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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로맨틱한 집착남 (84/120)


84화. 로맨틱한 집착남
2022.04.19.


전신을 포근히 감싸는 실크의 부드러운 감촉에 나른한 미소를 흘리던 세나가 잠에서 깼다.

몸을 뉘고 있는 침대와 얼굴을 묻고 있던 베개.

은은하게 퍼져있는 방 안의 향기.

자신의 집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세나가 눈을 번쩍 떴다. 아니 번쩍 뜨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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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따가워라…….”

손끝으로 눈두덩을 매만지자, 꼭 물이라도 찬 것처럼 퉁퉁 불어있었다.

어젯밤 강현의 이야기를 듣다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던 세나였다.

강현은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를 애달픈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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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울어…….”

 
왜 우냐고, 이미 지난 일인데 이게 뭐라고 이리도 서럽게 우냐고.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군데, 오히려 강현이 세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그러다 코를 훌쩍거리며 울음을 참으려는 그녀를 보고 씩 웃기까지 했다.

되레 태연하게 구는 그의 모습이 세나의 눈물샘을 자극해 다시 수도꼭지가 터지고 말았다.

강현이 옅은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 두툼한 부위로 닦아주다, 그것마저 시원찮았는지 아예 세나의 눈두덩에 입술을 묻고 하염없이 쏟아내는 눈물을 대신 훔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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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선배가 너무 불쌍해서요. 아니, 지금이 아니라 그 어린 날의 선배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도무지 제가 감당이 안 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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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울어. 이러다 내일 눈이 퉁퉁 부어서 어쩌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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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안 우니까 제가 대신 울어주는 거예요. 속이라도 시원해지라고. 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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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우는 모습에 더 마음이 아픈데.”

 
어떻게 그는 이토록 담담할 수 있는 건지.

이렇게 되는 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저 혼자 속으로 울었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울음을 그치려 입술을 꾹 깨물다가 딸꾹질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강현은 세나를 품에 안고 등을 다독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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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러다가 내일 아침 모르는 사람이 옆에 누워있을까 겁난다. 못생겨진 기세나한테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강현이 발갛게 짓무른 눈가를 어루만지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던졌다.

세나는 촉촉이 젖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노려보다, 한숨을 폭 내쉬며 그의 가슴팍에 이마를 콩콩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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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얼굴은 취향이 아니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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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취향이란 걸 모를 때고, 지금 와서 보면 너의 모든 것이 다 내 취향이었겠지.”

 
이마 위 내려앉은 입술이 느릿하게 호선을 그렸다. 강현의 팔이 세나의 목덜미 아래를 파고들어 뒤통수를 감싸 안았다.

세나는 그 단단한 힘이 무척이나 다정하다고 느껴져 저도 모르게 스르륵 눈을 감고 말았다.

지난밤을 곱씹을수록 그가 대단해 보였다.

그의 상처에 비하면 제 상처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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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나 같은 건 잽도 안 되게.”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라는 존재에게 버림받은 각자의 상처. 상처의 크고 작음을 한낱 개인이 가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세나는 잘 떠지지도 않는 무거운 눈을 겨우 치켜떠 옆자리를 보았다.

강현이 있어야 할 그곳엔 잘 개어진 새 옷이 올려져 있었다. 품이 넓은 하얀색 면티와 파자마 바지였다.

그녀는 그가 저를 위해 챙겨주고 간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선 침실에 딸린 욕실로 가 가볍게 세안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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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간. 일찌감치 잠에서 깬 강현은 아침 운동을 갔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꼭 닫힌 방문을 한번 확인한 뒤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매일 아침 6시쯤에 일어나 간단히 씻은 후 핸드폰 라디오 앱을 켜고 지하 1층 피트니스센터로 내려간다.

1시간. 몸이 찌뿌둥할 때는 1시간 30분.

운동 갈 시간이 없을 때는 30분이라도 집에서 맨손 운동으로 대신한다.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챙겨 먹고, 출근 아니면 서재. 특별한 거 없는 강현의 루틴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특별할지도 모른다.

귓바퀴에 걸린 이어폰에서는 라디오 디제이의 잔잔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랫동안 라디오를 진행한 디제이는 오늘은 마지막으로 조금 특별한 마무리를 전하고 싶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한 작가의 시를 읽어주었다.

<사랑은 그저 있는 것>

사랑에 있어서만큼 나는

나 자신을 낮추지도

그녀를 낮추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는 하나의 공간으로

그녀 곁에 늘 있을 것이고

하나의 시간으로 그녀 속에

영원히 머물 것입니다.

사랑은 별다른 공식이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있는 것이지요.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가 다 아는 작품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시였다.

그저 있는 것.

강현의 지금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면, 디제이가 읊어준 그 시와 닮아있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다 지쳐 잠든 세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가슴의 어느 한 부분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세나의 존재만으로도 열다섯 살이었던 소년이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강현은 꽤 오랫동안 세나의 말간 뺨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지금 모습 그대로의 그녀를 지켜주고, 사랑해 주고 싶다고.

라디오의 끝을 알리는 음악까지 다 들은 강현이 이어폰을 빼 충전 케이스에 넣었다. 그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그녀를 위해 부지런히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운동을 가기 전 불려놓은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조개로 국물을 우려낸 된장찌개에 큐브 모양으로 작게 썬 두부와 속이 노랗게 익은 애호박 그리고 양파를 넣은 후 보글보글 끓였다.

큼직한 손에 익숙하게 걸린 긴 요리용 젓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동안 집에서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던 터라, 마땅한 반찬거리가 없었다.

뭐를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던 강현은 노란 달걀물에 잘게 다진 채소를 넣고 정갈한 모양의 계란말이를 만들었다.

식사 준비가 다 됐을 때쯤 시간을 확인하니, 벽에 걸린 시계가 10시를 알리고 있었다.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 아침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제 많이 울기도 했고, 밤이 늦도록 제게 시달려야 했던 그녀를 푹 쉬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도 자신도 거의 만 하루 끼니를 걸렀다.

잠깐이라도 깨워서 밥을 먹이고 다시 재워야겠다고 생각한 강현이 침실로 걸음을 옮길 때였다.

때마침 그녀가 침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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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났어?”

세나의 고개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녀는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 더듬더듬, 어설픈 걸음걸이로 발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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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나 눈이 안 보여요.”

반쯤 감겼다고 표현하기도 감지덕지할 정도로 그녀의 눈두덩은 퉁퉁 부어있었다.

초롱초롱 빛나던 갈색 눈망울은 애벌레처럼 부푼 눈꺼풀에 가려져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눈도 뜨지 못하고 어미를 찾아 꼬물대는 것 같은 모양새에 그녀를 보던 강현이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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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내가 기세나 때문에 못 살겠다.”

큭큭 삐져나오는 웃음은 참으려 해도 자꾸만 잇새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웃지만 말고 손이라도 잡아달라 휘적대는 그녀에게 한달음에 다가간 강현은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쑥 밀어 넣고 번쩍 들어 올렸다.

갑작스레 몸이 들려 앞으로 휘청 기울자,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가 강현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강현은 무거운 기색도 없이 걸음을 옮겨 그녀를 식탁 위에 앉혀 놓았다. 그리고 두 팔을 넓게 벌려 세나의 허벅지 옆을 짚었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이 이제는 제 사람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는 듯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세나가 눈을 비비려 하자 강현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끌어내렸다. 그러고는 눈두덩에 쪽쪽, 뽀뽀를 하다 또 픽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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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마요. 보기 많이 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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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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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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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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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완전 좋아.”

눈도 뜨지 못한 채 활짝 웃는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슴 언저리가 간질간질,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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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숟가락이라도 들려면 밥 먹기 전에 눈부터 가라앉혀야겠다.”

강현이 한 손으로 세나의 양 볼을 잡고,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녀와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몸을 억지로 돌려세워야 했다.

싱크대 서랍을 열어 얇은 새 수건을 꺼내 찬물에 적시고, 얼음을 감싼 뒤 지퍼백에 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주머니를 두 손으로 조물조물, 적당한 모양으로 만들어 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식탁에서 내려와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고개를 젖히고 십 분 가까이 눈가를 찜질하고 나서야 부기가 가라앉았다.

그래봤자 반쯤 뜰 수 있는 상태였지만. 그러는 동안 강현은 아침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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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 남자 뭐지?”

세나가 감탄이 가득 담긴 눈으로 식탁을 보았다.

4인용 테이블 위 가운데에 된장찌개가 놓이고 마른반찬 두어 가지가 놓였다. 그리고 본인이 만들었다면 옆구리가 터져도 한참 터져야 할 노란 계란말이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려 납작한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하얀 쌀밥이 포슬포슬 담긴 밥그릇 위로 뜨끈한 김이 뭉근하게 피어올랐다.

갓 지은 밥에서만 난다는 찰기 어린 냄새에 그녀의 입 안엔 절로 침이 고였고, 배 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다.

강현은 그런 그녀가 귀여워 또 실없는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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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

강현이 자리에 앉기만을 기다린 세나는 그가 수저를 들자마자, 따뜻한 밥을 한 수저 듬뿍 퍼 입안으로 직행, 반찬도 없이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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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밥이 왜 이렇게 잘 됐대? 밥만 먹어도 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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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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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계란말이를 어쩜 이렇게 예쁘게 말았대? 나는 말지도 못해서 늘 스크램블이 되던데.”

계란말이를 집어 들고 그 안에 켜켜이 쌓인 테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세나는 그것을 한입에 쏙 넣었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적당한 맛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물오물 씹으면서도 연신 감탄의 콧소리를 내었다.

그런 모습을 강현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큰 공을 들여 만든 음식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보니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와 이렇게 식탁에 마주 앉아 함께 집밥을 먹어 본 지도 꽤 오래되었구나.

세나가 가리는 것도 없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대단한 음식을 음미한 듯 감탄사를 뱉을 때마다 강현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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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생선 구울 줄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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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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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개 해감할 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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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육수를 뭐로 우렸는지부터 확인하지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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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못하는 게 뭐지? 와,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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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니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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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랑 살면 맨날 이렇게 맛난 밥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강현은 재잘재잘 말을 붙이는 세나를 대신해 정갈한 젓가락질로 계란말이 한쪽을 집어 그녀의 밥그릇 위로 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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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면 차려주는 건 일도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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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내가 데리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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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주면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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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배를 만나려고 여태까지 시답잖은 놈들만 만났었나 봐요.”

마른반찬을 집어 들던 강현의 젓가락이 멈칫, 눈썹 사이에는 자잘한 주름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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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나 만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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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런 걸 물어. 그냥 몇 명쯤 되겠거니 하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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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 놈은 알고. 또 누구 만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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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선배 은근히 집착남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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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나. 장난치지 말고 좋게 물어볼 때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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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알아서 뭐 하게요?”

그게 무슨 말이냐, 눈을 끔뻑이며 의아해하는 그녀를 보며 강현이 샐쭉하게 눈을 접었다.

그의 눈꺼풀이 반쯤 접히는 찰나 그의 검은 동공 위로 사나운 빛이 스쳤다.

어쩐지 목덜미가 써늘해져 세나는 살짝 벌어진 입술을 말아 넣었다.

강현이 ‘밥이나 마저 먹어.’ 하고 수저로 밥을 뜨는 시늉을 했다.

그의 눈치를 살피던 세나가 어설프게 눈알을 굴리며 된장찌개를 막 퍼 올릴 때였다.

지켜보던 강현이 입술을 삐뚜름히 늘이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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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필코 찾아내서, 반드시 없애버리겠다는 말이지.”

수저에 올랐던 두부가 툭, 다시 찌개 속으로 퐁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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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집착남 말고, 대놓고 집착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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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된장찌개 되게 맛있다. 조개 육수가 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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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맛도 안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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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이렇게 맛있어 보이니 맛을 안 봐도 무척 맛있겠다는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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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어둬. 오늘 하루종일 그동안 어떤 놈들을 만나고 다녔는지, 줄줄이 읊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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