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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93화 (193/219)

193

유현은 사일런트 마법을 펼치며 급히 미르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이런 미친..."

미르의 새하얀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단순한 빛이 아닌 신성함이 느껴지는 찬란한 광휘.

무언가 변화가 생기고 있었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왜 푸른 빛이 섞여 있는 거야?"

새하얀 광휘 속에는 오묘한 푸른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유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미르를 지켜봤다.

"끼에에에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발버둥 치기 시작하는 미르.

온몸이 벽에 부딪히고, 천장과 바닥에 연신 머리를 가져다 박는다.

뒤흔들리는 기숙사. 소음은 차단했지만, 충격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얌마! 진정해!"

"끼에에에에에에엑!"

유현은 억지로 미르의 몸을 붙들었다.

아직 성체도 되지 않은 녀석이었지만, 힘이 어찌나 강한지 유현도 쉽게 그를 막지 못했다.

"크으윽!"

결국, 몇 가지 마법을 사용하여 가까스로 미르를 고정시켰다.

철컥.

철컥.

미르가 움직이려 할 때마다 그의 전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쇳소리를 냈다.

주둥이도 쇠사슬로 감아 놓았기에 미르는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하아."

유현은 미르의 배를 깔고 앉은 채 이마를 짚었다.

여전히 미르의 몸에서는 밝고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부작용인가?"

무언가 효과가 생긴 것 같긴 했다. 다만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를 모르겠다.

"이러다가 갑자기 몸집이 커지기라도 하면..."

부작용이든, 아니든, 확실한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효과가 너무 잘 들어서 미르의 성장이 한 번에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피해야 해.'

유현이 직접 봤던 성체 신룡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고층 빌딩 크기의 높이에 몸집은 그런 빌딩을 몇 개나 합친 수준이었다.

단순히 신성력을 사용하기 때문이 아닌, 그 생김새만으로도 신성함이 느껴질 만큼의 거룩한 외형.

만약 이곳에서 그런 크기로 변한다면...

"...일단 장소를 옮겨야겠어."

유현은 황급히 술식을 그렸다.

이니티움의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며 깨우친 새로운 마법, 포탈.

따지고 보면 완전히 새로운 마법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알던 텔레포트 마법과는 사뭇 다른 구조를 띄었다.

더 간단하고, 유지하기 쉬워졌다.

조금 캐쥬얼한 느낌이랄까.

"여기서 변신하면 좀 그러니까 어디든 가자."

기본적으로 포탈은 자신이 아는 곳밖에 이동할 수 없다.

그 점은 텔레포트와도 일맥상통했다.

"...근데 대체 어딜 가야 하지?"

아는 곳으로 떠나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아는 장소가 없었다.

기억나는 장소라고는 하나같이 제한된 공간이었다.

미르가 성체까지 성장해 버리면 파괴될 그런 장소들이다.

"가장 좋은 장소는 평야나 들판인데."

하다못해 게이트 안이라도 가야 하나. 거기까지 범위를 넓히면 선택지는 더 늘어난다.

'문제는 게이트에 포탈을 열 수 있냐는 건데.'

유현은 머릿속으로 게이트의 풍경을 그렸다.

판대륙에서 지구로 돌아왔던 바로 그 장소, 동시에 처음으로 들어가 사냥이란 것을 했던 게이트.

바로 초원 필드의 사냥형 게이트였다.

"오."

포탈이 열렸다.

게이트 속이라도 일단은 지구로 취급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지구로 보내준다던 목소리도 나를 그곳으로 보냈었지.'

그걸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아, 들어가기 전에."

유현은 미르의 몸에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혹시라도 누군가 미르를 보게 된다면, 몬스터로 착각하고 사냥하려 들지도 모른다.

"자, 들어가라."

유현은 미르를 떼굴떼굴 굴려 포탈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반항이 있었으나 쇠사슬에 막혀 얌전히 굴러갔다.

"엘레나는 조용하고."

잠깐 자리를 비워도 큰 상관은 없겠지.

유현은 포탈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

유현과 페데리코의 전투 소식은 서동철을 통해 협회에 전달되었다.

협회장 최칠기는 곧장 5대 길드를 불러 모았다.

"후우…."

의자에 앉은 최칠기가 한숨을 쉬었다. 그의 앞에는 5대 길드의 마스터들이 앉아 있었다.

"집에도 없다는군."

"설마 기숙사에 있지는 않을테고여."

"그렇지. 갔으면 차라리 집에 가지 기숙사에 가진 않았을 거야."

그들은 유현을 찾고 있었다.

유현에게 직접 사건에 관해 듣기 위해서였다.

중간에 테러범과 나눈 대화는 어떤 내용인지, 테러범과 얼마나 아는 사이인지 등.

"대체 둘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채지수가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뻔하져. 유현한테 협력하라고 협박했을 거에여."

"목적이 뭐길래?"

"악당들 목적이야 세계 멸망 밖에 더 있나여?"

박정환의 말에 협회장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차라리 그런 거면 한시름 놓을 텐데 말이지."

"아,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요? 유현 학생이 그 남자를 이겼잖아요."

한송이가 유현의 승리를 언급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서동철 쪽으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그의 앞에 놓인 휴대전화였다.

"영상 좀 보여줘여."

"거절한다."

"아, 왜여! 왜 협회장님한테만 보여줘여!"

현장에서 촬영한 유현과 테러범의 전투 영상이 그의 휴대전화에 있다.

현재 그걸 본 사람은 최칠기 하나뿐. 다른 이들은 전투가 끝난 이후의 현장 사진과 최칠기를 통해 대강의 경과만 전해 들었다.

"왜 감추는 거야? 무슨 음험한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어?"

채지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서동철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다들 영상에 너무 관심 가지지 말게. 중요한 건 그 테러범이 국민을 습격했다는 거니까."

최칠기가 상황을 정리했다.

서동철은 휴대전화를 자신의 품에 넣었다.

영상을 감추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 영상이 가져올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동철의 독단적인 판단은 아니었고, 영상을 본 최칠기가 내린 판단이었다.

'하지만 역시...'

서동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협회장님. 적어도 우리만큼은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

"낭중지추.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알아야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공개 여부에 관해 줄곧 고민하던 서동철은 결단을 내리고 최칠기에게 의견을 피력했다.

"흐으으음."

최칠기는 깊이 침음했다.

서동철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내 직접하지."

서동철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최칠기에게 건넸다.

최칠기는 뒤쪽에 서 있던 비서 김동현을 흘끗였다.

"자네는 잠깐 나가 있겠나?"

"예."

언제나 곁에 두던 수행원을 내보내는 최칠기의 행동에 회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금부터 재생될 영상은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대외비네."

"현장 인원들도 모두 통제했으니 알아둬라."

서동철이 덧붙였다.

최칠기는 휴대전화를 노트북과 연결해 커다란 스크린 위로 화면을 띄웠다.

딸깍.

마우스의 클릭과 함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화창한 햇볕이 내리쬐는 공사 현장. 순식간에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내리쳤다.

순간적으로 화면이 빛에 뒤덮였다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뭐, 뭐야?"

"......맙소사."

그게 수백 줄기의 번개라는 걸 알아챈 이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뱉었다.

하지만 전투는 이제 시작이었다.

허공에서 맞부딪치는 유현과 테러범. 일대일의 전투였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마치 전쟁을 연상케 했다.

테러범이 갑자기 땅 밑으로 꺼지고, 마법처럼 나타난 거대한 쇳덩이가 엄청난 속도로 구덩이 속에 떨어진다.

압사했을 거라 생각한 테러범은 아무렇지 않게 올라왔다.

전투는 이어진다.

유현의 주변을 부유하는 수많은 무기들.

그 무기들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의문을 가진 순간, 폭발이 일었다.

공사중인 건물로 옮겨가는 카메라의 초점.

인부들의 위로 떨어지는 낙하물들을 어디선가 날아온 방패가 보호막을 펼쳐 막아냈다.

"뭐, 뭐야 저게?"

"대체 무슨 일이..."

경악을 내비칠 틈도 없이 유현의 주변을 부유하던 무기들이 테러범을 공격했다.

이어서 땅바닥에서 무언가 솟아나 테러범을 구속했다.

그 몸에 꽂히는 얼음. 적중과 동시에 얼음덩이를 꽃피운다.

테러범이 불길을 일으켜 자신을 뒤덮은 얼음을 녹였다.

허공에서 날아온 무기가 유현에게 쇄도하던 거대한 송곳을 쳐냈다.

공간이 갈라지며 튀어나온 불덩이가 테러범에게 적중하고, 피어오른 연기 주변을 수십의 무기가 포위했다.

이내 그 위로 날아가는 번개의 구체.

화면이 푸른빛으로 점멸했다.

-키아아아아!

어디선가 날아온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유현의 공격으로부터 테러범을 보호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언가 대화가 오갔다. 대화의 다음은, 누군가의 죽음이었다.

유현은 곧장 그곳으로 날아갔으며, 테러범은 포탈을 이용해 자취를 감췄다.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

한밤중보다 더한 침묵이 장내에 가라앉았다.

작은 숨소리조차 소음이 될 고요였지만, 누구 하나 숨소리를 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반복하여 봤음에도 그 전투에 시선과 정신을 빼앗긴 서동철.

최칠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을 깬 건 채지수였다.

그녀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자신의 머리를 붙잡았다.

"...이거 진짜 둘이서 싸운 거 맞아여?"

"그래. 현장의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다."

서동철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직접 눈으로 봤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겨우 일대일의 전투인데, 저리도 다양한 능력이 오가다니.

다중 특성이라기에는 그 종류가 너무나 많았다.

"......혼란스럽네여. 상식이 뒤집히는 기분이에여."

"조, 조작은 아니죠?"

그 소심한 한송이조차 서동철에게 조작을 의심하게 하는 영상.

서동철의 굳은 얼굴을 본 한송이가 흠칫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사과할 것 없다. 조작은 아니다."

서동철은 천천히 눈을 굴렸다.

유독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한 남자.

"네 소감은?"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린 채 턱을 매만지고 있던 한상용은 서동철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내가 할 말은 다른 사람들이 다 한 것 같은데."

"넌 조금 다를 줄 알았다만. 유일하게 실습에 반대하기도 했고."

"......그래, 뭐. 설마 이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대강은 맞네."

한상용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새롭게 장착한 의족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내가 실습에 반대한 건 그가 너무 강해서야. 그 힘은 어디에도 종속되어서는 안 돼. 길드에도, 국가에도. 이 영상으로 더 확실해졌네."

"그게 정말 반대의 이유인가?"

"그래. 만약 그의 심성이 조금만 뒤틀려 있었더라면, 우리는 가장 큰 적을 마주하고 있는 꼴이겠지."

"안심하라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아직은 그렇지. 하지만 미래에도 유현의 마음이 지금과 같을 거란 보장이 없다."

톡톡.

최칠기가 책상을 두드려 주의를 끌었다.

"궁금하긴했지만,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군."

한상용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최칠기가 사람들을 한 번씩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말했듯, 이 영상은 대외비네."

"왜 대외비에여? 테러범과의 전투라서?"

"그것도 있고. 특성 탓이 크네."

"......혹시 협회장님도 제가 생각한 거랑 같은 생각 하시나여?"

"자네 생각은 뭔가?"

박정환이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내뱉었다.

"마법."

"......"

"스카이 아일랜드에서도 보고됐었잖아여. 간부들 중 몇몇은 다중 특성이었다고여. 그것도 세 개 이상. 그들의 우두머리인 대장도 저 모양이면, 이게 과연 우연일까여?"

만약 이 영상이 없었다면, 마법이라는 단어의 언급은 농담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만큼, 누구도 박정환의 의견을 쉽게 부정하지 못했다.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 너무 단정짓지는 말게."

"옙. 그냥 제 의견이었어여."

최칠기가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다들 길드의 인력을 동원해 유현군을 찾아보게. 찾기만 하면 궁금증은 전부 해결할 수 있을 걸세."

"게이트 위주로 찾아보겠습니다."

"전국 모든 게이트를 다 뒤져봐. 협회 측에서도 중소 길드에 협력 공문을 보내 놓지."

가장 시급한 건 유현을 찾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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