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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혼으로 남편부터 바꾸겠습니다-157화 (157/210)

157화

Chapter 17. 귀환

지하실에 들어선 두 사람의 모습은 더없이 익숙했다. 세상에서 가장 반갑기도 했고 말이다.

“세상에! 비 전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비 전하! 저희가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아, 황태자 전하도 오셨군요!”

기쁨과 환호로 비밀스러운 공간 안이 왁자지껄해졌다.

힐리아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애니를 꼭 안았다.

“늦어서 미안해.”

“아니에요! 무사하셔서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힐리아는 애니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신전이 무너졌다며? 그때 너도 거기 있었을 거 아냐.”

애니는 기쁨의 눈물이 맺힌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비 전하께서 만약을 대비해서 주신 방어 마도구가 있어서 무사했어요.”

힐리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애니를 다시 꼭 끌어안았다.

그걸 옆에서 조금 불만 어린 표정으로 보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아르파드였다.

율켄은 주인 옆으로 다가가 기쁨과 애정을 표현하려 했다.

“저는 황태자 전하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반드시 무사하실 거라고요!”

“아, 들었어. 얌전히 죽어 주기엔 성격이 더러우니 어쩌니 하던 거.”

“들으셨습니까?! 여기 방음이 철저할 텐데……!”

“꽤 괜찮긴 하더군. 하지만 내 귀에 안 들릴 정도까진 아니었어.”

왜 용혈은 청력마저 쓸데없이 강하게 만든단 말인가.

율켄의 어깨가 두려움으로 떨렸다.

“조금 전까지 힐리아만 반가워하면서 나는 내팽개쳐 뒀던 것 같은데?”

“아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비 전하께서 앞에 계시니 먼저…….”

“내가 더 앞에 서 있었는데?”

“…….”

율켄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는 조금 억울했다. 힐리아만 부르며 반가워한 수하들이 자신만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데임 애니는 물론이고, 밀란 양, 뮤젠 경, 벨테인 경 전부 비 전하만 찾았다고!’

그나마 아르파드를 부르기라도 한 것은 자신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혼나야 한단 말인가.

반가움과 기쁨으로 가득한 안에서 약간의 심술이 오른 한 명과 괜히 피해 보는 중인 한 명이 있었다.

짧은 해후의 시간이 지나고, 애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3개월 동안 어디 계셨던 거였어요?! 저희에게 전혀 소식도 없이!”

이 말에 힐리아와 아르파드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게, 아주… 많은 일이 있었어.”

* * *

아르파드의 표정과 눈빛은 오로지 한 존재를 욕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도마뱀!”

우리가 3개월간 행방불명되었다는 걸 깨달은 후 아르파드가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회귀 전 기억에서 아르파드가 아르타누스를 비하하던 표현이었으니까.

아르타누스의 동굴에서 아르파드는 한 번도 눈을 뜨지 못했다. 드래곤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파드의 정신이 돌아온 건 드래곤의 동굴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돌아온 뒤였다.

지금의 아르파드에게 회귀 전 기억은 없어야 하는데, 도마뱀 운운하는 걸 보고 설마 기억이 돌아온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그 망할 드래곤이 당신에게 뭔가 험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그런 거 없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용의 신부라면 그놈도 탐을 낼 게 분명한데……!”

“아니라니까요. 아르타누스 님의 말대로면 나를 신부로 인식하는 건 당신뿐이라고 했어요.”

“정말?”

아르타누스에게 화를 내면서도 아르파드는 기분이 꽤 좋은 듯했다.

나와 그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에.

나를 끌어안은 채 아르파드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당신 기분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보이지?”

“…….”

“역시 도마뱀 자식이 당신에게 무슨 짓 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아무 일 없었다니까요. 그냥 지금 상황이 어떨지 걱정되어서 그런 거예요.”

아르타누스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보여 준 뒤 우리를 신전이 있던 자리로 돌려보냈다.

당연히 그곳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눈에 띄는 외모를 숨긴 채 도시로 나온 우리는 경악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3개월이나 시간이 지났다고?!”

제일 빠르게 현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은 페니 테라스를 통하는 거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얻은 페이퍼를 통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1. 나와 아르파드가 아르타누스의 공간 안에서 있는 동안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2. 우리는 사고 직후 행방불명된 상태고,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3. 가장 중요하고 황당한 사실. 그동안 에반젤린이 아르파드의 아이를 가졌다 주장하고 나섰다는 것!

콰직!

내 손아귀에서 페이퍼가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 모습을 아르파드는 환하게 웃으며 보고 있었다.

내가 화를 냈다.

“왜 웃어요?! 설마 이게 진짜인 건 아닐 테고…….”

“절대로 아니지. 내가 엄청나게 고대하던 순간을 방해받은 게 얼마나 짜증 나는데.”

순간 나는 얼굴이 홧홧해지는 걸 참지 못했다.

수확제의 밤, 아르파드와 나는 진짜 부부가 될 예정이었으니까.

만일 에반젤린과 대주교의 방해가 없었다면 그렇게 되었을 거다.

그도, 나도, 서로를 원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벌게진 얼굴로 살짝 투정을 부렸다.

아르파드가 가라앉은 내 기분에 더 신경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러면 조금 전엔 왜 웃은 거예요?”

그러자 아르파드가 예상 못 한 말을 했다.

“난 당신이 질투할 때마다 그렇게 좋더라.”

“뭐라고요?”

이건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진짜 취향 이상한 거 아니에요, 당신?”

“그보다는 당신이 지나치게 표현을 잘 안 해 주니까 목말라서 그렇지.”

그 뒤에 우리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페니 테라스의 본점으로 왔다.

* * *

이 모든 일을 나는 뭉뚱그리고 짧게 요약해서 전달했다.

대략적으로 ‘폭발에서 드래곤 아르타누스의 도움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있었다’ 정도로.

‘틀린 표현은 아니야. 실제로 나와 아르파드를 구한 건 아르타누스니까.’

그러자 수하들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위대한 아르타누스 님께서 가호를 내리신 거군요!”

“역시 아르타누스 님께 선택받은 분답습니다!”

“이 사실만 알려지면 지금 에반젤린 그 여자는 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어요!”

나는 밀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사이에 훌륭하게 에스피톨라를 짓눌렀더군. 잘해 줬어.”

“전부 비 전하께서 사전에 내려 주신 명령에 따른 결과입니다.”

밀란은 환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벨테인 경께서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셨고요.”

“저야말로 비 전하께서 지시하신 걸 그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나는 델핀 공작가의 재산 관리를 벨테인 경에게 일임해 두었다.

사실 융통성 없는 기사인 그에게 돈을 다루는 일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회귀 전 함께 도망쳤을 때 벨테인 경이 보인 의외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도피 생활 도중에 꽤 놀랐었지. 벨테인 경이 숫자 계산이나 흥정에도 꽤 능하다는 걸 알고 말이야.’

물론 상인 정도까진 아니다. 하지만 델핀 가문의 관리는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출납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게 중요했다.

그 때문에 전적으로 벨테인 경에게 맡겨 두었다.

그에게 신신당부해 두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페니 테라스의 운영에 들어가는 돈이었다.

그건 절대 아끼지 말라고 말해 두었고, 내 실종 중에도 벨테인 경은 그걸 충실히 지켰다.

페니 테라스가 내가 예상한 그대로 자리를 잡은 건 밀란과 벨테인 경의 공이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두 사람의 충실함을 칭찬했다.

그때 아르파드에게 잡혀서 구박받다가 겨우 풀려난 율켄이 날카로운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그럼 이제 바로 황궁으로 돌아갈 예정이십니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들 놀란 표정으로 나와 아르파드를 보았다.

그러자 아르파드가 세상에서 제일 심술궂은 표정과 목소리로 대꾸했다.

“저쪽에서 그사이에 꽤 큰일을 벌여 주셨던데, 그 이상으로 되돌려 줘야 하지 않겠나? 누구를 사생아나 만드는 인간이라고 모함했으니.”

아르파드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보다시피 남편이 이렇게 화를 내고 있어서.”

그러자 밀란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고했다.

“마침, 조금 전에 들어온 정보가 있습니다.”

“뭐지?”

“신전에 신탁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돌더군요.”

“신탁? 어느 신전에서?”

“당연히 천주신의 신전이죠.”

우리의 입가에 사나운 미소가 걸렸다.

D-day가 정해진 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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