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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94화 (19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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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달려온 바람에 유현의 머리칼이 나부꼈다.

제자리에 선 유현은 바람을 피하지 않고 초원을 훑었다.

"......뭔가 이상한데."

초원 필드에는 왜인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사냥형 게이트가 넓긴 하지만, 이렇게 탁 트인 지형이라면 한 명은 보이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 유현은 위화감을 느꼈다.

"뭐, 잘된 일이긴 한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낮은 등급의 헌터도 이용할 수 있는 사냥형 게이트의 인기가 떨어졌을 리는 없고.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크으으으으."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유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몬스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초록색 피부를 가진 초원 고블린들.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1년쯤 전이었던가.

"...똑같은 놈들 맞아?"

유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그때 봤던 초원 고블린들은 엄청난 쪽수로 상대를 압박하는 전형적인 약체였다.

헌데 지금은 달랐다.

쪽수가 많은 건 비슷했지만, 외형이 완전히 다랄졌다.

"단체로 벌크업 했네."

말랑말랑한 살투성이였던 고블린들의 몸뚱이에는 단단한 근육이 붙어 있었다.

단순히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장은 물론이고 손발까지.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덩치가 커졌다. 꼭 보디빌더 같다고 해야 할까. 우악스러운 두 손은 사람도 찢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니 사람이 없지."

유현은 그들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기시감이 느껴졌다.

초록색 피부와 커다란 덩치. 그리고 저 못생긴 얼굴의 형태까지.

꼭 판대륙에서 봤던 마물 중 하나인 그린 오우거 같았다.

그린 오우거들도 초원 고블린들처럼 집단 생활을 한다.

"너희 진짜 내가 옛날에 본 고블린 맞냐?"

"크아아아!"

그게 아닌 것도 이상한 게, 초원 필드에 이런 큼지막한 놈들이 숨어 살 만한 장소는 없었다.

또, 애초에 이런 놈들이 있었으면, 이곳은 하급 게이트가 아니라 못해도 중급은 되었을 것이다.

"...저건 시첸가?"

한 놈의 어깨에 헌터로 추정되는 무언가 걸려 있었다.

유현은 이 괴물들이 이곳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한참 전부터 이랬으면 진즉에 소문이 퍼졌을 테니."

유현은 끝내 의심을 버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한 때 초원 고블린이었던 몬스터들. 그들이 모종의 사유로 바뀐 것이다.

"쿠우! 커어!"

선두에 선 놈이 몽둥이를 들고는 무어라 소리쳤다.

이윽고 몬스터들이 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유현은 미르의 몸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제거했다.

아등바둥대던 미르가 곧장 몸을 일으켰다.

"쿠아아아아아!"

쩌렁쩌렁한 포효가 울려퍼졌다.

자동차가 급정거하듯 오우거들이 허겁지겁 달리기를 멈췄다.

투명화 마법으로 미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지금.

오우거들은 미르를 발견하지 못한 채 겁에 질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미르야. 이제 좀 괜찮냐?"

"크르릉!"

유현을 향해 콧김을 뿜어대는 미르. 화가 났음의 표시였다.

"미안해, 인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유현이 미르의 몸을 토닥였다.

함께 지낸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나름의 유대감이 있었다.

"우어!"

"커어어!"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하는 오우거들. 그 사이, 유현은 미르를 살폈다.

"......뭐야. 왜 커졌지?"

몸을 쓰다듬던 유현은 그 손의 높이가 한참 위에 가 있다는 걸 그제야 인지했다.

이전에는 미르가 자신의 허리와 비슷한 높이였는데, 지금은 미르의 등과 눈높이가 맞았다.

"야, 야, 인마. 얼굴 좀 봐봐."

"크릉?"

유현이 당황하며 전방에서 미르를 살폈다.

이전과 비슷한 듯 다른 생김새.

판대륙에서 봤던 성체 신룡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약이 효과가 있긴 있네."

투입된 자원이 드래곤 하트라는 걸 생각하면 미비하지만,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니티움의 희생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니까.

"우어어어어!"

그때, 우렁찬 포효가 들려왔다.

모여있던 오우거의 행렬이 홍해처럼 갈라지며, 커다란 맹수 위에 올라 탄 오우거가 나타났다.

"보스급이네."

우두머리의 등장에 다시 한번 올라간 사기. 오우거들이 무기를 꼬나쥔 채 돌격을 시작했다.

"미르야. 준비됐냐?"

"크아아!"

미르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갑작스러운 전투였지만,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니까 더 크네."

성체의 크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이 정도면 전투에 투입되어도 손색이 없었다.

유현은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가자."

유현은 미르의 등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미르가 날개를 펄럭이며 수직으로 비행했다.

빠르게 올라가는 고도.

오우거들이 발악하며 무기를 집어던진다.

"네 마음대로 싸워봐."

유현은 미르의 몸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걸 느꼈다.

두 가지 갈래로 뻗어가는 에너지. 하나는 신성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나?"

콰과과과광!

아래에 모인 오우거들의 머리 위로 불에 뒤덮인 거대한 바윗덩이가 떨어졌다.

유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미친..."

마법, 메테오.

신룡이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아니, 애초에 신룡은 마나를 다룰 수 없다.

유현이 기대한 전투는 단순히 이 거대한 몸을 활용한 전투였다.

"네가 대체 어떻게 마법을..."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찬란한 광휘가 허공에서 지상을 강타했다.

언젠가 봤었던 신성 마법, 홀리 임팩트.

그 공격에도 오우거들은 데미지를 입었다.

"......"

유현의 입이 벌어졌다.

무릇 신성 마법은 마물에게만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마법.

마나와는 달리 작은 신성력으로도 파괴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었다.

"이건 마치..."

유현은 제 눈을 의심했다.

홀리 임팩트에 적중당한 적들은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저놈들이 마물이라도 된다는 것 같잖아..."

혼란스러운 머릿속.

순식간에 전장을 정리한 미르가 콧방귀를 뿜었다.

"크흥!"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

5대 길드를 비롯한 다양한 길드들이 협회의 명령 아래 유현을 찾기 시작한 시점.

게이트에서는 온갖 특이사례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환경이 달라졌다거나, 몬스터가 갑자기 강해졌다는 등.

혼란스러운 소식들이 곳곳에서 쏟아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거기도 그렇다고여?"

헌터 협회의 게이트 관리 본부.

상황판 위로는 끊임없이 경고 메시지가 울렸다.

이상 현상이 보고된 게이트의 출입 금지를 알리는 소리였다.

"지금 유현 학생을 찾는 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한송이가 눈치를 보며 의견을 냈다. 5대 길드의 수뇌는 게이트 관리 본부에 모여서 자신의 길드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아니, 우선 유현부터 찾아야 한다."

첫 보고 시점은 테러범과 유현의 전투가 끝나고 몇 분 뒤였다.

무언가 관계가 있는 게 분명했는데, 테러범을 찾을 수는 없으니 유현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게이트 안에 갇힌 헌터들도 구해야 해여."

"명령을 바꿔. 유현도 찾고, 헌터들도 구하라고. 어차피 게이트를 뒤져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한상용이 의견을 내고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협회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협회장님. 공문 내용을 수정해주시죠."

"이미 바꾸고 왔네."

최칠기가 한숨을 쉬며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전국에 있는 게이트 대부분이 출입 금지 처분되었다.

지금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었으며, 던전형 게이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모든 게이트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그냥 전부 통행 금지하는 건 어때요?"

"그건 불가능하네. 그렇게 하려면 국가적인 경계 태세를 발령해야 해."

게이트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발동되는 게이트 경계 태세.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 국가에 요청하고, 국방부와 경찰 인력을 동원해 게이트에 대한 접근 차단 및 경계를 강화하는 태세다.

발동되는 순간 시민들의 거리 통행은 중단되며, 일상이 마비된다.

전시 태세가 외부의 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게이트는 내부의 적에 대비하는 것이기에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흐음... 일단 최대한 게이트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만 해야겠네여."

"부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군."

최칠기의 간절한 바람은, 곧 모두의 바람이기도 했다.

***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초원 필드. 한 헌터가 오우거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다리가 풀린 건지, 헌터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더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히 히이익!"

외부의 출입은 막혔지만, 이미 내부에 들어와 있던 헌터들은 빠져나갈 방법이 요원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우거의 눈을 피해 출구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 뿐.

그러다 운이 나쁘면, 이렇게 꼼짝없이 사냥감 처지가 되는 것이다.

"사, 살려줘!"

"우어어어어어!"

오우거가 바닥에 주저앉은 헌터의 어깨를 붙잡았다.

헌터는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었다. 이미 몇 명의 헌터가 찢기는 걸 직접 봤으니, 오줌을 지리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제, 제, 제발..."

오우거는 가차 없이 헌터를 들어올렸다.

반대쪽 손이 헌터의 목을 붙잡는다. 팔과 목. 이대로 힘을 주면 먹기 좋게 찢어진다는 사실을 학습한 오우거는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오우거가 팔에 힘을 주려던 순간.

"크아아아아아아!"

창공에서 울려퍼진 포식자의 포효가 그의 움직임을 붙들었다.

"우, 우어?"

멍하니 하늘로 시선을 돌리는 오우거. 하늘이 까매지며, 무엇인가 머리를 관통했다.

"우, 우..."

"우우는 새끼야. 사람 좀 그만 처먹어."

유현은 오우거의 머리를 관통한 헥톨의 검을 빼냈다.

분수처럼 피가 치솟으며 오우거가 절명했다.

"허, 허......"

유현이 헌터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이 잠시 헌터의 아랫도리로 향했다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다시 위로 올라왔다.

"바지 벗고 타세요."

"에, 예?"

그가 반문한 그때.

쾅!

허공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피어오른 연기에 유현이 기침을 했다.

"콜록, 아오, 인마. 좀 천천히 내려오라고 몇 번을 말해."

"크흐흐."

날갯짓으로 먼지를 몰아내며 웃는 미르. 헌터가 미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모, 몬스터가..."

"빨리 바지 벗고 타요. 안 그러면 두고 갑니다."

"우어어어어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우거의 포효에 헌터가 황급히 바지를 벗었다.

[클린]

유현은 헌터의 사타구니를 깨끗하게 만들고는 번쩍 집어 들어 미르의 등 뒤에 태웠다.

"혀, 형!"

"도, 동생아!!"

그 뒤에는 이미 몇 명의 헌터가 탑승해 있었다.

방금 막 올라탄 사람은 구조된 사람중에 형제가 있었는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미르가 비행했다.

유현은 마지막 구조자들을 이끌고 출구로 이동했다.

"다들 천천히 내리시고, 조심히 가세요."

"저, 저기..."

"감사 인사 한마디당 10억입니다."

유현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빠르게 헌터들을 보냈다.

그러고는 다시 미르의 등 뒤에 올라타 마지막으로 초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미르의 비행은 제법 빨랐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제 남은 헌터는 없군."

첫 전투 이후, 유현은 게이트 내에 남은 사람들을 구하는 데 힘썼다.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는 해도,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놈들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네."

사람들을 구하며 오우거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소탕했지만, 끝이 없었다.

그 전투 속에서 알아낸 정보들을 토대로 유현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신성력에 제거되고, 판대륙에서 본 그린 오우거들과 닮은 녀석들.

놈들은 게이트의 오리지널 몬스터가 아니다.

초원 고블린은 아마, 그린 오우거의 원형일 터. 인간이 진화하듯 초원 고블린도 진화하며 그린 오우거가 되었겠지.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게이트 자체도 이 세상이 아니야."

이곳은 판대륙의 어느 이름 모를 장소. 그곳이 지구와 게이트로 연결되었다. 지금껏 사냥한 마물이 바로 그 증거였다.

"페데리코. 이 새끼 대체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페데리코가 차원의 경계선에 간섭하여 세상에 변화가 생긴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길 리 없을 테니까.

"다음에 만나면, 진짜 죽인다."

유현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각오를 다지며 출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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