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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75화 (175/219)

175

유현은 전장을 훑었다.

아직 식지 않은 시체들이 차가운 바닥 위에 힘 없이 누워 있다.

하나 같이 두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이들.

유현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체의 얼굴을 슬며시 쓸었다.

눈꺼풀이 내려간 시신은, 그제야 편안해 보였다.

"......"

그들과 한 마디도 나누어보지 않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소나무 길드에서 보낸 구조대.'

슬픔이 가득 찬 눈동자가 옷에 새겨진 소나무의 마크를 바라보았다.

타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이들의 처참한 말로.

끔찍한 풍경이었고, 그보다 더 참담한 심정이었다.

"후우."

가슴이 답답하여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하지만 속에서 피어난,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유현이로군요."

정장을 입은 커다란 덩치의 노인이 말했다.

그는 조금 전 엘리스의 몸을 꿰뚫었던 손을 닦고 있었다.

마치 더러운 접시를 닦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뽀드득, 뽀드득.

"이런, 이런. 그렇게 찾아다녔는데 설마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요~"

"혹시 아까 와이가 보냈던 호출이 이놈 때문인가?"

"이놈밖에 없지요! 하하하!"

구조대장의 목을 돌린 남자가 유현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덩치의 노인과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남자.

쭉 찢어진 눈이 살짝 벌어지며 파충류처럼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났다.

"실력 좀 볼까요? 당신이 그렇게 강하다던데~"

뱀 마냥 기다란 혀로 입술을 쓱 닦으며 입맛을 다시는 남자.

간부들이 서서히 유현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어디 한 번..."

기세 좋게 입을 연 뱀 남자는 유현의 시선이 다른 곳에 꽂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뭘 보고 있는 거죠?"

유현의 시선에 따라 간부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병원의 침대째로 납치된 백발의 아이가 누워 있었다.

그걸 알아챈 뱀 남자가 눈을 번뜩였다.

"후후후. 당신의 목적도 저 아이군요?"

유현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도 그 눈은 간부들을 향하지 않았다.

"......"

유현은 멍하니 엘리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텅 빈 듯, 공허한 눈동자.

이내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주변에 적이 가득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사이를 가로질렀다.

"흐음~? 연인이라도 됐나요? 그런 정보는 없었는데."

뱀 남자는 지척까지 다가온 유현을 보며 팔짱을 끼었다.

재미 없게 뒤통수나 칠 생각은 없었다.

테러를 위해 그간 외부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많은 피를 손에 묻혔지만, 몸은 오히려 더 근질근질해졌다.

그는 조금 더 싸움을 원했고, 다른 간부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뭐, 그런 거면 더 잘됐네요. 하하."

연인을 잃은 이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감정이 격해진 인간은, 본연의 힘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들은 유현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 줄지, 기대감에 찬 눈으로 그를 관망했다.

스윽.

유현은 엎어져 있던 엘리스의 시체를 뒤집었다.

흘러나온 피가 다 굳지 않았는데도, 몸이 차가웠다.

"......엘리스."

친하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사이. 하지만 유현은 누구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잘 알았다.

그 역시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계속해왔었으니까.

동료들과의 약속을 위해 수백 년의 고통을 견뎠고, 가족들의 시체라도 보기 위해 몇백 년 간 싸워왔다.

엘리스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

언제 깨어날지 모를 동생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것.

수명이 제한된 인간에게, 기약 없는 희생은 너무나 가혹했다.

자신과 그녀의 경험에는 아득한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고통의 감각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버티지."

괜히 아쉬운 소리가 나왔다.

정말 조금만, 조금만 버텼다면.

이런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약도 구해 왔는데."

그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일까.

너무나 안타깝고, 아쉬웠다.

가슴이 아려와서 목이 메는 느낌마저 들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며 꾸역꾸역 말을 뱉어낸다.

"동생이랑 같이 즐겁게 살아야지."

유현이 엘리스의 얼굴을 가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다른 이들처럼 감기지 못한 그녀의 눈. 그 눈을 본 순간, 유현은 잠시 숨을 멈췄다.

동공의 초점이 중앙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그녀는 죽기 직전까지도 동생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눈에 실핏줄이 터져 붉게 물들고, 숨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끝까지 동생만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쉬어라."

유현은 그녀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푸훕!"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웃음소리.

"아이고, 미안해요.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네. 하하!"

유현의 바로 앞에 서 있던 뱀 남자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배 아파라~"

뱀 남자는 유현을 내려다보았다.

도발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생각과 다른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는 뱀 남자.

곧 그가 씩 웃으며 발을 들었다.

콱!

구둣발이 엘리스의 팔을 짓밟았다.

"이래도 반응 없나요오~?"

뼈를 부서뜨릴 기세로 발에 힘을 주는 뱀 남자.

조금만 더 하면 정말 부러질 것 같았다.

"으음~ 처리하기 편하게 부숴버려야지~"

그때, 유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뱀 남자는 고개 숙인 유현의 옆모습을 보며 작게 실소했다.

'그럼 그렇지. 이래도 도발에 안 넘어오면, 그게 사람인가?'

우두둑.

그때. 발아래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뱀 남자가 활짝 웃으며 엘리스의 부러진 팔에서 발을 뗐다.

"아차차! 실수! 진짜 부숴버렸..."

유현을 바라보며 장난스레 떠들던 뱀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고개를 든 유현.

그의 눈동자가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

뱀 남자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조금 전까지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어. 왜 물러나는 거요?"

노인이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뱀 남자는 그 물음에 답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현의 눈동자.

빛이 사라진 그 눈동자에는, 지독할 정도로 냉정하게 다스린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뒤질래?"

서슬 퍼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간부들도 유현의 변화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무, 무슨..."

"어떻게 저런..."

마나의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현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그의 등 뒤에 미지의 존재가 있는 듯한,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

아무리 강하다지만, 고작 한 사람의 기세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꿀꺽.

곳곳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케이디의 간부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전략적인 후퇴를, 누군가는 싸움을 원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두의 의견을 대변할 지금.

뒤쪽에 있던 노인이 소리쳤다.

"상대는 하나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지만, 싸움을 원하던 우리의 상대로는 적절한 듯한데."

그의 말에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침 삼킴이 들려왔다.

탐스러운 먹잇감을 눈앞에 두었을 때, 포식자들이 군침을 삼키는 행위였다.

"어이! 뱀 대가리! 쫄았으면 뒤로 빠져! 등신아!"

"쪼, 쫄긴 누가 쫀다는 말인가요~!"

뱀 남자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뒤쪽에 서 있던 간부들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왔다.

"자~ 그럼 싸워 볼까요, 여러분~? 저는 열심히 지키고 있겠습니다~"

뱀 남자의 여유로운 음성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유현을 향해 쇄도하는 수많은 근접 전투 계열의 간부들.

원거리에서도 온갖 공격들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왔다.

"하하하! 보아하니 단순히 허세였나보군요!"

공격이 가까워지는데도 꼼짝하지 않는 유현.

그러나 공격이 유현에게 적중하는 그 순간.

"......?"

유현을 향해 날아가던 공격이 모두 사라졌다.

지상을 내달리며 쇄도하던 이들 역시 미스터리한 현상에 움직임을 멈췄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유현의 손에는 거대한 낫이 들려 있었다.

마치 대중 매체 속 사신의 무기처럼 생긴 살벌한 모양새의 낫이었다.

"평범한 무기가 아니로군요."

노인은 유현의 무기를 보며 턱을 매만졌다.

낫을 휘둘렀을 때 나온 검은빛의 무언가가 그대로 공격을 소멸시켰다.

"그 아이를 돌려받겠다."

유현이 나지막이 한 마디를 뱉고는 땅을 박찼다.

어느샌가, 그의 등 뒤에는 새까만 암흑의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다야.'

전장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

이니티움은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 천리안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 위에 새겨진 용의 문양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드래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버프, 용의 축복.

지금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놈들은 너무 강해.'

간부들의 실력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녀 역시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저 간부들을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들어가야 했는데.'

유현은 막무가내로 적진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그녀는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꼴이 되었다.

아마 저곳에 자신이 있었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유현이라도 모든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몸이면 승리는 불가능해.'

이니티움은 다시 전장에 집중했다.

커다란 낫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 암흑의 기운을 흩뿌리는 낫의 모양새가 보면 볼수록 익숙했다.

'...저거 설마 군단장의 무기야?'

저걸 전리품으로 챙겨올 줄이야.

하기야, 그 정도 수준이니 공격을 한 번에 지워내는 게 가능했겠지.

'그나저나 갑자기 저런 무기가 어디서...'

설마 아공간?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이니티움의 머릿속에 희망찬 미래가 그려졌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유현이 가진 아공간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군단장의 무기가 하나라도 있다면, 다른 것들 역시 존재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완전히 이기는 건 불가능해도 아이를 데리고 빠져나오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니티움은 곧장 도망칠 준비를 시작했다.

***

날개가 달린 유현의 몸뚱이는 다른 강화 마법과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다.

기존보다 몇 배는 상승한 강화 마법의 효율.

하지만 그는 간부들과 직접 맞부딪치지 않고 도망치기를 반복했다.

"젠장! 도망 좀 그만 쳐!"

다시 한번, 유현을 향해 쇄도하는 적들의 공격.

유현은 그 공격을 피하는 대신 이번에도 낫을 휘둘렀다.

낫의 결을 따라 날아간 암흑의 기운이 그대로 공격을 집어삼켰다.

"끄아아아! 왜 자꾸 없어지냐?"

"신기한 무기네."

"저 능력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을 거야. 계속 몰아붙여."

다시금 마나가 움직이며 유현을 향해 공격이 날아갔다.

거대한 불덩이와 바람의 칼날, 수십 줄기의 낙뢰와 모래의 폭풍까지.

이번에도 유현은 그 공격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낫으로 집어삼켰다.

"쳇. 대체 저런 식으로 싸워서 뭘 하려는 거지?"

"어이, 에프. 우리 그냥 가자. 아무래도 저놈 뭔가를 꾸미는 것 같은데."

에프라고 불린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게 좋을 것 같군요. 싸우는 것도 좋지만, 너무 오래 머무르다가는 페데리코님이 화를 내실 테니까요."

에프가 손목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다른 간부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유현을 추격하던 이들이 심드렁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진짜야? 그냥 가자고?"

"에이. 조금만 더 쫓아가면 진짜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을 토로하며 간부들이 방어막 뒤로 물러났다.

뱀 남자는 방어막을 유지한 채 혀를 찼다.

"우리 노인네는 겁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까요."

"발언에 조심해라, 케이."

"예~ 예~ 방패는 방어막이나 열심히 쓰겠습니다~"

케이가 자신을 쏘아붙이는 여자를 향해 비아냥거렸다.

그의 역할은 모두가 떠날 때까지 방어막을 유지하는 것.

한창 도망치다가, 저 멀리서 날아오는 유현을 보며 케이는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후후. 그렇게 바쁘게 날아온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나요~?"

케이가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어느새 에프가 그 밑에 있었다.

방어막의 유일한 약점은 물리적인 공격에 조금 약하다는 것 정도.

그 약한 수준도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이지만, 만약의 경우를 위해 이렇게 경비를 두고는 했다.

"에프~ 저기 날아오는데 잡아주세요~"

"나는 벌레잡이가 아니요."

바로 그때.

유현이 허공에서 접근을 멈췄다.

뭘 하려는 건지 신발을 벗는 유현. 이내 품속에서 웬 어두운 색깔의 신발을 꺼내 들더니 갈아 신는다.

"흐음~?"

케이가 콧소리를 내며 유현의 행동을 관찰했다.

신발을 갈아신은 그는, 이내 낫을 높이 치켜들었다.

곧 아래로 휘둘러지는 거대한 낫. 그 낫에서 뿜어진 어두운 에너지가 이쪽을 향해 매섭게 날아왔다.

"후훗. 그깟 능력쯤은..."

가볍게 방어막에 막힐 것이라고 생각한 그때.

케이의 눈앞으로 피가 튀었다.

"......?"

누구의 피인가.

기울어지는 시야 속에서, 케이는 그게 자신의 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

그의 눈앞으로 방어막의 조각이 비산했다.

'부숴졌어?'

특성을 해체하는 방어막이 부숴지다니.

상대의 능력은 특성이 아니란 말인가?

'설마 이게...'

중급 이상의 간부들만이 알고 있다는 비밀. 마법.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마법이라니. 대체 어느 누가 그런 허구를 믿는가.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 소문이 돌았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실력을 쌓고, 충성심을 보이면, 수장 페데리코가 마법을 선사해준다는 소문.

'......마법이 존재한다는 게 사실이었다고?'

눈앞에 드리운 어둠의 기운.

저 멀리 있던 유현이, 방어막을 격파한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걸 보며, 그는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

케이는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채 바닥에 떨어졌다.

거대한 낫이 흡수한 강력한 힘이 그의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몸뚱이까지 갈라버린 것이다.

"이 자식이이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간부들이 다시금 유현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유현의 목적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암기가 얼마 남지 않았어.'

능력을 흡수하고 쌓은 암흑의 기운. 낫이 가지는 능력 중 하나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흡수한 양의 대부분을 사용했다.

남은 횟수는 한 번.

그것도 공격용으로 쓸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어차피 공격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후웅!

유현은 다시 한번 낫을 휘둘렀다. 그 방향은 엘리스의 동생이었다.

"어딜!"

어느새 유현에게 근접한 간부 하나가 공격을 날렸지만, 주먹은 애꿎은 허공을 때렸다.

유현은 이미 신발의 능력을 활용해 어둠으로 이동한 뒤였다.

덥썩.

돌연 침대 앞에 나타난 유현의 모습에, 누구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유현은 재빨리 침대에 누운 엘리스의 동생을 안아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에 포탈이 나타났다.

"붙잡아!"

간부들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유현은 입꼬리를 한껏 올린 채 포탈 너머로 몸을 던졌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포탈도 사라졌다.

"추, 추적해! 어서!"

"...이미 늦었습니다."

고작 몇 초 만에 벌어진 일.

간부 하나가 죽고, 테러의 주목적이 되었던 이유를 갈취당했다.

"......"

간부들은 넋이 나간 채 멍하니 텅 빈 침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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