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게이트는 부줌부라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유현은 이번에도 한송이를 등에 업고 움직였다.
농경지와 초원을 구성하는 초록빛 물결이 발아래로 펼쳐졌다.
"꺅!"
이미 한 차례 경험해봤지만, 한송이에게는 영 익숙해질 수 없는 종류의 비행이었다.
하늘 위로 높이 솟았다가, 다시 아래로 떨어질 때 느껴지는 그 아찔한 감각.
심장이 몇 번이고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 온 것 같네요."
얼마나 움직였을까.
언덕 위 초원에 원형 테두리 속에서 일렁이는 게이트가 보였다.
주변에 농경지나 민가는 보이지 않았기에 유현은 게이트 앞에 곧장 착지했다.
"하아.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두 번 더 참으셔야 해요."
"......벌써 토 할 것 같네요."
한송이가 속을 달래고는 게이트로 시선을 돌렸다. 테두리 위에 새겨진 건 세모였다.
"던전형 게이트에요."
"만약 사냥형 게이트면 어떻게 되죠?"
"연합에서 관리 인원을 파견해요. 일종의 파병과 비슷해서 다들 기피 하는데 다행이네요."
한송이가 품속에서 수첩을 꺼내 메모했다.
보아하니 이런 세세한 정보는 연합 측에서 알려주지 않는 모양이다.
"발견된지는 꽤 된 것 같고... 제한이 풀릴 가능성도 있는데 그리 높을 것 같지는 않고..."
중얼거리며 메모를 이어가는 한송이.
유현은 잠자코 기다렸다.
사각, 사각.
연필 소리가 고요히 울려 퍼진다. 10분, 20분. 더 시간이 흐른다.
가만히 기다리려는데, 생각보다 메모가 길어졌다.
유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많이 적어요?"
한송이가 화들짝 놀라며 수첩을 뒤로 감춘다.
"아, 그게 제가 기억하고 싶은 건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게이트에 관해 적은 거 아니었어요?"
"그것도 적고, 아까 날아오면서 봤던 것들도 적었어요. 아직 내전이 진행 중인 이야기나, 도시의 상태 같은 것들이요."
이동하며 그렇게 비명을 질러대더니 와중에 관찰을 하다니.
대단한 집중력이었다.
"적어서 뭐 하게요?"
"나중에 사적으로 기부라도 할까 봐요. 오기 전에 조금 찾아보니까 옛 수도인 부줌부라를 제외한 다른 주의 상태가 심각해서요. 수원도 멀어서 물도 못 마시는 곳이 많더라고요."
달리 할 말이 없어 유현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한송이는 몇 가지를 더 적더니 수첩을 집어넣었다.
"그럼 바로 갈까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네. 참고로 게이트 등급은 C에요."
중간 등급 수준의 게이트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게이트였다.
유현은 먼저 게이트에 입장했다.
뒤바뀐 주변의 풍경.
얼음으로 이루어진 동굴이었다.
"으, 좀 춥네요."
곧장 뒤 따라온 한송이가 자신의 팔을 문질렀다.
부룬디의 기후는 평균적으로 25도 정도. 한송이의 옷차림은 반팔이었다.
[파이어]
유현은 작은 불꽃을 피워 한송이의 주변에 고정했다.
"와, 고마워요. 따뜻하다."
동굴의 구조는 입구부터가 복잡했다. 마치 개미굴처럼 여기저기로 난 통로.
모든 통로에서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졌다. 유현은 섣불리 움직이는 대신 두 눈을 감았다.
예민하게 곤두서는 신경.
전신의 감각이 던전에 존재하는 보스의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거기군.'
한송이가 그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려던 찰나, 유현이 다시 눈을 떴다.
"일단 가장 가까이 있는 놈들부터 치죠."
"그래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현은 망설임 없이 통로 하나를 선택했다.
괜히 보스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어떻게 알아냈냐 등 질문이 늘어나리라.
두 사람은 미끄러운 빙판 위를 최대한 조심조심 나아갔다.
"바닥이 되게 미끄럽네요."
"사실 이런 식의 토벌은 무척 위험한 행동이에요. 아는 거라고는 게이트 등급밖에 없어서 미리 대비할 수가 없거든요."
이동하며 길드의 관한 가르침을 주는 한송이.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었다.
유현은 모르는 건 질문해가며 실습을 하게 된 소기의 목적 중 하나를 소소하게나마 달성했다.
"또 궁금한 게 있는데, 이런 일은 공짜 노동이에요?"
"연합 측에서 제공하는 보수가 있긴 해요. 거의 봉사나 다름없는 수준이지만요."
"그럼 하는 게 손해네요."
"그렇죠, 뭐. 그래도 정부에서 주는 혜택도 있고, 길드 이미지도 챙길 수 있어요."
마냥 좋아하지 않는 걸 보면 단점이 장점을 상쇄할 만큼 압도적인 것 같다.
"꽤 오래 움직인 것 같은데 몬스터가 안 보이네요. 통로를 잘못 들어온 걸까요?"
한참을 걸어도 몬스터가 나오지 않으니 한송이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뭐, 보스만 잡으면 되니까요."
"이 길 끝에 보스가 있을까요?"
유현은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힘내서 계속 가봅시다. 속도도 좀 높이고요."
"네. 유현 학생,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두 사람이 속도를 내며 나아가던 그 시각.
입구의 게이트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쩌저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테두리. 이내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테두리는 게이트 양쪽의 세계를 가로막던 일종의 결계였다.
그게 사라지자 외부의 향기가 내부로 스며들어왔다.
통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들. 바깥에 존재하는 수많은 먹잇감의 냄새가 그들을 유혹했다.
***
바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유현은 빠르게 나아갔다.
그의 두 발에 걸린 마법이 빙판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었다.
"가, 같이 가요!"
한송이의 도움 요청을 무시한 채 앞서 나가는 유현.
처음에는 걷다가, 한송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시점부터는 뛰었다.
중간중간 몬스터와 마주쳤지만, 놈들을 잡는 데는 손짓 한 번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진입한 보스의 공간.
푸른 빛 가죽을 가진 거대 매머드가 대지를 뒤흔들며 달려왔다.
"우어어어어!"
유현은 준비해둔 마법을 사용했다. 허공에 생겨난 수십의 얼음 창.
유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뾰족한 얼음들이 매머드를 향해 날아갔다.
푸욱!
동시에 매머드의 전신을 꿰뚫는 투명한 창들. 거대한 몸뚱이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공격당해, 마치 고슴도치 같은 모습이 되었다.
쿵!
매머드가 쓰러졌다.
몸에서 새어 나온 피가 투명한 빙판 위를 붉게 물들였다.
"허억, 허억. 유현 학생, 큰 소리가..."
뒤늦게 달려온 한송이가 매머드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버, 벌써 잡았..."
느닷없는 타이밍에 한송이가 말이 끊겼다.
그녀를 돌아본 유현은 그 눈동자가 자신의 뒤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건 게이트의 기운. 보스를 잡았으니 게이트가 등장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왜...'
유현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몸을 돌렸다. 그 역시 한송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없어?"
게이트라면 응당 있어야 할 테두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유현도 잘 알고 있었다.
"뚫렸군."
게이트와 외부를 구분하던 경계가 사라졌다. 즉, 내부에 있는 몬스터도 바깥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하필 이렇게 타이밍이..."
한송이가 입술을 깨물며 뛰었다.
게이트가 발견된 지 꽤 시간이 지났기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는 염려했었다.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이트 토벌이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 지금껏 헌터 생활을 하며 게이트의 제약이 해제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이번에도 비슷하겠지.
오만이었고, 방심이었다.
"어서 나가요!"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게이트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다시 돌아온 초록빛 고원.
한송이가 아연실색했다.
몬스터들의 흔적이 사방에 퍼져 있다. 고작 한두 마리가 빠져나온 게 아니었다. 못해도 수십은 되는 숫자. 게이트의 제한이 사라지고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유현 학생. 일단 저 따라와요."
"나눠서 잡죠. 둘이서 돌아다니면 너무 늦습니다."
본질적인 책임은 게이트를 관리하지 못한 부룬디에 있지만, 한송이 역시 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 일은 들켜선 안 된다. 피해가 생기기 전에, 몬스터를 잡아야 했다.
"안 돼요. 잘못하면..."
유현은 말리려는 한송이를 뒤로하고 몬스터의 뒤를 쫓았다.
몇 번의 발돋움으로 고지대를 향해 달리던 몇 놈을 따라잡았다.
[타겟]
[애로우]
유도 마법을 발동하고 화살을 소환하여 발사한다.
수십의 화살에 관통당한 몬스터들이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유현은 곧장 방향을 바꿨다.
청각, 시각, 후각 등.
여러 감각이 쉼 없이 몬스터의 흔적을 찾아냈다.
유현은 다음 몬스터를 향해 나아갔다.
"으아아아앙!"
이번에는 마을이었다.
게이트가 있던 곳에서 상당히 먼 곳이었는데, 용케도 이곳까지 왔구나.
"[email protected]#!"
"@%@#!"
마을의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각종 도구들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몬스터가 아이를 덮치려는 순간.
유현이 그 위로 떨어졌다.
굉음과 함께 피어난 흙먼지.
먼지 속에서 아이를 안고 걸어 나오는 유현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능력자나, 괴물이라는 개념이 없는 이들에게 완전히 다른 세계의 풍경이었다.
"$#@@$?"
"@#[email protected]!"
그때, 몇 사람들이 저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마침 유현의 감각도 그쪽에 반응했다.
'이쪽으로도 몇 마리.'
유현은 곧장 자리를 옮겼다.
웬 우물 같은 곳 주변에 몬스터들이 모여 있었다.
"$!##$!"
우물 안에서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몬스터를 피하기 위해 우물에 뛰어든 것 같았다.
유현은 망설임 없이 우물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 깊지 않은 우물, 물 역시 많이 고여 있지 않았다.
그곳에 빠진 소년을 안아 든 유현이 다시 위로 빠져나오려던 순간.
"우어어!"
몬스터들이 난동을 부리며 우물을 무너뜨렸다.
주변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하는 몬스터들. 인간은 달콤한 먹잇감이었다.
"크으으."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 낙오된 아이를 향해 몬스터 한 놈이 아가리를 쩍 벌렸다.
바로 그 순간.
쾅!
우물의 잔해가 솟구치며 유현이 튀어나왔다. 서클 배리어가 그의 주변을 방어하고 있었다.
"발악 그만하고 곱게 가자."
유현이 위로 든 손을 아래로 휘둘렀다.
허공에 활이 나타남과 동시에 적들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관통했다.
다른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놈들은 이번에도 절명했다.
유현은 머리를 넘기며 아이를 내려놓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난리 속에 반파된 마을.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거주지였기에 그리 튼튼하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
몇몇 사람들이 유현에게 다가와 떠들었다. 표정이 심각한 걸 보니 고맙다는 인사는 아닌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알겠군.'
뭐, 집을 고쳐내라든가, 우물을 복구하라든가 그런 이야기겠지.
지금 그런 말들을 들어줄 시간은 없다.
유현은 그들을 뒤로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여전히 곳곳에서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졌다.
일일이 쫓아가기에는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한송이 쪽도 봐야 했기에 유현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빠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밀 조준]
제자리에서 도약한 유현.
발 아래로 펼쳐진 고원을 보며 정밀 조준 마법을 사용했다.
정밀 조준은 원하는 대상을 타겟할 수 있는 마법으로, 일종의 필터링이 적용된 타겟 마법이었다.
'대상은 몬스터.'
유현의 시야 위로 수많은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푸른 테두리의 원.
근방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를 조준한 것이다.
[애로우]
천을 상회하는 숫자의 화살이 허공에 나타났고, 발사됐다.
[가속]
발사된 화살에 더 속도가 붙었다. 화살들이 맹렬한 속도로 몬스터들의 뒤를 쫓았다.
시시각각 바뀌는 몬스터들의 위치에 화살 역시 춤을 추듯 움직였다.
쐐애애애애액.
사방에서 들려오는 파공음은 마치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다.
유현은 공중에 머문 채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시야 위에 그려졌던 동그란 원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마지막 원이 사라졌을 때, 유현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반대쪽으로 뛰어갔던 한송이도 왜인지 그 근처에 와 있었다.
"허억, 허억."
"왜 그렇게 헐떡여요?"
"뒤에, 뒤에에에엑."
헛구역질까지 하려는 한송이.
그녀가 말한 곳을 돌아보자 조금 전 봤던 마을 사람들이 전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손에는 저마다 농사를 짓는데 사용하는 도구를 든 채였다.
"@#$#[email protected]!!"
"@#@#!"
알 수 없는 말로 화를 내는 사람들. 한송이가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농사지을 물은커녕 먹을 물도 없는데 우물을 부수면 어떡하냐고 하네요."
"@$#@!!"
"집은 상관 없으니까 우물이라도 원상태로 복구해 놓으래요."
몬스터에 관해서 궁금한 건 없는지 우물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하기야 당장 그게 생활과 직결된 문제이니 당연하겠지.
"근처에 강 없어요? 내륙이어도 강은 흐를 것 같은데. 거기서 떠 오면 되잖아요."
"여기서 강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려요. 물 무게도 장난 아니고."
"있긴 있나 보네요."
"네. 백나일강의 발원지가 부룬디의 산맥이거든요."
유현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수위 낮은 우물을 다시 파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안내해줘요."
***
그날 밤.
마을을 지나는 강을 보며 한송이는 할 말을 잃었다.
유현에게 길을 알려주고, 한송이는 담보물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
유현은 산맥부터 마을을 관통하고 저 밑까지 이어져 호수로 연결되는 강을 만들어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빼앗아 간 배를 돌려달라고 했더니 배에 보물까지 가득 실어서 돌려준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
"아, 아뇨! 괜찮아요!"
어떻게든 대접하겠다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마을을 떠났다.
"@#[email protected]#$#@!!!"
뒤통수로 닿은 목소리에 한송이가 피식 웃었다.
"유현씨의 공적을 기리는 비를 세우겠대요."
"내가 싼 똥 내가 치운 건데요?"
"너무 좋은 걸 주셨잖아요."
두 사람은 그길로 행정청에 들어가 임무 완료를 보고했다.
사고가 있었지만, 그것과 관련된 내용은 함구했다.
괜히 꺼내서 좋을 게 없었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밤의 사막을 질주하여 도착한 이집트의 포탈 관제소.
한국으로 돌아가는 포탈을 기다리는 동안 한송이는 유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뭐, 이것도 다 실습의 일환이니까요."
"그렇긴 한데, 잘못하면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연합에 보고되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단 말이에요."
한송이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 감정이 표정으로도 드러났다.
"근데 대체 어떻게 그 사이에 다 잡았어요? 저도 돕고 싶었는데, 제가 달리기에는 젬병이라..."
"그냥 열심히 움직였죠."
한송이도 몬스터를 뒤쫓긴 했으나 그녀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유현이 몬스터를 죽이고 난 뒤였다.
"마을 하니까 생각난 건데, 강을 만든 건 정말 대단했어요. 정말 과장 안 보태고 이건 여러 사람 목숨 살린 일이에요."
"그래요?"
"어쩌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영향을 줄지 몰라요."
그 정도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포탈의 차례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포탈을 통과하여 한국으로 돌아갔다.
유현은 알지 못했다.
한송이의 말처럼 그가 남기고 간 강줄기가 부룬디 전체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부룬디의 수도에 강줄기를 만든 영웅에 관한 비가 세워진 건 얼마 뒤의 일이었다.
이름도, 동상도 없었지만, 그 공로는 그곳에 남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