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02화 (202/219)

202

첫 번째 게이트의 구조활동은 10분여 만에 종료되었다.

바깥으로 쏟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헌터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버, 벌써 나온다고?"

당황하는 한편, 헌터들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등 구호 활동을 펼쳤다. 게이트 내의 구조활동은 거부했어도, 눈앞에 있는 사람까지 못본 체하지는 못했다.

"바로 다음으로 가지."

"너무 급한 거 아니야? 여기 수습도 안 됐다고~"

레드의 말에 유현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닥에 누운 채 끙끙대는 사람들과 거기에 신경이 팔린 헌터들. 아직 이동하기에는 이른 타이밍이었다.

"구조 팀은 안 불렀나?"

"불렀지. 근데 여기저기 바쁜지 늦네?"

"포션은?"

"그 비싼 걸 누가 이런 데다 써?"

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포션이 없으면 하다못해 구급 상자라도 챙겨오든가. 놈들이 하는 거라고는 그냥 사람들을 눕혀두는 것 뿐이었다.

"써라."

유현은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회복 포션을 쏟아냈다.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버전으로 마시면 강한 진통 효과는 물론 신체의 재생을 가속화시킨다.

신성 마법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의 회복이지만,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어디서 이 많은 포션이..."

잔말 말고 써."

"...미리 말해두지만, 우린 너에게 포션 값을 지불할 용의가 없다."

근육질 여자의 말에 유현은 미간을 구겼다.

"받을 생각 없어. 별로 비싼 것도 아니고."

"싸구려는 아니겠지?"

"싸구려면 어쩌게? 지금 물불 가릴 처지야?"

"저품질의 포션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맞아! 검증해보라고!"

다른 헌터들이 여자에 동조하고 나섰다.

유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기 손으로 하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남한테 바라는 게 많군."

안 그래도 예민해진 헌터들은 그 말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 개자식이!"

"그깟 살기 좀 흘렸다고 우리가 좆으로 보이냐?"

"아까는 겁먹은 척 좀 해준 건데, 기세가 등등해져서는. 어이! 듣고만 있을 거냐!"

한 헌터가 뒤쪽을 향해 일갈했다. 살이 잔뜩 오른 육중한 덩치의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그래! 이 새끼가 너보고 돼지 새끼라는데?"

"돼, 돼지..."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인 남자의 포동포동한 얼굴이 한껏 달아올랐다.

헌터들이 씩 웃으며 저마다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 유현이 얼마나 강한지 한 번 봐야겠군."

"살기야 속이는 것도 가능하니까."

"돼지... 돼지... 돼지!!!!"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

당장이라도 싸움이 터질 듯한 기류 속에서, 덩치가 땅을 박찼다.

쾅!

배리어 위로 공격이 날아왔다.

유현은 자신의 앞으로 날아든 엄청난 위력의 주먹을 응시했다.

한참 떨어져 있던 덩치의 주먹이었다.

"강화 계열인가."

몸뚱이의 열량이 그대로 강화의 정도에 영향을 주는 듯했다.

그 뒤를 이어 다른 헌터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배리어 위로 공격이 쏟아졌다.

주변에 있는 부상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쯧."

배리어는 멀쩡했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주변의 피해가 심해질 것 같았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마비]

손가락을 까딱이자, 마법이 발동했다.

푸른빛의 마나가 흑마법의 술식을 관통하며 검은 에너지로 뒤바뀌었다.

그 에너지는 그대로 공격하던 헌터들의 몸을 스쳤다.

"커흑."

"윽!"

찰나의 접촉이었지만, 그것만으로 효과는 충분했다.

헌터들이 그대로 굳으며 쓰러졌다. 거센 공격이 가라앉자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덤빌 거냐?"

무기를 들고 있던 헌터들은 침을 꿀꺽이며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손가락 까딱임 한 번에 헌터들이 모두 쓰러졌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

유현은 포션의 효과를 의심했던 여자 헌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의심하지 말고 써봐."

"아, 알겠어."

여자는 유현의 눈치를 살피며 부상자에게 포션을 먹였다.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부상자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상처 역시 조금씩 아물기 시작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은 회복 포션은 처음이었다.

그 광경에 다른 헌터들 역시 눈을 의심했다.

"이야~ 이게 그 유마망 포션인가?"

줄곧 뒤에서 관망만 하던 레드가 병을 흔들며 신기하다는 듯 떠들었다.

"이거 정확히 얼마야? 나한테만 살짝 알려줘."

유현에게 귀를 기울이는 레드.

유현은 레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

레드의 눈이 커졌다.

"미친. 이게 그거 밖에 안 한다고?"

"아직 정식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아니야. 내가 개인적으로 만들었을 뿐이지."

"아직이면 언젠가 그 가격에 팔겠다는 소리잖아. 아니, 그것보다 이런 걸 어떻게 개인적으로 만들어?"

유현을 바라보는 레드의 눈빛에 한층 흥미가 깊어졌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 단 말이지~"

"달라붙지 마."

"이거 우리한테도 팔면 안 돼? 돈은 1.5배라도 낼 수 있는데."

"안 그래도 영국에 공장을 세워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게이트로 이동했다.

역병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와 엘레나가 그 뒤를 따라갔다.

"......"

현장에 남은 헌터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포션의 효과도 놀라웠지만, 유현의 무력에 더 큰 충격을 받은 탓이었다.

"...우리가 덤빌 상대가 아니야."

헌터들의 시선은 꼿꼿이 굳은 채 바닥에 널브러진 헌터들에게 향했다.

그토록 공격을 몰아쳤지만, 투명한 무언가가 막고 있듯 모든 공격이 닿지 않았다.

그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 다음이었다.

"손가락질 한 번에..."

누군가 마른 침을 삼켰다.

손짓 한 번에 대형 길드의 정예라고 불리는 헌터를 쓰러뜨릴 인물.

그게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

유현의 구조 방식은 한국과 같았다. 미르를 이용해 사람들을 찾고 유현이 구조하는 형태였다.

다만 이번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수고 했다."

포탈을 통해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는 미르.

유현은 이런 식으로 포탈을 통해 왕래시키는 방식으로 미르를 이용했다.

또, 구조한 헌터들에게는 스크롤과 포션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추후 영국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 덕에 구조활동은 순조로웠다.

많은 사람이 구출되었으며, 그 정보는 각 게이트에 머물던 관리원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부에 전해졌다.

그 결과, 유현이 구조를 개시한 지 12시간이라는 반나절의 시간 동안, 영국 정부의 구조율은 이전보다 몇 배나 상승했다.

-현재 헌터 구조율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관해 영국 정부는 정확한 대답을 피하고 있으며, 다만 거짓된 수치는 아니니 모든 헌터의 구조를 기다려달라고 전했습니다.

뉴스 앵커의 말에 술집에 모인 사람들은 열광했다.

소리를 지르고, 병나발을 불었다.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축하하며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

그러는 와중에도 구조율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50%를 넘은 구조율은 엄청난 속도로 60을 돌파했고, 이내 70에 도달했다.

그러다 구조율이 85%에 도달한 순간.

TV 위로 속보가 나타났다.

[생존 헌터 전원 구조 완료]

***

호텔에 도착한 유현은 침대 위로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코어의 마나는 절반이 채 남지 않았고, 온몸은 피곤했다.

"너무 무리했다."

한국보다 넓으며, 게이트도 더 많았고, 구조할 인원도 많았던 구조 작전이었다.

그걸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해냈으니, 아무리 강철 같은 몸이라도 녹이 스는 게 당연했다.

"미르. 엘레나는 내려놔."

포탈을 통해 숙소로 돌아왔기에 미르 역시 함께였다.

스스로 투명화 마법을 해제한 미르는 목뒤에 걸쳐져 있던 엘레나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너도 이제 돌아가 봐."

"크으으."

"너무 커서 안 돼."

함께 자고 싶지만, 몸집이 커서 불가능하다는 유현의 거절에 미르는 마법을 사용했다.

거대했던 몸뚱이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중형 견 수준의 크기가 되었다.

"......"

이런 건 또 언제 배운 거야.

아니, 진즉에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써먹지를 못한 건가.

하기야 미르와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낼 일이 없으니 모르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너도 참 대단하다, 대단해."

"크으."

으르릉거리지만, 몸집이 작아져서 제법 귀여운 목소리가 되었다.

미르는 침대 위로 올라가 엘레나의 옆에 얌전히 몸을 뉘었다.

얼마 안 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바뀐다.

"너도 많이 피곤했구나."

유현은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자고 싶었지만, 당장은 잠들 수 없었다.

불청객이 있는 까닭이었다.

"여긴 무슨 일이지?"

유현은 호텔의 복도로 포탈을 통해 이동했다.

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서 있던 역병 가면의 남자가 스르륵 고개를 돌렸다.

"상당히 민첩한데."

"칭찬 고맙군."

"이걸 주러 왔어."

온종일 함께했지만, 통성명조차 하지 않은 남자가 품속에 손을 넣었다.

유현은 자연히 경계심을 끌어 올렸고, 이내 아공간에서 단검을 꺼냈다.

"꺼내기 전에, 그게 뭔지부터 말 해라."

남자의 품속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도 몰라. 받은 거라서."

"그럼 그냥 가지고 돌아가. 필요 없어."

"이니티움에게 받았어."

유현이 남자를 향해 뻗은 단검의 끝이 살짝 흔들렸다.

"뭐?"

"이니티움. 그녀에게 내 이야기는 들었을 텐데."

유현은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그녀를 알고 있을 만한 지구의 인물. 그 관계가 인간 대 인간으로 형성된 것인지, 인간 대 드래곤으로 구성된 건지에 따라 달라진다.

유현의 고민이 길어지자 남자가 말했다.

"난 이니티움이 드래곤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놈이군."

남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나나 보네."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이상하지.

이니티움의 비밀을 아는 거의 유일한 인간일 텐데."

이니티움이 본체로 목욕하다가 정체를 들켰다던, 케이디 소속 연구원. 틸칸과도 제법 친분이 있었더랬지.

"그녀가 말하길, 자기가 죽으면 이걸 너한테 주라고 했어."

"죽은 건 어떻게 알지?"

"그녀가 내게 건 마법이야. 꼭 손가락 끝에 걸린 실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지.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더군."

남자가 품속에서 손을 빼냈다.

유현을 향해 뻗은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건 주먹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구슬이었다.

"틸칸이 이니티움에게 남겼고, 이니티움이 나에게 맡긴 물건. 정확히 어디에 쓰는 건지는 나도 몰라."

유현은 그 돌을 건네받았다.

무언가 기묘한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크게 특별한 구석은 없는 것 같았다.

"이건 대체..."

"질문은 하지 마. 나도 몰라. 그것보다 말이야..."

남자는 유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난 미스틸. 만나서 정말 반갑다."

유현은 그 악수를 받아들였다.

상대가 이니티움이 과거 동료라면, 냉대할 필요가 없다.

'강해.'

서로의 손이 겹친 순간, 유현은 상대가 범상치 않은 힘의 소유자라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나 이니티움에 비하면 한참을 못미치지만, 일반 헌터들 중에서는 탑 클래스에 속할 힘이었다.

"연구원이었다고 하지 않았나?"

"이니티움에게 여러 가지로 배웠지. 그덕에 지금까지 살아 남은 거고."

"그런가."

언젠가는 좋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갈게."

"이니티움이 왜 죽었는지?"

미스틸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현은 복도에 등을 기대며 그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페데리코."

그 이름이 나오자 공기가 무거워졌다.

미스틸은 분명한 동요를 보였다.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줘."

"그러지 뭐. 밤은 기니까."

내일 일정이라고 해봐야, 영국 정부의 호출 뿐이다.

유현은 미스틸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갔다.

***

85%의 헌터를 구했다는 건, 역으로 15%의 헌터를 잃었다는 뜻이었다.

슬픔은 언제나 기쁨보다 크게 다가오는 법.

런던에는 우울한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 슬픔을 애도하듯 하늘 역시 짙은 회색빛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것 같네."

미스틸이 흐릿한 하늘을 보며 말했다.

"과거?"

"그때는 푸른 하늘을 볼 일이 거의 없었지."

두 사람은 밤 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니티움의 죽음부터 페데리코가 꾸미는 계략까지.

그 모든 걸 들은 미스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줄곧 케이디에 붙어 스파이 역할을 했건만, 정작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내가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어제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해."

유현이 뒤를 흘끗이고는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이대로 한국에 돌아가는 건가?"

"아직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라서."

"아, 그렇지. 어제 일이 남았다고 했지."

헌터들의 구출은 물론 점차 강해지는 게이트까지 소탕하는 게 거래의 조건이었다.

"도와줄까?"

"됐어. 넌 네 볼일 봐."

미스틸은 피식 웃더니 오른쪽 샛길로 빠졌다.

그의 목적지는 버킹엄 궁전.

아직 위기는 남아 있었지만, 영국 왕실과 정부는 추모 행사를 개최했다.

"넌 안 가도 되겠어?"

"얼굴 팔려서 안 돼."

"그럼 나중에 봐.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유현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엘레나가 쪼르르 그의 옆에 붙어 팔짱을 끼었다.

"이번에는 저도 도울게요."

"미르 위에서 지원 사격만 해."

"네!"

유현은 막다른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손짓 한 번에 포탈을 열어, 목적지로 이동했다.

페니안 산맥.

산맥의 최고 고도인 언덕 위에 게이트 하나가 덜렁 놓여 있다.

금이 가기 시작한 걸 보면, 무척 오래 방치되고 있는 듯했다.

"이런 난리에서도 행사를 열다니."

당장 모든 인력을 게이트 관리에 투자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국가적인 재난 속에서 보여주기가 중요하다지만, 이건 조금 심하지 않은가.

"뭐, 그러니까 거래에 응한 거겠지."

웬만한 국가라면 뒷목부터 잡고 봤을 조건들. 그걸 동의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눈치챘다. 이 국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이 의심은 어제의 일로 쐐기가 박혔다.

헌터들에 부가되는 상상 이상의 세율, 방에서 나누었던 미스틸과의 이야기.

-이곳에 페데리코의 자금줄과 정보통이 있어. 그게 내가 신분을 숨기고 영국 헌터가 된 이유지.

미스틸이 지칭했던 인물이 누구인지, 유현은 알 것 같았다.

예상이었지만, 유력한 용의자였다.

"다 나라에 도둑이 있어서 그래. 안 그랬으면, 이렇게 망가질 일도 없었을 텐데."

유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안 그러냐? 레드?"

유현의 말에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한다.

"레드가 여기에 있어요?"

"레드가 이름이 맞는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나와봐. 페데리코의 개새끼."

"어떻게 알았어?"

엘레나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함께 구조활동을 펼쳤던 레드가 어느새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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