두 거대한 신성력과 마력도 세상 곳곳으로 흩어졌다.
나는 어쩐지 울컥거리는 감동에 젖어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서 아르파드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왜 그래?”
그는 꼭 잡은 내 왼손을 보고 화를 냈다.
“저 눈꼴신 작자들이 우리 결혼반지와 예물을 다 가져가 버렸잖아!”
“…아!”
그의 말대로였다.
<운명의 서>와 그에 딸린 모든 신물이 사라졌다.
당연히 스타틸리아의 별도, 아그리피나의 눈물도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깔깔거리며 아르파드의 품에 안겨들었다.
“지금 그런 말을 할 때야?”
“이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고! 당신이 나에게 준 예물이고, 내가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결혼반지였단 말이야!”
나는 까치발을 하고 아르파드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숨결을 섞어 속삭였다.
“하지만 그 어떤 물건도 당신보다 소중하진 않아.”
그러자 아르파드의 머리끝까지 치솟은 분노가 천천히 사그라지는 게 보였다.
그는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키스를 퍼부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맞아. 이 세상에 당신보다 나에게 중요한 건 없으니까.”
몇백 년이나 묵은 민폐 커플을 푸닥거리해서 돌려보내는 대가로는 싼 셈 치기로 했다.
중요한 건 그와 내가 살아서 서로를 안고 있다는 거니까.
여신도, 용도 모두 사라진 하늘에서 우리는 한참 서로를 끌어안았다.
* * *
<운명의 서>의 신성력과 드래곤의 마력은 흔적만 남아 세상 전체로 흩어졌다.
그 끝자락이 마저 사라지기 전에 힐리아는 잊고 있던 두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벨테인 경!”
덤으로 검은 뱀까지.
베네타 성에서 가스팔에게 잡혀 있던 존재를 떠올리고, 힐리아는 잔재처럼 남은 신성력과 마력을 끌어와 두 사람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종이쪽지 같은 빛나는 페이지 위로 두 사람의 현재 상태가 보였다.
「레누스 벨테인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크라우 테슬란은 만신창이가 된 채 무너진 벽의 잔해에 깔려 신음하고 있었다.」
힐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둘 다 살아 있었구나.”
옆에서 아르파드가 불만 어린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그녀는 정말 마지막 남은 신성력의 끄트머리를 이용해 그들의 안위를 챙겼다.
「지하 감옥의 벽이 무너졌고, 레누스 벨테인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크라우 테슬란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함께 성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힐리아가 확정 지은 대로 두 사람이 안전해진 것을 확인한 순간.
남은 마지막 신성력이 불 꺼지듯 사라졌다.
긴장이 풀리며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대로 쓰러질 뻔한 것을 잡아 준 건 아르파드였다.
힐리아는 마음 놓고 그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
아르파드는 그녀의 이마와 뺨, 입술 가리지 않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작게 물었다.
“끝났지?”
“응. 끝났어.”
“드디어.”
낮은 안도의 한숨이 힐리아의 귓가를 간질였다.
아르파드는 아내를 꼭 안은 채 작게 속삭였다.
엉뚱한 말을.
“우리 이대로 신혼여행 갈까?”
“응? 하지만 이미 갔다 왔잖아?”
약탈혼 직후 두 사람은 별궁까지 갔다가 다시 황궁으로 돌아왔다.
힐리아는 그 여정 자체가 곧 신혼여행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아르파드는…….
‘결혼식도, 결혼반지도, 신혼여행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지금 생각하면 미래를 모르고 그따위로 생각하고 있던 과거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었다.
아르파드는 결연하게 부탁했다.
“만회하게 해 줘.”
“만회? 뭘 만회해?”
“내가 지은 죄가 너무 커서 만회할 게 너무 많아.”
힐리아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고개를 갸웃갸웃하던 힐리아는 곧 벼락 치듯 한 가지 잊고 있던 걸 떠올렸다.
“아, 맞다! 대관식!”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그렇게 남 말하듯 하고 있을 일이 아니잖아!”
힐리아가 <운명의 서>를 이용해 이혼하고 사라진 후 대관식 준비가 제대로 된 상태일 리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잘도 흘러 대관식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나마 황도 근처로 와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힐리아는 거의 패닉 상태였다.
아르파드는 태평했다.
“당신은 어떤 모습이든 완벽하고 예뻐. 지금 그대로 대관식 해도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힐리아는 아르파드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어디 가?”
“당연히 우리 집이지.”
툴툴거리고 있었지만, 아르파드는 힐리아의 입에서 황궁이 ‘우리 집’이라 칭하는 말이 나온 게 꽤 마음에 들었다.
입꼬리가 흐무러졌다.
그때 힐리아의 걱정 가득한 중얼거림이 들렸다.
“어떡하지? 대관식 준비 하나도 안 됐는데!”
“괜찮다니까.”
“당신이야 준비 제대로 했을 테니까 괜찮겠지!”
그러자 아르파드는 화사하게 웃었다.
“걱정 마. 나도 제대로 안 했으니까. 당신이 신경 쓰여서 정신을 놓고 있었거든.”
“뭐?! 그런 말을 자랑하듯 하지 마!”
힐리아는 경악해서 타박하며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빨리 가자. 가서 어서 준비해야 해!”
“그래.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아르파드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내의 약한 힘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끌려갔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위로 밝은 햇살이 축복하듯 내리쬐었다.
두 사람은 빈틈없이 손을 얽었다.
두 번 다시 서로 놓는 일 따윈 없으리라는 걸 확신하면서.
207화 (에필로그)
이런저런 소란이 있었지만 다행히 대관식은 제때 열릴 수 있었다.
율켄을 비롯한 궁인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귀환한 두 주인공 역시 열심히 일한 결과였다.
대관식 날 새벽, 아슬아슬하게 모든 준비를 마친 직후 율켄은 진심 어린 눈물을 흘렸다.
“어흑, 해냈… 이걸 정말로 해내다니…….”
비틀거리는 그를 거의 모친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공작 부인이 옆에서 위로해 주었다.
“이건 전부 율켄 경 덕분이에요. 두 분 전하께서도 그걸 아주 잘 아실 거예요.”
흰색의 대관식 예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칼을 멋들어지게 뒤로 넘긴 아르파드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러자 눈 밑에 다크서클을 시커멓게 단 율켄이 품속에서 늘 지니고 다니던 사직서를 꺼내려던 찰나였다.
아르파드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엔 나쁘지 않았지.”
힐리아가 눈을 흘기며 남편의 옆구리를 찔렀다.
“칭찬은 제대로 해야지.”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저 칭찬 같지 않은 칭찬에 율켄이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오열한 것이다.
“저, 전하께서 칭찬이라니! 칭찬이라니! 말도 안 돼요! 어허어어엉!”
힐리아는 조금 황당해하는 한편 안쓰러워했다.
‘나쁜 상관에게 얼마나 길들었으면 저럴까. 나라도 더 잘해 줘야지.’
아마 아르파드가 힐리아의 결심을 알았다면 율켄의 인생 난도가 훨씬 올라갈 터이지만, 아직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파란만장한 과정 끝에 드디어 대관식의 날이 밝았다.
* * *
“와아아아아!!”
“만세! 만세!”
“드래곤의 축복을 받은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께 영광을!”
대관식을 보기 위해 제국 내에서 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었다.
소문은 엄청나게 빨랐다.
황도 인근에서 나타나 동쪽 끝을 향해 사라졌던 황금의 드래곤.
베네타 항구에서 벌어진 괴물의 습격과 이를 물리친 금빛 드래곤.
게다가 아르타누아 평원에서 용의 일식을 다시 일으켰다 사라진 드래곤의 모습까지.
이를 목격한 이는 무수히 많았고, 그만큼의 입들이 소문을 실어 날랐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동쪽 항구 도시에서 시작된 어둠의 침식을 드래곤의 가호를 받은 황태자 부부가 막아 냈다는 소문이 마치 전설의 끝자락처럼 돌았다.
꼬리에 꼬리를 문 끝에, 이 소문은 대륙을 넘어 타 대륙까지 번졌다.
민중은 이 신화적인 소문에 열광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대관식에 비해 몇 배는 많은 인파가 황도의 거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만세! 만세!”
거기에 오늘 대관식을 치를 두 주인공 중 하나인 황후가 회임했다는 기쁜 소식까지 들려왔다.
그야말로 경사가 겹친 상황.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서 대관식 날 아침에서야 겨우 황도에 도착한 세 명은 난감해했다.
“어, 어쩌죠? 이대로는 황궁으로 못 갈 것 같은데.”
“한 걸음도 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애니와 벨테인 경이 난처해하자, 검은 뱀은 코웃음을 쳤다.
“내 신분을 밝히고 비키라고 하면 그만인 것을!”
그러자 벨테인 경이 차갑게 대꾸했다.
“어디의 누구에게 신분을 밝힌단 말입니까?”
“…….”
지금 그들 주변에는 대관식을 축하하고 참관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디에도 테슬란 가문의 가신들이나, 하다 못 해 황실 기사단이나 치안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애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이대로는 우리 아, 아니, 비 전하, 아니, 아니지. 이제 황후 폐하시지. 폐하 머리카락 한 올도 못 뵙겠어요.”
그녀가 안타까워하던 차였다.
해일처럼 환호성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황제 폐하! 황후 폐하! 만세!”
“만만세!”
꽃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천장이 없는 금빛 마차에 성장을 하고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멀리서 나타났다.
“!”
베네타의 난리에서 신비한 힘으로 겨우 목숨을 구한, 두 남자와 여관에 덩그러니 남아 있던 애니는 재난이 끝난 걸 보자마자 황도로 향했다.
황궁으로 돌아온 힐리아가 보낸 사람들과 엇갈렸지만, 간신히 대관식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더없이 행복하고 또 아름다운 두 사람을 보면서 애니는 감격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힐리아는 다행히 애니와 벨테인 경, 검은 뱀 일행을 알아보았다.
“애니! 벨테인 경!”
힐리아는 손을 마구 흔들며 아르파드를 향해 속삭였다.
“다행이에요, 황후 폐하!”
감격스러워하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힐리아에게 이름을 불리지 못한 검은 뱀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왜 나만 빼놓고…….”
북부의 주인이자 뒷골목의 지배자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영락없이 따돌림당해서 삐진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 * *
반가운 얼굴들을 중간에 확인한 이후 우리는 퍼레이드를 마치고 황궁의 아르타누스 홀로 향했다.
황제의 대관식에만 사용되는 홀.
하지만 우리가 이곳의 주인으로서 서는 것은 두 번째다.
붉은 길 앞에 선 채 나는 긴장감 어린 호흡을 했다.
그러자 아르파드가 물었다.
“많이 힘들어?”
“아니, 괜찮아.”
사실 이보다 더 긴장되고, 더 힘든 일은 엄청나게 많았다.
워낙 산전수전을 다 겪어 온 몸이다 보니, 이 정도는 별것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니, 솔직히 긴장돼.”
아르파드가 환하게 부서지는 포말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로 뭘.”
“그야 황후는 처음 해 본단 말이야.”
그러자 아르파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황제는 처음이군.”
“완전히 처음은 아니지 않아?”
“제대로 대관식 하는 건 처음이야.”
“아.”
회귀 전 아르파드가 잠시 황위에 올랐던 때에는 찬탈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부친의 정식 양위를 받아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나와 우리 아이와 함께.
매번 아들을 잃거나 직접 죽이고 비통해하던 황제, 아니, 상황은 흐뭇하게 웃는 얼굴로 아르타누스 홀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와 황후의 보관을 직접 우리 손에 전달해 주기 위해서였다.
이스트리드 제국에서 황제의 권위는 드래곤 아르타누스에서 온다.
사제가 대관해 주는 일은 없었다.
대신 황족 중 대표 한 명이 전해 준 보관을 황제가 직접 머리에 쓴다.
그 뒤에 황제가 황후의 머리에 보관을 씌워 주는 게 대관식의 절차.
이 역사적인 절차에 변화가 있었다.
황제, 이제 상황으로 물러난 이가 선언했다.
“내가 직접 두 아이에게 보관을 건네주고 싶구나.”
“예? 하지만… 그런 전례가……!”
“없으면 만들면 그만 아닌가? 상황이 황족이 아닌 것도 아니니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결과 아르타누스 홀에 마련된 두 개의 옥좌 앞 계단에서 우리는 이제 상황이 된 이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드래곤 하트로 장식된 금빛과 은빛의 보관을 건네주었다.
아르파드는 우선 황제의 보관을 넘겨받았다.
제국의 전례상 황제의 관은 오로지 황제 본인만 제 머리 위에 올릴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아르파드 역시 그리하리라 모두 생각했다.
한데 아무도 예상 못 한 일이 벌어졌다.
“!”
나는 묵직해진 양손을 내려 보다가 경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걸 왜 날 줘?!”
나만이 아니었다.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놀라지 않은 건 내게 자기 보관을 넘겨준 아르파드뿐.
아르파드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 소리를 높여 선언했다.
“위대한 드래곤 아르타누스의 축복을 받은 나의 황후 외에 대관해 줄 이가 따로 누가 있을까.”
나는 놀라서 굳었다가 아르파드에게 작게 물었다.
“뒤통수치고 아르타누스 이름 팔아먹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자기가 먼저 날 이용하려고 했으니 이 정돈 봐줘야지. 그리고 본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놈이 바라는 바를 이뤄 줬잖아? 불만은 없을걸.”
“그거야…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아르파드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재촉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 당신이 안 씌워 주면 나 황제 못 돼.”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계단을 서너 개 먼저 올라갔다.
키 차이가 있어서 내가 직접 아르파드의 머리에 보관을 씌워 주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황제가 머리를 숙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는 더없이 경건하게 아르파드의 금빛 머리 위에 보관을 씌워 주었다.
아르파드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보관을 쓰고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렸다.
곧이어 아르파드는 상황으로부터 황후의 보관을 받아 든 다음, 성큼성큼 올라와 내 머리에 씌워 주었다.
새로운 황제 부부의 탄생이었다.
주변에서는 조금 당황한 듯한 반응이 있었지만, 곧 기쁨의 탄성과 축복의 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황제 폐하 만세!”
“황후 폐하 만세!”
비처럼 쏟아지는 축복 아래에서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동시에 계단 아래 허리를 굽혀 하례하는 이들이 시야에 가득 찼다.
감격에 젖어 서 있는 사이, 아르파드가 격정적으로 내 허리를 잡아당겼다.
“?!”
내 당혹감은 아르파드의 입술에 삼켜졌다.
곧 정열적인 입맞춤이 길게 이어졌다.
허리를 굽혔다가 고개를 든 이들이 경악하는 게 보였다. 얼굴을 붉히는 이들도.
“!”
나는 당황해서 머리가 하얗게 비어 버렸다.
‘잠깐! 엄숙해야 할 대관식인데, 이래도 되는 거야?’
하지만 다행히 주변 반응은 더더욱 열광적이었다.
“황제 폐하 만세!”
“황후 폐하 만세!”
“위대한 드래곤이시여, 두 분을 축복하소서!”
들끓는 환호 속에서 나는 조금 멍하게 생각했다.
‘꼭, 결혼식 같아.’
그리고 사실상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우리는 만인이 보는 앞에서 서로에게 영원을 맹세하고 있었으므로.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