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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들끓는 호흡 (106/120)


106화. 들끓는 호흡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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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이 쓰여? 그 새끼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의 기분을 대변했다.

세나가 강현의 표정을 살피며 띄엄띄엄 제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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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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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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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안타깝달까……. 비록 제게 그런 악의적인 행동들을 했지만,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니 저런 환경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을 친 게 아닐까 하고…….”

스치는 낯빛에서 괴로움이 엿보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채성민은 아주 외로운 사람이지 않았을까. 저 혼자 아등바등.

덫에 걸려 빠져나올 수 없는 들짐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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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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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저도 뭐 성민 선배랑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이잖아요. 가식적이고, 이기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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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완전히. 넌 필요 때문에 누군가를 이용하거나, 상처를 입히지 않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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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두고 그런 계약서까지 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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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말했지만, 네가 만약 그 새끼랑 같은 사람이었다면, 계약서를 쓰는 즉시 내게 와 홀딱 벗고 달려들든, 사탕발림하든 했겠지.”

만약 기세나가 제게 그랬다면 아마 넘어갔겠지. 그러나 사실관계를 알고 난 후엔 가차 없이 돌아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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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이에요. 암튼, 저는 그래요. 도와주고 싶다는 말 진심이었거든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성민 선배 입장에선 가소로웠겠지만.”

결과적으로 세나에겐 강현에 대한 마음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 것도 채성민이었고, 그 덕분에 강현이 저의 최악의 모습까지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방법은 한참 잘못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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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끼가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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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다는 말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안타깝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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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그 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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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달라요.”

강현은 그런 세나가 이해되지 않았다.

불쌍하다는 마음이나 안타깝다는 마음이나. 상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다는 동정심에서 비롯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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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나, 혹시 사찰 음식 좋아해?”

뜬금없이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나, 세나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자 강현이 혀를 가볍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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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심이 하해와 같아서 어디 암자에서 도 닦는 보살님인 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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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꼬는 스킬은 태어날 때부터 탑재된 기본 옵션인가? 곱씹을수록 빈정이 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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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 새끼가 너를 두고 무슨 음심을 품은 줄은 알고나 하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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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어봐야 얼마나 대단한 음심이었겠어요. 어차피 넘어가지도 않았을 텐데.”

세나가 입술을 쀼루퉁하게 내밀고 콧잔등을 찌푸렸다.

딱히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강현은 그답지 않게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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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아직도 첫사랑에 미련이 있는 줄 아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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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민이 첫사랑이었어?”

그의 잘난 얼굴이 더욱 구겨지며 눈두덩이 깊게 팼다.

무심한 얼굴에서 드러나는 극적인 변화가 세나의 장난기를 발동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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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몰랐어요? 채성민 선배가 제 첫사랑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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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남자 보는 눈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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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어디가 어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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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딴 놈에게 첫사랑의 순정을 바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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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을 바치진 않았죠. 뭘 해봤어야 순정을 바치지.”

기가 찬 강현이 헛숨을 토하자, 세나는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려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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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땐 그 실체를 몰랐었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 사이에서도 성민 선배는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 성민 선배 연기력이 뛰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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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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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할 수 있는데, 계속해요?”

세나가 약을 올리듯 혓바닥을 빼꼼 내밀어 보인 뒤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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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도망가려 내디딘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몸이 확 당겨져 강현에게로 도로 끌려왔다.

종착지는 근육이 선명하게 갈라진 강현의 허벅다리 위였다.

강현은 세나의 허리에 한쪽 팔을 두른 뒤 그녀가 벗어나지 못하게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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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거슬렸는데, 그놈의 선배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 개나 소나 다 선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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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를 선배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성민 씨라고 불러요?”

그건 그거대로 듣기가 거북해 강현은 짜증이 가득한 날숨을 뱉었다.

세나는 그제야 강현의 반응이 질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일부러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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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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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나. 혼나고 싶어 환장했지?”

미간 사이를 잔뜩 좁힌 그가 뾰족하게 날이 선 시선을 쏘아붙였다.

예전 같았더라면 이 검은 눈동자에 잡아 먹힐 것 같아 두려웠겠지만, 지금은 강현이 절대 제게 위해를 가할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기에 오히려 짜릿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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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혼내 줄 건데요?”

세나가 동그란 눈망울에 생글거림까지 띄워놓고 시선을 마주했다.

잠시간 대화도 없이 빠듯하게 이어진 눈 맞춤 끝에 강현이 먼저 눈길을 거두었다.

그러고는 세나를 안은 채 상체를 소파 등받이에 깊숙이 묻었다. 그의 고개가 젖혀지고 잇새에선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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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많이 컸네. 기세나. 나를 손바닥에 올려두고 아주 쥐락펴락하고.”

손등으로 눈두덩을 가리며 한숨과 뒤엉켜 뱉어낸 말씨는 자조보다는 체념에 가까웠다.

매번 강현을 이겨보고 싶다 소원을 빌었던 세나는 기꺼이 승리자의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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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겼으니까, 남자 보는 눈 없다는 말 취소해요.”

그녀가 강현의 두 뺨을 감싸 고개를 들게 한 뒤 다시 눈을 맞추었다.

밤갈색 눈동자에 또렷하게 떠오른 기세가 등등했다.

또 다른 의미에서 한숨을 푹 내쉰 강현은 차라리 안 보겠다는 식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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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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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보는 눈이 아니라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거겠지. 이번 일로 다시 한번 확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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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굴면 얼마 못 가 후회할 텐데 괜찮겠어요?”

세나가 으름장을 놓자 강현이 못 이기는 척 살짝 실눈을 떴다.

이때다 싶은 세나가 강현의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짧게 입을 맞추자, 굳게 다물렸던 그의 입술이 톡 벌어졌다.

예상치 못한 접촉에 강현의 눈도 덩달아 홉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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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에 선배밖에 안 보이는데, 보는 눈 없다고 하면 누구 손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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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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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강현 씨. 당신 손해 아냐?”

허벅다리 위에 올라타 강현을 내려다보는 세나의 머리 위로 천장의 조명이 반짝였다.

강현은 눈이 부실 만큼 자신만만한 그녀의 자태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때로는 연약해 보이다가도 이따금 이렇게 강인한 모습을 보여줄 때면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시선이 오로지 저에게만 닿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발등에 입을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으니.

그러나 지금은 저 당돌한 입술에 먼저 입을 맞대어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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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나.”

매 순간. 시도 때도 없이 저를 반하게 만드는 여자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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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네가 나만 본다면 취소해줄게.”

세나를 향해 뻗어진 손끝이 그녀의 목덜미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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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놈은 안 돼.”

그녀의 기분 좋은 체온이 손바닥을 타고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강현이 그대로 손을 끌어당기자, 세나가 버티지 않고 스르륵 고개를 숙여주었다.

말캉한 입술이 맞물리고 더운 숨을 삼킬 때면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그 향기에 취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탐하게 된다.

그러니까. 다른 놈은 절대 안 돼.

소파 위로 흐트러진 세나는 꽃밭에 만개한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 강현의 심금을 두드렸다.

강현은 자신의 시선과 손길이 그녀의 어느 곳 하나 닿지 않는 데가 없도록 세밀하게 어루만졌다.

들끓어 오른 호흡은 그녀를 한참 품고서야 서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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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할 준비를 마친 강현이 드레스룸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 틀어 둔 TV에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딱딱한 표정의 남자 앵커는 카메라와 시선을 맞춘 채 간밤의 소식들을 간략하게 브리핑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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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약물 복용 혐의와 더불어 판매 유통까지,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제 오후 법원은 대호 그룹 황유라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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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씨는 검찰 측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검찰은 또 다른 피의자인 K 배우를 구속수사 중인데요. 강도 높은 심문을 통해 황 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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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검찰이 요청한 황 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오늘 법원에서 발부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강현은 TV 속 앵커의 목소리를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알맞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거실의 넓은 창을 통해 올려다본 하늘이 뿌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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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네.”

새벽부터 내린 비는 세차게 들이치진 않았지만, 미약한 물안개를 끊임없이 뿌리고 있었다.

아침임에도 먹구름에 해가 가려 어두컴컴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장마가 시작될 조짐을 보였다.

강현은 창문이 열린 곳이 없는지 꼼꼼히 살핀 뒤 TV를 껐다.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꽉 막힌 도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이른 출근을 하기로 했다.

강현은 잠시 풀어둔 셔츠 소매의 커프스를 채우고, 테이블에 올려둔 브리프 케이스를 챙겨 현관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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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강현 씨?”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무리에 의해 그 걸음이 멈춰 세워졌다.

강현의 시선이 제 앞을 막아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뒤 명치 부근의 신분증으로 향했다. 세 명 모두 경찰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제일 앞쪽의 남자가 자신의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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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나왔습니다. 류강현 씨, 본인 맞으시죠?”

분위기로 보건대 조사차 자신을 찾아온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강현이 비스듬히 서 있던 자세를 고쳐잡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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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이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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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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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이 어디냐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눈빛에 순간 멈칫한 남자는 주변 동료들을 의식한 뒤 목청을 큼큼 가다듬었다.

세 명의 경찰이 자신을 찾아왔는데도, 상대는 기가 죽은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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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수사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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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침부터 이건 또 무슨 수작질이지?”

그의 대답에 강현이 픽, 실소를 흘리며 미간 사이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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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 명령이 떨어져 서까지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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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

강현이 고개를 바로 하며 세 명의 경찰을 찬찬히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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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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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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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체포하는 혐의가 뭐냐고. 왜 같은 말을 두 번씩 해야 알아먹는지 모르겠네.”

예상치 못한 당당한 모습에 얼이 빠진 건지 자꾸만 말귀를 못 알아듣는 통에 강현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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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불법 약물 투약 혐의로 금일 오전 본 서로 신고 접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류강현 씨를 긴급체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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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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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습니다. 들은 걸로 치죠.”

강현이 자신의 팔을 붙들며 미란다 원칙을 읊으려 말문을 튼, 경찰관의 행위를 단칼에 잘라냈다.

그러고는 팔을 뻗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대기하고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탑승한 강현이 1층 버튼을 누른 후 그들이 타길 기다렸다.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도 못한 삼 인방은 그저 멍하니 강현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지 한참이 됐는데도 움직이질 않자, 그런 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강현이 눈썹을 꿈틀,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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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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