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서는 항상 불순했다. 구체적으로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부터인가 그렇게 느껴졌다.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눈길이 때때로 불순하다고 느껴지게 된 건.
끔찍이도 싫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런 건 아니었다. 백인서의 눈길엔 언제 어느 때고 사람 속을 들끓게 하는 묘한 무언가가 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불순했지만 질척대지 않았고, 노골적이었으나 불쾌하지 않았다.
“간만에 우리집 올래?”
백인서가 묻는다. 관자놀이까지 붉어진 얼굴에 바짝 달아오른 욕망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그럴까?”
곧바로 대답했다.
“이렇게 쉽게 승낙한다고?”
“그럼 안 돼?”
인서는 생각했다. 정이설은 정말 이상하다고. 차가운가 하면 다정했고, 거리가 멀어졌다 싶으면 단번에 좁혀 들어왔으며, 아무도 밟지 않은 눈처럼 고귀한 존재인가 싶어 한껏 머뭇거릴라치면, 결정적인 순간에 바닥으로 걸어 내려와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그리고 인서는 정이설이 지금처럼 바닥으로 사뿐히 걸어 내려올 때면 언제든 짐승이 될 준비가 돼 있었다.
“너랑 할 거라서.”
“어?”
“못 들었어? 너랑 할 거라고.”
저를 올려다보는 말간 얼굴에 대고 짐승처럼 덧붙였다.
“음……그러면 나야 더 좋고.”
“밤새도록 할 수도 있는데?”
짐승은 한층 더 뻔뻔해졌다. 멀쩡한 사회인으로서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정이설에게 좆을 깊숙이 박아넣은 채 정신없이 입술을 물고 빠는 중이었으므로.
“너 되게 뻔뻔한 건 알지?”
새침하게 되받아치는 입술이 오늘따라 유독 더 붉고 도톰해 보였다.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