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몰락 보고서-44화 (45/47)

제 44화

사람과 사자와 황소와 독수리 (1)

『(…) 자세한 사항은 정식 보고서에 담았지만,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교황은 일곱 영웅을 ‘성인聖人’ 으로 추앙하려 합니다. 일곱 영웅에 대한 믿음이 더 깊어지면, 온 세상이 단결하여 평화와 희망이 지켜지리라 믿기 때문인 듯합니다.

심지어 칙사까지 파견하여 의혹의 증거를 남부 왕국 교황청으로 가져가는 중입니다.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검토 후 다시 ‘돌려주겠다’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교황청에 관련 증거를 가져가려는 것은 분명하나, 그 후에 인멸하려는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2) 교단은 (1)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교황청과 교단 내부 다툼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편을 갈라 싸우는 것만큼은 분명한데 누가 누구의 편을 들고 누구에 맞서는지는 불분명합니다.

그 때문인지 교단이 저희에게 약속했던 지원이 오지 않는 중입니다. 인력 파견도, 정보 제공도 없습니다.

마그데부르크 이단심문소 본원에서 고위 이단심문관 일부가 자신의 자유로운 믿음과 양심에 따라 ‘개인적으로’ 정보와 지원을 해 주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교단의 공식 입장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정식 보고서에 기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교단의 지원을 기다리느니 독자적 조사 활동을 나서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새로운 동행인 이단심문관 마리아는 어디까지나 교단 소속 인물이며, 제국을 위해 일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충성심은 신에 있지 제국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독특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며,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수사관으로는 최고급 인재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출생과 복잡한 성장 배경 탓으로 보입니다.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깊은 여자이므로 주의 깊게 지켜보겠습니다.

(4) 릴리는 자기 몫을 잘해주고 있습니다. 제 예상보다도 훨씬 잘합니다. 월권에 가까운 행위이지만, 그녀를 정식 요원으로 승급시켰습니다.

제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릴리에게 제가 아는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다만 근위국 지부 접선 방식과 이용법은 모릅니다.

저에게 문제가 생기면, 릴리는 보안국 대응 방침 절차에 따라 수도 보안국 본청으로 대피할 것입니다.

다만 점차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만 어린아이 같은 고집을 부리는데…

요원의 일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인간 대 인간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라 지적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굉장히 당혹스럽습니다.

아직은 지켜보고 있지만, 돌발적인 면모가 임무 수행에 지장이 된다 생각하면 즉시 본청으로 복귀시키려고 합니다.

(5) 윌리엄 대주교의 추잡한 일기장은 전부 세 권이며, 암호로 적혀 있습니다. 이단심문관 하스펠은 이것이 비즈네르 방식이라는 것은 알아내었지만, 암호키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1권부터 3권 중반까지는 대주교 본인이 공략했던 여성들에 대한 기록으로 보입니다.

형식이 다 똑같은데, 1장. 2장. 3장…하는 식으로 구분이 되어 있고, 날짜만큼은 암호문이 아니라 평범한 숫자로 적혀 있으며, 중간에는 머리카락이 풀로 붙어 있고 최후반부에는 은밀한 부분의 체모가 붙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러나 3권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편지가 붙어 있습니다. 글씨체는 다르지만 이 역시도 같은 형식의 암호로 적힌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와 주고받았는지는 불확실합니다. 다만 일곱 영웅은 이를 알아보겠다고 생각하여, 마그데부르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겸손의 검사’ 레이디 아리안느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저희 셋은 이제 엠마오로 향합니다. (…)

- 보안국 제4과 과장 ‘카인’이 수도 아카데미 역사학 교수인 ‘안나 콤모두스’ 에게 보낸 암호 편지의 일부』

* * * * *

마그데부르크에서 엠마오까지는 마차로 일주일은 가야 하는 거리다.

평범한 도로 여행이었다면 무척 애를 먹었을 것이다. 좁은 길목에 자리 잡은 산적.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대놓고 움직이는 늑대 떼들. 늑대 떼보다 더 탐욕스러운 영주들 혹은 농부들의 통행세까지.

어떤 곳은 마을 주민들이 일부러 길을 틀어막고는 돈을 낼 때까지 장애물을 치워주지 않는다는 소문도 들렸다. 경비대를 부른다고 한들 한통속이어서 그냥 조금 쥐여주고 통과하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제국 중앙 도로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길은 곧고 잘 관리되며, 순찰대가 주기적으로 돌아다니며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

거기에 카인도 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온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먼데다 ‘그림자’와 상대하려면 막대한 정신력과 체력을 소모해야 하니, 벌써부터 진을 뺼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다행스럽게도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도시는 많았다.

마그데부르크는 제국 남부의 심장 같은 곳이어서, 막대한 물류와 사람이 오간다. 마그데부르크로 향하는 길 근처에 세워진 도시들 역시 그 혜택을 누렸다.

다만 단순한 기생 관계는 아니다. 제국 중앙 도로를 따라 세워진 도시들은 아주 예전부터 외국과의 교역로, 만남의 장소, 중간 기착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 오던 곳이다.

애당초 제국 중앙 도로라는 것이 국가와 국가 사이를 잇는 교역로에서 출발한 길이다. 제국은 여러 국가 사이에 자리 잡은 나라. 중개 무역하기엔 최적의 입지다.

그러니 제국 입장에서는 교역로를 신경 써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 마음 맞는 동업자와 말 한두 필, 거기에 길쭉한 쇠스랑만 있다면 멀쩡한 농부도 하루아침에 말 탄 도둑놈이 될 수 있으니까.

엄격한 관리, 안전한 통행로. 거기에 편안히 쉴 수 있는 숙소까지. 일반 제국민들에게 생소한 ‘숙박’의 개념이 제국 중앙 도로 인근 도시들에는 꽤 익숙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마그데부르크처럼 고관대작들이 훤히 쉴 수 있는 규모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돈만 내면 괜찮은 식사에 질 좋은 술에 방까지도 잡을 수 있었다.

‘잘 먹고 잘 자야 제대로 힘을 쓴다.’라는 것은 카인의 업무 철칙이었고, 릴리는 물론이며 까탈스러운 마리아조차도 그것만큼은 별말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따로 있다. 두 여자가 도통 같은 방을 쓰려고 하질 않는다는 것.

카인은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안나에게 보낼 암호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고, 하스펠이 남겨준 단서로 윌리엄의 일기장 암호도 풀어야 했다.

마침 마리아가 썩 괜찮은 여관을 알고 있었다. 이런저런 출장을 나가면 꼭 들르는 곳이라고 했다. 1층은 술과 간단한 요리를 내놓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숙소였는데, 조금 너저분한 외관과 달리 안에는 상당히 점잖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 놀라웠다.

곡물이 잘 자라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맥주 종류가 다양했고, 밀가루와 계란 튀김옷을 입힌 송아지 고기 요리도 괜찮았다. 고소한 맥주에 레몬즙과 꿀을 섞어 내놓은 소스와 곁들여 먹으니 하루 피로를 풀기에도 좋았다.

“포크 잘 쓴다? 북부 촌놈들은 이런 거 못 쓸 줄 알았는데.”

다만 마리아는 조금 엉뚱한 부분에서 놀라워했다. 카인은 포크와 나이프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릴리는 카인을 힐끔거리면서도 제법 요령 있게 따라 했으니까.

“우리도 나름 제국 여기저기 돌아다녔단 말이지. 외국도 다녀봤고.”

“흐흥. 개조된 우편 마차에 짐짝처럼 실려서 말이지.”

마리아는 카인과 릴리가 보안국 소속이라는 것에 놀라워했고, 제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편국 시설 상당수가 사실 보안국 위장 기관이라는 것에 기막혀했다.

하지만 이제 같이 움직여야 할 처지였으므로, 그런 것까지 다 숨길 수는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신뢰의 표현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첫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마리아가 맥주 한 잔을 쭉 들이켰다. “두 사람, 진짜 부부는 아니라고 했지. 상사와 부하 관계라고?”

“그렇지.” “그렇습니다.”

“이상하네. 보안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남녀끼리 붙여 보내나? 만약에, 하게 되면 어쩌려고?”

릴리는 맥주잔을 가만히 감싸쥐며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카인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이단심문관이 그런 말 마구잡이로 해도 돼?”

평상복 차림의 마리아는 거리낄 것 없어 보였다. “너만 입 닫으면 내가 이단심문관인지 소치기 소녀인지 아무도 몰라.”

“누가 봐도 소녀는 아닌 것 같은데.” 카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양심이 부족하시네."

화제를 돌리려는 노력이었지만 마리아는 핏, 하고 웃을 뿐, 꽤 집요했다.

“그래서. 둘이 했어, 안 했어?”

애 앞에서 할 소리냐는 말은 하지 못했다. 릴리가 눈을 깜빡거렸으니까.

“뭘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신경 쓰지 마. 쟤 취한 것 같…” 말 돌리려는 카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마리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히죽거렸다.

“왜. 그. 다 큰 남녀가 적당히 분위기 맞아서…”

무슨 소린가, 하던 릴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아! 혹시 섹...우그우웁?”

다행스럽게도 카인은 제때 릴리에게 빵을 먹여줄 수 있었다. 마리아는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다가 테이블에 이마를 찧었다. 꽝 하고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어찌나 컸는지 여급이 황급히 달려올 정도였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테이블 부수지 마시고!”

“미안합니다.” 카인이 은전 하나를 내놓았다. “이거 술 좀 더 주실 수 있을까요?”

여급은 재빨리 은전을 가져간 다음 사과 향는 맥주잔 세 개와 고기가 얹혀진 안주까지 더 가져왔다. 마리아는 벌게진 이마를 문질렀다.

“어, 엄청나네. 그걸 그 사람 많은 곳에서 대놓고…”

“애한테 이상한 거 물어보지 마.”

“저 애 아닙니다!”

“이거 맛있네. 더 먹어 이거.”

릴리는 별안간 애 취급에 화가 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카인이 손수 잘라 준 돼지 넓적다리 훈제 햄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녹은 지방과 살코기 사이에 스며든 참나무 숯 향과 제대로 발효된 음식 특유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그래도 그날 밤은 어찌저찌 넘어가는 듯 했다. 두 여자는 2인실에 들어섰고, 독방에 들어선 카인은 이마를 긁적거리며 안나에게 보낼 보고서를 썼다. 다 쓴 편지는 옷 틈 사이에 넣고 빠지지 않도록 핀으로 고정까지 시켰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편지는 별 이상이 없었다.

세 번째로 들르는 도시에 근위국 접선책이 있다. 카인은 그 사람을 통해 보고서와 추잡한 일기장 1권과 2권을 같이 보낼 생각이었다. 3권은 뒤편 편지 내용을 해독한 다음 보낼 것이다.

어차피, 순결의 타락에 대한 증거로는 1권과 2권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결정을 내리고 카인은 1층으로 어슬렁거리며 내려갔다. 잠시 후, 두 여자가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내려왔다.

카인은 왜 마리아가 자신을 희귀동물 바라보듯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보냐?”

“너 혹시 고자야?”

카인은 기분이 상했다. 아침 첫 인사도 하기 전에 듣는 말이 악담이라니. 하지만 마리아는 정말 진지한 듯했다.

“저런…엄청난 애를, 그것도 너 좋다고 달려드는 애를 그냥 그대로 내버려 뒀다고? 진심이야?”

“고자도 아니고. 쟤는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지 아내도 애인도 아니야.”

“하. 흐. 그거참 명언이네.” 마리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 사람들이 아내와 애인만 건드리는 건 아니거든. 우리 아버지하고 외삼촌이 이 명언을 가슴에 새겼어야 했는데. 잠깐만. 너 혹시 취향이 빼빼 마른 사람이냐?”

카인이 뭐라 하기도 전에 멍한 표정의 릴리가 다가왔다. 잘 잤느냐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뿐 생동감 있는 반응 같은 건 보여주지 않았다.

잠을 잘 못 잤나, 카인은 궁금했지만 별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침 먹는 모습을 보니 역시 뭔가 이상했다.

릴리는 빵을 1/4도 채 먹지 않았다. 처음부터 자기 것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나이프로 잘라내 버렸으니까. 대신 자기 몫의 양을 최대한 오래오래 꼭꼭 씹은 다음, 카인과 마리아가 식사를 마치는 걸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너 왜 그래? 속이 안 좋아?”

마차를 타러 가는 길, 카인은 릴리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릴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화는 이상 없습니다.”

“아침 입맛이 없어서 그래? 너무 적게 먹는 것 같던데.”

"저...." 릴리가 앞서 가던 마리아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사적인 감정 같은 것 없이, 객관적인 사실만. 가능하시겠습니까?"

"뭔데?"

"저...너무 뚱뚱하지 않습니까?"

카인은 입을 살짝 벌렸다. 릴리가 자기보다 반 뼘 정도 키가 크기는 하지만, 뚱뚱하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었다.

얼굴도 머리도 작고 다리가 길어 비율이 좋은데다, 훈련과 단련으로 다져진 몸이라 탄력 있으면서도 건강한 몸이라고 생각하지만.

"...마리아가 그래? 너 뚱뚱하다고?"

"아니요. 그런 말씀은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제 옷 갈아 입으려고 슬쩍 보니까...제가 좀 한심스러워서...마리아 자매님은 저렇게나 날씬한데. 저는 꼭 거꾸로 매달린 고래 같습니다."

두 여자를 붙여 놓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카인은 진심으로 후회했다. 뒤이은 릴리의 말은 그런 후회를 더욱 부채질했다.

"혹시. 저도 저런 옷을 속에 입으면..."

"안에 뭘 입었길래. 철갑옷이라도 입은 거야?"

"전신에 가죽끈 하네스를 입고 계셨습니다. 언제라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온갖 장비와 무기가 달려 있었는데, 꼭 걸어다니는 무기고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가죽끈마다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무슨 구절 같기도 하고 기도문 같기도 했는데 워낙 흘림체로 적혀 있어 알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점점 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몸에 그런 무장을 하는 것 자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글자가 적혀 있을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릴리가 엉뚱한 부분을 부러워하는 것도 두통을 더했다.

"...분명히 제가 저런 옷을 입으면 그물 걸린 고래 같을 겁니다. 혹시 저도 저런 옷을 입고 걸어다닌다면..."

"절대 그럴 일 없어." 카인이 황급히 말렸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마리아 움직임 묘한 거 봤지? 뭔가 시원시원하게 못 걷고 주춤거리면서 조심스러워 하는 거. 그게 왜 그런가 했더니 그런 걸 몸 안에 차고 있어서 그런 거였네. 일단 엄청 불편하지 않겠어?"

"...그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는 검사야. 알잖아? 자기 온 몸을 가죽끈으로 꽁꽁 묶은 검사가 세상에 어디 있어. 너는 어떨지 몰라도 난 본 적 없다."

"사실 저도 본 적 없습니다. 갑옷을 착용하려고 승마기사들이 종종 그런 옷을 입고는 하지만요."

"그리고 저런 옷, 숨만 막히지 절대 빠질 일 없을걸. 만약에 저런다고 살 빠진다면, 당장 제국 수도에 옷가게부터 열어야겠다. 그리고. 너 보기 나쁘지 않아."

릴리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그래.” 카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이따 마차에서 말린 과일하고 견과나 좀 먹어. 주인한테 부탁해서 좀 얻어왔다. 어쩐지 이상하게 뭐를 안 먹더라.”

릴리는 해맑게 웃으며 카인의 팔짱을 끼었다. 먼저 가 있던 마리아가 히죽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바람에 카인의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았다.

‘온몸을 꽉 동여맨 글자 적힌 가죽끈이라.’

마리아가 기절했을 때, 그녀는 분명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마녀의 딸이라면, 어떤 특정한 주술이라도 걸려 있는 것인지 카인은 내심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가 신성 기적을 쓸 줄 안다는 것 역시 안다.

주술과 기적. 그게 한 사람 몸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이틀 후에 들른 도시에서 카인은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본 에피소드는 짧습니다!!!

비잔티움, 그러니까 동로마와 지중해에서는 포크 사용이 꽤 광범위했던 반면 서유럽 쪽에서는 나중에야 전파되었다고 하네요! 포크는 '이탈리아 놈들이나 쓰는 흉칙한 것' 취급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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