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몰락 보고서-43화 (44/47)

제 43화

검으로 바치는 경애 (完)

“근래, 이단심문관들 사이에서 기이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백성들 사이에서 이단 종교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역 토속 신앙과 쌍두독수리 신앙을 교묘하게 뒤섞은 것인데, 심문관들은 그걸 ‘검은 불사조 신앙’ 이라 부릅니다.”

물론, 떨떠름하게 말을 덧붙였다.

“이름이 좀 구식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신앙이 아니라 꽤 역사가 오래되었거든요. 근원이 제국 이전부터 있던 토속 신앙인지라…

사실은 신앙이라 말하기조차 민망합니다. 이 지역과 저 지역의 가르침이 다르고, 가르치는 사람이 같아도 어제와 오늘이 또 다릅니다.

하지만 ‘소외되고 버림받은 자들의 무덤에서 검은 불사조가 날아오를 것이다. 검은 날갯짓 아래, 저들은 우리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받을 것이다.’라는 가르침만은 동일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저 흔하디흔한 헛소문입니다만. 검은 불사조 신앙의 진원지는 동북부 황무지입니다.”

마왕의 발흥지다. 카인도 그것은 알고 있었다.

“하스펠은 그 이단 종교가 조금씩 구체적이고, 체계를 갖춰 나가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교리가 생기고, 체계가 생기고, 지역마다 가르침이 비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은 누군가 이단 종교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뭔가 조처해야 한다는 말이 수면 위로 떠 오를 즈음, 아리우스 수도원장이 공격당했습니다. 그다음 순결의 윌리엄이 당했고요. 전 제국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마왕뿐입니다. 거기에 그림자. 괴물들…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마왕은 돌아왔습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바깥에서 들려온 소음만이 방을 가득 채웠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허튼소리 그만 하라는 것처럼. 그러나 하인리히는 단언했다.

“일곱 용사의 임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인지, 아니면…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는 나중으로 제쳐 두고라도, 그것만큼은 확실합니다. 설령 판관 말라키아께서 저를 직접 취조한다고 하여도, 저는 말할 겁니다.

마왕이 돌아왔노라고.

하지만,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교황 성하께서 빛으로 빛을 태우려 하시는 와중에는, 빛보다도 더욱 명징한 것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그게 없습니다. 그러나 두 분은, 분명 찾으리라 믿습니다.”

하인리히의 눈은 또렷했다. 범죄자를 몰아붙였을 때와 같았다. 진실과 정의. 올바름에의 신념. 가장 순결한 무기이자 가장 굳건한 강철. 카인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도 그리 믿습니다. 반드시 올바름을 찾아낼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합니다. 검집의 기사는 계속해서 남은 영웅들을 공격할 텐데, 교단은 정보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있는 것도 파쇄하려 하는 상황입니다. 제국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교단의 협조가 없다면 늦어집니다.”

“주제넘은 말이 아니기를 바랍니다만.” 하인리히가 조금 뜸을 들였다. “적어도, 외관상으로 여러분보다는 내가 오래 살았고, 또 조사관 노릇도 더 오래 했지요. 늙은 까마귀의 조언이라도 필요하십니까?”

“기꺼이 듣겠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분명히 특이한 점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입니다.

마왕은 아직 완전히 부흥하지는 못했지만, 혼란의 상황에서 평범한 백성들의 마음에 어둠을 뿌리내려 자라났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명백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지요. 이전에 없었던 것. 이번에 새로이 나온 것.”

답은 명확하다. 검집의 기사. 그것은 예전에 없었다. 검집을 무기로 쓴다는 존재는 그 어디에서도 나온 적 없었다.

“가장 기이한 존재이자 해결의 실마리입니다. 검집을 쓰며, 그림자의 주술을 쓴다…교황청에서조차 그와 관련된 정보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곱 용사 가운데에는, 검을 쓰신 분들이 꽤 있지요.

그러니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엠마오에 거주하는, ‘겸손의 검사’ 레이디 아리안느를 만나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분이라면, 검집의 기사에 대해 뭔가 들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물론.”

하인리히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나가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물론 대화가 가능한 상태라면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선입견이 될까 저어됩니다마는.” 하인리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때로 지나친 겸손은 자학과 교만으로 이어지는 법입니다. 겸손이라는 것은 자신을 비우라는 거지, 공허로 가득 채우라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데…죄송하지만, 이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도착할 때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더 많은 도움을 드렸으면 좋겠지만…” 하인리히가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리고 이단심문소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은 오로지 하나뿐이로군요.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어디에 가도 자기 몫은 했던 아이기도 하고 또… ‘주술’에 대해서도 정통하니.”

‘하.’ 마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웃음이 입술을 스쳤다. 그 모습을 보았지만, 하인리히는 석양처럼 그저 웃기만 했다.

할 말을 마친 그가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는 건 냉정한 이단심문관도, 사연 깊은 딸을 낯선 여정에 보내는 아버지도 아니었다. 가족이자 동료의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카인은 그가 꼭 오래된 나무 같다고 생각했다. 모진 풍파와 좋은 볕을 번갈아 가며 받아서, 시간이 새겨 놓은 대로 뭉개지고 뒤틀리면서도 꿋꿋하게 자라난 멋진 나무.

햇살 아래 드러난 것은 주름과 피로, 그늘에 드리워진 것은 젊은 날의 활기.

곧게 자란 고운 나무들이 무자비한 도끼에 찍혀 무너질 때, 그런 나무는 오래오래 살아남아 둥치에 걸터앉은 아이들에게 아름답고도 슬픈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법이다.

가장 아끼는 가지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꿋꿋하게 버텨낸다면. 뒤틀리고 구부러졌으나 쓰러지지 않은 나무는, 기어코 살아남은 나무는, 존재만으로도 거룩하다.

“잠시, 고개를 숙여 주시겠습니까?”

릴리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카인은 조금 나중이었고, 마리아는 마지못해 숙였다. 하인리히 신부가 세 사람의 머리 위에 손바닥을 펼치고 기도문을 외웠다.

“행복에 행복을 더하여 주십시오. 땅에 땅을 더하여 주십시오. 곤경에 맞서 싸우기보다, 곤경에 맞설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근심에 빠지기보다, 지혜롭고 현명하게 근심 겪을 일이 없도록 지혜와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축복이 끝났다. 세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저는 조금 있다가 나가겠습니다.”

카인이 짐가방을 열어 유품을 넘겨주었다. 하인리히는 하스펠의 글자가 적힌, 불타버린 지침서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하스펠의 휘장도 넘겨받았지만, 대신 자기 옷의 휘장을 뜯어 넘겨주었다.

“가져가십시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대신 그의 것을 달아 기념하고자 합니다.”

카인은 그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릴리는 하인리히를 가볍게 끌어안았고 마리아에게는 인사를 보냈다. 마리아는 고개를 성의 없이 끄덕거렸다.

세 사람은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하지만 마리아는 현관 밖에서 나가지 않았다.

“나 거지새끼다.”

릴리가 놀라 숨을 들이쉬었다. 수녀 입에서 나올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칠었다. 카인은 허리에 손을 얹었다.

“글쎄. 음식 사드릴 돈과 마차 정도는 있습니다만.”

“말 까. 그냥. 새벽에 화끈했잖아? 뭘 예의를 차려. 서로 볼꼴 못 볼 꼴 다 봤으면서. 네 남편, 화끈하더라? 다짜고짜 사람 이마를 몽둥이로 후려갈기고.”

“…반갑습니다. 귀한 분…그리고 전 아직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요.”

“어련하시겠어.” 마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한데. 새벽에 한바탕하느라고 장비 상태가 개판이거든? 두 시간 후에나 보자고. 검의 경애 공원에서. 입구 쪽 큼직한 묘비 옆에 있을 테니까 알아서 와.”

수녀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릴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례하군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릴리가 카인의 손등을 아프도록 꼬집었다.

“대체 새벽에 수녀하고 뭘 하고 다니신 겁니까?”

카인은 한참 동안 해명해야 했다. 왜 해명해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여자 둘에게 산 채로 뜯어먹히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을 것 같았다.

* * * * *

카인은 정말로 버네이스에게 편지라도 한 통 써야 하나 고민했다. 마그데부르크 지부 담당관은 큼직한 개조 우편 마차를 내어주었다. 이전 것보다 좀 더 크고 안락하면서, 네 사람까지도 탈 수 있는 마차였다.

“엠마오로 가신다면서요? 그러면 이걸 타셔도 됩니다. 국경 인접 지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경에 가까운 곳이라, 화물과 우편 수송이 활발하거든요.”

“정말 고맙습니다.”

릴리는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마그데부르크를 바라보았다. 마리아는 단검으로 손톱을 다듬었다. 포장도로라고 해도 위아래로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인데도 굉장히 능숙해 보였다.

수녀복은 가방에 쑤셔서 넣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입는 평상복 차림이다. 몸매를 가리는 길쭉한 통옷. 하지만 분명히 소매 사이에는 언제라도 단검이나 송곳이 튀어나올 것이다.

“이단심문관 마리아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냥 마리아라고 불러.”

“…저는 릴리입니다. 이분은 카인이고요.”

“어.”

“혹시 뭐 잘못 드셨습니까?”

마리아는 릴리를 힐끗 노려보았다. 릴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마리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아. 예쁘고 가슴은 머리만큼이나 크고 엉덩이 펑퍼짐한데 다리도 길쭉한 밉살스러운 아가씨. 내 말 잘 들어봐.

내가 말이지, 두 주일 동안 농가 헛간을 옮겨 다니면서 지냈거든? 계란 썩은 냄새 올라오는 개똥 같은 영지에서 말이야. 고맙게도 불에 아주 잘 타는 공기여서  밤에 남의 집 유리창 열고 들어가도 촛불 한 번 켜질 못했었어.

그 역겨운 어셔 형제 사무실, 성, 성전 사제방 속옷까지 들치면서 서류 찾고 다녀야 했던 건 말도 하기 싫고. 씨발…빨래도 안 하더라…

뿐이야? 그 백작 부인 몰래몰래 취조하고 증언 받은 게 나였어. 그 불쌍한 여자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해 봤자 입만 아프지.

그래서 겨우겨우 마그데부르크에 돌아왔는데, 이틀도 안 되어서 나보고 우리 외삼촌 방에 몰래 숨어들어 가라네? 뭔가 중요한 게 있기는 한데 뭔지는 모르겠대. 그래서 씨발씨발거리면서 문 따고 들어갔더니 무식한 새끼 하나가 책상 뒤에 숨었다가 곤봉으로 내 이마를 빡 쳐 날리는데.

이젠 같이 여행까지 가라고 떠미네? 아가씨. 나한테서 예쁘고 친절한 말을 듣고 싶어?”

외삼촌, 이라는 말에 릴리의 눈이 흔들렸다. 릴리는 겨우 목을 가다듬었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사정은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말 못 할 사정이면 말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느그 남편 입술이나 쪽쪽 빨아 젖히던가!”

“말이 심하시군요!”

“미안합니다.”

카인이 사과했다. 마리아가 텅 빈 눈으로 카인을 바라보았다.

“미안합니다. 정말로요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한 번으로 부족하면, 두 번 세 번 더 하겠습니다.”

“씨발…” 마리아가 입술을 짓찧었다. “미안해. 아가씨. 하긴 아가씨가 무슨 잘못이겠어. 내가 미친년이라 그런 건데.”

손톱을 다듬던 단검이 소매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오지 않았다. 릴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신기하지. 마술 하나 보여줄까?”

마리아가 빈 손바닥을 펴들었다. 손등 역시도 별다른 것이 없었다. 심지어 소매를 걷어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먹을 쥐었다가 손목을 돌리자, 손가락 틈새 사이로 단검 칼날이 튀어나왔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헤. 이 아가씨 보게. 그러고 보니 제국 요원이라고 했지. 칼 좀 쓸 줄 알아?”

카인은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웃음을 참기 위해서였다. 릴리는 정중하게 답했다.

“잘 모릅니다. 손이 무뎌서요.”

“아, 그래? 그럼 내 말 들어봐. 동생 같아서 들려주는 건데 말이지, 칼이라는 건 말이야…”

보안국 소속 마부가 이랴, 하며 속도를 높였다. 마그데부르크의 도로는 곧았다. 가속하기 좋은 도로였다.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때, 가능한 한 줄여야 할 것이었다.

마리아는 꽤 미안했던지, 칼에 관련된 허풍 섞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릴리는 맞장구를 쳐주며 조금씩 말에 녹아 들어갔다. 카인은 공원에 꽂혀 있던 무수한 검을 떠올렸다. 스스로, 성스러운 불을 내뿜으며 자신을 정화하던 칼들.

마왕을 무찔렀다는 사실 하나로, 그들의 인생은 단순히 정의되는 것인지.

나머지 삶의 오점은 칼날에 쓸려 씻겨 내려가도 괜찮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졸음이 쏟아지기에, 카인은 옆구리에 낀 가방을 열었다. 윌리엄 주교의 추잡한 일기장을 꺼냈다. 암호로 되어 있었다. 하스펠의 서류는 그 암호를 풀려는 노력의 일환인 듯했다. 그중 밑줄을 친 단어가 보였다.

‘비즈네르 암호화 방식.’

산 넘어 산이었다. 비즈네르 암호화 방식은 해독 실마리가 되는 글자를 모르면 푸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어떤 암호가 쓰였는지 알아낸 것만으로도 하스펠의 노고는 굉장한 것이었지만.

카인은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앞뒤 맥락이 없었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적은 듯했다.

‘서신 - 3권 뒤쪽.’

추잡한 일기장은 전부 세 권짜리였다. 펼쳐보는 것도 역겨웠지만, 카인은 그 두툼한 일기장을 펴들었다. 마지막 권인 3권 중반 이후는 전부 편지였다. 서로 다른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다만 누구의 글씨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겸손의 레이디라면, 알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카인은 꾸벅꾸벅, 잠에 빠져들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마그데부르크 위로, 햇살이 검날처럼 번뜩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즈네르 암호 방식은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블레즈 드 비즈네르가 1586년에 발표한 암호 방식입니다. 물론 안 그래도 힙스터적인 글인데 암호 해독 방식을 줄줄이 적어서 독자 여러분을 괴롭힐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암호는 참 좋아하지만, 암호를 푸는 수식과 공식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습니다. 다만 저게 어떤 방식인지 정도만 간략하게 언급하는 선 + 그리고 저게 제 창작이 아니라 중세에 개발된 암호 방식이라는 것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선택적 고증을 중시하는 소설답게 마리아는 수녀로 위장한 (비교적 신참인) 이단심문관이자 수사관입니다. 고위 이단심문관의 평균 연령이 카인과 릴리의 삼촌 혹은 부모님에 가까워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절대 옆트임 수녀복과 가죽 허벅지 띠에 단검 날리는 밤도둑 암살수녀에 로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추잡한 일기장은 전부 세 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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