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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92화 (19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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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오가며 주변을 색색의 빛으로 물들였다.

한서희도 서혜빈도 엘레나도.

서동철을 비롯한 주변에 모인 헌터들마저도.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도 된 듯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얼음이 비산하고, 땅이 갈라지며, 홍염이 몰아치는, 그 모든 게 고작 두 사람에 의해서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풍경.

그 화려함에 매료되는 한편, 모두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저들은 어떻게 저리도 많은 능력을 사용한단 말인가.

아무리 다중 특성이라고는 해도,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원소라는 특성을 가진 유현은 그 특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능력들을 사용했다.

케이디의 수장이었던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법..."

구경하던 헌터 중 누군가 중얼거렸다.

마법. 그래, 차라리 마법이라는 게 오히려 세상 이치에 맞겠다는 생각이 헌터들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저게 말이 돼?"

서혜빈이 멍하니 중얼댔다.

그녀가 경악한 건 단순히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능력 때문 만은 아니었따.

마치 제각기의 의지를 가진 듯 허공을 날아다니며 적을 몰아붙이는 무기들.

보아하니 그 무기들은 유현이 직접 조종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싸우면서 저 많은 무기를..."

그런 의문이 든 건 엘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유현에 관해 아는 건 그가 강하다는 것과 스승과 친하다는 게 다였다.

수많은 의문이 전투가 이어지는 내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전투가 끝나면, 묻고 싶은 게 산더미였다.

하지만 정작 그때가 찾아왔을 때, 엘레나의 머릿속은 공허했다.

"......"

엘레나는 말없이 이니티움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주검. 몇 시간 전까지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는데, 싸늘하게 식어 있다.

"그 남자랑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서둘렀으면 살 수 있었는데..."

"서둘렀어도 이니티움을 그냥 두진 않았을 거야."

하늘에서 나눈 이야기는 지상에 닿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그 부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기에, 유현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죄송해요. 괜히 이상한 말을 했네요."

"괜찮아."

엘레나의 심적 충격은 표현할 도리가 없다.

언니를 잃고, 그나마 새롭게 생긴 가족과 같은 스승마저도 사라진 현실을 어떻게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너지지 않는 그녀의 정신이 존경스려울 지경이었다.

"잠깐... 혼자 있어도 될까요?"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왔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유현의 기숙사.

페데리코가 도주하자마자, 유현은 엘레나를 데리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마법에 관한 질문이나, 이니티움의 정체 등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딱!

거실로 나오자 베란다의 창문 너머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서혜빈이 돌멩이를 던지는 게 보였다.

그 옆에는 한서희가 미간을 구긴 채 서 있었다.

"아직도 안 갔네."

유현은 창가에 가까이 다가갔다.

미르가 있어 시선을 피해야 했기에, 평상시에도 거울 마법을 걸어 바깥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했다.

지금 저 둘의 눈에 보이는 건 유리창에 반사된 자신들의 모습일 터. 이 안에 누가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왜들 저리 심각한 건지 모르겠군."

심각한 일이 생기긴 했다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두 사람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알아서 가겠지."

유현은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요즈음 부쩍 잠이 많아진 미르는 지금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유현은 품속에서 이니티움이 남기고 간 포션 병을 꺼냈다.

형광등에 비춰봐야 내용물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다.

드래곤 하트의 절반으로 만들어진 성장 촉진제.

어떻게 보면 이니티움의 목숨을 대가로 얻은 귀중한 물건이었다.

문제는 마나의 집합체가 과연 신성력을 힘으로 사용하는 미르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다.

"있어야 하는데."

마나를 신성력으로 바꾸는 방법 따위는 모른다.

그러니 효과가 없다면 그대로 약을 날리는 셈이다. 이니티움의 희생은 말 그대로 덧없어진다.

"있기를 바라마."

유현은 미르를 뒤로 눕혔다.

크기가 상당했지만, 잠에서 깨지 않아 눕히는 건 쉬웠다.

이어서 입을 벌리고 병을 기울인다.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어가는 촉진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 넣었다.

"......"

유현은 가만히 미르를 살폈다.

깊은 수면에 빠져 코까지 드르렁거리는 녀석.

아직 몸에 별다른 변화는 없는 듯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나."

그래도 드래곤 하트를 사용한 촉진제이니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줄 알았는데.

유현은 아쉬움을 뒤로하고는 방을 나왔다.

"...갔구만."

그 사이에 떠난 건지, 베란다 창문 바깥에 있던 서혜빈과 한서희가 보이지 않았다.

"하여간 고집 하나는 더럽게 세서는."

유현은 창가를 일별하고는 텅 빈 방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방 안.

중앙에 정좌를 틀고 앉아, 아공간에서 이니티움이 남기고 간 드래곤 하트를 꺼냈다.

"내게 남기고 있으니, 잘 활용해 줘야지."

드래곤 하트에서는 블랙 드래곤 특유의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타원형의 보석을 반으로 자른 것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고작 반쪽으로도 이 정도 힘이라니."

절반밖에 남지 않은 게 아니라, 절반이나 남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힘이었다.

그런데 페데리코는 멀쩡한 하트를 가지고 있던 이니티움조차 쉽게 제압했더랬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정령에게 생명력 일부를 나누어 줬다는 페널티를 가지고도 자신의 공격을 버텨낸 페데리코.

만약 그가 전력을 다하면 승산은 한없이 0에 가까울 것이다.

'더 강해져야 해.'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배워야 했다.

만약 지금 수준에서 성장하지 않으면 더 강해진 페데리코에게 꼼짝없이 당하리라.

"우선 드래곤 하트를 받아들이자."

드래곤 하트의 흡수.

어려울 건 없었다.

룬석을 삼키듯 똑같이 삼키면 된다.

"젠장. 벌써 두렵구만."

룬석을 삼키고 겪었던 엄청난 통증. 드래곤 하트는 그보다 몇 배는 더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여기서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지 못한다면, 지구에 미래는 없다.

"흐흠, 흠."

유현이 헛기침을 하며 턱의 근육을 풀었다.

또 물을 섭취하여 목구멍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드래곤 하트의 크기는 찹쌀 도너츠 정도의 크기. 한입에 삼키기는 부담되나 못할 것도 없다.

"후."

유현은 한 차례 호흡을 길게 내쉬고는 입 안에 드래곤 하트를 넣었다.

실내를 물들이던 검은 빛이 입 안으로 사라졌다.

꿀꺽.

쉽게 넘어가지 않아 억지로 목을 넘기자 조금 막히는 느낌과 함께 드래곤 하트가 식도로 내려갔다.

유현은 계속 물을 마셔 식도를 매끄럽게 만들었다.

천천히 내려가던 드래곤 하트가 이내 위로 들어갔다.

"됐다."

반응은 곧장 나타났다.

심장의 맥박이 거세지고 온몸이 뜨거워졌다.

현기증이 돌아 유현은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몸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드래곤 하트.

막대한 마나의 집합체는 하나의 의지를 가진 생명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었다.

그것은 처음에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었다.

오장육부가 요동치고, 육체의 겉과 안이 뒤집히는 듯한 격통.

유현은 이를 악물며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차라리 머리털을 모조리 뽑는 게 덜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이보다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장시간 반복되던, 끔찍한 고통.

그러다 어느 순간, 고통의 강도가 약해졌다.

물속에 녹아든 소금처럼, 고통이 은은하게 흩어진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유현은 드래곤 하트가 모두 흡수되었음을 느꼈다.

유현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인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정신은 마치 먼 곳에 있다가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낫네."

룬석을 먹었을 때는 잠깐 죽었었다. 드래곤 하트는 그에 비해 훨씬 약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군."

유현은 천천히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 시선이 자연스레 오른쪽 손등으로 향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검은색 문양이 오른쪽 손등 위에 새겨져 있다.

"...용의 문양."

이니티움의 힘을 빌렸을 때, 손등에 새겨졌던 그 문양이었다.

"하. 이런 건가."

드래곤 하트를 흡수한다.

그건 단순히 그 안에 담긴 마나 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아니었다.

마나는 물론이고 블랙 드래곤이 가진 특유의 힘까지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다.

"잘 됐어."

유현은 마나 코어를 살폈다.

끝없이 용솟음 치는 마나.

마나 코어의 크기와 한계량은 이전보다 두 배에 가깝게 커진 것 같았다.

만약 이게 페데리코의 손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끔찍해라."

이니티움이 가진 힘을 알게 되니, 페데리코의 강함이 더 실감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만약 다음에 다시 놈을 만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해볼만 하다는 확신.

'놈이 온전한 하트를 가진 이니티움을 제압한 건 아주 잠깐.'

이니티움이 직접 이야기하기를,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제압을 떨쳐내고 놈을 덮쳤을 거라고 한다.

'대체 이런 힘을 가지고 케이디의 간부들 상대로는 왜 그렇게 겁먹은 거야?'

사실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인간으로 치면 노년 수준의 고룡. 외형은 젊은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 만사에 지쳤을지도 모른다.

'미련 없이 심장을 꺼내준 것도 그래서인가.'

적어도 스스로를 치료하려는 시도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만약 그랬다면, 그녀가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제아무리 전신이 뒤틀리고 뭉그러져도,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치료할 수 있다. 드래곤이 가진 힘은 응당 그런 법이었다.

"조금은 망설였겠지. 하지만 결국에는 죽음을 택한 거야."

네 뜻이 그렇다면야.

유현은 자신의 심장 부근을 어루만졌다.

드래곤 하트가 이 몸에 완전히 자리 잡았음이 이곳에서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제 남은 건..."

이 힘을 익숙하게 다루는 것.

유현은 지난 번 스카이 아일랜드에서 이니티움의 능력을 사용했던 그 감각을 떠올렸다.

찌지직!

옷이 찢어지며 등 뒤로 날개가 돋아났다.

그것도 상당한 크기의 날개였다.

"왜 이리 커?"

이제는 이 힘이 내 것이 되었기 때문인가?

커다란 날개는 천장까지 닿았다.

이 정도면 미르보다도 크겠는데.

"이건 너무 거추장스러운데."

비행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마나를 사용하지 않으니, 마나가 없을 때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근데 이 정도 크기의 코어면 웬만해서는 그럴 일 없지.'

지난번 사용하던 그 크기가 딱 적절하다.

싸우는 중간중간 날개를 활용하여 움직일 수 있는 크기.

머릿속으로 상상하자, 날개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좋아, 이 정도면 됐어."

유현은 차례로 다른 힘을 사용해 보려고 했다.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는 것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관련된 지식이 주입되어 사용법은 모두 뇌 내에 들어 있었다.

"단순한 강화도 가능하고, 브레스도 쓸 수 있군. 입으로는 아니지만."

사용법이라는 게 그리 다양하지는 않았다.

드래곤의 궁극적인 힘은 결국 마법. 이미 그 마법의 대부분을 깨우친 상태이니, 그리 효용이 크지는 않았다.

"...아니, 아주 그런 것만도 아니네."

이니티움이 깨우친 수많은 마법 사이에는 유현이 배우지 않은 마법들도 일부 존재했다.

그것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금기된 마법들이었다. 블랙 드래곤이 아니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그런 마법들.

"미르랑 상극이기도 하고, 어째 조금 꺼러지기는데..."

상대가 마왕이었더라도 사용하지 않았을 마법.

윤리와 도덕에 관한 문제는 전장의 사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더 강해질 수만 있으면 돼."

유현은 방을 나섰다.

곧장 새롭게 얻은 힘을 테스트해볼 생각이었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때, 미르의 고성이 실내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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