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약탈혼으로 남편부터 바꾸겠습니다-32화 (32/210)

32화

마차 안에는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 있었다.

마법으로 색을 바꾸어 평범한 갈색이 된 눈동자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색이 바뀌어도 눈빛의 강렬함만은 그대로인 것이 신기했다.

동공의 모습까지 변한 것은 새삼 신기하다.

머리 색도 검은색인데 아마 염색은 아닐 거다. 수시로 금발과 검은색을 오가야 할 테니, 마법적인 뭔가겠지.

나는 마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며 활기차게 말했다.

“의뢰를 받아 줘서 고마워요, 용병왕 제랄드 씨.”

“…….”

그가 가면을 쓰고 있음에도 표정을 구기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다. 아까 집무실에서 나와 아르파드가 나눈 대화는 단순히 우리 사이가 좋아요, 하고 강조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단 이쪽이 본론에 가깝다. 그의 귓가에 나는 작게 속삭였다.

“용병왕 제랄드. 의뢰예요.”

그리고 아르파드는 내가 원한대로 아무도 모르게 제랄드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마차에서 착하게 날 기다렸다.

아르파드는 낮게 한숨을 쉬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그대에게 조금 실망했어.”

이것도 예상한 반응이다.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태평하게 손깍지를 끼며 물었다.

“뭘 실망해요? 아, 그런데 그거 알아요? 실망도 기대해야 할 수 있다는 거? 나에게 뭘 그렇게 많이 기대하고 계셨을까?”

“…….”

“말해 주지 않을래요? 뭘 기대하고 있었는지 알려 주면 최선을 다해서 부응해 드릴 수 있는데.”

아르파드는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다물었다.

나는 씩 웃으며 그가 멋대로 실망을 굳히기 전에 콕 집었다.

“내가 내 집안일 하나도 혼자 처리 못 해서 황태자 전하께 도와 달라고 한 게 그렇게 실망이었어요?”

“모르는 건 아니군.”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너무 티가 나니까요. 당신이 나를 한두 가지로 시험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황제가 우리 둘에게 하는 행동과도 비슷했다.

사이가 안 좋은데, 닮은 점은 정말 많은 부자(父子)다.

본인이 붙여 둔 하녀를 내가 어떻게 대하는지 감시하는 건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그 외에도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 전부 관찰 중일 것이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그가 치른 대가만큼의 가치가 있는 인간일지. 등등.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일에 내가 대뜸 ‘도와줘요!’라고 해 버린 것이다.

실망할 법도 했다.

‘당연히 실망하게 놔둘 순 없지. 누구 맘대로, 나한테 허락도 안 받고 실망해!’

빙긋이 웃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나저나 당연히 검은 용병단 역시 움직였겠죠?”

검은 용병단은 제랄드가 이끄는 용병단의 이름이다.

“굳이 용병왕 제랄드 어쩌고 하며 말을 걸었으니, 델핀저 근처에 대기 명령을 띄워 두긴 했다.”

“잘했어요. 착해라.”

나는 아르파드, 아니, 지금은 용병왕 제랄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남자는 얼굴을 더 구기더니 내 손길을 피했다.

꼭 까다로운 고양이 같은 태도였다.

“아르파드 황태자 전하께서 내게 실망하셨다는 말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해 드리죠.”

“어떤 면에서?”

“그야, 나는 황태자 전하께 도와 달라고 부탁한 게 아닌걸요.”

내 눈앞에 있는 이는 황태자 아르파드가 아니라, 용병왕 제랄드니까.

“용병에게 의뢰한 것뿐이에요. 그런데 황태자께서 굳이 실망하실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말장난이라는 건 알고 있지?”

나는 ‘훗!’ 하고 웃었다.

“말장난이라니. 명분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시는 분께서…….”

나는 거기에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덧붙였다.

“게다가 요즘 용병왕 제랄드도, 검은 용병단도 활약이 뜸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오래 실적이 없으면 그쪽도 곤란할 텐데.”

“…….”

내가 알기로 용병 업계라는 곳도 경쟁이 셌다. 당연히 검은 용병단이 업계 1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실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의 수하들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대장이 눈에 띄고 화제가 되는 일을 벌여야 이름값을 유지하기 편하지.’

그러니까 이번 내 ‘의뢰’는 용병왕 제랄드의 입장에서도 절대 손해가 아니었다.

아르파드에게서는 대답이 없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긍정 외에 다른 대답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상부상조하자는 거예요. 힐리아 델핀이 개인적으로 용병단을 고용해서 가문의 내분을 처리하는 거죠.”

“그리고 하는 김에 한동안 안 보였던 용병왕 제랄드를 선보이는 기회로 삼고?”

“역시 말이 잘 통해요. 이래서 당신이 좋다니까요.”

내 말에 아르파드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하군. 황태자 아르파드와 용병왕은 다른 인물이니까.”

“그렇죠. 당연히 다른 인물이죠.”

나는 티 내지 않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로서도 황태자에게 속닥거려 황실 기사단을 빌려서야 겨우 제 집안을 단속했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그건 절대 내 평판에 도움이 안 될 테니까.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용병단을 고용해서 처리하는 게 낫지.’

사실은 내 가문의 기사들을 용병을 고용해서 처리한다는 것부터가 망신이다.

그만큼 집안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소리니까.

‘하지만 내가 고용하는 용병이 그 유명한 용병왕 제랄드면 또 문제가 달라.’

용병왕이 괜히 용병왕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어지간한 귀족가, 심지어는 왕족이라 해도 검은 용병단을 고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제랄드가 직접 나선다?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거다.

내 능력 역시 다들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거고.

아르파드는 황태자로서의 태도와 표정을 내려놓더니, 긴 다리를 꼬며 물었다.

말투가 바뀐다.

“그러면 의뢰주께 질문을 드리죠.”

“얼마든지.”

“용병왕의 이름에 걸맞은 의뢰비는 어떻게 주실 생각이신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아르파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순간적으로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지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아르파드는 미간을 찡그린 채 태클을 걸었다.

“…말이 달라진 것 아닌가? 그건 용병왕 제랄드에겐 별 의미가 없는 일이야.”

“하지만 아르파드 황태자에겐 아주 좋은 일이죠.”

원래 이중생활은 유리할 때 따라, 같은 사람 다른 사람 취급하는 게 제맛인 법이다.

“그리고 용병왕 입장에서도 나쁠 거 없어요.”

“어디가 용병왕에게 좋은 일이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루드비히 대공의 몰락을 직접 실행하는 평민이 되는 거예요. 그러고도 전혀 처벌받지 않겠죠.”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다.

“그것만으로도 용병왕 제랄드의 위상은 크게 올라갈 거예요.”

“그게 성공할 경우의 이야기겠지. 평민 제랄드가 루드비히에게 손을 대고도 처벌받지 않는 게 과연 가능할까?”

“맞는 말이에요.”

나는 태평한 어조로 아르파드에게 답했다.

그러려면 아예 용병왕 제랄드가 직접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사면받는 정도밖에 없다.

용병왕 제랄드는 대륙에 몇 안 되는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니까.

아르파드, 아니, 제랄드가 선수를 쳤다.

“나는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할 생각 없어.”

“알아요. 안 시켜요. 용병왕 정도의 패는 독점해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제랄드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

“그대가 나를 독점하고 싶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

이 인간이 일부러 그렇게 해석한 게 틀림없긴 한데, 아예 잘못된 해석도 아니긴 했다.

나는 강조해서 말했다.

“그야 용병왕 제랄드를 독점 고용할 수 있다면 누구든 원할걸요.”

아르파드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나는 그사이 말을 돌렸다.

“루드비히를 걷어차거나 쫓아냈다고 처벌받을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아마 내일이 되면 누구도 그런 사소한 일을 신경 안 쓸걸요?”

“사소한 일?”

나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보다 루드비히나 에반젤린의 추문이 떠들썩할 테니까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과정에 누가 루드비히를 건드렸느냐는 건 아주 사소한 일이 되어 버릴 거예요.”

치가 떨리지만, 나는 세 번이나 루드비히의 아내로 살았다.

덕분에 그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루드비히가 맨정신일 리 없어.’

특히나 열등감의 원인인 아르파에게 모욕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니 더했다.

‘술에 잡아먹혀 있으면 최고고,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만취해서 실수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을 테니까.

그리고 그건… 사실상 루드비히에 대한 정치적 사형 선고가 될 것이다.

나는 두 손으로 아르파드의 두 손을 잡았다. 다행히 뿌리치거나 피하진 않았다.

덕분에 이 남자의 양손 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런 다음 한쪽 손가락으로 아르파드의 오른손을 건드렸다.

“황태자 아르파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정적의 몰락을 얻을 수 있어요.”

낚시꾼이 미끼를 쥐고 흔드는 것처럼.

당장에라도 덥석 잡아먹고 싶어질 만큼, 유혹적으로 느껴지도록.

그리고 그의 왼손에 다른 손을 올려 살짝 간지럽혔다.

“거기에 용병왕 제랄드는 황족조차 무릎 꿇렸다는 무용담을 손에 넣을 수 있겠죠.”

간 보듯 이 남자의 손바닥을 간지럽히다가, 나는 덥석 그의 양손을 잡았다.

“!”

아르파드가 살짝 놀란 티를 냈다. 드물게 이 남자의 허를 찌르는 데 성공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난 당신의 양손에 꽃을 쥐여 줬어요.”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결론을 내렸다.

“쥘지 말지는, 당신의 몫이죠.”

그에게 얼굴을 더욱 바짝 들이대며 속삭였다. 내 숨결이 그의 피부를 건드릴 정도로 가까이에서.

“선택해요.”

“…….”

침묵은 잠시 이어졌다.

그러나, 결국 아르파드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 거친 손길이 내 양손을 덥석 마주 잡았다.

‘좋아! 됐어!’

아르파드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꽤 긴장했던 모양이다.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동시에 마차가 델핀저에 도착하며 멈춰 섰다.

덕분에 열정적으로 아르파드를 설득하겠다며 서 있던 나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당연히 내가 넘어진 아래에는 아르파드가 있었고.

아르파드는 품 안에 쓰러진 나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 냈다.

덕분에 나는 아르파드에게 폭 안긴 꼴이 되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아르파드의 지나치게 탄탄하고 넓은 가슴팍 위로 엎어져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두근두근, 안정적인 심장 소리가 귀를 두드릴 정도로 찰싹 붙어 있었다.

‘꺄악!’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려는데 중간에 턱, 막혔다.

아르파드가 내 허리를 휘감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마차 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상황을 수습해 볼 겸 부축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아르파드가 어이없는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런데 법적인 남편을 데리고 위기에 처한 애인을 구하러 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양심 찔리지 않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래, 이 인간?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색해서 화제를 돌려 보려고 해도 그렇지, 너무 뜬금없는 소리라고 생각 안 해요?”

“난 말을 돌리려고 하는 게 아닌데?”

네, 네. 그러시겠죠.

나는 손가락을 들어 올려 하나씩 접으면서 그의 헛소리를 정정해 주었다.

“우선, 첫째로 나는 내 남편인 아르파드 황태자가 아닌 용병왕 제랄드와 왔어요.”

일단 공식적으로 아르파드는 지금 황태자궁에 있어야 하니까 맞는 말이다.

“그리고 둘째로, 벨테인 경은 내 애인이 아니에요.”

그리고 아르파드, 아니, 용병왕 제랄드(놈)은…….

“네, 아주 그러시겠지요. 의뢰주님.”

전혀 믿는 태도가 아니었다.

그때 밖에서 델핀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더 쏘아붙여 주지 못했다.

으으, 아까워!

* * *

한편 델핀 공작가의 집사 폴먼은 지금 난처함과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힐리아의 예측대로 만취해서 주정을 부리고 있는 루드비히 때문에 말이다.

“저어, 전하. 대공 전하. 정신 차려 보십시오.”

“으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루드비히의 혀가 꼬인 말이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누가 봐도 말이 아닌 꼬락서니다.

“네놈! 네놈도 날 마누라 뺏긴 한심한 인간으로 보는 거지?! 너도 날 뒤에서 얕보고 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루드비히는 버럭버럭 화를 내다가 폴먼의 수염을 다 뽑아 버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어이쿠! 대공 전하! 그만두세요!”

루드비히가 난동을 부리다 쓰러져 잠들 때까지 폴먼은 꽤 험한 꼴을 보아야 했다.

고욕을 견디고 나자, 집사는 새삼 불만이 치솟는 걸 느꼈다.

‘어제 자기 말 때문에 아가씨의 명령까지 무시했는데, 날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야?’

“황태자비 전하께서 델핀저의 하녀 애니와 기사 벨테인 경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집사는 궁인을 저택에 들여 차 한잔 대접하지 않았다. 이건 엄청난 무례였다.

알면서도 폴먼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는 루드비히가 건재한 채로 당당하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황태자비? 웃기지 말라 그래! 정 데려가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해!”

“집사. 설마하니 이제 와서 힐리아에게 붙으려는 건 아니겠지? 이미 힐리아의 연회가 시작도 전에 망쳐졌다는 소문은 들었을 텐데. 힐리아가 황태자비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없어.”

에반젤린 역시 오랜만에 델핀저에 돌아와 루드비히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집사를 협박했다.

“그래. 당신이 이제 와서 마음을 돌려 힐리아의 명을 따른다 해도 그럴 수 있어. 어쨌건 델핀 공작가의 직계는 힐리아니까.”

“에반젤린 아가씨!”

“대신 기억해 둬. 나도, 황후께서도 한번 배반한 자는 받아 줄 생각이 없으니까.”

아름다운 얼굴 가득 잔인한 미소를 띤 채, 에반젤린은 경고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죽고 싶지 않으면 절대 힐리아를 따르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집사는 지난 3년간, 힐리아가 아니라 루드비히와 에반젤린의 말을 듣는 데에 더 익숙했다.

애초에 그가 집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부터가 에반젤린 덕분이었다.

선대 공작의 죽음 직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집사 역시 급사하자,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힐리아에게 지금의 집사를 추천한 사람이 바로 루드비히였다.

그 뒤에 에반젤린이 있었음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이후 두 사람의 비호 아래 저택에서 온갖 사소한 비리를 저질러 자신의 몫을 챙겨 왔다.

이제 와 줄을 갈아탄다면 그걸 모두 포기해야 했다.

집사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그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힐리아 아가씨가 내게 무슨 짓을 할 리 없잖아? 하지만 에반젤린은 달라. 진짜 날 죽일지도 모른다고.’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전 집사의 죽음 뒤에 에반젤린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집사는 술독에 빠진 루드비히 시중을 드는 데 집중했다가 난데없는 재난을 맞이하게 되었다.

“집사님! 오셨습니다!”

“뭐? 누가?”

“아가씨! 아가씨께서요!”

에반젤린이 루드비히를 보러 다시 온 건가,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사색이 된 하인은 전혀 다른 이름을 내뱉었다.

“힐리아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