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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05화 (205/219)

205

"포션 지켜!!"

강찬성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청객들을 보며 소리쳤다.

놈들은 하늘에서 연신 공장을 공격했다.

쾅!

돌덩이가 공장의 천장을 뚫고 안으로 떨어졌다.

"열렸다!"

"들어가!!"

천장의 구멍으로 이름 모를 습격자들이 쳐들어갔다.

적을 요격하기 위해 공장 밖에 나와 있던 강찬성과 마망의 길드원들은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전부 챙겨!"

"설비는 부숴라!"

놈들은 순식간에 포션을 훔쳤다.

그와 동시에 포션 제작에 필요한 설비를 부숴뜨렸다.

포션 제조는 단순하지만, 그 과정을 더욱 최적화한 고급 설비였기에 강찬성은 아연실색했다.

"안 돼!"

곳곳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

여기저기서 화재 경보가 울렸다.

"......"

마망의 길드원들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공장은 거대한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곳이기에 층고가 무척 높았다.

놈들은, 못해도 건물의 2~3층은 되어 보이는 높이에서 날아다녔다.

포션을 훔치고, 설비를 꼼꼼하게 부순다.

눈앞에서 코베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적들을 앞에 두고, 길드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펑!

여기저기서 폭음이 들렸다.

놈들은 단순히 설비만이 아니라 공장 자체를 붕괴시킬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 아아...!"

왕대길이 잔뜩 충격받은 채 손을 덜덜 떨었다.

두 번째 삶의 시작이었던 장소.

이곳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던가.

그 시간이 무위로 돌아가고 있었다.

"너희들, 너희들 대체 누구야!!"

울분에 차 소리쳤지만, 폭음에 목소리가 지워졌다.

"도, 도망쳐야 해요!"

정신을 차린 길드원 하나가 왕대길과 강찬성의 팔을 붙잡았다.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벽면.

서둘러 도망치지 않으면 붕괴된 공장에 그대로 파묻힐 것이다.

"빨리요!"

강찬성과 왕대길은 피눈물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그들이 빠져나온 직후, 공장이 붕괴했다.

"하하하하하!"

하늘 저편으로 멀어지는 정체불명의 불청객들.

그 숫자가 백 명에 가깝다 보니, 마치 새 떼처럼 보였다.

그들은 저마다 등에 포션이 담긴 커다란 가죽 주머니를 진 채 떠나갔다.

"유현!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창공으로 흩어지는 검회색 연기.

강찬성은 그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

"꺄아아악!"

아카데미의 상위 클래스 기숙사 단지. 하늘을 통해 침투한 수 백명의 침입자들이 기숙사 건물을 공격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학생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무너지는 건물에 깔리지 않으려면, 달아나는 게 최선이었다.

"대, 대체 이게..."

습격은 기숙사에 한정된 일이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전역. 건물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적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으아아악!"

"도와줘!"

아카데미를 직접 습격하는 정신 나간 빌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상시를 대비한 대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혼란은 극대화되었고, 피해는 점점 늘어났다.

"다들 밖으로 나가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교사들은 학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공격해!"

또한, 대항할 능력과 정신이 있는 이들은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적들을 공격했다.

공격에 적중당한 몇 명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분투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좋지 않았다.

"......"

급하게 아카데미로 돌아온 유현은 주변을 살폈다.

무너지고, 불타는 건물들.

기숙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붙잡힌 건 아닌 것 같은데."

기숙사에는 미르가 있었다.

엘레나가 위험에 처했다면, 놈이 구했을 터.

아무래도 지금은 어딘가로 몸을 피한 것 같았다.

'위험하면, 신호를 주겠지.'

유현이 엘레나를 기숙사에 두고 자리를 비운 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르는 강하다.

저런 조무래기 따위는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그러니 안전할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다시 만나려면 벌레부터 잡아야겠군."

유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들을 훑었다. 비행 마법을 사용하여 비행하며 공격을 퍼붓는 모습은, 정말이지 벌레를 보는 것처럼 혐오스러웠다.

"레드가 말한 게 이놈들이겠군."

유현은 마법으로 밧줄을 만들어 어깨에 맨 호야의 몸과 자신의 몸을 단단히 매듭지었다.

"잘 매달려 있어라."

여전히 고통에 신음하는 호야.

앞으로 몇 시간 뒤면 개화가 종료될 것이다.

얼마나 강해질까. 미르처럼 좋은 전력이 되어주면 좋을 텐데.

"유현이다!"

그때, 페데리코의 추종자들이 유현을 발견했다. 곧장 쇄도해오는 놈들. 유현은 아공간 전이로 허공에서 헥톨의 검을 뽑아냈다.

그 검이 춤추듯 움직이며 다가오는 놈들의 몸을 헤집었다.

"알아서 움직이면 좋을 텐데."

유현의 머릿속에 문득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예전이라면 불가능 했겠지만, 흑마법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얻은 지금은 다르다.

[영혼 추적]

마법의 사용자에게 적대감을 가진 이를 무기가 자동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흑마법의 일종이었다. 흑마법 답게 상당히 음침한 느낌이다.

'일종의 매크로라고 보면 되지.'

유현은 마법이 부여된 헥톨의 검을 바라보았다.

검은 잠시 흔들리더니 이내 전방을 향해 쇄도했다.

유현은 검에 필요한 마나를 충분히 부여한 뒤, 검에 또 다른 마법을 걸었다.

[가속]

검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놈들은 살충제에 뒤덮인 벌레들처럼 지상으로 추락했다.

지상 위로 붉은색 점이 번졌다.

"도, 도망쳐!"

죽어 나가는 아군을 보며 살아남은 적들 일부는 줄행랑을 선택했다.

유현은 그들을 쫓는 대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장은 이곳 하나가 아니었다.

공격을 피해 도주하는 사람들을 추격하는 페데리코의 똘마니들.

유현의 다음 타겟은 그들이었다.

"으아악!"

빠르게 날아간 헥톨의 검이 적들의 몸뚱이를 관통했다.

도망치던 하위 클래스의 학생들은 그제야 유현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유현이다!"

"이제 살았어!"

유현은 아카데미를 돌며 빠른 속도로 적들을 정리해 나갔다.

절반은 도망치고, 절반은 죽였다.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쳐 들어온 건지 의문스러운 전투력이었다.

"호야도 여기 잘 있고. 미르에게 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쪽도 멀쩡하단 소린데."

유현의 활약으로 아카데미에 남은 적들은 없었다.

유현은 아카데미를 돌아 다니며 수습에 힘 썼다.

불을 끄고, 무너진 건물을 들어 올려 사람들을 구출했다.

여기저기서 사이렌이 들려오고, 경찰들로 현장이 조금씩 안정화 되기 시작한 시점.

유현은 마지막으로 아카데미를 훑었다. 혹시 끄지 못한 불이나 구하지 못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음?"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문득 한 장소에 시선이 꽂혔다.

잔디밭 위에 우뚝 솟은 첨탑.

일전에 벌점을 받아 청소했던 그 공간이었다.

"여기도 부서졌네."

근데 그 모양새가 조금 이상했다. 건물의 중심을 잡아줄 하단부가 반파되었는데, 상층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그 부분만 억지로 붙들어 놓은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데."

유현은 수상함을 느끼며 첨탑의 꼭대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문은 부서졌는지 사라졌고, 내부에는 책장이 가득했다.

"뭔가..."

유현은 꼭대기 층에 진입했다.

넘어지고, 부서진 책장들.

유현은 그 사이에서 이질적인 느낌의 정체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곧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뭐야, 이게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공간이 열리며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건 바로 틸칸이 남기고 간 지도였다.

지도는 골동품점에서 지도조각이 다른 지도를 찾아낼 때처럼 푸른 색으로 빛났다.

"...설마."

유현은 지도를 들고 책장 사이를 서성였다.

지도의 푸른 빛은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했는데, 유현은 지도의 빛이 강해진 곳을 방향으로 잡아 나아갔다.

"미친."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지도와 마찬가지로 푸른색 빛을 내는 책장 하나를.

"지도에 표시된 장소가 여기였나?"

현재 위치의 좌표를 확인한 유현은 이마를 팍 쳤다.

지도에 적힌 좌표와 조금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유현은 지도를 들고 책장에 가까이 다가갔다.

책장을 향해 손을 뻗어보니 손이 그대로 책장을 통과했다.

아무래도 이 책장은 일종의 눈속임 같았다.

'암호화된 포탈인가.'

지도를 가진 사람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포탈.

마찬가지로 지도를 가지지 못한 이는 이 포탈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꿀꺽.

유현은 긴장을 머금고는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

아지트에서 부하들의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페데리코는 갑작스레 사라진 호야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리가 없는데."

그의 눈빛이 희번뜩였다.

만약 벌써 개화가 끝난 거라면?

"...그럼 당장이라도 가줘야지."

번거로운 양동작전을 펼친 건 공장을 성공적으로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

공장이 무너지면, 유현에게도 영향이 가리라는 점을 노렸다.

또, 호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도 있었다.

유현이라면, 엘레나를 데리고 다니듯 호야를 직접 데리고 나타날 터였으니까.

개화가 시작된 순간 호야의 위치는 알았지만,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현이 호야를 데리고 나타남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엘레나를 붙잡지 못한 건 조금 아쉽군."

엘레나를 붙잡으려는 시도는 의문의 생물의 영향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상관 없다.

호야가 나타났으니, 그를 붙잡으면 그만이다.

'모두 예상한 대로야.'

하나부터 열까지, 미리 그린대로 상황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면, 호야를 흡수하고 두 세계를 하나로 합치는 것도 머지 않았다.

'그 순간이 바로, 나의 힘이 진정한 힘이 되는 순간.'

페데리코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포탈을 열었다.

갑자기 사라진 유현.

자신이 아카데미에 나타난다면, 그는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호야를 데리고, 어쩌면, 엘레나까지 데리고 올지도.

"잘하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군. 크하하하하!"

페데리코가 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포탈 너머로 걸어 들어갔다.

***

유현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비밀 포탈을 통해 넘어온 장소.

웬 방이었다.

벽에는 커다란 지도가 붙어 있고, 한쪽 벽은 책장이 막고 있다.

또 한쪽 벽에는 책상이 있었고, 마지막 벽에는 무언가가 하얀 천에 덮여 있었다.

물리적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공간.

출입법은 오직 포탈 하나뿐이었다.

"대체 여긴..."

유현은 책상을 살폈다.

방금까지 사용한 것처럼 어지럽혀진 책상. 하지만 먼지가 가득한 걸 보니 마지막 사용자는 오래 전의 틸칸인 듯했다.

"연구를 하던 곳인가?"

유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책상 위에 손을 올렸다.

지도에서 휘황한 빛이 터져나온 건 바로 그때였다.

"윽!"

유현은 눈부심에 눈을 가렸다.

곧 웬 목소리가 그의 귓전에 스몄다.

-나는 틸칸. 이곳은 나의 비밀 연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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