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몰락 보고서-23화 (24/47)

제 23화

순결의 몰락에 대한 보고서 (10)

덩어리 두 개가 카인과 릴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왼쪽 것은 시종을, 오른쪽 것은 수사를 잡아먹었는데, 사람 크기의 미트볼에 사람이 쑤셔박혀진 듯했다.

카인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오른쪽 덩어리의 옆구리에 맞았다. 지팡이가 이번에는 왼쪽 덩어리의 허리와 허벅지, 무릎 관절을 내리쳤다.

왼쪽 녀석이 기우뚱, 하며 쿵 하고 넘어졌다. 오른쪽 덩어리가 왼쪽에 걸려 넘어졌다. 두 덩어리가 쓰러진 채 서로를 잡아먹으려 발버둥을 쳤다.

“잘라버려!”

카인이 옆으로 뛰며 외쳤다. 릴리가 검을 빼 들었다. 이단심문관의 머리 위쪽으로 횡베기 한 번, 양어깨를 비스듬히 내리치듯이 한 번씩. 세 번 휘두른 것만으로도, 이단심문관을 묶은 혀의 덩굴을 잘라내었다.

잘려 나간 혀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쿨렁, 쿨렁 하며 쏟아졌다. 하스펠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그러모았다.

“당신의 시종이 당신의 도움을 간절히 청하나니, 더러움을 깨끗하게 태우는 불을 내려주시어, 부끄러움과 망신을 당하지 않게 하여주소서!”

하스펠의 발치에서 불길이 일었다. 시퍼런 불길이었다. 마치 기름 위에서 번져나가는 것 같은 그 불은 하스펠 본인과 릴리, 카인에게는 조금의 해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 불길에 닿자 기름 바른 종이처럼 확, 불타올랐다. 이내 거기에는 재 한 줌 남지 않았다.

혀의 덩굴이 제 성질을 못 이겨 부르르 떨고, 침을 뚝뚝 흘리며, 혀끝이라도 대어야겠다는 듯 날름거렸지만, 그때마다 하스펠의 불이 확 치솟아 모두를 보호했다.

“이럴 수가…”

하스펠이 휘청거렸다. 카인이 재빨리 그를 붙잡았다. 이단심문관이 손을 떨며 순결의 성기사를 가리켰다.

“아아. 내가…내가…내가 이걸 보지 못하였다니.”

“뭘 못 보셨다는 겁니까?”

“카인 요원. 내가 속았소. 이건 아주 지독한 주문이라오. 주문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지. 고대의 어떤 주문도, 천 명의 사람을 불태워 깨우침을 얻었다던 인신 공양의 주문도 이토록 뒤틀리고 음험하지는 않소이다. 순결의 성기사, 윌리엄 대주교는 저주받았소.”

“무슨 저주입니까?”

불의 기둥이 거세게 타올랐다. 시뻘건 화염은 이제 허옇게 변해갔다. 돌벽과 천장, 바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런데도 주춧돌 하나, 유리 한 장 깨지지 않았다. 그저 금이 가고, 달아오를 뿐이었다.

“‘비웃음.’”

신부가 한탄했다.

“비웃음. 비웃음이오. 가장 신성한 것조차 가장 저열한 것으로 바꾸며, 가장 고귀한 것조차 가장 천박하게 바꿔놓는다오. 선한 것의 힘이 세질 때, 비웃음의 야비함도 따라서 커지는데…내가 이걸 놓쳤소. 정화와 축복의 의식을 치르자, 비웃음의 힘도 따라서 커진 거요. 보시오!”

신부가 분노했다. 혀들이 날름거렸다.

“이 음탕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보시오. 잡아 먹힌 사람들이 허공에 제 치부를 마음껏 드러내는 것을 보시오! 순결에 대한 가장 야비한 조롱이라오. 그 무수한 고발들, 그 무수한 치욕들…전부 하나같이 성에 관련된 것들이었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카인이 신부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고요! 방법이 있을 것 아닙니까!”

“나가시오!” 신부가 고함쳤다.

“나가시오! 비웃음의 말을 듣지 마시오. 비웃음의 자리에서 벗어나시오! 비웃음에는 차가운 무시와 경멸로 대해야 한다오.

그리하면, 갈 곳 없는 조소와 조롱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향할 것이니, 그것은 그 자신을 슬프게 저주하고 비웃다가 말라 죽어갈 것이니!

하지만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저것은 더 힘을 불려 나갈 거라고!”

카인은 기사단을 보았다.

마르코 기사단장 휘하 본대는, 여전히 끈끈한 밀집 대형으로 괴물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괴물들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본대는 칼 한번, 방패 한 번 휘두르지 않았다. 그저 어깨로 밀어붙이고 무시하며 지나갔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도 괴물들은 기사단의 진군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사단 역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윌리엄 대주교는 두 손을 비비고, 껄껄 웃고, 제 허리를 연신 앞으로 튕겨대었다. 허리를 흔들며, 배를 내밀고, 고개를 연신 뒤로 젖혔다. 상스럽기 그지없는 천박한 동작이었다.

“그만하십시오!”

마르코 기사단장이 소리쳤다.

“당신은 고귀한 전사였습니다. 자비기사단의 자랑이었습니다! 당신의 본성을 떠올려 보십시오, 당신의 선함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순결의 성기사여!”

대주교가 자기 바지를 벗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벗겨지는 것은 살점이었다. 그러자 안에서 흉물스럽고 외설스러운, 지나치게 과장된 사람 크기만 한 살덩어리가 불쑥 치솟았다. 그것은 마치 뱀의 대가리처럼 꺼떡거렸다.

기사단장이 통곡하며 울부짖었다. 하스펠 신부가 이를 악물었다. 괴로움과 고통을 참는 듯했다. 이런 모독은, 고귀했던 것의 타락은, 이단심문관인 그에게도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신부님, 신부님! 정신 놓으시면 안 됩니다!”

“순결했던 것이…어찌하여…어찌하여…!”

윌리엄 대주교가 흉물을 허공에 휘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살덩어리들이, 사람을 잡아먹었던 살덩어리들이 기세가 올랐다.

혀들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더욱 농밀하고 진득한 침을 흘렸다. 돌벽은 이제 손을 대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졌는데도, 혀의 덩굴은 달궈진 욕정만큼이나 식을 줄 몰랐다. 그저 한없이, 한없이, 제 욕구를 채우기 전까진 식지 않을 터였다.

기사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더는 무시할 수 없었다. 덩어리들이 기사단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 뛰어들고, 다리를 붙들고, 갑옷을 벗기려 했다. 가랑이 사이를 파고드는가 하면, 벽의 덩굴 쪽으로 자꾸만 밀어붙였다.

혀들이 새빨갛게 출렁거리는 미뢰를 가득 세운 혀들이 기마대의 공격을 맞이하는 창병처럼 제 끄트머리를 곤두세우고

혀들이 새빨갛다 못해 거무죽죽하게 변해가는 혀들이 끄트머리로라마 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람을 탐하고 맛보고 욕정을 쏟아내려

기사들의 갑주를 벗겨 내려 했다.

하스펠 신부의 눈이 또렷해졌다.

“여러분. 내 말 명심하시오.”

신부가 손으로 가슴의 휘장을 뜯어냈다. 마왕에 대적하기 위해 결성된, 십자군이었음을 뜻하는 휘장이었다. 신부가 그것을 카인에게 내밀었다. 카인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마그데부르크로 가시오. 이단심문소의 총본산이지. 그곳에서 이단심문관 하인리히를 찾으시오. 그에게, 일이 덜 끝났다고 전해주시오.”

“무슨 일 말입니까?”

“마왕.”

하스펠 신부가 소매를 걷어 올렸다. 팔에 난 화상 자국이 눈길을 끌었다.

“마왕은 사악하고 사악한 자였소. 마왕의 진짜 힘은, 사람을 타락시킨다는 거였지. 그 자신이 믿고 있던 신념, 그 자신이 따르던 신앙…그 모든 것을 뒤집고 비웃고 조롱하며 짓밟았소.

대군이 파견되었는데도 마지막에 마왕을 처단한 자들이 일곱 영웅뿐이었던 것은, 오로지 그들만이 마왕의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서였소…

그런데. 그중 둘이…이렇게 영락해버렸소이다. 절제와 순결이 몰락했으니…아. 다음은 대체…”

“사람을 무엇으로 타락시켰습니까?”

하스펠이 얼굴을 두 손으로 파묻었다.

“…없던 것을 심어주지는 않았소. 대신 사람의 안에 있던 갈망을, 일그러뜨리고 왜곡시키고 증폭시켰지. 마치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지금 보이는 이것은…그러니까…”

카인은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 끔찍한 풍경은, 순결의 성기사가 은밀히 꿈꾸어 왔던 것이라고. 뒤틀리고 과장되기는 하였으나 그의 몸 안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었다고…

“카인 요원. 우리가 대주교의 성전을 뒤적거렸을 때, 차마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편지들과 일지들을 찾아냈소. 순결의 성기사 그 자신이 기록한 것이었다오.”

“무엇이었습니까.”

“관계한 여성들에 대한 기록. 심지어 머리카락 일부까지 잘라 붙였지.”

릴리가 입을 가렸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두렵다는 듯이.

“일지들이었다고요…”

하스펠이 고개를 떨구었다.

“한 권조차 아니었다는…”

“알고 있었군요.”

카인이 하스펠을 붙들었다.

“알고 있었군요. 그것들이 추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 의혹들이…”

“아주 일부.”

하스펠이 공허한 눈으로 순결의 기사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아낸 건 아주 일부였소. 전체가 아니었기에, 나는 이걸 공개할 수 없었소. 그렇게 나 스스로를 속였다오. 그러나 진실은, 나에 대한 진실은 그게 아니었소. 나는 내가 한때 영웅이라 믿고 존경한 이의 추잡한 비밀을, 내 손으로 드러낼 수가 없었소.”

지친 이단심문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용기가 없었소. 그대들은…여러분은. 다르리라 믿겠소. 내 눈이 잘못되었다면…할 수 없는 일이지만…그래도 나는 내 할 일을 하겠소. 순결의 몰락에 대한 증거는 마그데부르크의 내 서재에 두었으니...가서 보시오. 그 휘장이 길을 열어줄 것이오.”

그는 비틀거리며 걸었다.

“어디 가십니까?”

"일을 하러 가오."

“무슨 일 말입니까.”

카인이 물었다. 하스펠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이단심문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

하스펠 신부가 두 손을 가만히 모았다. 그의 입에서 기이한 언어가 흘러나왔다. 노래 같기도 했고 흐느낌 같기도 했다.

이단심문관이 걸었다. 그의 발길을 따라 작은 불길이 치솟았다.

미칠듯한 광염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머리맡에 피우는 촛불, 눈보라 치는 산길에서 드는 희망의 횃불, 춥디추운 겨울날, 두 손을 비비며 천천히 익어가는 고기를 기다리며 쬐는 따뜻한 화톳불.

“형제여.”

이단심문관이 여전히 추잡스러운 행위를 하는 윌리엄 대주교의 앞에 섰다.

“다 끝났소.”

“축복…”

“축복은 이제 없소. 괴로움도 끝났소. 용사여. 순결의 성기사. 이단심문관. 검의 경애를 받은 일곱 영웅 중 순결. 윌리엄 대주교여. 정말로 삶을 살아가고 싶소?”

“삶…?”

덩어리들이 멈췄다. 대주교는 그것이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되뇌었다.

“삶. 삶…삶…”

“윌리엄. 전우여. 형제여. 살아가고 싶소? 정녕, 살아가고 싶소? 계속 살아가고 싶다면 여기서 멈춥시다. 더 이상의 죄는 그만두시오. 어둠에 사로잡히지 마시오. 갑시다. 아직 기회가 있소.”

“늦었어…”

대주교가 웃음 지었다. 입으로만. 눈은 떨고 있었다.

“늦었어. 너무나 늦었어. 돌이킬 수 없다.”

“당신을 돕겠소. 당신이 죄 속에서 몸부림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진작…당신을 꺼냈어야 했소. 그런데 그러지를 못했지. 지금, 늦게나마. 당신을 꺼내러 왔소.”

“안 돼…그건 안 돼…”

“죄를 끌어안고 죽겠다는 거요?”

윌리엄의 몸이 격동했다. 눈에 반항기가 어렸다.

“모두가 죄를 지었다. 왜 나한테만 묻는 건가…”

“무슨 말이오, 그게?” 하스펠이 윌리엄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윌리엄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죄를 지었는데 왜 나에게만 묻느냐고 물었다. 나는…나는! 나는! 나느으으으은!”

윌리엄의 몸에서 뼈가 튀어나왔다.

“어…”

하스펠은, 잠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윌리엄의 몸을 뚫고 자라난 뼈가, 그 자신의 몸을 꿰뚫고 등 뒤로 빠져나오기까지 했다는 것도.

덩어리들이 과격하게 움직였다. 제 몸을 찢고 뼈를 끄집어냈다. 뼈의 가시에 찔린 기사단원들이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기사단원들이 뒤늦게 칼을 휘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 나는! 순결하다! 죄는! 그들이 저지른 것이다! 그들이 나를 유혹했다. 그들이 나를 죄로 밀어 넣었다. 그들이 다 잘못한 것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대주교가 광분했다. 이제 그것은 사람이라 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되었다.

“정녕 그리한다면.”

하스펠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침착했다.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도.

“정녕 그리한다면, 신께서 심판하리니.”

이단심문관이 눈을 뜬 채로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숨결이 빠져나오자, 하스펠 신부의 몸이 조금씩 말라붙었다.

이내 그의 몸은 신에게 바치는 장작이 되었다. 어디에서부터라고 할 것 없이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그대로 윌리엄 대주교의 몸에 달라붙었다.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지르며, 흉칙한 근육 덩어리를 휘둘러 보건만, 불길은 오히려 침착하게 그의 몸을 살라 먹었다.

침착하고 따뜻한 불길이 예배당 안으로 퍼져나갔다. 미칠 듯한 정욕의 불길도, 조롱당한 성기사의 분노도, 돌보는 온화한 불길 앞에 제 몸을 수그렸다.

아무리 거센 들불이라 해도 끝은 아늑한 불씨인 법. 혀의 덩굴은 자기들끼리 몸을 섞다 바닥에 떨어져 불타버렸다.

덩어리들은 무릎을 꿇고 하나둘 쓰러졌다. 돌벽에 붙은 머리들. 덩어리들의 본래 주인들은, 슬퍼하며 울부짖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통이 끝남에 감사하며 불타올랐다.

쾅. 소리를 내며 예배당의 문이 열렸다.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은 시종들이, 들것을 든 견습 기사들이 달려왔다. 부상자들을 끌어내고, 불이 붙은 곳에 물을 뿌리며, 다친 사람들을 예배당 밖으로 끌어냈다.

카인과 릴리도 예배당 밖으로 나왔다. 카인의 마음에 공허감과 허탈함,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 병신 같은 새끼야!”

어딘가에서 퍽, 소리가 났다. 붉은 머리의 무례한 기사, 알드릭이 제 견습 기사를 짓밟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비기사단의 다른 기사들도 시종들과 견습 기사들을 꾸짖고 있었다.

“등신 같은 새끼들아, 다 안에서 뒤질 뻔했잖아! 밖에서 뭐 처먹고 있었길래 문을 못 열어. 이까짓 문이 뭐길래 이걸 못 열었냐고!”

“그만둬요!”

카인이 알드릭을 뜯어말리려 했다. 지친 기사 한 명이 카인에게 손을 내저었다. 마르코 사령관이었다.

“그냥 두시오.”

“그냥 두라고요?”

“군기가 빠진 건 사실이오.” 마르코 사령관이 시종이 가져다준 물을 머리 위에 끼얹었다.

“제 선임들은 안에서 타 죽으려고 하는데, 이 새끼들은 밖에서 아무것도…”

그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습니다!”

알드릭의 견습 기사였다. 손이 전부 까져 피가 흘렀다. 다른 견습 기사들도, 시종들의 손도 그러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습니다! 말에 밧줄을 달아 잡아 당겨보기도 했고, 전부 달려들어 잡아당겨도 보았는데…열리지 않았습니다!”

“죽을 각오?” 그러나 그 말이 알드릭을 더 화나게 했다.

“죽을 각오? 그래서 누가 뒤졌어? 누가 뒤졌냐고! 뒤져서라도 사람을 살렸어야지! 너희가 군인이야? 너희가 수도자야? 하려고 했는데 못 했다고, 전쟁터에서 죽은 사람 부모에게도 그딴 식으로 말할 거냐!”

“저희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기사님들도 안에서 못 열지 않았습니까!”

“저 새끼 저거…”

마르코 사령관이 쓰읍, 하며 일어섰다. 하지만 이내 못 박힌 듯. 자리에 굳었다.

견습 기사의 발아래에서 그림자가 꿀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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