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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누굴 꼬시려고? (86/120)


86화. 누굴 꼬시려고?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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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 그게……. 그 당시에는…… 좀 버겁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니까.”

싫지 않았다. 좋았다. 황홀할 만큼.

근데 지금은 좀 무섭기도 하고. 뭔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 같은……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데, 강현의 단단한 두 팔이 그녀를 사이에 두고 뒤쪽 테이블을 짚었다.

졸지에 그의 두 팔에 가둬진 신세가 된 세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입술을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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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는 말이겠지? 그러니까, 내 없는 연애사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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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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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다시 한번 해볼까? 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할 겸, 누구 말대로 집요하게.”

그의 눈동자에 떠오른 시커먼 욕망은, 숨길 필요 없는 상황이 되자 본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현이 느긋한 웃음을 흘리며 눈을 낮게 내리깔았다.

그 시선이 닿은 곳은 세나의 길게 뻗은 맨다리였다.

중요한 부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제 티셔츠가 이렇게 야하게 느껴질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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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바지도 안 입고, 나 좀 잡아먹어 달라 유혹하는 게 참 귀엽긴 한데.”

분명 면티에 파자마 바지까지 입으라 뒀는데. 지금 그녀는 하얀색 면티 한 장을 걸친 채였다.

유혹적인 다리에 처음부터 시선이 닿았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느라 애가 탔던 강현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움켜잡아 제 허리에 두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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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잖아? 좋아하는 여자가 대놓고 유혹하는데 눈치 없이 구는 머저리가 아니라고.”

삐뚤어진 입매가 섹시한 남자는 포획한 먹이를 먹음직스럽단 눈으로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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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됐네. 어차피 날 꼬시려고 이렇게 입고 나온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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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마 바지가 너무 커서 자꾸 흘러내리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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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묶을 수 있는 끈이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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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나?”

모른 척 말을 돌렸지만, 강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일부러 헐렁한 면티만 입고 나온 것은 순전히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한 그녀의 얕은 수작이었다.

어젯밤 그렇게 달아오른 열기를 함께 느꼈으면서, 저 혼자만 두고 방을 비운 그가 괘씸하기도 했고.

그 김에 제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현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표현을 안 했을 뿐이지, 세나는 속으로 살짝 실망하기까지 했다.

아. 언제쯤이면 이 남자를 단 한 번이라도 휘두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그렇다면 그게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세나가 멱살을 잡듯 강현의 윗옷을 움켜쥐고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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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꼬시려고 했다면 어쩌게요? 혼이라도 낼 거예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잘됐다. 정신없이 지나쳐 버린 첫날밤은 차치하고, 정신이 말짱할 때 다시 한번 이 남자의 품에 안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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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혼을 내야 할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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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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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하네. 무모하고. 꼭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말이야.”

그리고 이 여유만만한 얼굴에 아주 자잘한 실금이라도 입힐 수 있다면, 기꺼이.

세나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요염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속살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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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 안 입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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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의 바람처럼 순순히 딸려오던 남자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여유가 사라졌다.

미세하게 떨리는 턱 끝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잡아먹을 듯 짙어졌던 동공이 한차례 휘청였다.

가슴은 부푼 채로 멈춰있었다.

그 순간 기분이 몹시도 좋아지는 건, 아마도 기세나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번 휘둘리기 바빴는데, 오늘로써 겨우 스코어 1점을 획득했다.

유효 타격에 힘입은 세나가 굳히기 한판으로, 치켜뜬 고개를 비틀어 강현의 입술 위를 가볍게 훑었다.

강현의 입술이 살며시 벌어지며 잠시 멈췄던 호흡이 세나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실소인지, 조소인지 모를 입술의 움직임 끝에 조급해진 남자의 목젖이 눈에 띄게 꿀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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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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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적극적인 여자는 취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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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당해낼 수가 없어.”

그가 나머지 한쪽 다리마저 들어 올려 제 허리에 감았다.

허공에 몸을 띄운 세나가 자신의 체중을 고스란히 강현에게 실었다.

세나의 고개가 강현의 얼굴 바로 위로 떨어졌다.

두 뺨을 붉게 물들이며,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기다란 속눈썹 아래에 감춘 그녀의 형상은 아침 햇살을 머금은 이슬보다 영롱했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강현은 제 먹잇감에 찬탄 어린 눈길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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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네 모습도 내 취향이고.”

그대로 세나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췄다.

침실까지 몇 분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당장 닿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사람처럼 한데 어우러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서 강현과 세나는 서로의 향기에 흠뻑 취해 오후가 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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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오피스텔 앞 대로변에 차를 세운 강현이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세나가 오른손으로 시트벨트 클립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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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할 텐데 푹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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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도 오늘 푹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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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게.”

세나가 입술을 가볍게 다문 채 좌우로 비틀었다.

강현은 한쪽 팔을 창틀에 올리고 가볍게 만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괴었다.

시선은 세나가 아닌 정면을 향해 있었다.

주중의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 이 넓은 8차선 도로는 차들로 꽉꽉 막혀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늦은 주말 밤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는 지나가는 차 한 대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양쪽 차선 가운데 바리케이드 대신 심어놓은 조경수가 초여름의 선선한 바람에 나뭇가지를 살랑였다.

세나의 시선이 콘솔박스 위에 올려진 깍지 손으로 향했다.

제 손을 꼭 잡은 미동도 없는 커다란 손을.

이제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잡을 수 있는 강현의 손을 엄지로 살며시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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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줘야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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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 맞잡은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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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기 싫다.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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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줄까, 집에 가져갈래?”

세나의 눈썹이 다른 방향으로 와락 구겨졌다.

잠시 뒤 휘었던 눈썹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고 그녀의 얼굴이 한껏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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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요.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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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그러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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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느 시점에서 웃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선배 방금 한 말 진심이죠?”

강현은 대답 대신 입꼬리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세나가 고개를 잘게 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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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모든 말은 진심이었고, 거기에 살짝 맛이 간 유머 코드가 있다는 거.”

그만큼 제 손을 놓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손목 하나 잘라서, 제 곁에 묶어두고 싶다고 할 만큼 좋아한다는 말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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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마저 좋아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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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는 것치고는 너무 매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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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나 안 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금요일부터 토요일 밤까지.

세나와 강현은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내내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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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은데. 누가 너무 많이 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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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앞으로 주말마다 선배랑 데이트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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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음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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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뿐이야? 같이 있는 모든 시간이 다 데이트지. 사내 연애 처음 하는 건데, 좀 설렌다. 우리 비밀 연애하는 거? 완전 스릴 있겠다.”

이번에는 강현의 눈썹 끝이 크게 휘었다. 그는 관자놀이를 괴고 있던 손으로 턱을 쓸어내렸다.

뭔가 생각하며 ‘흠.’ 하고 목을 가다듬던 강현은 확신이 없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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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법무법인 규정에 사내 연애 금지라는 조항이 있었던가?”

그런 조항은 없었다. 성인남녀가 가득한 회사에 그런 금지 조항이라니.

더군다나 변호사들이 모여있는 법무법인이었다.

만약에라도 그러한 조항이 있다면,

‘헌법 제 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에 의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라는 반발에 만듦과 동시에 삭제 조치 되었을 것이다.

그것 말고도 헌법에는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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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당장은 밝히기가 좀…… 그래서요…….”

세나가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트자, 강현이 고개를 갸우뚱, 그녀를 향한 시선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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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마 전에 아버지한테 계약서 파기해달라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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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외라는 듯 그가 눈썹을 살짝 들추자 잘생긴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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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왜예요? 당연히, 그러면 안 되니까. 뭐가 됐든 그 계약서가 그대로 있으면 선배를 이용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내가 쪽팔려요. 선배를 좋아하는 마음에 불순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떳떳하지 못한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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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파기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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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별안간 그의 상체가 가까이 기울었다.

지척에서 느껴지는 그의 청량한 체취에 세나가 움찔거리며 몸을 물렸다.

강현은 제 손아귀에 잡혀있는 세나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그는 그녀를 뚫을 듯 응시하며 그녀의 손등에 제 입술을 붙이곤 나른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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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만나는 게 너에게 득이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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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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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 굳이 손해까지 감수하며 그럴 필요 없잖아? 내가 괜찮다는데.”

세나는 사나운 눈매를 누그러트리며 싱긋 웃어 보이는 얼굴에 할 말을 잃고 입술을 꾹 말았다.

어딘가 살짝 맛이 간 유머 코드에도, 불쑥불쑥 저를 덮치는 향기에도 슬슬 익숙해지는데, 저 근사한 미소에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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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거지. 안 그래?”

자신이 말해놓고도 웃긴지, 그가 손등에 입술을 비비며 피식피식, 실소를 흘렸다.

치켜뜬 눈꺼풀 아래 새까만 동공에 서린 이채가, 손등 위로 번지는 간질거림과 열기가. 그가 제게 보내는 신호였다.

세나는 견디기 버거운 감정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다.

분명 바깥엔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 차 안은 히터를 틀어놓은 것처럼 덥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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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가 채근하듯 다정히 속살거리자, 더는 고집을 부리기 힘들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귀까지 이미 새빨갛게 물들인 채였다.

그제야 만족한 강현은 세나의 손등에서 입술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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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인사는 언제 드리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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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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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조항을 보아하니, 집에 인사시켜야 하는 것 같던데. 결혼 상대로 말이야. 정기적인 상황 보고도 해야 하고. 괜찮다면 그 상황 보고 내가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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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뭘 그렇게까지 자세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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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관심이 있는 일엔 몰두하는 편이거든.”

류강현은 진짜 사람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남달랐다.

이 남자는 뭐가 다 이래. 번갯불 콩 볶듯 혼을 쏙 빼놓는다.

그를 오해하고, 무시하고, 배척했던 지난 10년의 세월이 너무 아까워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오피스텔 앞에 비상등을 켠 채로 차를 세워둔 지 벌써 삼십 분이나 흘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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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진짜 가볼게요. 선배도 운전 조심해요.”

강현과 더 함께하고 싶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도로에서 날을 샐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세나가 먼저 마무리 인사를 했다.

아쉬운 기분을 억누르며 차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당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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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나.”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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